LA에 한국 대학생 인턴 바람이 불고 있다. 경북대 동덕여대 배화여대 숙명여대 연세대 영남대 한동대 한성대 한양대 등 한국 대학생들이 대거 LA지역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이 종사하는 분야는 자바시장 의류 제조업체부터 언론사 보험사 그리고 일반 기업까지 다양하다. 이 가운데는 미국에서 성공한 대형 한인 기업부터 미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글로벌 시대를 맞이해 좀 더 넓은 세상에서 풍부한 해외경험을 쌓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무지식까지 갖출 수 있어 인턴을 지원했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계속 살고 싶어하는 대학생들은 인턴 경험을 미국에서 자리를 잡는 교두보로 여기고 있다. 2주 전부터 캘코 보험에서 인턴 일을 시작한 전나래(숙명여대)씨는 "장기적으로 미국 취업이 목표다"라며 "현재 마케팅 부서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LA지역으로 진출하는 한국 대학교 인턴 수는 각 대학측에서 해외 인턴십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국제실은 아예 고려대 미국 교우총연합회를 통해 해외 인턴십 협조를 공식 요청했다. 고대 경영대학 측은 "재학생들이 여름방학 기간동안 최소 4주에서 8주간 해외소재 기업에서 인턴십을 수행할 경우 3학점을 자동 이수케 한다"며 "인턴십 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 실력을 가진 학생들로 해당 지역의 경제와 문화에 대해 익히고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열정 넘치는 학생들이다"고 설명했다. 한성대와 영남대도 마찬가지다. 한성대는 최근 학교 관계자들이 직접 인턴십 프로그램을 확대하기 위해 LA를 방문 기업과 협상을 가졌으며 영남대 역시 재학생들의 미주 지역 인턴십 제공 프로그램 신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상우 기자
2011.03.30. 20:07
'메트로 버스 LA 시내관광'을 시작으로 LA 구석구석을 발로 뛰면서 LA새내기로서 적응 체험담을 생생하게 엮어내고 있는 본지 인턴기자들이 이번에는 LA를 대표하는 산업 영화 촬영현장을 찾았다. 세계 영화산업을 좌지우지하는 영화의 본고장 할리우드의 저력은 어디에 있을까. 인턴기자들은 독립영화 '밀레니엄 버그' 현장 학습을 통해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경쟁력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한낮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어느 초저녁 노스 할리우드에 있는 한 허름한 창고를 찾았다. CG 없이 전통방식 촬영, 스탭도 대부분 무급 봉사 500 스퀘어피트 규모 스튜디오의 '그린스크린'(특수효과 등을 위한 밝은 초록색 벽)을 배경으로 식물이 카메라 앞에 놓였다. 뜨거운 조명 아래 9명 스탭이 일제히 숨을 죽였다. 촬영장엔 미미한 선풍기 바람 소리만 들릴 뿐 정적이 감돌았다. "오케이 컷! 자 이번엔 다른 각도로 찍어 봅시다." 감독의 사인이 떨어지자 스탭들이 다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저예산 독립영화 '밀레니엄 버그' 촬영장의 한 장면이다. '밀레니엄 버그'는 캠핑을 온 가족과 과학자들이 수천년동안 첩첩산중 지하에 잠들어 있던 개미 반 공룡 반 형상의 괴물의 습격을 받는다는 식인괴수 호러물. 감독의 머릿속에만 있던 상상 속 괴물은 지난 7월 그 무시무시한 모습을 드러냈다. 크랭크인 한 지 65일째 막바지 촬영이 한창이다. 켄 크랜 감독은 "괴물 숲 고스트 타운 오두막 집 등 밀레니엄 버그의 모든 장면이 이곳에서 탄생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영화는 컴퓨터그래픽(CG)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전 장면을 미니어처로 찍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촬영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스튜디오 한 켠에는 커다란 괴수 머리 모형과 책상크기의 미니어처 오두막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2주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음침한 분위기가 감도는 레드우드 숲이었죠. 그 전에는 오두막 내부였고요. 하지만 보세요. 지금은 다시 지저분한 스튜디오로 돌아왔어요." 감독 카메라맨 할 것 없이 전 스탭이 달려들어 스튜디오를 뜯고 부수고 재단장하길 반복했다. 세트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2주 이상 걸리는 것은 예사다. 보통 18~20일이면 완성되는 일반 저예산 독립영화에 비해 3배 이상의 촬영시간이 소요됐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냉방도 시원치 않은 작은 스튜디오에서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오직 촬영에만 매달려 달려온 지 몇 달째다. 그간 스케줄 짜기 예산과 인력부족 등 촬영 중 난관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실제로 촬영장의 스탭들은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 "예산 부족 등 난관 많아도 꿈꿨던 일이기에 행복" 하지만 이들의 얼굴에서 짜증이나 지친 기색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오래전 부터 꿈꿔왔던 좋아하는 영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 "다른 영화와 차별된 우리 영화의 성공을 믿는다"고 이들은 말한다. 늦은 저녁 겸 간식으로 햄버거를 먹는 막간을 이용해 감독에게 영화의 운명에 대해 조심스레 물었다. "포스트 프로덕션팀을 만들어서 영화제에 출품하는 것이 1차 계획입니다. 배급사의 눈에 들어 일이 잘 풀리면 스크린에 오르거나 비디오.DVD로 출시될 겁니다." 하지만 이것도 운이 좋은 경우로 대다수의 할리우드 저예산 독립 영화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진다는 것이 감독의 설명이다. 밀레니엄 버그는 편집과 마무리 작업을 거쳐 내년 1월 완성될 예정이다. 짧은 휴식 시간이 끝나자 이날 촬영의 하이라이트 '도끼' 장면이 이어졌다. 공중에서 도끼가 회전하는 2초도 넘지 않는 단 한 컷을 담기 위해 한 시간동안 준비작업이 이어졌다. 이날 촬영장 조명은 밤 늦게까지 꺼질 줄 몰랐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LA 땅 어딘가에는 수백수천개의 '밀레니엄 버그'가 화려한 할리우드 입성을 꿈꾸며 땀방울을 흘리고 있을 거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경제 위기와 시장 축소로 영화 시장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지만 영화인들의 열정과 매니아들의 호응 속에 미국 내 독립영화 산업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할리우드를 더욱 구성지게 하는 독립영화에 대한 정보처를 소개한다. 독립영화 여기서 공부하세요 ▷미국독립영화협회(www.ifp.org) 독립영화제 소식과 독립영화의 제작 노트 각종 행사와 인터뷰 기사를 제공한다. 미국독립영화협회(IFP)는 1979년 뉴욕 필름 페스티벌을 통해 창단되었으며 미국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독립영화 관련 비영리 기구다. 창단 이후 7000개가 넘는 영화 제작을 지원했으며 2만명이 넘는 영화 제작자들에게 필요 장비와 시설 정보를 제공해 왔다. 현재도 IFP는 영화 산업을 풍요롭게 하는 독립영화의 활성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린시네(www.greencine.com)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에 대한 리뷰가 총집합하는 곳이다. 이 외에 희귀 영화의 VOD도 감상할 수 있다. ▷고담독립영화제(www.gotham.ifp.org) 매년 시상식이 열리며 올해는 11월30일 뉴욕시티의 시프리아니 월 스트리트에서 개최된다. 지난 시상식의 시상작품과 수상배우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각종 보도자료도 볼 수 있다. ▷인디펜던트 스피리트 어워드(www.spiritawards.com) 미국 독립영화의 축제인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 1984년 처음 신설된 이후 아카데미 시상식 하루 전날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 해변에서 열린다. 현재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독립영화시상식으로 거듭난 독립영화 축제의 장이다.
