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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검진의 종교·철학 여행] 의식이 누른 원초적 자아가 무의식

무의식의 범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다. 무의식이란 용어의 사용은 셸링이란 설도 있고, 라이프니츠라는 설도 있고, 프로이트라는 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학자는 무의식을 정신분석학에 활용한 프로이트를 꼽는다. 그는 정신과 의사였는데 그의 환자들이 신경증(노이로제)으로 고통받는 것을 목격하고, 처음에는 최면술에 의존하여 환자를 치료하다가 환자의 내면에 무의식이란 것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러나 무의식은 의식으로 나타내질 못하고 의식에 의하여 억압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인간에게는 자아와 원초적 자아 그리고 초자아가 있는데 원초적 자아가 소위 무의식으로 발현되는 것이고, 초자아는 도덕적인 관념으로 표상된다고 한다. 즉, 문지기 역할을 하는 자아가 원초적 자아의 상태를 파악하여 비도덕적이면 의식으로 나타나는 것을 억압하여 무의식 속에 남아있도록 억압한다고 한다. 억압당한 무의식은 무의식 세계 속에서 결핍으로 남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부단히 애쓴다고 한다.     자크 라캉은 무의식의 세계는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고, 언어학자인 소쉬르는 언어는 랑그라는 언어의 규칙과 파롤이라는 말로 구성된다고 했다. 즉,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랑그라는 언어의 규칙이 있어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령, 바둑을 둘 수 있는 것은 바둑의 규칙(랑그의 역할과 비슷함)에 따라 흰 돌과 검은 돌의 지략대결(파롤의 역할과 비슷함)이 있어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말(대화)을 규칙도 없이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즉, 주어와 동사, 서술어, 목적어가 구성되어야 말이 성립되고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소쉬르는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에는 서로 다른 차이가 있어야 선별해서 사용 가능하다고 했다. 가령, 바나나라고 했을 때, 바나나를 지목하는 기표라는 것이 있어야 하고, 그 기표에 해당하는 기의(실제 사물)가 있어야 단어로 성립한다는 것이다. 즉, 기표는 여러 가지 단어 중에서 차이가 있는 단어를 선택하고, 그것을 바나나라고 정의하면 이것은 기표가 되고, 실제 바나나는 기의가 되는 것이다. 기표는 반드시 기의를 만나야 의미를 발생시킨다. 즉, 기표에 따라서 기의는 인위적으로 선택된다는 것이다. 소쉬르는 차이가 나는 기표의 선택이 우선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자크 데리다는 차연(차이+지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차이가 곧바로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지연을 수반하기 때문에 기표와 기의가 만난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자크 라캉은 앞서 언급한 무의식의 결핍 상태를 해결하기 위하여 부단히 기표를 찍어낸다고 한다. 이것이 '기표의 연쇄'이다. 그러나 기표와 기의가 서로 만나지 못하고 계속 미끄러진다고 표현한다. 즉, 무의식이 지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꿈이라는 것은 무의식 상태에서 발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꿈을 해석하면 간접적으로 무의식의 상태를 알 수 있어서 치료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가령, 그가 경험한 것과 꿈의 내용을 자유 연상 기법으로 퍼즐을 맞추어나가면 궁극적으로 내면에 숨어있는 무의식이 내용을 의식 밖으로 꺼낼 수 있고, 환자가 이것을 인식하면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로이트는 이 방법으로 많은 환자를 치료했다고 한다. 이것이 정신분석학의 시작이다.     실제로 정신분석학 학회를 설립한 것도 프로이트다. 이 학회에는 아들러와 카를 융 그리고 자크 라캉도 참여했다. 세계적 심리학의 거두들이 모두 참여한 학회였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에너지가 발생하는데, 그 욕망은 성적 욕망이란 것이었다. 이 성적 욕망이 억압당하면, 그 에너지를 또 다른 파괴적 에너지로 사용될 수도 있다고 했다. 성적 욕망을 리비도라 하고, 파괴적 에너지를 타나토스라고 한다. 즉, 리비도를 억압할수록 타나토스는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넘치는 에너지를 예술 활동이나 학술적 연구 활동 또는 스포츠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프로이트는 주장했다.   박검진   단국대 전자공학과 졸업. 한국기술교육대에서 기술경영학(MOT)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LG반도체 특허협상팀 팀장, 하이닉스반도체 특허분석팀 차장, 호서대 특허관리어드바이저, 한국기술교육대 산학협력단 교수를 거쳐 현재 콜라보기술경영연구소 대표.박검진의 종교·철학 여행 무의식 의식 무의식이란 용어 무의식 상태 무의식 세계

