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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부실이’와 어머니

타주로 이사하는 친구가 키우던 산세비에리아 화분 두 개를 주고 갔다. 밤에 호흡하며 산소를 많이 내뿜으니, 실내에 두면 건강에 좋을 것이라고 했다. 간혹 꽃을 피워 올리기도 한다는데 꽃대는 흔적도 없고 잎대뿐이었다. 두 화분 중의 하나는 잎이 모두 곧고 키도 가지런했고 나머지 하나는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싱싱한 화분을 침실에 들여놓고, 부실한 쪽을 양지바른 거실에 자리를 잡아 주었다.   며칠이 지나자, ‘부실이’가 놀랍게도 생기를 띠기 시작했다. 휘어졌던 잎새가 여물어지고 하루하루 눈에 띄게 윤기를 머금었다. 역시 햇볕은 최고의 자양분인가. 정성을 다해 돌보기 시작했다. 자주 물을 주고 시간 따라, 햇볕의 각도에 맞춰 화분의 방향을 틀어 주자 부실이는 하루가 다르게 움쑥 자라며 모양을 냈다.     한 달 후에 분갈이하려다가 깜짝 놀랐다. 그동안 키가 조금밖에 크지 않은 튼실이의 뿌리는 단단한데, 부실이는 잎대만 무성할 뿐 뿌리는 거의 썩었다. 이 지경이 되도록 까맣게 모르다니! 지나친 햇볕과 감당할 수 없는 물공급이 부실이를 뿌리부터 상하게 한 것이다.   어머니도 그렇게 쓰러지셨다. 그때까지 자식들은 깊이 감춰진 어머니의 연약함을 모르고 건강한 젊은 날의 어머니로만 생각했다. 딸만 다섯을 둔 어머니의 한과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강하게 포장했던 어머니의 가슴 속 서러움을 헤아리지 못했다.     “늙어도 딸들 신세는 안 진다”라고 하시던 어머니가 혼자가 되었지만 어느 딸도 어머니를 모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식이 부모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부모의 나이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때의 어머니의 외로움을 지금 비로소 절절히 느낀다.   어릴 때, 어머니가 외출하시는 날은 온종일 쓸쓸했다. 어머니의 모습이 골목을 돌아 점점 작아지고 세모시 옥색 치맛자락이 가물가물해질 때까지, 어머니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집에 오실 즈음이 되면, 경학원(지금의 성균관대) 뜰이 내려다보이는 창경궁 담장에 기대어 앉아 노래를 불렀다.     “임자 없는 대궐 안에 무궁화는 피고 또 피어~~” 어머니가 안 계신 집안은 내겐 망국(亡國)의 대궐처럼 휑한 빈터였다. 노래 부르기도 지친 아슴푸레한 저녁 무렵이 되어 날 찾는 어머니 목소리가 들리면 구르듯 달려 내려가 어머니에게 안겼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 군사정권에서는 그해 대학 졸업 예정자들에게 학사 고시라는 것을 실시했다. 대학 졸업 자격시험이었다. 겨울방학이 끝날 무렵에 시험이 있었다. 입학시험처럼 여러 과목에 걸친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데 교문 밖에 뜻밖에도 어머니가 와 계셨다. 교정에서 친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급히 어머니의 팔을 잡아끌며 짜증을 부렸다.     “엄만, 뭐 하러 오셨어요?”     “우리 딸이 국가고시를 보는데 엄마가 와야지.”     그날 교문 밖 찬바람 속에 어머니는 시험이 끝나도록 오래 서 계셨다. 그 바람은 지난 22년 동안 내가 크고 작은 시험을 치를 때마다 어머니가 맞으시던 바람이다. 마지막이 된 칼바람 속의 어머니를 뿌리쳤던 그날의 기억이 세월이 가도 잊히지 않는다.   유학길에 오르며 처음으로 어머니 품을 떠났다. 학교 기숙사 창문으로 샌타모니카 해변이 보였다. 어스름 녘이면 해변으로 달려가서 먼바다 끝을 오래도록 보았다. 그 바다는 부산에 계신 어머니의 바다와 이어져 있었다.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오고 밀려나갔다. 밀려오고 밀려나가는 파도를 따라 내 마음도 한국과 미국을 오갔다. 달무리 지는 저녁이면 파도는 엄청난 기세로 해안을 향해 달려오다가 흰 거품이 되어 스러지곤 했다. 그래도 파도는 어머니처럼 내게 다가오기를 멈추지 않는다. 저만치 다가왔다가 미진하게 바다로 밀려나가는가 하면 때로는 발밑까지 치고 올라와 차디찬 각성으로 나를 흔들었다. 그럴 때면 서둘러 일어나 모래를 털고 학교로 돌아갔다.   결혼 5년 만에 어머니를 미국에 초청했다.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66번 국도가에는 노란 들꽃들이 내 마음처럼 바람에 설레고 있었다. 짙은 물빛 원피스를 입고 세인트루이스 공항에 내린 어머니는 출구로 걸어 나오다가 기다리고 있던 셋째 딸과 처음 만나는 딸 가족들의 환영을 받았다. 집까지 두 시간 넘어 달리는 동안에도 어머니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까르륵 애교가 넘치는 세 살이 된 손자의 재롱에 푹 빠지셨고 카시트에서 말없이 할머니를 지켜보고 있는 돌배기 손녀와 눈이 마주치면, 어머니와 띠동갑 손녀라며 귀여워하셨다.   집에서 어머니는 늘 성경을 보셨는데, 남편은 퇴근해서 집에 오면 짐짓 눈을 크게 뜨고, “아니 어머니, 그 책 아직도 다 못 읽으셨어요?” 하며 놀란 시늉을 해서 어머니를 뒤로 넘어가게 했다.     남편이 재직하던 미주리 대학은 오자크 산맥에서 흘러내리는 물길이 도심 곳곳에 바닥까지 들여다보이는 맑은 자갈 개울들을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도시에 있었다.     개울물에 발을 담그며 어머니와 함께 그곳에서 지낸 두 달이 결혼 후, 어머니와 가장 오래 보낸 시간이었고 행복한 나날이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머니가 유독 그립다. 유니스 박 / 수필가문예마당 어머니 부실 어머니 목소리 어머니 얼굴 대학 졸업

2025-06-05

경찰, 한쪽 수갑 찬 17세 소녀 얼굴 바닥에 내던져

17세 흑인 여학생이 샌버나디노 경찰에게 얼굴이 땅에 찍히며 제압당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확산되며,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5월 21일 오후 2시경, 샌버나디노 경찰은 웨스트 2번가 500번지 인근 식료품점에서 ‘무단 침입 후 싸움을 시도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에린(Erin, 17)을 체포했고, 체포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적 장면이 영상으로 포착됐다.   영상에는 경찰이 에린의 한 손에 수갑을 채운 상태에서 저항을 이유로 그녀를 바닥에 내던지는 장면이 담겨 있다. 에린은 얼굴부터 아스팔트에 떨어졌고, 턱이 찢어지고 얼굴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 순간 나는 그냥 얼굴이 땅에 부딪히는 걸 느꼈어요. 지금도 머리, 턱, 손목, 등 모든 곳이 아파요. 난 이제 예전의 내가 아니에요,”라고 에린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울먹이며 말했다.   가족 측은 에린이 친구들과 매장에서 평화롭게 쇼핑을 하고 있었고, 다른 10대 그룹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에린만을 체포 대상으로 삼았고, 물리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샌버나디노 경찰은 “여학생이 한 손에만 수갑이 채워진 상태에서 도주를 시도해 제압 동작을 사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찰력 사용은 나이, 성별, 인종이 아닌 행동을 기준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가족과 지역사회는 이번 사건이 흑인 청소년에 대한 경찰의 편향적이고 폭력적인 대응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로브 본타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에게 독립적인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AI 생성 기사경찰 한쪽 경찰 한쪽 소녀 얼굴 경찰력 사용