2009.09.27. 21:28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명문주립대학 UCLA 캠퍼스에서 만난 한인학생회 UKB의 회장 한종윤(24)씨는 "미국 대학생활의 재미와 대학생이 되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대학 1학년을 다니고 미국으로 건너와 한국대학문화도 접해 본 한씨는 "미국 대학에서는 같은 과동기나 선후배가 수업 후에 같이 놀러다니고 술을 마시는 등 똘똘 뭉치는 문화는 없다"며 "대개 수업이 끝나면 뿔뿔히 흩어지기 때문에 친구 사귀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대학생활'은 스스로 재미를 만들어 가야한다는 뜻이다. 미국대학내 학부생으로서 배우는 것도 한국과 다르다. 특히 인문사회학부의 경우 전공 지식을 쌓기보다 정보를 수집해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 발전시키는 사고 능력과 문제해결력을 키우는데 초점을 둔다는 것이 한씨와 같은 유학생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미국대학의 또 다른 면모는 기숙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숙사는 타인종 친구를 사귀기도 쉽고 영어나 대학생활과 문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기 때문에 신입생들이 특히 많이 산다. 학교 측은 영어가 미숙한 학생의 경우 외국인들과 함께 방을 쓸 수 있도록 고려하기도 한다. 지난 학기부터 UCLA 기숙사 스프로울 홀에서 타인종 학생 2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이희진(20)씨는 "같은 층에 사는 학생들끼리 주말에 방에서 파티를 열기도 하고 시험기간이면 라운지에서 같이 밤을 새며 공부하는 등 기숙사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낭만이 있다"며 "생활비가 만만치 않지만 기숙사는 미국대학생활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곳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바다 건너 한국에서는 지난해 불어닥친 경제 위기의 여파로 취업을 걱정하는 대학생들의 한숨이 짙어져 가고 있다는 우울한 뉴스가 들려온다. 기숙사 엿보기를 마친 기자들이 미국대학생활에 대한 부러움을 표하자 한씨와 이씨는 미국대학 생활이 자유와 낭만으로만 가득찬 것은 아니라고 털어놓았다. "미국 대학에서 졸업하려면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 해요. 가끔씩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죠. 졸업 후 취업 걱정도 많아요. 하지만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점 자신이 노력하면 다양한 기회와 경험을 할 수 있는 문이 열려있다는 게 미국 대학에서 누릴 수 있는 최대 장점이죠." 기숙사 입주에도 다양한 옵션 한국 교육과학기술부의 2008년 통계에 따르면 미주 내에서 학사 석사 어학 연수 등의 목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유학생이 7만3000명을 육박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한국의 20대들가 미국에서 대학 생활을 경험하고 있다. 처음 유학을 시작하는 학생에게는 기숙사가 가장 무난하고 안전한 선택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사전조사 없이는 적응이 힘든 것이 현실이다. "집 떠날 때에는 쓰던 물건을 최대한 많이 챙겨가라." 처음으로 집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는 대학 신입생들에게 선배들이 가장 먼저 해주고 싶은 말이라고 한다. 워싱턴 포스트 지와 대입 컨설팅 기관인 칼리지 보드의 권장에 따르면 신입 기숙사생의 필수 용품은 118가지에 달하며 이것을 모두 구입하기 위해선 4250여 달러가 든다고 한다. 해당 리스트에는 랩탑 컴퓨터와 노트북 아이팟 셀폰 디카 등 최신 기기 뿐 아니라 마이크로 웨이브나 미니 냉장고와 같이 기숙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전제품까지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의 대학 기숙사의 경우 다양한 옵션이 존재하기 때문에 1인실~3인실 BB(잠자리+아침)나 Half board(잠자리+아침+저녁)등의 옵션을 꼼꼼이 비교해 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선배들은 신입생들에게 기숙사 생활을 통한 학교 적응 이후에 '근처의 하숙이나 홈스테이 혹은 지인들과 함께 렌트를 하는 등의 옵션을 찾아보는 것'이 비용 절감에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2009.09.20. 18:18
한인타운의 안전을 전담하고 있는 올림픽 경찰서는 5만3000평방미터의 부지에 지상 1층 지하 2층 규모다. LAPD의 20번째 경찰서로 올해 1월 4일 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관할구역은 한인타운 전역이 포함되며 남북으로 10번 프리웨이~멜로즈까지 동서로는 플리머스~후버까지 총 6.2 스퀘어마일에 달하는 구간이다. 경찰관 300명 근무…순찰차는 50여대 반장실 8개 대형화면에 타운 곳곳 비춰 건물은 로비와 천장등이 강화유리로 꾸며졌으며 시멘트 목재 페인트 등 건축 자재도 납성분 유해물질 테스트를 거친 것만 엄선하는 등 친환경적인 면모를 자랑한다. 또한 1층의 순찰반장실에는 8개의 대형 화면을 통해 타운내 범죄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최첨단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다. 올림픽 경찰서에는 총 300명의 경관이 근무하며 이중 한인 경관은 25명에 달한다. 매트 블레이크 서장을 중심으로 수사반장 살인과 갱전담반 폭행과 강도과 자동차절도범죄과 순찰캡틴 순찰조 한인지역 반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순찰조는 12시간 근무하는 2개조와 10시간 근무 중간조 2개조 등 4개조로 운영되며 각 조당 30여명이 배치된다. 경찰서에 배정된 순찰차량은 50여 대다. 올림픽 경찰서 대표전화는 (213)382-9102이며 9번을 누르면 설명을 한국어로 들을 수 있다. 1층 안내데스크에는 항상 한국어 구사가 가능한 경관이 배치되어 있다.
