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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은 누구인가” 시대 꿰뚫은 명작 ‘자이언트’

영화의 배경지인 텍사스만큼이나 감동이 거대하다. 제임스 딘이 연기한 제트 링크의 야망 또한 거대하다. 대자연의 거대함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영화의 주인공은 대자연도, 190cm의 거구 빅 베네딕트도, 그렇다고 노동자 출신으로 엄청난 부를 이룬 제트 링크도 아니다. 인류 사회의 발전상이 만들어내 변화의 거대함이 자이언트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제임스 딘 사망 이듬해인 1956년에 개봉한 ‘자이언트’(Giant)는 텍사스주의 광활한 대지를 배경으로 당시 미국의 사회 계층 구조, 인종 차별, 젠더 문제를 통해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그린 드라마다.     영화에는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제임스 딘이 이 영화를 찍고 일주일 후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면서 더 화제가 된 영화다.     특히 멕시코계 노동자들이 겪어야 했던 열악한 환경을 조명하며 인종 차별 문제를 강하게 부각했고, 여주인공 레슬리를 통해 가부장제의 모순을 맹렬히 비난했다.     또한, 영화 속 인물들의 갈등과 성장 과정을 통해 부와 권력의 의미, 그리고 미국 사회의 변화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단순한 가족 드라마를 넘어 사회적 논의를 촉진하는 영화로 평가받았다.       광대한 목장을 소유한 텍사스 대지주 빅 베네딕트(록 허드슨), 종마를 구입하기 위해 버지니아주의 린튼가를 방문한다. 그곳에서 귀족 가문의 레슬리 린튼(엘리자베스 테일러)을 만나 첫눈에 반한다.     지적이고 품위 있는 레슬리는 자신과 출신 배경이 전혀 다른 빅의 강한 존재감과 삶에 대한 열정에 흥미를 느낀다. 새로운 환경과 도전을 보이는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배우려는 태도가 그들의 사랑을 깊게 만든다. 두 사람은 곧바로 결혼식을 올린다.     레슬리는 텍사스의 새로운 삶에 적응하며, 이곳의 전형적인 가부장적 사회 구조와 멕시코계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과 인종 차별을 목격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그녀는 남편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자녀들에게 동부의 세련된 가치관을 교육한다.     빅의 조수였던 제트 링크(제임스 딘)는 빅의 누나 루즈가 사망하면서 땅을 상속받는다. 제트는 루즈와 묘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제트에게 지배적 태도로 보이면서도 그의 거친 행동에 매력을 느끼던 루즈, 그녀가 물려준 땅에서 석유가 발견되면서 제트는 하룻밤 사이에 엄청난 부자가 된다.     이념 차이, 자녀 교육 문제로 빅과 레슬리의 부부싸움이 잦아진다. 레슬리를 연모하던 제트는 점점 더 베네틱트가의 삶에 개입하면서 레슬리에 대한 애정이 솟구치는 것을 느끼고 괴로워한다. 고모 루즈에 이어 빅과 레슬리의 철없는 딸 주디 또한 제트에게 관심을 보인다.     제트는 자신의 이름을 딴 호텔에서 파티를 연다. 빅의 며느리가 멕시코 여자라는 이유로 호텔 미용실 출입을 거부당한다. 정작 파티의 주인공인 제트는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고 하객들에게 연설조차 하지 못한다.     제트를 좋아하던 주디는 그가 혼자 내뱉는 말로 레슬리를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돌아선다. 주디는 배우의 꿈을 안고 할리우드로 떠나버린다.     다음 날 베네딕트 가족은 레스토랑에 간다. 식당 주인이 빅의 며느리에게 인종차별적 모욕을 준다. 빅이 나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다 주먹 싸움을 벌이고 구타당한다.     영화의 종결부. 