2025-05-27

[K컬처에 빠지다] ‘호랑이 선생님’ 조자용의 뚝심

한국 속리산 국립공원에는 호랑이 얼굴을 닮은 거대한 바위 아래 아담한 무덤이 하나 있다. 최근 그곳에서 ‘호랑이 선생님’이라 불렸던 한 남자의 25주기 추모 행사가 열렸다. 겉모습과 정신적 기개가 호랑이를 닮은 그는 고 조자용(1925~2000) 선생이다.     그는 한국 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다. 한국 민화 감상이라는 분야를 개척한 그의 선구자적 업적에 우리는 모두 큰 빚을 지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적으로 토착 문화와 민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추세다. 많은 국가들이 빠르게 사라져가는 귀한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 이런 문화 감상 운동을 주도하며 비범한 통찰력을 보여준 리더들도 있었다. 그러나 민화에 조자용만큼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은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렵다.   조자용이 활동하기 전, 한국 민화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극히 미미했다. 이 아름다운 예술 작품들은 헐값에 팔리거나 흔히 버려지곤 했다. 한국 민화를 전문적으로 소장하는 컬렉션도 소수에 불과했다.   이것이 바로 조자용이 촉망받는 건축가로서의 성공적인 경력을 기꺼이 포기한 이유였다. 경제적 보상은 적었으나 정신적 만족이 큰 그의 사명, 즉 한국인과 비한국인,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 교육받은 자와 교육받지 못한 자 모두에게 한국 민화와 문화를 알리겠다는 사명에 매진하기 위해서였다.   1954년 하버드대학교에서 건축학 학위를 취득한 그는 LA와 서울에서 여러 주요 건축물을 설계했다. 덕수궁 인근 미국 대사관저 한옥도 그의 작품이다. 그러나 1960년대에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 운동’ 아래 전통이 근대주의로 대체되면서 오랜 관습과 소중한 문화를 빠르게 잃어가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봤다.   한국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던 그는 한국 민화에 대한 책을 출판한 최초의 선구자 중 한 명이었다. 자신의 별명처럼 호랑이 같은 맹렬한 열정으로 민화 알리기에 일생을 바쳤다.     조자용은 한국에서 17차례, 해외에서 12차례의 대규모 전시를 직접 기획했다. 대표적으로 ‘금강산 보물전(하와이 대학교 동서문화센터, 1976)’, ‘호랑이의 혼: 한국의 민화(시애틀 토마스 버크 기념 워싱턴 주립 박물관, 1980)’, ‘호랑이의 눈(샌디에이고 밍게이 국제 박물관, 1980)’, ‘청룡과 백호(캘리포니아 오클랜드 박물관, 1981)’, ‘행복의 수호자들(LA 공예 민속 미술박물관, 1982)’ 등이 있다. 각 전시에는 한국어, 일본어, 영어로 된 도록이 발행됐다.   조자용은 한국 문화의 토착적이고 정신적인 기반을 깊이 연구함으로써 진정으로 한국적인 미학을 발전시켰다. 이를 통해 한국 민화에 대한 일본 학자 야나기 무네요시의 이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그의 작업은 식민주의적 시각으로 정의된 토착 예술의 개념에서 벗어나려는 중요한 국제적인 움직임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제 한국 민화 전시는 전 세계 주요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으며, 국제 경매장과 딜러들은 작자 미상의 한국 민화 호랑이 그림 등 민화 작품들을 고가에 거래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홀로 거센 근대화의 물결 앞에 서서 “멈추세요! 우리는 우리의 문화와 영혼을 잃고 있습니다!”라고 용감하게 외쳤던 그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한국의 아름다운 민화 문화가 소실되지 않고 보존되었다는 사실이다.   단 한 명의 영웅, 조자용의 위대한 업적을 통해 우리는 한국 민화의 정신과 아름다움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됐다. 그 정신을 이어 우리들도 이타적인 대의를 위해 기꺼이 헌신할 영감을 얻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글의 일부는 곧 출간될 로버트 털리의 회고록 『잉크타운(Inktown)』에서 발췌했습니다.)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이메일([email protected])/페이스북(Facebook.com/RobertWTurley) 로버트 털리 /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회장K컬처에 빠지다 호랑이 조자용 호랑이 선생님 한국 민화 호랑이 얼굴

2025-05-20

[이아침에] 가장 행복한 날

몇 해째 이어지던 소송에 지쳐 있을 때였다. 삶은 고달프고 하루하루는 메말랐다. 오로지 견뎌내야 한다는 일념에 매달려 안간힘을 쏟을 뿐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온 가족이 모여 단골 레스토랑에서 나누던 브런치도 어느새 먼 기억이 되어 있었다. 언젠가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으면, 그때 가서 다시 시작하리라 막연히 미루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를 모시고 늘 가던 맥도널드 대신 새로 문을 연 커피숍에 들렀다. 커피를 한 모금 머금으신 어머니는 환하게 웃으시며 물으셨다. “언제 이런 멋진 곳을 알아두었니?”     어머니 얼굴에 번지는 잔잔한 미소가 내 마음결에 밀려들어와 속삭이듯 일깨웠다. 어떤 형편 속에서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 자리에서  결심했다. 가족 브런치를 다시 시작하기로.   어머니는 초록의 새순을 피워내는 봄 나무 같으셨다. 인고의 겨울을 잠잠히 견디며, 한결같은 따뜻함으로 나를 감싸주셨다. 사소한 일에도 ‘고맙다’시며  밝은 미소를 지으셨고, 말끝에 머무는 미소는 봄 햇살처럼 사람을 편안하게 했다. 그 미소를, 나는 너무 오랫동안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주말, 오랜만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어머니, 두 아들, 며느리, 손주들, 그리고 나. 온 식구가 둘러앉아 나누는 식사는 묵혀 두었던 단란함을  모처럼  맛보게 했다. 식탁 위로 흐르는  웃음소리가 마치 오래된 악보 위에 새롭게 얹히는 기쁨의 선율 같았다. 우리는 매달 셋째 주 토요일을 ‘가족이 함께하는 날’로 정했다.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어머니는 내 등을 토닥이며 말씀하셨다. “가족 브런치를 다시 시작하기로 한 건 참 잘한 일이야.”     그러곤 가는 길에 99센트 스토어에 들르자고 하셨다. 하얀 플라스틱 공을  집어들고  “이거 사도 될까”. 머뭇거리듯 한 어머니의 물음 속에, 그나마도 주저하는 애틋한 염려가 묻어 나왔다. 목이 메었다. “갖고 싶은 건 다 사세요”라 툭 던지듯 말했지만, 목울대 너머로 울컥함이 밀려와 시선을 돌렸다.   다음날, 어머니 집 장식장 한켠에 놓인 하얀 공을 보았다. ‘별것 아닌 걸…’하는 표정을 짓자,  어머니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이 공으로 놀면 운동도 되고, 저기 두고 바라보는 재미도 있어”. 그렇게 보니 조명 아래 은은한 형광 빛을 머금은 공이 둥근 달처럼 보였다.   그리고 한 달 후, 두 번째 가족 브런치를 앞두고 어머니는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나셨다. 유품을 정리하던 날, 장식장 한가운데 놓인 공이 눈에 들어왔다. 무심코 버리려다 문득 공 한쪽에 적힌 글귀를 발견했다.   ‘매달 셋째 주 토요일, 우리 가족 함께하는 날. 나의 가장 행복한 날.’ 그 곁에는 정성스럽게 그려진 한 다발의 꽃.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어머니에게 가장 큰 행복은 우리가 함께하는 날이었다. 어머니의 행복이 너무 소박해서, 그래서 더 가슴이 메어졌다.   지금, 그 공은 내 장식장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옆에는 환하게 웃고 계신 어머니의 사진이 자리한다. 미소 너머로 어머니가 남기신 말들 속에 심겨 있던 행복을 되새겨 본다. 어머니가 일상의 삶으로 보여주신 행복을 지켜가고 싶다. 작은 행복이지만, 가장 큰 행복이다. 이영신 / 수필가이아침에 행복 어머니 얼굴 가족 브런치 다음날 어머니