2009.09.13. 21:36
병원 다음으로 가기 싫은 곳이 경찰서다. 죄 지은 것이 없어도 왠지 주눅이 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밤에 들리는 경찰 사이렌 소리도 이젠 제법 익숙해 졌지만 아직도 철렁한다. ‘미국의 경찰서 안은 어떤 모습일까?’ LA한인타운의 불침번이라는 올림픽경찰서를 직접 찾아가 봤다. 한인 타운 관할 경찰서는 역시 달랐다. 외부 모습은 타 경찰서와 별반 차이가 없는 듯 했지만 내부엔 '타운냄새'가 물씬 풍겼다. 안내는 젊고 친절한 인상의 매튜 블레이크 서장이 직접 나섰다. 친근함은 입구에서 부터 묻어났다. 로비에 들어서자 첫 눈에 들어오는 것이 2층 난간을 두르고 있는 대형 타운 야경사진. 남가주 한인사진작가 협회에서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타운을 일구고 가꿔온 한인 이민사의 애환이 그 속에 녹아있는 듯 했다. 1층 로비를 지나 왼쪽에 자리한 커뮤니티 룸에 들어서자 '타운냄새'는 더 진해진다. 벽면을 따라 한국 전통 보석함과 공예품 도자기 등 30여점이 전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매튜 블레이크 서장이 경찰서 오픈 기념으로 직접 한국문화원에 요청해 전시된 작품들이라고 한다. 경찰서가 아니라 한국 문화 홍보실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1층은 주로 서류 업무가 진행되는 공간이라고 한다. 그중 가장 눈길이 가는 곳은 로비 정면의 프론트. 그곳에는 하루 24시간 한인경관이 배치되어 있다는 것이 경찰서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인들이 언제라도 신속하고 편리하게 범죄 신고 및 민원 접수를 할 수 있도록 한 배려다. 직접 방문 외에도 전화를 통해서도 한국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과연 한인타운 관할 경찰서 다웠다. 24시간 한인경관 배치해 ‘한국어 서비스’ 커뮤니티룸엔 전통 보석함·도자기등 전시 또 한 켠에 마련된 사무실에는 올림픽 경찰서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의 사진이 깔끔하게 배열되어 있었다. 이곳은 서장과 각 부서 책임자들이 모여 지난 밤 접수된 사건과 진행중인 사건의 현재 상황 등에 관해 점검한다. 벽면에 놓인 담당 배치표에는 타운 지역의 지도와 담당 구역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곳 저곳을 안내하던 서장은 올림픽 경찰서에서 9~13세 13~20세 사이의 어린이와 청소년 그룹을 대상으로 보이스카우트 형식의 서비스도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이 서비스는 경찰 업무 안내와 인성 교육 모임 등을 제공해 미래의 경찰 꿈나무를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블레이크 서장은 이어 2층으로 사람들을 안내했다. 투명한 유리창 뒤로 타운의 거리와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2층 복도에는 과거 적십자 건물이었던 이 곳에 경찰서가 준공되기 까지의 과정을 담은 사진과 LAPD의 역사가 담긴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앞장섰던 블레이크 서장이 갑자기 한 사진 앞에 멈췄다. 그 사진은 60년대에 희대의 살인마로 악명이 높았던 찰스 맨슨의 검거 당시 모습이었다. 그리고 사진 속의 경관 한명을 지목하며 자신의 아버지라고 소개했다. 블레이크 서장은 대를 이어 범죄와의 전쟁에 나선 경찰 집안 출신이었다. 아버지를 소개하는 그의 눈빛에서 강한 의지와 자부심이 느껴졌다. 블레이크 서장은 "한인들의 편의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2층에는 부서별 데스크와 운동시설 그리고 유치장과 무기고가 있었다. 비로소 경찰서에 온 것이 실감났다. 서장의 특별 배려로 유치장 내부까지 슬쩍 방문(?)해 보는 기회도 얻었다. 무기고에는 한 명의 경관이 상주하고 있었다. 경관들은 모두 평상시에도 총기를 소지하고 있지만 사건으로 인해 추가 총기류가 필요할 때에는 이곳에서 지급받아 출동하게 된다고 했다.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다양한 종류의 장총들이 즐비하게 비치되어 있어 놀라웠다. 이어 수사 살인 갱 폭행 강도 자동차절도범죄 순찰 등으로 세분화된 부서 사무실들을 차례로 둘러 볼 수 있었다. 그 때 였다. 각 유닛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듣는 도중 급한 안내방송이 경찰서 내에 울렸다. '한국어 안내가 가능한 경관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프론트에 대기하던 한인 경관이 자리를 비울 경우를 대비해 마련한 후속 시스템이 작동한 것이다. 사실 그동안 밤에는 절대 도보로 돌아다니지 말라는 주변의 경고(?)로 인해 'LA 한인타운의 밤거리는 위험하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큰 덩치에 날카로운 인상의 경찰들도 왠지 '민중의 지팡이'라는 친근함 보다는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 방문을 계기로 괜한 선입견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9.09.13. 21:32
이곳, 저곳 취재를 다니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것이 자원봉사자들이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내놓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래서 ‘미국의 힘 가운데 하나가 자원봉사’라는 말도 나온듯 하다. '그래, 우리도 그 힘을 체험해 보자.' 장소는 LA지역의 배고픈 저소득층에 '사랑의 음식'을 전달하는 비영리단체인 '푸드뱅크'. 잠시 동안이었지만 뿌듯함과 보람을 동시에 느낀 하루였다. <이송원·조정인 인턴기자> LA다운타운에서 남동쪽으로 약 4마일 떨어진 LA지역 푸드뱅크 창고 안. 푸드뱅크는 저소득층에 식료품 등을 지원하는 비영리 복지단체다. 8000 스퀘어피트 가량되는 면적의 창고 중앙을 가로지르고 있는 30미터 길이의 컨베이어 밸트 두개 위로 시리얼 설탕 봉지 참치 캔 소다음료 잼 등 각종 식료품들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하얀 비닐 앞치마와 장갑을 착용한 채 컨베이너 벨트 옆으로 늘어선 자원봉사자들 손길이 바쁘게 오갔다. 초콜릿 바는 '간식' 박스로 토마토 소스는 '통조림 야채' 박스로…. 이렇게 물품별로 구별하는 것이 자원봉사자들의 주요 임무다. 일일 자원봉사에 나선 우리 마음도 덩달아 바빠졌다. 이날 오후 12시 30분부터 3시까지 2시간 반 동안 주어진 임무는 개인.기업들로부터 기부 받은 음식들을 종류별로 분류하는 작업이다. 창고에 쌓여있는 식품박스들을 유통기한 보관 상태 등을 확인해 사용/폐기할 것으로 분류한 뒤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고 간식류 통조림 야채류 등 카테고리 별로 나누어 포장하는 일이다. 현장에 있는 40여명의 봉사자들은 팀을 나누어 일사분란하게 맡은 바 역할을 해냈다. 물품들이 끊임없이 밀려 들어와 옆에 있는 사람과 짧은 대화를 나눌 여유조차 없었다. 5분 정도만 일해도 손에 익는 단순업무라지만 계속 서서 쉴새 없이 일해야 하기에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봉사자들의 땀방울이 모여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매주 50만 인분 이상의 식사가 마련된다는 생각에 힘을 냈다. LA지역 푸드뱅크는 1973년부터 문을 열고 개인 기탁자나 식품업체들로부터 먹거리를 제공받아 직접 또는 카운티 내 550개 자선단체 네트워크를 통해 개인과 아동 노인 복지시설에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는 주중에는 하루 평균 100~200명 가량의 개인 봉사자들이 토요일에는 주로 그룹 단위의 봉사자 200여명이 찾아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봉사자들은 주로 21~40세 연령층의 직장인들이 많지만 고등학생 대학생 은퇴자들도 봉사에 많이 참여한다고 한다. 