2025-05-26

[아름다운 우리말] 꿈만 같다

꿈은 무엇일까요? 꿈이 무엇인지, 꿈을 어떻게 꾸는지 그 원리를 알 수 있다면 인간은 지금보다는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말에서 꿈은 긍정적입니다. ‘꿈만 같다’는 표현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꿈을 꾼 것 같다’는 표현을 하기도 하고, ‘꿈이야 생시야’와 같은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모두 믿을 수 없을 만큼 좋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꿈결 같다’는 표현에서도 편안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렇듯 꿈은 현실과는 다른 세상 이야기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꿈은 미래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이지만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꿈을 이루다’라는 표현을 하고, 장래희망을 ‘장래의 꿈’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꿈을 크게 가지라든지 꿈이 없다는 표현을 씁니다. 꿈이 없다는 말이 부정적인 표현인 것도 재미있습니다. 꿈을 가져야 하고, 꿈이 없으면 안 좋은 것입니다. 꿈을 좋은 것이라고 본 겁니다.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든지 ‘한여름 밤의 꿈’이라든지 하는 표현은 우리말에서 사용하는 표현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표현이 모두 허망함을 나타내는 것은 꿈 자체가 헛되어서라기보다는 깨었을 때의 아쉬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소설 ‘구운몽’도 그런 느낌일 겁니다. 꿈은 현실이 아니기에 꿈속에서 맛본 환상의 세계는 그대로 아쉬움이 되기도 합니다. 내가 현실에서 할 수 없었던 것을 모두 이룰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은 키가 자라는 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서운 꿈인 줄 알았던 꿈이 오히려 좋은 꿈이라는 말에 안심이 되었습니다. 꿈에 돼지가 나온다고 기뻐하는 사람은 적을 겁니다. 꿈에 돼지가 나온 적이 없습니다만, 꿈에 돼지가 나오면 놀라고 무서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꿈의 해석에서는 돼지꿈은 복권을 살 만큼 좋은 겁니다. 꿈에 피를 봐도 좋다고 합니다. 용꿈도 좋은 꿈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꿈에 용을 보면 어떨까요?     ‘꿈보다 해석’이라는 말은 꿈에 대한 위로라는 생각이 듭니다. 식은땀을 흘리며 일어난 아이에게 나쁜 것처럼 보이는 꿈이 사실은 좋은 징조라고 달래주는 것입니다. 그럼 아이는 안심하고 다시 사르르 잠이 듭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안 좋은 꿈을 꾸고 나서 좋은 미래와 연결 지으며 안심합니다. 알고 보면 나쁜 꿈은 없을 것이라고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의 해석을 해 주고 있는 겁니다.   꿈은 주변의 위험을 감지하는 장치였을 것이라는 의견이 흥미롭습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몸은 잠이 들었지만 내 레이다는 꿈으로 작동하고 있는 겁니다. 무서운 동물이 다가오거나 자연재해가 닥칠 때 꿈은 우리에게 먼저 알려 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무서운 꿈은 좋은 꿈입니다. 나를 구하는 꿈이기도 하니까요. 무서운 꿈에서 깨고 나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겁니다. 꿈을 꾸지 않았다면 큰일이 났겠지요.   하지만 꿈은 모두 좋은 것이 아닙니다. 꿈을 분석해서 무의식 세계의 고통을 해석해 내기도 합니다. 꿈만 같다는 말이 오히려 악몽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좋은 꿈은 아쉬움으로 남겠지만, 나쁜 꿈은 일어나서도 가슴이 벌렁거릴 정도로 두렵기도 합니다. 저는 우리 모두 좋은 꿈을 꾸는 하루이기 바랍니다. 꿈만 잘 꾸어도 하루가 즐겁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할 수 없었던 일, 하고 싶었던 일이 꿈속에서는 가능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꿈이 이루어지기도 하는 겁니다. 꿈을 내 마음대로 하는 경지가 되면 어떨까요? 깊은 수행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잠자리에 들 때 좋은 꿈 꾸라고 하는 인사말이 참 정겹네요. 좋은 꿈 꾸셨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무의식 세계 모두 허망함