2025-05-06

[라인성형외과] 입체적인 얼굴로 동안 이미지 완성… '귀족성형' 주목받아

나이가 들면서 얼굴에서 가장 먼저 변화를 느끼는 부위 중 하나가 바로 팔자주름이다. 이 주름은 단순한 피부 문제가 아니라 얼굴 중심부의 구조적인 꺼짐과 깊은 관련이 있다. 특히 광대 아래, 코 옆에서 입가로 이어지는 부분이 꺼지면 인상이 피곤하고 나이 들어 보이기 쉽다. 최근 이 부위를 입체감 있게 개선해주는 ‘귀족성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귀족성형은 단순히 주름을 펴는 시술이 아니다. 꺼진 부위에 볼륨을 채워 얼굴의 입체감을 되살리고, 전체적인 인상을 젊고 생기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볼살이 꺼진 채로 팔자주름만 펴는 경우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결과를 낳을 수 있는데, 귀족성형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해준다.   엘에이(LA)에 위치한 라인성형외과는 귀족성형을 대표적인 동안 성형 중 하나로 추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환자의 얼굴형, 볼륨, 피부 두께 등을 정밀하게 분석한 뒤, 미국에서 개발되어 FDA 안전성을 획득한 Flex HD라는 인체조직 유래 보형물을 사용한다. 시술은 입안 절개를 통해 진행되며, 흉터가 외부에 남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라인성형외과 관계자는 “귀족성형은 단순히 팔자주름을 없애는 것을 넘어, 얼굴 중심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정밀한 시술”이라며 “동안 이미지를 원하는 중장년층은 물론, 얼굴이 평면적이거나 입체감이 부족한 젊은층 사이에서도 꾸준한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술 시간은 비교적 짧고 회복도 빠른 편이지만, 얼굴 중심을 다루는 만큼 섬세한 디자인과 숙련된 집도가 필수다. 충분한 상담과 정확한 진단이 동반되어야 자연스럽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편, 라인성형외과는 현재 LA 본점과 어바인 지점에서 각각 4월 한정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공식 웹사이트(www.lineps.com) 또는 라디오, 신문 광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LA 본점: 3424 Wilshire Blvd. #1100, LA. 문의: (213)383-3322 어바인점: 2700 Alton Parkway, #231, Irvine. 문의: (949)209-5568라인성형외과 귀족성형 이미지 얼굴형 볼륨 얼굴 중심부 동안 이미지

2025-04-30

망치로 얼굴 때리는 10대…극단적 외모 집착, SNS서 확산

 외모에 집착하는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룩스맥싱(looksmaxxing)’이 젊은 남성 사이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최근 달하우지 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해당 커뮤니티에서는 얼굴 평가와 함께 자해와 수술, 심지어 극단적 선택까지 권하는 위험한 메시지가 오가고 있다.       룩스맥싱은 ‘외모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는 뜻의 신조어다. 처음에는 피부관리나 체중조절, 패션 개선 등 가벼운 방법이 공유되었지만, 최근엔 턱·코·이마 등 뼈를 성형하는 수술이나 약물 복용, 극단적인 운동법까지 등장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본스매싱(bonesmashing)’이다. 얼굴 뼈가 튀어나오길 바란다는 이유로 광대뼈나 턱을 망치로 반복해서 내려치는 방식이다. 일부 이용자들은 이를 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리며 ‘변화 과정’을 공유하고, 결과가 잘 나왔다며 서로 칭찬을 주고받는다. 의학적으로는 전혀 근거가 없고, 자칫하면 뼈가 함몰되거나 신경이 손상될 위험이 크다.       룩스맥싱 커뮤니티에서는 외모를 10점 만점 기준으로 평가한다. 가장 이상적인 남성은 ‘채드(Chad)’, 그보다 약간 못 미치면 ‘브래드(Brad)’, 평균 수준은 ‘노르미(Normie)’, 기준 이하로 평가되면 ‘서브휴먼(subhuman)’ 혹은 ‘괴물(ogre)’로 불린다.       이런 등급을 받은 이용자들은 ‘수정 조치’를 요구받는다. 피부 시술부터 보톡스, 안면윤곽 수술, 치아 교정, 다리 길이 연장술까지 언급되며, 비용과 고통은 고려되지 않는다. 한 발 더 나아가 “수술 안 할 거면 그냥 포기하라”, “너 같은 외모론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댓글도 버젓이 올라온다. 자살을 암시하거나 부추기는 문장도 적지 않다.       연구진은 이 커뮤니티가 여성 혐오와 남성우월주의, 인셀(incel·비자발적 독신 남성), 백인우월주의와 같은 위험 커뮤니티로 연결되는 ‘통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은 ‘외모로만 남성을 평가하는 동물’로 묘사되며, 이들을 ‘획득해야 할 대상’으로 표현하는 왜곡된 성 인식도 퍼지고 있다.       현재 이 커뮤니티는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10대들 사이에서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단어만 익혀 장난처럼 사용하는 초등학생도 있을 정도다. ‘뮤잉(mewing)’처럼 혀를 입천장에 붙여 턱을 강조하는 운동법이나, 단단한 껌을 씹으며 턱 근육을 기르는 방법도 인기다.       캐나다 현지 교육 현장에서는 이미 중학생 사이에서 외모에 대한 강박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피트니스 센터에 모여 근육 운동만 하고 유산소 운동은 외면하는 10대 남성들이 늘고 있으며, ‘몸짱’이 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느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일부 상담 프로그램에서는 청소년에게 외모가 아닌 인격·책임감·배려심 등이 더 중요한 가치라는 점을 반복 교육하고 있다. 특히 외모 불안에 빠진 청소년은 친구 관계가 불안하거나 소통이 단절된 경우가 많아, 부모와의 대화가 예방의 핵심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SNS 사용은 만 13세 이후로 제한, ▲스마트기기는 방 밖에서만 사용, ▲자녀의 온라인 언어 이해, ▲“어떤 일이 있어도 널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할 것 등을 조언한다.       룩스맥싱은 단순한 외모 가꾸기를 넘어, 자존감을 파괴하고 혐오를 조장하는 문화로 진화하고 있다. ‘잘생겨져야 산다’는 말이 농담처럼 퍼지고 있지만, 그 속엔 외모로 모든 가치를 판단하려는 위험한 흐름이 도사리고 있다. 밴쿠버 중앙일보확산 망치 외모론 아무 극단적 선택 얼굴 평가