이렇게 방문한 봉사자들의 수는 매년 개인 9000명 단체 400개. 이들의 손을 거쳐서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LA카운티 70만명 주민의 식사가 마련된다고 푸드뱅크 측은 설명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힘은 엄청난 경제력도 군사력도 아닌 자원봉사에서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해 자원봉사에 나선 미국 인 약 6200만명. 전체 인구의 26.4%에 해당된다. 이들은 총 80억 시간을 자원봉사에 할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약 1620억 달러. 봉사자 한 사람이 시간당 약 20달러의 노동력을 기꺼이 제공한 셈이다. 또한 경제위기가 불어 닥친 지난해에는 기부물품이 20년 만에 감소하기도 했으나 자원봉사 참여율은 오히려 약 100만명 정도 증가했다는 훈훈한 소식도 있었다. 어려서부터 남을 돕는 마음 사회에 기여하려는 자세를 배운 미국인들의 진가가 발휘된 대목이다. 석달 동안 신문사에서 일하면서 각계각층에서 활발히 봉사활동을 하는 LA 한인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개인 또는 종교나 봉사단체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꾸준히 봉사를 실천하는 모습이었다. 커뮤니티를 위해 즐겁게 일한다는 그들의 미소에서 '나 혼자만 우리 가족만 잘 살면 된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 땅에서 베푸는 삶 더불어 사는 삶을 꾸려가는 그들이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날 푸드뱅크에서는 한인 봉사자들을 만나볼 수 없었다. "푸드뱅크를 찾는 한인들이 아주 많지는 않아요. 하지만 일년 내내 한인타운과 사우스베이 지역 고등학교와 칼리지 학생들 교회 기업들에서 한인 봉사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푸드뱅크 마이클 에스피 프로그램 디렉터는 또 "저희로서는 인종이나 국적에 상관없이 자신의 시간을 쪼개 오시는 봉사자 한분 한분이 너무 소중하다"며 미소 지었다. 돌아오는 길 앞으로 푸드뱅크에서뿐만 아니라 '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 곳곳에서 따뜻한 봉사 소식을 더욱 많이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봉사활동 신청방법 ◇ 푸드뱅크 웹사이트(www.foodbank.org)에 봉사활동 내용과 신청방법에 대한 자세한 안내가 나와있다. 주요 봉사 활동으로는 음식물 분류 및 포장이 있다.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매니저에게 신청할 수 있으며 간단한 신상 명세를 적은 서류를 이메일로 보내거나 봉사 당일 지참하면 된다. ▷문의:(323)234-0943 ◇미주한인자원봉사자회(PAVA) 웹사이트(www.pavausa.com)를 방문해 봉사활동 신청 양식을 작성해 보내면 된다. 청소년과 성인으로 나뉘어 있다. 주요 활동으로는 LA지역 강 청소 그리피스 파크 청소 거리청소 등이 있다. 1년에 10차례 정도 정기 활동을 하고 있으며 청소년 참가자에게는 봉사 크레딧도 제공한다. ▷문의: (213) 252-8290 ◇ 틴 거라지(Teen garage. 공동클럽장 크리스틴 변 제임스 이) LA 지역내 10 여개 고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청소년 봉사클럽 '틴 거라지'. '거라지 세일' 등을 통해 중고 물품들을 팔며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불우 이웃을 돕는다. ▷문의:(323)933-0909
2009.08.16. 21:00
그래서 생각한 것이 미국 보통 사람들의 생활 체험. 사람사는 것이야 별반 다를 바가 없겠지만 그래도 부딛쳐 보고 싶다. 그러나 시작은 부담없게. 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여가활동이라는 스포츠의 현장을 찾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라는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까. 그들의 다섯번째 이야기는 LA다저 스타디움에서 시작된다. <이송원·조정인 인턴기자> "고(go) 다저스!" 입구부터 요란했다. 파란색 혹은 하얀색의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마냥 들뜬 표정으로 경기장 입구로 향했다. 삼삼오오 외치는 "레츠고 다저스!"라는 함성에 덩달아 신이 났다. 지난 6일 저녁 LA다저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경기가 열린 다저 스타디움은 그렇게 시작 전부터 열기로 후끈했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음에도 같은 팀을 응원한다는 공통점으로 인해 일체감이 느껴졌다. 비로소 미국에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야구 경기는 미국인에겐 일상의 한 부분인 듯했다. 얇은 담요나 재킷 등 경기 관람에 필요한 준비물을 든 채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들이 자주 와 본 모습이었다. 드디어 입장 완료.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뭔가 허전했다. '치어리더가 없다니….' 파울볼을 막는 펜스도 없었다. 화려한 전광판에는 대기업의 광고 뿐 아니라 간간이 개인적인 생일 축하 메시지도 반짝이는 것이 이채로웠다. 한국의 야구장과 다른 점들을 살피며 3루쪽에 자리한 자리를 찾아 분주히 움직이다 보니 경기는 어느덧 2회 초. 관중들은 번갈아 공(비치볼)을 튀기거나 파도타기 응원을 펼치며 경기 뿐 아니라 분위기도 즐기고 있었다. 주변은 온통 먹거리 일색이었다. 참 맛있게 핫도그를 먹는 할아버지에게서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할머니에서부터 아장아장 걷는 꼬맹이까지 모든 사람들의 손에는 일명 '다저독(Dodger dog)'으로 불리는 핫도그와 나초가 들려 있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명절에 온 가족이 모여 떡국을 먹는 것을 보면 이런 기분일까?' 내 손에 쥐어진 핫도그 하나가 야구장 출입증이 된 마냥 어느새 그들 사이에 어우러졌다. 5회 경기가 진행되던 중 갑자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브레이브스가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3루 앞 관중석 한복판에서 한 남성이 일어나 브레이브스의 심볼인 'A'자가 새겨진 모자를 치켜 올렸다. 다저스를 응원하는 친구들과 함께 자리한 애틀랜타 팬이었다. 저러다 혹시 싸움이라도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겁이 났다. 상대팀 응원복을 입은 채 함께 자리한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일이기에 그 광경이 너무도 신기했다. 7회 초가 끝나자 갑자기 모두들 웅성대며 일어났다. 