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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AI와 손잡고 대중에게 더 가까이

지난달 16일, 교토대학교 부설 '인간과 사회의 미래 연구소'(IFoHS)의 쿠마가이 세이지 부소장 겸 교수는 일본 외신기자센터가 주최한 온라인 브리핑에서 'AI와 불교의 미래'를 주제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쿠마가이 교수는 이 자리에서 2040년까지 일본 사찰의 약 30%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인공지능(AI)이 신자 감소와 불교 전통 단절에 대처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쿠마가이 교수는 불교 철학을 현대 기술과 접목하는 융합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학자다.   쿠마가이 교수는 증강현실(AR)을 활용하여 시청각 등 감각을 사용하는 기술의 프로토타입이 이미 개발됐으며 이를 사회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사이버 피지컬 공간을 구축할 예정이며 불교 데이터 이외의 요소까지 통합하면 이론적으로 하나의 우주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쿠마가이 교수는 아직 높은 단계는 아니지만 기술적 기반이 마련된 만큼 이를 사회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교를 AI와 융합하는 목표는 전통적인 지혜를 현대 기술로 확장하는 데 있다. 쿠마가이 교수의 AI 도입은 더 많은 사람들이 불교의 가르침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쿠마가이 교수는 "AI와 불교의 융합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서 인간의 마음과 정신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쿠마가이 교수는 브리핑 마무리에서도 "AI가 자비와 지혜를 구현해 세상에 필요한 안내와 치유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쿠마가이 박사는 이를 위해 일본어 버전만 있는 불교 AI인 '붓다봇(BuddhaBot)'을 영어 버전으로 개발했다. 영어 버전 개발은 불교국가인 부탄의 요청이 계기가 되었다. 부탄은 초등학교부터 영어교육을 받아 국민 대부분이 영어 사용에 불편함이 없다.     교토대학교가 부탄의 승려 교육용으로 개발하면서 붓다봇은 일본어에 이어 영어 버전을 갖게 되었고 이후 중국어까지 3개 언어가 가능해졌다. 쿠마가이 교수는 "앞으로 다른 언어로 확장하는 것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교토대학교는 붓다봇 이후 바수반두봇과 신란봇에 이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최장봇도 개발했다. 이들 봇은 불교 경전의 문장을 인용하고 현대적인 해석과 설명을 제공하면서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다.   붓다봇은 '숫타니파타'와 '법구경' 등 초기 불교 경전을 바탕으로 2021년에 만들어졌으며2023년에는 붓다봇 플러스가 나왔다. 2023년에 공개된 바수반두봇은 4세기 인도의 대승불교 학자인 바수반두의 유식학파 경전인 '아비달마구사론'을 바탕으로 심리적 분석과 철학적 해석을 곁들여 질문에 답한다. 유식학파는 '세상은 마음이 빚어낸다'는 관점을 갖고 있으며 의식을 중심으로 우주와 존재를 이해하는 불교 철학 체계다. 같은 해 나온 신란봇은 일본 정토진종의 창시자인 신란 등의 경전을 토대로 아미타불 신앙을 중심으로 응답한다.     이들 봇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불교 아바타를 불러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하면 먼저 경전에서 인용한 구절을 제시하고 챗GPT가 보충 설명을 하는 방식이다.     부탄은 내무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 중앙승가회 세 기관이 AI 도입 논의를 거친 뒤 지난 2월 불교계가 시범 교육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3년 동안 최대 200명의 승려가 AI를 활용한 불교 교육을 받게 된다. 시범 도입이 성공하면 일반 대중에게 확대한다.   AI의 활용에는 윤리적, 법적, 사회적 문제가 따른다. 쿠마가이 교수는 AI가 제공하는 정보의 신뢰성과 정확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붓다봇에는 원전 불교 경전에 기반한 데이터를 활용하고 앞으로 다양한 종교와 철학자의 지혜를 디지털 공간에서 재현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올해 안에 불교계 전용 사용자 가이드라인을 제작한다. 이 가이드라인은 2027년까지 불교계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지침으로 개정한다. 이와 함께 태국이나 스리랑카 등 부탄 이외의 불교 국가와도 붓다봇 도입을 논의할 예정이다. 안유회 객원기자불교 대중 불교국가인 부탄 불교 경전 불교 철학