2025-04-22

한인 무차별 폭행 경관 처음엔 피해자 행세

경관이 한인 체포 과정에서 무차별 폭행을 가하는 내용의 영상이 뒤늦게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경찰 측은 사건 당시 한인 용의자에게 폭행을 가한 사실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가 영상이 확산하자 뒤늦게 폭행을 가한 경관을 조사하는 등 과잉 진압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논란은 아이오와주 주민인 마우이 힐(Maui Hill)이 ‘아이오와시티 경찰의 행동’이라는 글귀와 함께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무차별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게재하면서 불거졌다.   2분 30초 분량의 이 영상은 아이오와시티경찰국(ICPD) 소속 알리리오 아르세나스 경관이 조나단 김(48·한글명 종수.사진) 씨를 바닥에 눕힌 뒤 얼굴을 짓누르고 복부를 세 차례 가격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후 아르세나스 경관은 김씨 위에 올라탄 뒤 양주먹으로 얼굴을 8차례 연속 가격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해당 장면은 마치 종합격투기에서 넘어진 상대에 올라타 주먹 등으로 마구 가격하는 ‘파운딩(pounding)’이 연상될 정도다.     아르세나스 경관에게 폭행을 당한 김씨는 순간 손을 뻗어 주먹을 막아보려 했지만 아무 저항도 못 하다가 곧 정신을 잃은 듯 몸이 축 늘어졌다. 이후 경관은 김씨의 몸을 뒤집고 팔을 비틀어 손목에 수갑을 채운 뒤 머리를 짓누르는 장면이 나온다. 영상에서는 아르세나스 경관이 김씨의 얼굴을 슬쩍 보면서 정신을 잃었는지 확인하는 듯한 모습도 담겨있다.   영상에서는 당시 상황을 지켜보던 한 시민이 아르세나스 경관을 향해 “당신이 하는 행동은 불법”이라고 소리치는 모습도 담겨 있다. 그러자 이 경관은 “그가 먼저 나를 때렸다. 경찰을 때리면 맞게 돼 있다. 원래 그런 것”이라고 소리치며 답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리 허미스턴 ICPD 공보관은 8일 본지 질의에 “김씨는 폭행, 공무집행 방해, 법원 출두 불이행 혐의로 체포된 것”이라며 “해당 경관의 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해당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된 사실도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본지가 아이오와시티 경찰국의 경관 대응 지침을 확인해 본 결과 ▶경관은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무력만을 사용해야 하며 ▶대응의 적절성은 ‘현장에 있는 경관의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돼야 하고 ▶사용된 힘의 수준은 범죄의 심각성, 용의자의 위협 정도, 체포 저항의 정도에 비례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18일 오전 11시 43분쯤 아이오와시티 길버트 코트 인근에서 발생했다. 〈본지 3월 20일자 A-4면〉 당시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 씨가 경찰의 체포에 저항하고 도주를 시도하면서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수사 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아르세나스 경관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으며, 경관은 손과 입술에 찰과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다. 문제는 사건 당시 경찰 측이 김씨가 경관에게 폭력을 행사한 부분만 밝혔을 뿐, 경관이 김 씨에게 폭행을 가한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해당 영상에는 3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며 아르세나스 경관의 진압 과정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의 과잉 진압을 용납할 수 없다’ ‘저런 경관은 사라져야 한다’ ‘경찰의 잔혹성이 더 알려져야 한다’ 등 비판의 댓글이 대부분이다.   한편, 본지 확인 결과 아르세나스 경관은 지난해 가정폭력 현장에서 용의자에게 두발의 총격을 가해 조사를 받은 뒤 임시 휴직 명령을 받았다가 복귀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사법개혁 운동가 헤더 어윈은 지역 매체 ‘더 데일리 아이오완’과의 인터뷰에서 “ICPD 경찰은 비폭력 대응 교육을 받고 있지만, 이제는 그 실효성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준·강한길 기자파운딩 완료 공분 경관 한인 얼굴 해당 경관 미국 LA중앙일보 강한길 미주중앙일보 소셜미디어 아이오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김경준

2025-04-08

[글마당] 작은 것에 대한 예찬론

나는 키 크고 덩치 큰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도 작은 나를 싫어하겠지만, 키 작은 우리 친정아버지도 나와 같았다. 친정 언니가 결혼한다고 데려온 남자는 키도 컸지만 덩치가 너무 컸다. 그를 올려다보며 인상 쓰던 아버지 얼굴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작은 키로 험난한 세상을 단단히 버티고 있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키 큰 남자의 시선이 아버지의 자존심을 건드렸던 건 아닐까? 사람 됨됨이도 보지 않고 무조건 키 큰 사람이 싫어지는 심리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너무 크면 내가 숨 쉴 공간이 좁아지는 느낌이다. 나를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으로 자리를 뜨고 싶다.   나는 길가에 핀 크고 화려한 꽃보다는 앙증맞은 작고 소박한 꽃들을 좋아한다. 화려한 꽃은 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는다. 있는 듯 없는 듯 핀 작은 꽃들은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듯 애처롭다. 작은 것을 보면 마음이 뭉클해지면서 애착을 느끼고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     큰 것은 그냥 스쳐도 작은 것을 보면 지나치지 않고 멈춰 서서 자세히 살피며 말을 걸고 싶은 심리는 아마 동병상련 때문일 것이다.     난 굵은 선보다 가는 선을 좋아한다. 그래서였을까? 판화 중에서 가는 선을 기본 기법으로 화면을 만들어 가는 동판화를 전공했다. 나의 작은 손으로 가는 선이 그어질 때 희열을 느낀다. 작은 캔버스 위에 그릴 때 더 집중하고 파고들어 내 마음을 전달하면 애정 어린 작업이 나온다. 작고 가는 선으로 만들어진 내 작품은 거창한 장소에 걸리는 것보다는 화장실 가는 통로라던가 복도 끝 벽에 걸리면 작품은 제자리를 찾은 듯 차분해진다.     볼일 보러 가면서 본 듯 만 듯 스치거나 긴 좁은 복도를 지날 때 누군가가 슬쩍 봐주면 제자리를 조용히 지키던 그림은 밝은 표정으로 반긴다.     내 이름 영어는 전부 소문자 sooim lee다. 얼마 전 갤러리에서 만난 여자로부터 ‘이름을 왜 소문자로만 쓰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전에도 서너 번 내 이름을 잘못 기재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도 받았다. 대문자보다는 소문자를 선호해서다.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지 않는 작은 모습인 나에 대한 합리화인 것 같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예찬론 우리 친정아버지 아버지 얼굴 이름 영어