한 중년 여성 가수가 그라운드에 나와 하몬드 오르간 반주에 맞추어 '갓 블레스 아메리카(God bless America)'를 불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고레고레 소리를 지르면서 흐트러진 채로 경기를 보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경기장 한복판의 가수를 따라 노래하는 모습은 사뭇 진지했다. 이날 다저스는 2대4로 지던 상황에서 9회말 극적인 3점 홈런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안드레 이디어 (Andre Ethier)라는 선수가 친 공이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의 담장을 훌쩍 넘긴 것이다. 경기장 전체가 번쩍이는 조명과 함성으로 들썩거렸다. 쉽게 만날 수 없는 9회말 역전 경기에 4만 6399명의 관중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집으로 향하는 길. 출구에 쓰여진 '디스 이즈 마이 타운(This is my Town)'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이곳은 모든 사람의 동네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어와 스페인어 글귀 밑에 적힌 한국어 인사말도 눈에 띄었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LA. 이곳의 야구장에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친구를 느끼게 해주는 힘이 있었다. 또한 낯선 곳에서 고향을 느끼게 해 주는 그 무엇도 있었다. 다양함 속에 뭉쳐진 하나라는 소속감. 오늘 다저 스타디움에서 미국인들의 가장 미국적인 일상을 보았다. ■새내기를 위한 TIP ◇ 다저 스타다움은 다저 스타디움은 다운타운 인근(1000 Elysian Park Ave Los Angeles)에 위치해 있다. 1962년 개장 이후 1억2500만명의 팬들이 찾았으며 6층 규모의 스탠드에 5만6000석의 관람석과 1만6000대의 주차 공간을 구비하고 있다. 한 시즌 동안 이 경기장에서 게임을 지켜본 팬들의 숫자는 평균 280만명 가량. 2009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일본의 파이널 경기가 열린 곳이기도 해 한인들에게도 의미가 깊다. ◇ 티켓 구입 티켓은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미리 예매할 경우 가장 싼 좌석은 9달러 게임 당일날은 11달러다. 게임 스케줄 확인 및 티켓 구매는 다저스 홈페이지(ww.dogers.com)나 전화(323-224-1365)로 할 수 있다. 한편 가끔씩 타올이나 아이스 박스 등의 무료 선물을 선착순으로 나눠주는 이벤트도 있어 참고할 것. ◇ 먹거리 다저 경기장에서 다저독(Doger Dog)를 안 먹고 갔다면 후회할 일. 30cm가량의 핫도그 빵 사이에 10인치 짜리 프랑크프르트 소시지를 넣고 그 위에 다진 피클을 얹은 이 핫도그는 1962년 다저 스타디움에서 토마스 G 아더가 팔기 시작한 이후 다저 구장의 아이콘으로 당당히 자리잡았다. 다저독은 하나에 5달러로 여기에 맥주 등의 음료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이 밖에도 8달러 정도면 경기를 관람하면서 나초 피자 프레즐 등을 즐길 수 있다.
2009.08.09. 19:25
LA생활을 따라잡기에도 바빴던 인턴들이 요즘들어 조금씩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LA시내 지리에 익숙해졌고(1탄 시내버스 탐방기) 문화적 이질감(2탄 할리우드보울 콘서트)에 한인들이 없는 교양의 현장(3탄 LA 중앙도서관)도 경험한 탓이다. 한숨 돌리고 난 탓일까. 그들이 네번째 이야기로 도착 당시의 막막함을 꺼냈다. LA에 발을 디딘후 일주일여간 삶은 만만치 않았다. 집을 구하는 것부터 휴대폰 개통까지 매번 '크레딧'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난관에 봉착해야 했다. LA생활 선배들에겐 익숙한 추억이지만 그들에겐 전쟁이었다. LA생활 첫 난관 "두유 헤브 크레딧?" "덴(Den)이 뭐야?" "베츌러?싱글?원베드? 무슨 차이지?" 지난 5월 14일. 마침내 미국에 도착했다는 기쁨과 설레임은 채 하루를 넘지 않았다. '생활'의 걱정이 밀려들었다. 무엇보다 집 찾기가 급선무였다. 신문광고 렌트면을 뒤지기 시작했다. '저렴한 렌트비 회사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가까운 지역' 이 두 가지를 기준으로 마땅한 곳에 동그라미를 쳐나갔다. 후보지로 선정된 집을 보러 다니는 일은 예상치 못했던 난관이었다. 발음하기도 쉽지 않은 길 이곳 저곳에 떨어진 집들을 보겠다고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거리로 나섰을 때까지만 해도 차 없이 LA를 다니는 일이 이렇게 고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한낮의 땡볕을 고스란히 쐬면서 10블록은 족히 걸어다닌 끝에 적당한 가격에 마음에 드는 곳을 드디어 발견했다. 유틸리티 등 확인할 사항들을 꼼꼼히 물어본 후 이 곳에 터를 잡기로 결정봤다. 하지만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만 같던 보금자리 마련에 찬물을 끼얹는 존재가 있었다. 다름아닌 크레딧. 매니저의 "두 유 헤브 크레딧?"이란 물음에 우린 크레딧 카드(신용카드)를 말하는 건가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신용 점수' 미국생활 생명 전기·개스 없이 촛불생활 한국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내 이름 석자 걸고 이렇다 할 계약은 해 본적도 없는데다가 미국의 '신용도' 개념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터였다. 크레딧은 쉽게 말해 개인이 빌린 돈을 제 때에 잘 갚을 수 있는 신용도를 수치화한 것. 크레딧 스코어라고 하면 대개 피코(FICO)스코어를 말하는 것으로 신용도가 가장 낮은 경우 300점 가장 높은 경우는 850점에 이른다. 트랜스유니언과 같은 신용평가 기관에서 관리비 전기료 개스비 전화비 납부 크레딧 카드 발급 및 잔고 현황 등 개인의 금융활동을 바탕으로 점수를 매긴다. 하지만 LA에 온지 이틀 밖에 되지 않은 LA새내기들에게 크레딧이 있을리 만무했다. 만약 크레딧이 없는 경우 아파트나 차 구입 등의 계약시 보통의 디파짓에 추가로 내야한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일반 800달러의 디파짓 외에도 한 달 치 렌트비에 달하는 약 1400달러를 더 지불해야 했다. 왠지 모를 억울함에 타국에 보금자리가 생겼다는 감동이 반감됐다. 아파트에 입주한 후에도 '노(No) 크레딧 트라우마'는 당분간 계속됐다. 양 손 가득 이삿짐을 들고 텅 빈 집에 들어섰을 때엔 전기도 가스도 들어오지 않는 상태였다. 하루 빨리 유틸리티를 설치해야 했지만 또 크레딧이 없어 생돈을 떼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선뜻 내키지 않았다. 밤이 되면 촛불 켜고 카페트 바닥에서 자고 저녁은 점심때 싸온 음식으로 대충 해결하는 '아파트 속 캠핑 생활'은 며칠간 지속됐다. 휴대폰도 최저가 기종밖에 억울함에 '타국살이' 실감 휴대폰 개통시에도 크레딧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그리 많지 않았다. 통화가 가끔 잘 터지지 않는 것이 단점이지만 요금만 제때 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통신 회사를 찾아 나섰다. 매장 직원은 소셜번호와 크레딧이 없는 단기 체류자나 유학생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가장 싼 핸드폰으로 주세요." 