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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타운 맛따라기] 단무지 한 조각의 간절함

1970년대 후반, 낯선 땅 LA에 첫발을 디뎠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국식 짜장면을 주문했지만, 눈앞에 놓인 것은 단무지 한 조각 없이 덩그러니 놓인 생양파와 춘장뿐이었다. 그나마 위안이 된 것은 낯선 ‘양배추 김치’가 곁들여 나왔다는 점이었다. 당시만 해도 단무지를 한인 마켓에서 꽤 비싼 값을 치르고 따로 사야 했던 시절이었다.     1970~80년대 LA에서 제대로 된 한국식 짜장면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1978년, 현재 올림픽 길의 TGI 바비큐 자리에 ‘기린원’이라는 중식당이 터를 잡았다. 이 업소의 주인은 훗날 ‘용궁’으로 명성을 떨쳤던 사장이었다.     웨스턴 애비뉴의 ‘왕관반점’, 8가의 ‘왕궁’ 등은 그보다 한참 뒤에 등장했다. 또 간짜장과 탕수육 등 튀김 요리명성이 자자했던 ‘연경’, 한때 한인 사회 돌잔치 시장을 석권했던 ‘신북경’, 현 이태리안경 렌즈랩 부지의 ‘경화반점’, 버몬트 애비뉴에 대형 연회장을 갖췄던 ‘용궁’, 그리고 올림픽 길 뒷골목 재개발로 건물조차 사라진 ‘만리장성’ 등 언급된 대부분의 업소는 기린원 이후 시대를 열었다.   기린원과 비슷한 시절 한인 중식당의 또 다른 강자로 부상한 곳은 ‘진흥각’이다. 매콤하면서도 깊은 국물의 짬뽕은 순식간에 입소문을 탔고, LA에서도 한국식 중식당 앞에 긴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당시만 해도 식당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문화가 생소했던 시절이다. 그래서 매번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푸념하면서도, 며칠을 견디지 못하고 그 얼큰한 짬뽕 국물에 대한 강렬한 이끌림에 다시금 발걸음을 향했다. 그곳의 짬뽕 한 그릇은 기다림의 불만을 한순간에 잊게 하는 마법과도 같은 힘을 지녔다. 진흥각을 일군 형제들은 이후 8가, 코리아타운 플라자, 갤러리아 마켓, 다운타운, 밸리, 글렌데일 등지에 잇따라 지점을 확장하며 LA 한인타운 중식의 역사를 새로 썼다.   한편, ‘저가 짜장면’을 앞세워 한인타운 중식 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업소도 등장했다. ‘소용궁’의 출현은 타운 중식당 업계에 일대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에 맞서 진흥각 역시 새우 크기를 줄이고 오징어와 홍합을 잘게 썰어 넣는 등 원가 절감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이는 타운 중식 업계 경쟁 구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진흥각의 전성기가 서서히 저물 무렵, 한인타운에는 추억 속의 ‘옛날식 짬뽕’이 다시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커다란 새우 두 마리, 꽃게 반 마리, 그리고 푸짐한 홍합, 조개, 오징어가 듬뿍 들어간 넉넉한 인심의 짬뽕이었다. ‘주막’, ‘원산면옥’, ‘황태자’를 운영하던 형제들 중 막내 사장이 6가 ‘알베네’ 자리에서 ‘옛날 짬뽕’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다. 현재 그 자리에는 ‘양지감자탕’이 성업 중이다.   그 뒤를 이은 후발주자들로는 한국 프랜차이즈인 ‘홍콩반점’과 ‘짬뽕지존’이 돋보인다. 윌셔길에 있는 짬뽕지존은 무봉리 순대 사장 등 몇몇 투자자들이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프랜차이즈의 상륙은 로컬 식당 위주였던 한인타운 중식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밖에도 배달 서비스로 강세를 보이는 ‘짜몽’은 혼밥족에게도 부담 없는 물짜장 스타일의 짜장면과 콩나물이 푸짐한 짬뽕이 특징이다. 혼밥족에게 인기 있는 또 다른 짬뽕 전문점은 ‘뽕’이다. 최근 사발 크기가 커지고 해산물 양도 늘어나면서 만족도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식 업계 가장 최근 소식은 로텍스 호텔에 있던 고급 중식당 ‘홍연’이 버몬트길의 옛 ‘용궁’ 자리로 대규모 확장 이전한 것이다. 200석 규모의 연회장과 20여 개의 룸을 포함, 총 500석 규모를 자랑하는 ‘홍연’은 멘보샤, 동파육 등 수준 높은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이렇듯 LA 한인타운의 중식 역사는 세대의 변화와 고객 요구에 맞춰 끊임없이 변모하고 발전해 왔다.   단무지로 시작한 이야기가 길어졌다. 돌이켜보면, 그때 단무지 한 조각의 부재는 단순히 음식이 아닌, 타향살이의 서글픔과 고국 음식에 대한 간절함을 상징했다. 그래서 중식당은 한인 이민자들의 중요한 모임 장소이자 소통 공간으로 이어져왔다.   이민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중식당들이 앞으로도 새로운 추억의 맛으로 한인들을 즐겁게 해주길 기대한다. 라이언 오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단무지 조각 한국식 중식당 한인타운 중식 타운 중식당