2025-03-20

[문예마당]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노년은 저물어가는 인생의 황혼기이다. 매일 다른 색으로 물드는 저녁 노을처럼 다른 빛깔로 물드는 시간이다. 인생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같은 사물이나 장소라도 서있는 위치나 보는 각도에 따라 사물의 모습이 다르듯이 노년의 풍경도 여러 가지다.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오랜 인생의 경험을 통해 노인들이 갖게 되는 경륜과 지혜는 도서관과 비할 만큼 소중한 보물이다.   그런가 하면 건망증으로 물건을 찾는 시간이 많아지고, 냉장고 문을 열고 “왜 열었지” 하며 제자리로 돌아가야 생각나는 일상의 연속이다. 또 집중력 부족으로 생기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일상에서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노인이라면 누구에나 있을 법한 그런 것들이 노년의 풍경이다. 나이 들어 보니, 그것이 곧 현실이요 진실임을 어찌하랴.   얼마 전 남편의 대학 동기들 점심모임에 참석했다. LA 한인타운의 큰 한식당에서 부부 동반으로 모였다. 대부분이 LA에 살고 더러는 멀리 어바인, 샌디에이고에 사는 분들까지 다 모였다. 그런 모임은 일 년에 한번, 혹은 이년에 한번 정도다. 대부분 LA 인근에 사는 네다섯 가정만 모이는데 그날은 남편이 한국에서 오랜만에 왔고, 음력으로 새해도 됐고 해서 전부 모이게 됐다. 머리가 허연 남자들이 소년들처럼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식사가 끝난 후 근처에 있는 대형 한인 마켓에 들렸다. 가방이 거추장스러워 카트에 놔두고 동네 마켓보다 싸고 싱싱한 물건들을 이것 저것 사서 카트에 넣었다.   집으로 가는 중에 큰 도로공사가 있어 차가 많이 정체되었다. 짜증을 달래기 위해 내가 찍은 사진이나 보려고 앉아서 가방을 찾으니 무릎 위가 허전했다. 바닥에 놓았나 찾아봐도 없었다. “어디 갔지?”라며 주변을 둘려봐도 없었다. 신경이 곤두섰다. 남편에게 차를 안전한 골목길에 세워 달라고 한 후 차 안을 샅샅이 뒤져도 없었고, 트렁크를 열고 뒤져봐도 안 보였다.   생각해 보니 마켓에서 시장을 본 후 남편이 카트에서 집어준 물건을 내가 트렁크 안에 정리해서 넣은 기억이 났다. 남편이 장본 물건만 집어주고 내 가방은 카트에 그냥 놔둔 게 분명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가방에는 현금도 얼마 들어 있고 그보다 스마트폰과 ID, 각종 카드가 들어 있는데 그게 몽땅 가방과 함께 사라진 거였다.   남편에게 “어떻게 물건만 집어 주고 가방은 그냥 카트에 놔둘 수 있느냐”고 불평을 했다. 남편은 생각 없이 물건만 챙겨 줬다면서 “아니, 자기 가방을 자기가 챙기지 않고 무슨 소리냐.  항상 가방을 손에서 놓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나를 힐책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자기 잘못을 인정했는지 내 탓, 네 탓할 게 아니라 “빨리 마켓으로 돌아가자”며 차를 돌렸다. 길이 공사로 많이 막히니 남편이 알지도 못하는 길로 들어선 것이 잘못이었다. 방향이 잘못됐는지 이리저리 헤매다가 다운타운 쪽으로 들어서게 됐다. 잔소리하면 사고까지 날까 봐 “급하면 돌아가라 했는데….” 중얼거리며 화난 내색은 하지 않았다.   가는 내내 “제발 가방이 카트 안에 그대로 있기를!” 바라면서 불안한 마음을 달랬다. 마켓에 도착해 허둥지둥 주차장, 카트 놓고 온 자리에 가보니 카트는 없어졌다. 매니저에게 달려가 말하니 아직 신고된 게 없으니 연락처를 적어 놓고 가라 했다. 카드 분실신고를 해야 하는 등 뒤처리할 생각에 머리에 쥐가 났다.   차를 타려고 터덜터덜 주차장으로 향하다가 카트맨을 만났다. 한 시간 전쯤 카트에 가방을 두고 갔는데 못 봤느냐고 하니 “시큐리티, 시큐리티”라고 했다. 얼른 마켓 안으로 다시 들어가서 시큐리티를 찾으니, 거기 있는 사람이 눈치를 챘는지 가방을 들어 보여줬다. 얼마나 반가웠던 지! 그런데 왜 매니저는 시큐리티에 가보라는 말을 안 했을까.   기진맥진해서 집에 와 “십년 감수했네”라며 쉬고 있는데 남편이 “아, 내 안경!”이라고 해서 보니 남편 얼굴에 안경이 없었다. 점심 먹으며 안경에 김이 서려 모자 차양 위에 얹어 놓았다는 것만 생각난다고 했다. 식당에 전화해 보니 손님이 떠난 후 자기들이 체크를 했는데 보지 못했다고 했다. “LA올 때 비싼 안경을 새로 맞춰 끼고 왔는데….” 라며 남편이 낙심했다. 남편이 걸으러 나간 사이, 차고에서부터 시작해서 온 집안을 뒤졌다. 결국 안경은 이층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 위, 안경집에 얌전히 들어 있었다.   최근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란 책이 노인들 사이에 화제다. 노인들의 삶을 아주 짧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작은 책자로, 인생과 삶에 대한 풍자시를 모아놓은 시집이다.     예를 들자면, ‘종이랑 펜/ 찾는 사이에/ 쓸 말 까먹네’  ‘만보기 숫자/ 절반 이상이/ 물건 찾기’ ‘젊게 입은 옷/ 자리를 양보받아/ 허사임을 깨닫다’ 등이다. 나이 들면서 노인들이 격을 수 있는 슬픈 현실을 유머와 위트로 승화시켜 웃음과 공감을 선사한다. 책 제목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은 책 내용 중 하나를 그대로 뽑았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 나와 내 주위사람들의 이야기 같았다.   가방을 카트에 놓고 온 사실로 자괴감이 들던 중에 이 책을 읽고 큰 위로를 받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노인들과 비슷한 경험이라는 사실에 힘을 얻었다. 노년의 풍경 속에는 깜빡하는 일도, 그걸 찾고 안도하는 순간도 다 포함되어 있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것도 내 인생의 한 장면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노년에 이르러 우리는 현명해질 수도, 나이 듦을 한탄하며 서러움에 잠길 수도 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모두 노인들의 일부일 것이다. 노년은 어떤 모습으로 채워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이 될 수 있다. 누군가는 노인의 현명함에 자존감을 느끼고, 누군가는 건망증에 찌든 모습에 체념한다. 어떤 풍경을 만들지는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침실 벽에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 말씀 액자가 걸려 있다. 주어진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주변과 잘 어울리면서 늘 감사하는 생활, 이런 일상이 내 노년의 행복한 풍경이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가방을 잃고, 안경을 잃고 하는 사태가 또다시 생기면 과연 평정심을 갖고 넘길 수 있을까. 그때는 나의 기도가 힘이 됐으면 좋겠다. 배광자 / 수필가문예마당 부정맥 사랑 주차장 카트 남편 얼굴 자기 가방