2024-05-19

[살며 생각하며] 표현해야 행복해집니다

얼마 전 한국의 심리치료사 장성숙 교수님의 동영상을 누가 보내주었다. 10만번 상담이라는 숫자가 놀라워 영상을 얼른 보았다. 40년 상담 후, 칠십이 되신 장 교수님이 느끼게 된 것은 단순했다. 정서의 문제가 나타나는 양상은 다양하지만, 그 다양한 양상의 뿌리는 단 한 가지라는 것이었다. 곧 ‘뭔가 자기 뜻대로 안 되는 것들에 대한 불만족 때문에 내면에 자리 잡게 되는 분노’가 모든 불편한 정서와 행동의 뿌리가 된다는 것이다.     나도 상담을 하면서 많이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다양한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것은, 정말 우리는 다 뭔가 억울하구나 하는 것이었다. 우리 정신세계의 5%를 차지하는 우리의 의식이 부정하고 누르면서 못 느낀다 해도, 95%를 차지하는 무의식에는 반드시 저장되는 이 억울한 마음과 불만스러운 마음이, 분노라는 부정적인 감정을 깊이 심어주면서 우리가 여러 가지로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어릴 적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기초 양육환경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우리 부모님이 서로 사랑하셨는지, 우리를 잘 수용하고 사랑해주셨는지, 살면서 가난이나 이별 같은 힘든 현실은 없었는지, 이런 기초 환경으로부터 경험하는 억울함과 불만족스러운 감정들은, 의외로 우리의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를 결정짓는다.   예를 들어, 어려서 가장 중요한 양육자인 엄마를 사별이든 이혼이든 일찍 잃은 사람들은, 어릴 적 든든한 의지처를 잃다 보니, 세상은 불안하고 위험한 곳이라는 생각이 내면 무의식 깊이 자리함으로써, 인간관계가 불안해지기 쉽다. 결혼도, 친구 관계도, 직장생활도 아주 불편해지기 쉽다.   장 교수님은 이 ‘뭔가 자기 뜻대로 안 되는 것들에 대한 불만족 때문에 내면에 자리 잡게 되는 분노’는 자기표현을 통해서만 해소된다고 하신다. 이때, 진정한 대화를 통해 긍정적인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하는데, 부정적으로 타인에게 표현되면, 성격장애나 공격적이 된다. 소심한 사람들은 분노를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표현하는데, 이것이 우울증의 뿌리가 된다.     긍정적으로 솔직하게 감정을 직면하고 표현하기 어렵다 보니, 우리는 방어 기제(defence mechanism)라는 것을 종종 사용하며 살아간다. 우리 무의식이, 어떤 불안한 현실로부터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이다. 불안과 고통을 최소화시켜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방어기제는 철저히 무의식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신이 이런 기제들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본인도 알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다.   방어기제의 종류는 아주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것은, 억압(Repression), 전치(Displacement), 투사(Projection), 합리화(Rationalization/Intellization), 승화(Sublimation), 해리(Dissociation), 행동화(Acting Out), 부인/부정(Denial), 병리적 신체현상(Conversion), 퇴행(Regression), 보상행위(Undoing),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 동일시(Identification), 보상(Compensation), 감정의 격리(Isolation of Affect), 금욕(Inhibition), 내사(Introjection), 그리고 수동적 공격성(Passive Aggression) 등이다. 이 중 한국인에게 흔한 방어기제들을 다음 칼럼부터 나누기로 한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표현 행복 우리 무의식 기초 양육환경 심리치료사 장성숙