한국에서와 같은 최신 기능과 세련된 디자인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인턴들 모두 최저가 기종에 같은 요금제로 통일했다. 어느덧 LA 한인타운 주민으로서 살아온지 10주가 지났다. 그동안 소셜넘버도 나왔고 렌트비도 2번이나 납부했다. 매달 가스비 인터넷비 등 각종 고지서도 착착 날라온다. 하지만 아직까지 '크레딧'은 없다. 크레딧 스코어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www.annualcreditreport.com)에 가 보았다. 검색 결과는 역시나 노 크레딧(No Record found). 하지만 이제 '크레딧'이란 말에 기가 죽지 않는다. LA에서 내 인생의 '크레딧' 하나는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LA새내기를 위한 생활 TIP 유틸리티 '특별 프로모션' 찾아 절약 ▷숙소 신문과 웹 광고를 활용한다. 집을 둘러보기에 앞서 시세를 파악하고 가는 것이 좋다. 주변 안전 보안 부대시설 유틸리티 주차장 렌탈비 등과 렌트 계약 기간 가격 지불 방법 등을 꼼꼼히 알아본다. 디파짓 외에도 크레딧이 없는 경우 추가로 돈을 내야하므로 여유 자금을 준비해놓는 것이 좋다. ▷휴대폰 소셜 시큐리티 넘버(SSN)와 크레딧이 없는 경우 가입비 없이 원하는 기간동안만 사용할 수 있는 플랜(요금제)을 사용하는 것이 편하다. 대표적인 것은 메트로 PCS와 세븐 일레븐에서 프리페이드 방식으로 결제하는 부스트모바일이 있다. 전파가 잘 터지지 않는 것이 단점이나 대체로 한달에 40~50달러를 선불로 내면 통화와 문자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 가족지인들끼리 단체로 같은 회사를 이용할 경우 할인받을 수 있는 플랜이 있는지 문의해 볼 것. ▷유틸리티 아파트의 경우 전기 가스 물 등 유틸리티 처리 여부가 개인 또는 공동사용으로 상이하다. 개별적으로 서비스를 신청해야 하는 경우 아파트 매니저에게 관련 회사 연락처를 문의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물과 전기는 LA 수도전력국(DWP)에서 관리하며 가스와 인터넷은 개인 회사가 담당한다. 전화나 웹싸이트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대개 한국어 서비스 또는 통역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특별 프로모션이 있는지도 꼭 확인해 볼 것.
2009.08.02. 21:02
‘한 도시의 지적 수준은 도서관에 가 보면 알 수 있다.’
어디선가 들었던 이 말 한마디가 무턱대고 그곳에 대해 궁금하게 했다. 다운타운에 있는 LA시 중앙도서관이 이번 ‘탐험지’다.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어떤 곳일까. 한글 서적은 있을까. 어떤 책들 일까.’ 여러 생각이 계속 꼬리를 물었다.
한산한 평일 오후 높은 빌딩 숲 사이로 한낮의 땡볕이 흘렀다. 수많은 은행들 사이를 헤치다 보니 파리의 한 거리를 연상시키는 도서관 건물이 등장했다. 도서관 한켠 그늘에는 비둘기와 어우러져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본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다 문득 저쪽 너머에 앉아 책을 보며 도시락을 먹고 있던 사람이 눈에 띄었다. 같은 한국인끼리는 외국인들 속에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고 했던가. 말을 걸어보니 역시나 어학 연수를 위해 미국에 머물고 있는 한인이다.
박성희(30)씨는 1년 여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어학 연수를 하고 2달 정도 LA에 머물고 있는 차였다. 무료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에 도서관에 종종 와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한다고 했다.
“한인 타운 내에도 도서관이 있지만, 중앙 도서관이 가장 시설도 좋고 넓어서 자주 왔어요. 아무나 들어갈 수 있어서 간혹 시원한 건물 내에서 잠을 청하는 홈리스들도 있고(웃음), 가족끼리도 많이 들리는 것 같고… 신기한 것 같아요.”
사람들을 따라 입구로 들어가보니 여느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안내 데스크와 여러 시설들이 있었다. 정면에 보이는 검색용 컴퓨터와 회원 카드 신청 데스크 등은 한국의 도서관에서도 볼 수 있는 익숙한 광경들이다.
우선 도서관 카드 만들기에 착수했다. 카드 발급은 무료지만 ID와 가주내 거주지 확인이 필요하다. 간단한 신청서 작성을 통해 즉석에서 도서관 카드를 받아 들고 나니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샘솟았다.
두팔 걷고 한국 서적 검색을 시도했다. 한글 시스템을 바란 것은 무리한 요구였다. 스페인어와 일본어로는 불편하게나마 웹사이트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었지만 한국 서적 검색은 영문 웹사이트에서 한글을 영어 발음으로 입력해야 했다.
가장 일반적인 ‘Kim’ 검색을 통해 눈에 띄인 책은 김훈의 ‘남한산성(Kim Hoon-Namhan Sansong)’이다. 남한산성은 청나라의 침략으로 치욕의 시기를 겪었던 조선 인조시대를 배경으로 한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다. 낯선 곳에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다.
남한산성을 찾아갔다. 책이 진열된 곳은 한국어 서적을 모아놓은 ‘K서고’(빌딩 1층 국제어 서고).
책은 있었다. 하지만 기대가 큰 탓이었을까. 실망이다. 책이 꽂힌 곳은 한눈에도 오랫동안 사람들의 손길이 뜸한 듯 먼지가 쌓여 있었다. 다른 책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서를 찾았다. 한인이다. 도서관내 진열된 한글 서적은 선반 4개에 걸쳐 1만5000여권에 달한다고 했다. 의기소침했던 기분이 다소 좋아졌다. LA 한복판에서 만권이 넘는 책을 만나서다. 장황한 사서의 도서관 설명을 뒤로 하고 한국어 서적과 이용 수준에 관해 물었다.
“한국어 서적 업데이트나 지원이 중국어보다 못해요. 한인들의 이용이 많지 않은 탓이죠.”
돈 한푼 안들이고 양껏 책을 볼 수 있는데 열람하는 한인이 별로 없다니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LA에서 한글 서적을 구입하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고 들었던 터다.
나오는 길에 들른 도서관 기념품 샵에서도 일어와 중국어 번역 시집은 있었지만 한국 관련 기념품은 전무했다. 가장 미국적인 곳에서 한국을 발견했건만 한국은 잠자고 있었다.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나라도…’라는 생각에 한국 서적을 빌리다가 잠시 생각했다.
■ LA중앙도서관은…
▷개요
다운타운에 위치한 LA시립 도서관 중 하나로 1926년 설립됐다. 53만8000스퀘어 규모 8층 건물에는 예술 문학 과학 사회과학 철학 역사 종교 국제도서 분야의 약 6백만권의 장서가 보관돼 있다. 중앙도서관에 있는 책 선반을 일렬로 세우면 90마일에 이른다. 랭귀지 러닝 센터 컴퓨터 센터 등의 시설에서는 성인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 등이 무료로 열린다.
도서관 1층에 위치한 국제어 부문에는 스페인어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 러시아 어등 28개의 외국어 서적과 어학 자료가 있다. 개관시간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오전 10시~오후 8시 금.토요일은 오전 10시~오후 6시 일요일은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다.