2025-03-13

[우리말 바루기] '애띤' 아닌 '앳된' 얼굴

어릴 적에는 어른처럼 보이고 싶어 어서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나이가 들면 한 살이라도 젊어 보이고 싶은 게 대부분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만약 누군가에게서 “나이에 비해 애띄어 보인다” “애띤 얼굴이 내 나이보다 다섯 살은 어려 보인다” “얼굴이 앳뗘 보여 나보다 훨씬 어린 줄만 알았다” 등과 같은 말을 듣는다면 더없이 기분이 좋을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듣고 싶다면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방증일지 모른다.   애티가 있어 어려 보인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이처럼 ‘애띠다’ ‘애띄다’를 활용한 ‘애띄어’ ‘애띤’ ‘앳뗘’ 등의 표현을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었다” “붉은빛을 띤 장미”에서와 같이 감정이나 빛깔 등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낼 때 ‘띠다’고 표현하다 보니 ‘아이(애)’ 같은 느낌을 ‘띠고’ 있다고 생각해 ‘애띠다’고 쓰는 듯 보인다. 여기에 사이시옷을 붙여 ‘앳띠다’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띠다’를 ‘띄다’로 바꿔 ‘애띄다’ ‘앳띄다’와 같이 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모두 잘못된 표현이다. 애티가 있어 어려 보인다는 뜻으로는 ‘앳되다’가 바른말이다. ‘앳되고, 앳된, 앳돼’ 등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앞서 든 예문은 “나이에 비해 앳되어 보인다” “앳된 얼굴이 내 나이보다 다섯 살은 어려 보인다” “얼굴이 앳돼 보여 나보다 훨씬 어린 줄만 알았다” 등으로 고쳐야 한다.   얼굴뿐 아니라 목소리가 어리게 느껴질 때도 ‘앳되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풋풋하고 앳된 목소리에 가슴이 설렜다” “앳된 음성이 전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등과 같이 쓸 수 있다.우리말 바루기 얼굴 정작 나이

2025-02-18

[우리말 바루기] 접미사 ‘-다랗다’의 사연

기다랗고 가는 목에 타원형의 얼굴. 모딜리아니 초상화의 특징이다. 이런 화풍은 그의 병증이 한몫했다는 주장도 있다. 모딜리아니의 작품 속 형태 변형이 심한 난시와 관련됐다는 것이다.   매우 길다는 의미의 단어 ‘기다랗다’도 잘못된 형태로 종종 표현되곤 한다. “긴 타원형의 얼굴 아래로 음악처럼 흐르는 길다란 목” “백조같이 길다랗고 가는 목”처럼 쓰면 안 된다. ‘기다란’ ‘기다랗고’로 고쳐야 바르다. ‘길다랗다’를 기본형으로 알고 잘못 활용한 경우다.   ‘길다’에 그 정도가 꽤 뚜렷하다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 ‘-다랗다’가 붙은 말이므로 ‘길다랗다’로 읽고 써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왜 어간 ‘길-’에서 ㄹ이 탈락한 ‘기다랗다’를 표준말로 삼은 걸까? 발음이 [기ː다라타]로 난다. 끝소리가 ㄹ인 말과 딴 말이 어울릴 때 ㄹ소리가 안 나면 나지 않는 대로 적는다는 맞춤법 28항 규정에 따랐다.   ‘높다랗다(←높다)’와 같이 용언의 어간 뒤에 자음으로 시작된 접미사가 붙어서 된 말은 어간의 원형을 밝혀 적는 게 원칙이나 ‘기다랗다’는 변한 형태를 표준어로 삼았다. ‘가느다랗다(←가늘다)’도 같은 예다.   ‘짤따랗다(←짧다)’는 왜 이런 형태가 됐을까? 겹받침의 끝소리가 드러나지 않을 땐 소리대로 적는다는 맞춤법 21항 규정 때문이다. [짤따라타]로 발음되므로 ‘짧’에서 ㅂ은 버리고 뒤의 접미사 ‘-다랗다’도 소리를 반영해 ‘짤따랗다’가 됐다. ‘널따랗다(←넓다)’ ‘얄따랗다(←얇다)’도 같은 이유로 표기가 정해졌다. ‘굵다랗다(←굵다)’는 같은 겹받침 단어이지만 뒤에 있는 받침인 ㄱ이 발음되므로 원형을 밝혀 적는다.우리말 바루기 접미사 사연 모딜리아니 초상화 형태 변형 얼굴 아래

2025-02-12

[우리말 바루기] 얼굴이 ‘넙적하다’?

자신의 외모에 대해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종종 하는 말들이 있다. “난 얼굴이 너무 널쩍해서 고민이야” “넙적한 얼굴을 갸름하게 고치고 싶어”라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펀펀하고 얇으면서 꽤 넓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이처럼 ‘널쩍하다’ 또는 ‘넙적하다’고 쓰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으로 ‘넓적하다’고 적어야 바르다.   ‘넓적하다’는 ‘넓다’에서 온 말이다. 같은 ‘넓다’에서 온 말이지만 ‘널찍하다’ ‘널따랗다’는 원래의 형태를 살려서 적지 않기 때문에 ‘넓적하다’도 ‘널쩍하다’나 ‘넙적하다’로 적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글맞춤법 제21항을 보면 겹받침에서 뒤에 것이 발음되는 경우 그 어간의 형태를 밝혀 적고, 앞에 것만 발음되는 경우엔 어간의 형태를 밝히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는 내용이 있다.   ‘넓적하다’는 발음이 [넙쩌카다]와 같이 나기 때문에 ‘넓-’의 ‘ㅂ’이 발음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어간의 형태를 밝혀 ‘넓적하다’로 적는다.   ‘널찍하다’ ‘널따랗다’는 [널찌카다] [널따라타]로 발음한다. 어간 ‘넓-’의 ‘ㅂ’이 사라지고 [널-]로 발음이 나기 때문에 어간의 형태를 밝히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쓰게 된 것이다.   ‘넙적하다’는 부사 ‘넙적’에 ‘하다’를 붙여 만든 동사로, ‘넓적하다’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큰 개가 고기를 넙적하며 받아먹는다”에서와 같이 ‘말대답을 하거나 무엇을 받아먹을 때 입을 냉큼 벌렸다가 닫다’는 뜻으로 쓰인다. 또 “그는 너무도 고마워서 넙적하고 엎드려 절을 올렸다”처럼 몸을 바닥에 바짝 대고 냉큼 엎드린다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우리말 바루기 얼굴 한글맞춤법 제21항