2025-06-02

[기자의 눈] 부탄의 행복지수가 급락한 까닭

“야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한국 가수 장기하의 신곡 ‘부럽지가 않어’의 가사 중 일부다. 독보적인 가사 내용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곡이 발매된 후 얼마 뒤 이 노래는 유튜브 숏츠, SNS 영상에서 배경음으로 자주 사용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SNS상에서 은근히 자랑하고 또 그걸 부러워하는 게 하나의 트렌드가 돼버린 지금, 우리가 느끼는 자격지심을 겨냥한 이 노래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노래를 듣고 SNS를 지워버렸다는 간증이 속속 올라오기도 한다. 이는 사실상 ‘비교’로부터 자의적으로 벗어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교가 불행의 시작이라고 흔히 말하는 것은 우리가 가진 ‘행복’을 손쉽게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잘 살고 있다가도 주변에 더 행복해 보이거나 잘난 사람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얼마 전까지 괜찮던 자신의 삶이 초라해 보이거나 박탈감에 시달리게 된다.     한 예로, 2011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힌 부탄이 8년 뒤 2019년 조사에서는 95위로 하락하며 행복지수가 급락했다. 이유를 살펴보니 급격한 도시화로 부탄에 인터넷과 SNS 등이 발달하면서 국민이 자국의 빈곤을 알게 되고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행복지수가 급락한 것이다.     비교의 해로움은 ‘상대적’이라는 사실에서 온다. 행복은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나, 얼마나 많이 누리고 있나의 문제라기보다는 갖고 있는 것들에 얼마나 만족하느냐의 문제다.     하지만 비교는 행복의 크기를 재는 척도로 이용된다.     한 연구에서 어린이들에게 수화기가 없는 전화기, 물에 가라앉는 보트 등 고장난 장난감을 주며 놀게 했다. 아이들은 장난감이 고장 난 것을 알았지만 상상력을 동원해 신나게 갖고 놀았다. 하지만 옆방 아이들이 멀쩡한 최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보고는 갑자기 재미가 식고 칭얼대는 행동을 시작했다. 환경이 바뀐 것은 없었지만 옆방 친구들의 장난감이 더 좋다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 불행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비교의식을 버리고 삶에 만족하기 위해서는 자발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의과대학 통합의학 프로그램 소속 연구원이자 심리학 저서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등의 저자 박진영 작가는 한 매체를 통해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주변 정보들을 수집해서 우리의 사회적 위치와 이에 대한 잠재적 위협 요소들에 대한 알림을 보낸다. 따라서 자꾸 비교하게 되고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거의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비교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간은 의식적 사고능력이 있고, 자동적으로 나오는 생각이나 감정을 목적에 맞게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비교는 할 수 있지만 그를 달리 해석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도 있다는 뜻이다.     또 비교하지 않으려는 것보다 자족하려는 노력하는 더 필요하다. 삶의 만족도가 높은 북유럽인들이 행복의 원천으로 내세우는 것은 사실상 소소한 것들이다. 이들은 루터교 전통을 이어받아 검소하며 가진 것에 감사하고 자족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다.     예를 들면, 덴마크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또는 혼자서 소박하고 아늑한 시간을 보낸다는 뜻으로 ‘후거(Hygge)’라는 개념이 있고, 스웨덴에는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고, 딱 적당한 양이라는 뜻의 ‘라검(lagom)’이 있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것.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라고 말할 수 있는 비결이다.   장수아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행복지수 부탄 최신 장난감 의식적 사고능력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2022-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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