▷위치&대중교통으로 가는법
그랜드 애비뉴와 5가 사이 다운타운의 US뱅크 타워 맞은 편에 자리잡고 있다. 메트로 지하철을 타고 갈수도 있다. '7th Street/Metro Center'역에서 내려 플라워 스트리트 방면 출구로 나가 2블럭 정도를 걸어 내려간다. 도보로는 약 7분 소요.
2009.07.26. 21:25
LA를 벗어나기로 뜻을 모았다. 장시간의 토론을 펼친 끝에 여행지로 결정된 곳은 샌프란시스코. 하지만 승용차가 없어 직접 운전해 갈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여행사 패키지와 대중교통을 이용한 자유여행 두가지 중 하나. 4명이 2명씩 두 팀으로 나눠 각각 여행사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체험하게 된 것. 여행에서 돌아와 얘기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여행 경비 차이와 장단점이 나왔다. 여행사 상품은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 정형화된 코스인 만큼 일단 믿고 맡기면 투자 비용 내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다양한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반면 버스 자유여행은 체력과 도전 정신이 뒷받침될 경우 초저가에 개인 취향에 따라 내키는 대로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이드가 알아서 척척…관광여유 없어 아쉬워
◇여행사 패키지: 편안한 2박3일
한 여행사를 통해 2박3일 샌프란시스코와 나파밸리를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패키지 여행상품의 가장 큰 장점은 교통편이나 호텔 예약, 식당이나 관광 명소 정보 파악 등 별 다른 준비없이 편하게 여행할 수 있다는 것.
첫날은 이동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앰트랙과 안락한 고급 관광버스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어 특별히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본격적인 관광에 나선 둘째날에는 나파밸리 와이너리 투어와 옵션인 유람선 관광, 피셔맨스 워프, 시청 앞과 금문교 등에 갔다. 잘 짜여진 일정으로 주요 관광지를 모두 살펴본 것. 마지막날에는 아침에 트롤리를 타고 차이나타운과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마음껏 즐긴 후 일정을 끝마쳤다.
여행사 패키지 상품은 버스를 타면 알아서 목적지로 데려다주니 미리 코스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 편하다.
또 낯선 곳에서 헤매다 시간 낭비 하기 쉬운데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할 수 있어 짧은 주말 동안 여행하기 좋았다. 경험 많은 가이드가 꼭 가봐야 하는 곳에 내려줘 핵심만 볼 수 있고 이동하는 동안에도 가이드가 이것저것 친절하게 설명해줘 지루하지가 않았다. 또한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곳들까지 의미를 두고 볼 수 있어 더욱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여행사 패키지를 이용하면 새벽부터 일어나 힘들게 돌아 다닐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지만, 호텔의 뷔페식 아침식사 후 오전 8시30분 정도에 일정이 시작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여유도 있었다. 일정이 빡빡하다 보니 한 관광지당 ‘증거사진’ 촬영 시간용으로 10~2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 할당돼 충분히 정취를 즐기지 못했다는 것이 유일한 아쉬움.
총 비용은 패키지가 279달러에 옵션 3가지 45달러, 가이드 및 기사 팁 하루 10달러씩 3일 30달러로 1인당 354달러.
오가는 길 버스서 자고…이동계획 미리 챙겨야
◇버스 자유여행: 파란만장 1박3일
밤동안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이동해 호텔에서 하루를 머무는 ‘초저가 표방’ 1박3일 일정이다.
애초부터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락함을 포기하고 야간 시간에 이동해 숙박비를 대폭 줄이는 대신 목적지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20대 초반 젊은 시절에만 가능한 여행이란 생각에 고생도 기꺼이 감수하겠단 생각으로 선택한 방법이었다.
왕복 그레이하운드 탑승권은 할인을 받아 34달러에 구매했다. 보통은 100달러 내외. 일주일 전쯤 예약했고, 시설이 덜 좋다는 로컬버스를 이용했기 때문에 할인폭이 클 수 있었다.
하지만 버스가 본래 시간보다 40분 넘게 연착을 하는 바람에 기다려야 했다.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니 그레이하운드 연착은 자주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레이하운드 탑승객은 흑인과 라틴계가 대부분이었고 연휴를 맞아 가족단위 승객이 많았다. 늦은 밤 버스라서 그런지 출발하자 마자 탑승객 거의 모두가 조용히 자는 분위기다. 버스 내부는 한국의 고속버스와 거의 흡사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선 3일간 버스와 케이블카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프리패스를 구매해 이동했다. 피어39에서 저렴한 가격의 유람선을 타고 피셔맨스워프, 유니언스퀘어 주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자유여행의 가장 좋은 점은 일정에 얽매이지 않고 여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가보고 싶었던 곳에서 시간 제한없이 자유롭게 머무를 수 있고 즉흥적으로 장소를 변경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한결 편했다.
개인 사정에 따라 비용 지출 수준을 조절할 수 있고, 그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현지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하지만 미리 여행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에는 무척 힘들 수 있다. 교통편, 호텔 예약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여행지에 도착해 이동할 계획까지 어느 정도 세워놔야 당황하지 않는다.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낯선 곳에서 헤매다 보면 시간이 부족해 정작 관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거리가 먼 곳은 이동이 불편해 시내 주변에서만 돌아다녔다. 멀리까지 가려면 더욱 철저히 계획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용은 그레이하운드 34달러, 호텔 39달러(2인에 78달러), 식사 및 간식 62달러, 프리패스 18달러, 유람선 15달러로 총 168달러.