2025-01-28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 세월의 꽃반지 끼고

살아온 모습 그대로 살기로 하다. 사랑하며 살기로 한다. 조금 허물어져도 나를 아끼며 다독거리기로 한다. 온갖 좋은 것 다 챙겨 먹고 죽자고 운동해도 죽을 사람은 죽는다. 태어난 날은 알 수 있지만 죽는 날은 아무도 모른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제는 영원히 살기 위해 불로초를 구하려고 국고와 인력을 낭비했는데 남아있는 진시황릉의 유물과 규모를 가늠하면 진시황의 집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다. 말년에 미신에 빠져 국고를 탕진하고 수은을 불로불사 약인 줄 알고 먹어 생명을 단축하는 비참한 결과를 얻게 된다.   모든 사무를 직접 결제했는데 매일 처리한 공문이 죽간으로 120근가량이었다니 일중독 스트레스가 심각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재패한 천하를 둘러보기 위해 다섯 차례나 전국 곳곳을 순시했는데 다섯번째 순행 도중 50세의 나이로 객사한다.   황제의 죽음을 숨기려고 시신이 있는 수레 옆에 절인 생선을 운반하며 시체 썩는 냄새가 들키지 않게 했다. 평안하게 제 명에 죽는 것도 축복이다.   요즘 혼란한 시국을 보며 민초로 사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높은 자리에 있지 않으니 아래로 추락할 일 없고, 탐욕으로 치부하지 않았으니 빼앗길 일 없고, 권력을 탐하지 않았으니 수갑 찰 걱정도 없다. 남길 유산이 넉넉하지 않지만 자식들이 우애있게 지내며 의리 상할 염려가 없다.   어쩔 수 없이 모두 늙고 누구든 죽는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행복한 사람 불행한 사람, 건강한 사람 늘 골골대는 사람,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한평생 살아온 생의 도표를 그려보면 그게 그거다.   늙지 않는 사람은 없다. 둥근 달처럼 복스럽던 얼굴도 주름이 패이고 초롱초롱 빛나던 눈빛도 가을 오후처럼 스산해졌다. 백옥 같이 곱던 손도 힘줄이 드러난다. 거울 보다가 한심해서 “눈밑에 쳐진 주름 수술받을까” 딸에게 슬쩍 물었더니 “그냥 우아하게 늙어요”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   아름답게 늙기 위해서, 우아하게 나이 먹기 위해서, 어떤 건강식을 먹고, 운동은 뭘 하고, 어떤 옷으로 치장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걱정하다가 빨리 늙을 판국이다. 생긴대로 살다가 생긴대로 늙어 죽기도 힘든 세상이다.   ‘생각난다 그 오솔길/ 그대가 만들어 준 꽃반지 끼고/ 다정히 손잡고 거닐던 오솔길이/ 이제는 가버린 아름다웠던 추억(중략)/ 생각난다 그 바닷가/ 그대와 둘이서 쌓았던 모래성/ 파도가 밀리던 그 바닷가도/ 이제는 가버린 아름다웠던 추억- 은희 ‘꽃반지 끼고’ 중에서   젊음의 꽃밭에서 그대를 만난 시간은 축복이였다, 청춘의 날들은 영원히 시들지 않는 불로초의 꽃말이다. 세월의 흔적 지우며 그대가 준 민들레 꽃반지는 시들지 않고 영원히 가슴 속에 피고 진다   나이는 필수, 행복은 선택이다. 늙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행복하게 사는 것은 선택이다.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다.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지도다.   나이 들면 스스로 자기 얼굴을 만든다. 나이 먹어도 밝은 얼굴 선한 인상으로 호감을 주면 ‘늙음’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이에 매달려서 웅크리며 초조해하지 않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내 모습 그대로 멋지고 우아하게 살 작정을 한다.  (Q7 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 꽃반지 민들레 꽃반지 자기 얼굴 일중독 스트레스

2025-01-21

[잠망경] 감각 프로토콜

오감(五感)을 생각한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태아의 발달과정을 살펴본다. 임신 2개월에 눈의 망막이 생기며 3개월에 내이(內耳)가 자리를 잡고 혀에 맛봉오리가 솟아나는 태아.   당신과 나는 4개월의 태아였을 때 엄마 자궁 속에서 빛에 반응을 보이고,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고, 손가락을 빨기도 했다. 6개월 때쯤 엄마 목소리와 다른 소리를 인지하고 7개월에 단맛 쓴맛을 분별했고 8개월에는 소리의 강약과 고저와 엄마 냄새 또한 알아냈던 것이다.   초등학교 자연 교과서. 태아 발달과정의 흑백 그림을 상기한다. 왕방울처럼 커다란 눈에 등이 휘어진 생선 같은 생명체가 벌써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을 알고 무언가를 피부로 느끼다니.   태아의 입과 혀는 말을 하는 대신에 자기 손가락을 빨고 있다. 젖먹이(영아)를 영어로 ‘suckling’이라 부르는 것도 태아의 본능적 행동의 연장선에서 비롯된다.   ‘fetus, 태아’는 전인도유럽어 뜻으로 ‘빨다, suck’였다. ‘affiliate, 제휴하다’와 동일한 어원이면서 ‘fellatio, 흡경(吸莖)’도 같은 말뿌리다. 어원학 공부를 하다 보면 이렇게 낯뜨거운 배움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우리 5감의 발달과정의 선두주자는 단연 시각(視覺, visual sensation)이다. ‘Seeing is believing, 百聞이 不如一見’ 할 때의 바로 그 ‘seeing’. 고대 영어로 ‘see’의 원래 뜻은 ‘aware, 눈치 차리다, 인지하다’였다. 현대영어의 ‘I see.’도 알았다는 뜻이다.   우리말 ‘보다’는 다른 감각과 두루두루 섞여 쓰인다. 누구의 말을 들어볼 때는 청각과 시각이, 음식을 맛볼 때는 미각과 시각이, 무엇을 만져볼 때는 촉각과 시각이 합쳐지는 순간이다.   ‘보다’는 감각에만 그치지 않고 당신이 알게 모르게 아주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흉보다, 깔보다, 손보다, 돌보다, 해보다, 알아보다, 두고보다, 눈치보다, 물어보다, 노려보다, 쳐다보다, 바라보다 등등. 자칫 당신과 나는 보기만 하다가 볼 장 다 볼 것 같다. 또 있다. “언제 할래?” 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당신이 나직이 하는 대답, “봐서…”는 어떤가.   요즘 유행하는 우리말, ‘비주얼(visual)이 좋다’가 있다. ‘보기 좋다’는 닝닝한 표현보다 훨씬 쿨하게 들리는 게 약간 이상하다. ‘visual’은 15세기 라틴어로 ‘시야(視野)’라는 뜻이었다. 불어에서 유래한 ‘visage, (문예체) 얼굴’, ‘visa, 비자’와 말뿌리를 같이한다. ‘vis-a-vis, 얼굴을 마주하다’는 아주 우아한 프랑스식 표현이다.   태아가 증여받는 ‘감각 프로토콜’의 시발점은 자기보존 본능에 입각한 시야 확보다. 생후 3, 4개월쯤 아기의 뇌에 엄마 얼굴이 각인된다. 그렇다. 당신과 내가 매달리는 가장 소중한 비주얼은 잔잔한 호수에 백조 두 마리가 물음표처럼 지루한 목의 곡선미를 보여주는 풍경화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 얼굴, 자신을 걱정스럽고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엄마 얼굴이다.   엄마는 아이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바라본다. 쳐다보는 시선은 날카롭지만 바라보는 시선은 늘 부드럽다. 아이도 덩달아 엄마 얼굴을 바라본다. 김민수 편 우리말 어원사전(태학사, 1997)은 ‘바라보다’를 ‘바라다(望)’와 ‘보다’의 합성어로 풀이한다. 무엇인지 소망하는 눈빛은 따뜻하다. 내가 다른 사람의 얼굴을, 당신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다.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프로토콜 엄마 얼굴 시각 visual 태아 발달과정