2024-04-10

[잠망경] 꿈, 詩, 그리고 無意識

자각몽(自覺夢, lucid dream)에 대하여 생각한다. 꿈을 꾸면서 자신이 꿈을 꾼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두뇌작용이다. 자각몽은 꿈의 내용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특혜를 부여한다.   8000년 전 티벳의 요가수행에서 출발한 자각몽. 2000년 전 불교수행의 분파로 다시 성행된 자각몽. 1970년대부터 과학적 연구대상으로 대두된 자각몽.     흉측한 괴물에게 쫓기는 꿈을 꾸면서 아, 지금 내가 꿈을 꾸는 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순간 당신은 혼비백산으로 흩어지는 공포심을 컨트롤하면서 괴물에게 말을 거는 여유가 생긴다.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어보는 대담한 질문에 괴물이 잠시 주춤한다. 괴물의 언어감각은 당신을 따라잡지 못하는 법. 괴물이 위협적인 행동으로 당신을 계속 괴롭힌다면, 그럼 우리 또 보자, 하고 소리친 후 꿈에서 깨어날 수 있다. 이 세상 아무도 괴물에게 잡혀 먹히는 꿈을 꾸다가 사망한 사례는 없다.       시를 쓸 때도 그렇다. 자신이 시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면서 자각몽 같은 시를 쓰는 버릇이 생긴다. 어렵지만 재미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어도 모든 시인들이 그러리라는 생각이다. 초현실적인 구절이 튀어나오기 일쑤다.   현대시도 소설의 한 문단이나 유행가 구절처럼 금방금방 머리에 쏙쏙 들어와야 된다는 생각에 빠진 사람들이 내 시가 난해하다는 평을 내린다. 한편의 시를 이해하는 것은 이상한 꿈을 이해하는 것만큼 아리송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한 번 읽고 나서 네, 잘 알겠습니다, 혹은 어머, 이 시 참 좋아요, 하며 말하고 난 후 얼른 잊혀지는 시를 쓰고 싶지 않다.   꿈도 시도 외래어나 어려운 사자성어가 판을 치지 않는 이상, 한 장면이나 단어 하나하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장면과 장면 사이의 연결성, 한 구절과 다른 구절의 연관성이 비상식적인 경우가 빈번하다. 다큐 영화와 신문기사가 얼른 이해되는 반면에 꿈과 시가 알쏭달쏭하게 다가오는 차이점의 묘미가 여기에 있다.   꿈은 응축(凝縮, condensation)이라는 메커니즘을 빈번히 활용한다. 꿈에 보는 여동생이 어머니 목소리로 말하는 경우가 그렇다. 전위(轉位, displacement) 법칙으로 사물을 바꿔치기도 한다. 꿈 속에서도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작동하고 있는 ‘초자아, superego’의 엄격한 검열을 회피하려는 시도다. 꿈이건 생시이건 한 사람의 옷자락을 잡는다는 것은 그 사람 자체를 잡고 싶은 욕망의 전위현상이다.   극화(劇化, dramatization) 또한 꿈의 기본설정에 크게 기여한다. 밍밍한 장면은 관객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 꿈은 자신을 관객으로 삼은 자신의 제작품이다. 당신 자신이 드림 프로듀서다. 연출, 각색, 다 자신이 도맡아서 하는 무의식적 두뇌활동이다. 천사가 전해주는 신의 계시 같은 고전적 세팅을 떠나서 단 한 명의 관객을 놓고 단 한 번 돌아가는 극히 사적인 동영상이다.   시에서 일어나는 응축현상이 시의 함축성을 높이며 지루한 설명을 거부한다. 시적 표현은 늘 말을 바꿔 함으로써 간접성의 부드러움을 시사한다. 시인들이 자주 거론하는 ‘육화(肉化)’라는 느끼한 기법 또한 시 특유의 드라마를 창출한다.   꿈과 시는 무의식의 산물이다. 우리의 언어구조 자체가 무의식을 닮았다는 프랑스 정신분석가 라캉의 폭탄선언을 생각한다. 우리의 일상적 대화조차 무의식의 소산이라면 당신과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무의식 유행가 구절 전위 displacement 응축 condensation