김혜원 인턴기자
2009.07.24. 21:02
단돈 5달러의 버스 승차비로 마음껏 LA 거리풍경을 즐겼다는 이들이 이번엔 LA 공연문화의 상징인 할리우드 보울을 찾았다. 입구에서부터 상상도 못했던 '문화 충격'에 휩싸였다고 한다. 과거의 내 모습일수도 또 앞으로의 내 경험일지로 모를 LA 새내기들의 두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드디어 오늘 할리우드 보울에서 LA 필하모닉 연주를 듣는 거야?" "드레스하고 구두도 없는데 괜찮을까?" "공연이 저녁 8시 반이라는데 그 전에 밥은 먹고 가야겠지?" 지난 11일 저녁 할리우드 보올 방문을 앞두고 들뜬 마음에 고민이 꼬리를 물었다. 나중에야 알았다. 다 'LA 초짜'들의 촌스런 걱정이었다. 부푼 가슴을 끌어안고 공연 시작을 1시간 반 정도 앞둔 7시쯤 공연장 앞에 도착했다. '어라 이게 아닌데?' 'LA생활대학' 신입생들로서 이해못할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반바지에 샌들 차림을 한 사람들의 행렬은 이곳이 공연장인지 의심이 들만큼 생경했다. 나비 넥타이에 정장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게 뭔가 싶다. 저마다 손에 들려있는 피크닉 바구니와 와인은 차라리 소풍 나왔다고 하는 것이 더 그럴듯 한 풍경이다. '정숙해야 할 공연장에 먹으러 왔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커다란 아이스 박스를 들고 온 사람도 눈에 띄었다. LA필처럼 명성 있는 오케스트라의 공연에 갈 때는 모름지기 우아한 레스토랑에도 들려 '스테이크'라도 하나 썰어야 한다는 지극히 한국적인 사고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관객들의 차림은 공연장 내부에 비하면 충격의 서막에 불과했다. "미국은 역시 맥도널드 콜라만 큰 게 아니야!" 야외 원형 극장 그것도 1만 7000여석이나 될 정도로 큰 규모의 극장에 처음 가 보는 우리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날 공연은 유명한 영화음악 작곡가 헨리 멘시니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무대. 비록 기자들과 무대 사이의 거리는 멀었지만 심적인 거리는 한층 가깝게 느껴졌다. '핑크팬더' '문 리버'등 귀에 익은 곡들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지휘자가 직접 지휘대를 오르내리며 연주곡을 설명했기에 더욱 그러했다. 한국의 KBS '열린 음악회'에서처럼 낭랑하고 차분한 목소리의 여자 아나운서의 설명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로서는 마치 관객에게 말을 거는 듯 지휘자 빌 콘티의 친근한 말투 자체가 '사건'이었다. 하지만 가장 우리를 매료시킨 것은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할리우드 보올의 편안한 '분위기'였다. 공연장과 음악이 빚어내는 화음이 가슴을 적시면서 그제서야 샌들 차림의 관객들이 이해가기 시작했다. 가족 친구 연인끼리 잔디밭이나 근처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와 음식을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보일 수 없었다. 모두들 와인을 손에 들고 음악을 안주 삼아 한 여름 밤의 낭만을 제대로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떠들거나 공연 규칙을 어기는 관객은 찾을 수 가 없었다. 한순간 기자들의 빈 손이 허전하고 민망해졌다. 어색한 건 우리였다. 잠시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 봤다. 머리 위엔 북두칠성이 빛나고 있었다. 뒷산에선 선선한 여름 밤바람도 불어왔다.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이 조용히 어깨를 기댄 채 어둠 속 반짝이는 서로의 눈을 마주치는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올랐다. 두 달 동안 낯선 땅에서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느라 어깨에 힘이 들어간 모양이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 젖자 웅크려졌던 마음이 조금 말랑말랑해졌다. 이 곳에 있는 동안 이곳도 가고 저곳도 가봐야 한다며 조급해 하기도 했다. 마음의 문을 꽁꽁 닫은 채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걸까? 한국인의 무의식 속에는 연주회에 왔으면 마땅히 음악에 집중해야 하고 여행지에 가면 무리해서라도 관광 명소는 꼭 다 돌아봐야 하는 일종의 '사명감'이 있는 것 같다. 딱히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없이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할리우드 보울에서는 와인을 또 야구장에서는 핫도그와 맥주를 먹으며 순간을 즐기는 그들의 모습이 부러웠다. 할리우드 보올은 굳이 보고 싶은 공연 때문만이 아니라 별빛 바람 음식이 어우러진 운치를 맛보기 위해 다시 찾아가고 싶어졌다. "다음에 다시 올 때는 꼭 와인하고 음식 담요도 챙겨오자!" "어깨를 기댈 수 있는 좋은 사람도 같이!"
■할리우드보울 가려면
▷티켓 구입
티켓 가격은 공연과 좌석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보통 10~152달러 선이다. 10달러 좌석은 무대에서는 가장 멀지만 잘 설치된 스크린과 음향시스템 덕택에 공연 감상에 별 무리가 없다.
오히려 무대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멋도 있다. 한편 할리우드 보울에서 특별 기획한 경우 1달러 또는 무료 공연도 있으니 놓치지 말 것. www.hollywoodbowl.com
▷메트로버스 타고 가기
메트로 레드라인을 이용하면 트래픽과 주차 걱정 없이 할리우드 보올에 갈 수 있다. 메트로 레드라인을 타고 할리우드/하이랜드(Hollywood/Highland)역에서 하차해 흰색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할리우드 불러바드와 오렌지 드라이브에서 프랭클린 애비뉴 쪽으로 걸어 올라가면 D 셔틀 버스 정류장을 발견할 수 있다. 버스는 매 15분마다 운행하며 메트로 레드 라인 티켓을 보여주면 콘서트 당일에 한해 왕복 모두 무료다. www.metro.net
2009.07.19. 19:44
미국에 첫 발을 디딘 날 그 막막했던 느낌은 기억하는지. LA 생활 6주차에 접어드는 본지 인턴기자들의 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창 '사는데' 적응하고 있는 그들의 정착기를 연재해 다른 LA 새내기들에게는 지름길을 알려주고 이미 정착한 한인들에게는 '초심'을 회복하는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 1탄으로 여름 휴가철을 맞아 자가용 없는 '뚜벅이' 인턴기자들의 버스 승차 체험기를 소개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중교통망을 자랑하는 서울에서 온 이들이 버스 한번 타고도 얼마든지 즐거운 LA 여행을 할 수 있다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무덥고 화창했던 지난 1일 한인타운 내 윌셔와 버몬트 버스 정류장. 기다리는 사람들이 만드는 풍경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청량음료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10대들 어린 딸의 손을 붙잡고 나온 엄마 한껏 멋을 부린 젊은 커플 할머니 할아버지도 눈에 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빨간 메트로 래피드 720번 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 하루 인턴 기자들의 LA 일일 탐방에 발이 되어 줄 고마운 버스다. 720번 메트로 버스는 윌셔 불러바드를 관통하는 주요 노선 중 하나다. LA다운타운에서 출발해 한인타운 베벌리힐스 웨스트우드를 거쳐 샌타모니카까지 운행하는 이 신통방통한 버스만 타도 LA명소 몇 군데는 가뿐히 다녀올 수 있다. 오늘의 일정은 720번 노선을 따라 LA 카운티 미술관 그로브몰 로데오 드라이브 샌타모니카 해변까지 둘러 보는 것. 모든 여행의 교통비로는 5달러짜리 데이 패스(Day Pass) 한 장이면 족하다. 쉽게 말해 '메트로 대중교통 일일 자유 이용권'인 셈이다. 이 패스는 구입당일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MTA(Metro Transportation Authority)가 운영하는 버스와 지하철을 추가 비용 없이 탈 수 있다. 버스 1회 승차비가 1달러25센트 임을 감안하면 하루 동안 여러 곳을 다닐 사람에게는 경제적인 선택이다. 패스는 메트로 지하철역 자동 판매기에서 살 수 있었다. 버스 운전기사에게 패스를 보여주고 버스에 올랐다. 평일 오후 시간임에도 버스 안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어린 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백인 흑인 라틴계 아시아계 할 것 없이 다양한 연령과 인종의 승객들이 가득했다. 버스가 달리기 시작했다. LA 새내기의 마음도 기대로 한껏 부풀어 올랐다.
2009.07.12. 2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