평생 부와 권력을 누리던 빅 베네덱트가 세상에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고 푸념한다. 아내 레슬리는, 레스토랑에서 있었던 일을 상기시키며 남편의 모습이 오히려 영웅 같았다고 남편을 칭찬한다. 나이 90이 되어도 모를 것이 여자의 마음이라고 말하는 빅, 그들의 모습에 그들이 함께한 긴 세월의 인생 여정이 담겨 있다. 두 사람은 백인과 히스패닉계 혼혈의 두 손자를 바라본다.   영화의 상영시간이 당시로써는 획기적인 3시간 15분에 달한다.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디테일한 손길이 영화의 모든 프레임에 담겨 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빛나는 연기, 록 허드슨의 중후함은 영화의 성공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자이언트’가 영화사에서 기념비적이고 위대한 걸작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제임스 딘의 영화였기 때문이다.       제임스 딘이 연기하는 제트는 영화 초반 책임감도 부족하고 때로는 저속하기까지 한 한심한 사나이였다. 그러나 제트는 텍사스 땅에서 뿜어나오는 석유처럼 역동성을 발산한다. 그의 야성에 베네딕트가의 두 여자가 매력을 느낀다. 영화에서의 제트의 캐릭터는 버나드 버퍼의 1952년 원작 소설과는 아주 다르다.       ‘자이언트’는 드물게 영화가 원작보다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제임스 딘만을 위한 캐릭터 제트 링크 때문이다. 프레드 기올과 이반 모팻은 제임스 딘이 연기한 독특한 캐릭터 제트를 탄생시킨 장본인들이다. 딘은 그 특유의 거칠고 막돼먹은 ‘나쁜 남자’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야망과 외로움이 뒤섞인 복잡 미묘한 연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2년 연속 노미네이트 됐지만 수상을 하지는 못했다. 제트가 술 취한 상태에서 외치는 대사는 제임스 딘 연기의 정점으로 기억된다.       서부극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사회적 메시지를 강하게 담아낸 대서사시 ‘자이언트’는 영화사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베네딕트 가문의 세대 갈등은 전통과 진보 사이의 대립을 의미한다.     텍사스의 보수적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 빅 베네딕트는 결국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인다. 그의 가족 구성원 4명은 각기 세대 간 갈등, 보수와 진보의 가치 사이에서 지속해서 충돌한다. 빅은 궁극적으로 아내 레슬리의 영향을 받아 이념의 가치보다 가족과 사회적 정의를 위해 싸우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는 또한 인종 간의 갈등, 부와 지위에 대해서도 적극 비판적 목소리를 낸다. 지주와 소작인 사이에서 멕시코계 노동자들이 경험하는 백인 중심 보수 사회의 인종 차별이 매우 사실적으로 빈번하게 그려진다.       영화 종결부에 이르면 그 어떤 인물도 ‘자이언트’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모두가 거대한 변화 앞에 나약한 존재들일 뿐이다. 특히 제트 링크의 신분 상승은 얼핏 승리인 듯 보이지만 결국 그가 이룬 부와 권력은 억제되지 않은 야망의 공허함과 고독으로 귀결된다.       레슬리 베네딕트는 그 변화에 적극적으로 순응한다. 가부장제 텍사스의 보수성과 인종차별에 자극받아 여성의 역할 변화에 선도자로 나선다. 자녀들에게는 새 시대의 새로운 가치를 교육한다. 아들 조던 베네딕트(데니스 호퍼)는 아버지의 기대와는 달리 목장 운영이 아닌 의사의 길을 선택하며,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대표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자이언트’는 1957년 제29회 아카데미 시상식 10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고 조지 스티븐스가 감독상을 받았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자이언트 거인 여주인공 레슬리 제트 링크 멕시코계 노동자들