2023-08-22

[아름다운 우리말] 작두를 타다

작두를 탄다는 말은 무당이 공수(무당이 신(神)이 내려 신의 소리를 내는 일) 등을 할 때 작두 위를 뛰면서 이야기를 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작두가 볏짚 따위를 자를 때 쓰는 도구이니 작두를 탄다는 것은 칼날 위에 서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두려운 행위죠. 무당의 신통력을 보여주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작두를 아무 때나 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신이 내려야 탈 수 있는 거죠. 자칫하면 큰일 납니다. 발바닥을 벨 수 있는 겁니다.    작두는 작도(斫刀)에서 온 말로 봅니다. 베는 칼이라는 뜻입니다. 한편 우리는 작두를 탄다는 말을 종종 비유적인 관용표현으로 쓰기도 합니다. 어떤 일에 몰두하거나 황홀경에 빠져서 일을 할 때 생각보다 더 힘이 나고, 에너지가 솟아서 힘든 줄도 모르고 일을 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마치 발을 베이지 않는 것처럼 온몸에 나도 모르는 에너지가 가득 솟는 기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유적인 표현이지만 살면서 작두를 타는 것처럼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경우를 단순히 표현하면 신이 나는 겁니다. 신나서 일을 하면, 덜 힘듭니다. 신나다를 어원적으로 살펴보자면 신이 내 몸속에서 나오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은 다른 말로 에너지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신이 나오려면 선행되어야 하는 일이 신이 들어오는 것이겠죠. 우리는 이럴 때 신들린 듯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신이 들리면 신이 나오고 힘이 솟는 것입니다. 우리말을 보면 신은 참 가까이에 있습니다. 우리 속에서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신인 겁니다.      요즘에 유행하는 말로는 영끌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영혼까지 끌어 모은다는 말인데 어쩌면 신나다나 신들리다는 말을 달리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전혀 용법은 다르지만 말입니다. 영끌하여 집을 사거나 주식투자를 하거나 가상화폐를 사는 것은 영혼과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혼을 아무 때나 끌어오면 안 되겠죠. 자칫하면 넋이 나가버립니다.    누구의 연기를 칭찬할 때 작두를 타는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칭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당은 작두를 타면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신의 말씀을 전하기도 합니다. 맨발로 칼날 위에 올라가 있는 모습을 보면서 관중들도 넋을 잃습니다. 함께 환각에 빠지는 느낌입니다. 집단 무의식 상태라고나 할까요? 아마도 우리가 실제로 작두를 탈 일은 없겠죠. 무당이 되어야 낳는다고 하는 무병(巫炳)을 앓는다든지 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어떤 무당은 작두를 계단처럼 만들어 놓고 올라가며 타기도 합니다. 대단합니다.      종종은 저도 제가 하는 일에서 작두를 탔다는 이야기를 하고, 칭찬을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프다가도 힘이 쪽 빠져있다가도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면 펄펄 나는 듯한 기분 말입니다. 여러분은 언제 그런 느낌을 갖습니까? 저는 강의가 재미있고 신이 날 때 그렇습니다. 특히 학생이나 청중의 반응이 좋을 때 힘이 솟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남도 좋아해 주면 그때만큼 기쁜 때가 없는 겁니다.   아픈 것도 상관없습니다. 슬픈 일이 있거나 걱정이 있는 경우에도 상관없습니다. 그야말로 펄펄 날아가는 기분입니다. 그때는 강의를 듣는 사람도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되는 시간입니다. 그런 강의를 자주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좋을 때는 제가 앓고 있던 병이 낫기도 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도 병이 낫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치유의 순간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작두 작두가 볏짚 비유적인 관용표현 집단 무의식

2022-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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