2025-05-04

[살며 생각하며] 소시지, 오이지. 단무지

A형, B형, O형, AB형 넷이서 밥을 먹고 있다. AB형이 갑자기 식당을 뛰쳐나간다. O형이 곧바로 따라 나간다. A형, 나 때문인가 하며 울기 시작한다. B형, 상관없이 계속 밥을 먹는다. 물론 진지하게 들을 필요 없는, 혈액형에 대한 우스갯소리다.     나온 김에 우스갯소리 하나 더. A형은 소시지, 소심하고 세밀하고 지X맞고(‘X’자는 상상에 맡김),  B형은 오이지, 오만하고 이기적이고 지X맞고, O형은 단무지, 단순하고 무식하고 지X맞고, 그리고 AB형은 지지지, 지X맞고, 지X맞고, 지X맞고라니, 물론 모든 혈액형의 문제점만 열거한 실없는 농담이니 마음에 둘 필요는 없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AB형들은 좀 억울할 거 같다. 지지지라니. 실제 AB형들은, 사실 호기심 많고 창의적이며, 관찰력도 뛰어나고 사교적인 사람이 많다고 한다. 소견이 뚜렷하여 자신 있는 분야는 정말 확실하게 잘 해내는 성격이라고 한다. 게다가 자기에게 의지하는 사람을 절대 버리지 못하고 끝까지 가는 의리파라고 하니, 진짜 좋은 혈액형인데 말이다.     소시지 A형도, 사실 싸우는 걸 싫어하고, 주위와의 조화와 화합을 중시하는 아주 좋은 사람들이라는 분석이 있다. 뭐든지 항상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배려심이 있는 타입이라고 한다. 상식과 룰을 중시하고, 책임감도 강한 아주 성실한 성격이라고 하니, A형들이 좀 더 많으면 세상에 평화가 올 것 같다!     ‘B형 남자친구’(2005)란 영화가 나올 정도로 비호감으로 여겨지는 오이지 B형, 바로 내 혈액형이닷! 내가 B형이라고 하면, 갑자기 남자 B형이 문제지, 여자 B형은 성격이 좋다며 나를 위로하는 사람들. 하지만 B형들은 사실 사교적이며 정직하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고 한다. (적극 동의함!) 적극적이고 추진력 강하고, 겁 없이 모험을 잘하는 스타일, 그리고 생각나면 바로 행동을 먼저 하는 액티브한 성격, 게다가 친구도 쉽게 사귄다는 B형을 왜 비호감이라고 하는지!     끝으로 단무지 O형들도, 사실은 적극적이고 정열적인 성격이다. 쾌활하고 너그러워서 사람들이 잘 따르며 설득력도 있다. 타고난 리더이자 외교관이어서,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신감 있게 대화를 나눌 수도 있지만, 말보다 행동으로 많은 사람을 도와준다. 낭만주의자이면서도 노력형 O형은, 지기 싫어하기 때문에, 일단 목표를 정하면 누가 뭐라든 해내고 마는 능력 있는 타입이라고 한다.     사실 혈액형은 단지 적혈구 표면에 A·B항원이 있는지, 혈액 속에 어떤 항체가 있는지에 의해 결정될 뿐, 혈액형과 성격의 과학적 인과관계는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을 거듭 말씀드리고 싶다. 미국 사람들은 혈액형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리고 성격은 혈액형 같은 기질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타고난 기질 플러스 부모의 양육 방식, 성장 환경에 따라서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요즘 많은 성격 테스트들이 존재한다. 백 퍼센트는 아니라도, 꽤 정확하다고 여겨지는 테스트들이 많이 있다. 나도 상담할 때, 아이와 부모의 MBTI 테스트를 활용한다. 부모가 아이를 이해하고 자신의 양육 스타일을 이해하는데, 아이가 부모를 이해하고 자신 성격의 장단점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모든 성격유형 이론은 이렇게 자신의 장점은 더 살리고 단점은 깨달아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잠깐, O형은 왜 뛰쳐나간 AB형을 즉시 따라 나갔을까? 다음 칼럼에 계속된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소시지 단무지 혈액형과 성격 소시지 a형 성격 테스트들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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