2025-06-04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나비처럼 살기로 한다. 가볍게 살기로 했다. 아무도 나를 이제 귀여운 곰인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복스럽고 오동통한 곰탱이로 살던 시간은 흘러갔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이웃들은 한국 이름 발음하기 힘들었는지 ‘Sweet Little thing(달콤한 작은 것)’이란 애칭으로 날 불렀다. 나는 그 당시 한국 여자로는 키가 큰 편이다. 콩나물 시루처럼 60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은 교실에서 늘 마지막 줄에 앉았다. 말을 잘 못 알아들으면 고분고분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눈이 한 개뿐인 사람들이 사는 나라에 가면 눈 두 개 있는 사람이 비정상이다. 눈 하나뿐인 사람들의 숫자가 불어나면 원주민(?)들의 차별을 받는다. 다행히 정착지가 중서부 소도시라서 동양인은 희귀동물(?)인 양 호기심의 대상이 됐다.   ‘걸리버 여행기’는 1726년 영국계 아일랜드인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가 쓴 기행문 형식의 소설이다. 주인공인 의사 걸리버가 선의(船醫)로 취직해 세계를 돌아다니며 겪은 여행담이다.     줄거리는 4편으로 구성돼 있는데 제 1편 릴리퍼드(Lilliput)에서 걸리버가 탄 배가 암초에 부딪혀 침몰하는 바람에 걸리버는 키가 6인치도 채 안 되는 소인들에게 포로로 잡힌다. 소인들은 국가의 제도나 별 거 아닌 이유로 다투는데, 계란을 뾰족한 쪽부터 깨느냐 덜 뾰족한 곳부터 깨느냐의 논쟁으로 전쟁을 벌이기도 하고, 높은 굽 신발을 신는 높은 굽파와 낮은 굽 신발을 신는 낮은 굽파가 대립하기도 한다. 걸리버는 우리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국가나 사회제도라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돌아가는가를 풍자한다.     제2편 브로브딩내그(Brobdignag)에서는 폭풍을 만나 거인 농부에게 붙잡히는데 농부는 걸리버를 끌고 다니며 식탁 위에서 쇼를 하게 해 돈을 번다. 거인국에서 소인으로 살면서 거대하게 확대된 인간들을 관찰하는데 개개의 인간들이 얼마나 어리석고 추악한 존재인가를 적나라하게 그린다. 거인이 사는 육지에서는 모든 것이 거인의 크기에 맞춰져 있다. 소인은 덩치 큰 고래를 움직일 수 없지만 거인들에겐 어깨에 짊어질 수 있는 크기에 불과하다.   걸리버 여행기의 주요 요점은 걸리버는 어느 사회에 가더라도 그 곳에 적응하기 위해 혼신을 다하고 그 댓가로 결국 신분 상승를 이루어낸다는 점이다.     간만에 한국 가게에 장보러 갔다. 한동안 한인들을 만나지 못했다. 아는 분 같아서 세 분께 묵례를 드렸는데 묵묵부답이다. 계산대 앞에서 “혹시 누구 누구 아니세요?”라고 묻는다. 모습이 너무 바뀌어서 몰라봤다는 것. 40년 쪽진 머리를 과감하게 자르고 애교머리로 이마 주름을 살짝 감췄다. 건강식과 소식, 간헐적 단식으로 살을 왕창 뺐다고 고백한다. “예뻐졌다. 젊어 보인다. 진작 헤어스타일 바꾸지”라고 야단들이다. 그럼, 생머리 묶었을 때 고전적이라던 칭찬은 빈말이였나? 간만에 듣는 칭찬에 고래 심줄 끊고 차가운 물속에서 빠져 나온다. 칭찬 몇 마디에 견딜 수 없는 이 가벼움! 보답으로 김밥 세 줄 사드렸다.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중력)… 날개야. 다시 돋아라, -‘이상의 날개’ 중에서.   산다는 것이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처럼 슬퍼도 가벼우면 하늘 높이날 수 있다. 작은 칭찬에도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다시 날아오른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걸리버 여행기 의사 걸리버 거인 농부

20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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