2025-01-07

[등불 아래서] 풀 수 없는 방정식

고즈넉한 밤하늘을 수놓는 별들 사이로 움직이는 별이 보일 때가 있다. 유성처럼 빠르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이 별은 바로 비행기다. 비행기는 수백 톤의 강철로 이루어져 있고 그 안에는 또 수십 톤의 사람까지 싣고 있지만 하늘을 난다. 그 육중한 몸이 뜰 때마다 놀랍다.   더 놀라운 일은 우리는 지금도 비행기가 어떻게 뜨는지를 완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양력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전문가에 의하면 양력을 설명하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이 있는데, 날개 주변에 발생하는 난류와 유동이 너무 복잡하여 이 식으로도 완전하고 고유한 답을 구하지 못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깔끔한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리라. 사람이 만들고도 사람이 다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도 비행기는 하늘을 난다. 생각할수록 경이롭다. 다 알지 못해도 우리는 이 커다란 금속 덩어리가 공중을 가르며 날아오르는 장엄한 광경을 감탄하며 즐길 수 있다. 함께 타고 날 수도 있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완전히 알아야 하늘로 날 수 있다면, 비행기는 날지 못한다.   하늘뿐이랴? 버스를 타고 가다가 창문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조차도 이를 설명하기 위해 똑같은 방정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공식을 몰라도 우리 얼굴에 부딪히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즐거워한다.     우리는 자주 세상에서 나에게 일어나는 일 때문에 불안해한다. 그 이유를 알려고 하고 그래서 하나님께도 묻는다. 마치 방정식의 답을 찾듯이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모든 설명을 듣고 싶다. 알기만 하면 해결할 듯이 답을 찾지만, 사실은 알아도 해결할 힘이 없을 때가 거의 전부다.     정말 이유를 몰라서 불안한 것일까? 사실은 하나님을 바라보지 않기에 이해에 매달리고, 그래도 알 수 없기에 불안한 것은 아닌가? 자기가 원하는 답을 만들려고 문제와 출제자까지 바꾸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하나님의 일을 다 이해하지 못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다 설명할 수 없다. 그토록 배반하고, 떠나고 돌아서지만 왜 나를 포기하지 않으시는지 설명할 수 없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시고 우리가 갚아야 할 눈물과 한숨까지도 짊어지시는 이유를 우리는 알 수 없다. 왜 나를 사랑하시는지 다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도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신다. 그 사랑은 우리를 감싸고, 그 사랑은 우리를 인내하며, 그 사랑은 우리를 일으킨다.   사랑은 우리의 무지를 넘고 우리의 계산을 부수며 우리의 가슴에 부어진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email protected] 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등불 아래서 방정식 스토크스 방정식 금속 덩어리 우리 얼굴

2024-12-02

[건강 칼럼] 얼굴에 갑자기 벼락 통증…‘3차신경통’

흔히 칼로 얼굴을 찌르는 것 같은 예리한 통증, 전기에 감전된 것 같은 통증으로 묘사되는 3차신경통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극심한 통증 중 하나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극심한 통증은 환자의 심신을 매우 쇠약하게 하며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킨다.       3차신경은 얼굴의 감각과 음식의 저작 운동에 관여하는 제5 뇌신경으로, 가장 큰 뇌신경에 해당한다. 주로 뇌간 주변을 지나가는 혈관이 3차신경을 압박하여 발생한다. 여성의 발병률이 더 높으며, 발병 시점은 80% 이상이 50세 이상이다. 5~8%는 뇌종양이나 혹 등이 3차신경에 직접적으로 압박을 가해 발생하며, 2~9%는 다발성경화증이 원인이 된다. 다발성경화증이나 뇌 병변이 없는 환자들의 대다수는 노화로 인한 경미한 뇌의 늘어짐, 혈관의 경화, 확장 등 변형으로 인해 근처 혈관이 3차신경을 압박하게 되면서 발생한다.     3차신경통의 가장 큰 특징은 얼굴에 나타나는 반복적, 발작성 통증이다. 갑자기 나타나서 60-90초간 지속되다 사라지며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간혹 여러 차례 반복적인 통증이 나타난 후, 수 분에서 수 시간 타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 지속되기도 한다.       3차신경통의 치료는 일차적으로 약물요법이 우선돼야 한다. 많은 환자들이 약물에 잘 반응하기 때문이다. 특히 항경련제인 테그레톨이 많이 쓰이며, 통증 초기 환자의 약 60%가 통증 완화를 경험할 정도로 효과를 보인다. 테그레톨을 복용할 때는 간과 골수 기능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혈액 검사를 해야한다. 간혹 한 종류의 약물로 적절히 치료가 되지 않을 때는 다른 약물을 추가로 사용해 통증을 조절하기도 한다.       약물 치료가 3차신경통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거나, 환자가 약물의 부작용을 견디지 못하거나, 또는 장기 약물 복용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우선 독성 물질을 통해 3차신경의 손상을 유발하여 통증을 조절하는 절제술(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 풍선압박술, 알코올블록술, 글리세롤을 이용한 신경차단술, 고주파열응고술 등)과 3차신경통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비절제 수술인 미세혈관 감압술(MVD)이 있다. MVD는 수술 전 MRI에서 명확한 혈관 압박이 확인되고, 1시간 전신 마취를 견딜 수 있는 환자들에게 시행이 가능하다. 이때는 성공률도 매우 높으며, 영구적인 얼굴 마비 위험이 낮고, 숙련된 외과의가 수술할 경우 합병증이 적으며, 45분의 수술 시간, 빠른 회복 등의 장점이 있다. 모든 옵션에는 장단점이 있으므로, 환자의 상태나 연령, 방사선 소견 등을 고려해 담당 외과 의사와 철저히 논의하고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안타까운 점은 3차신경통 환자의 대다수가 수년 혹은 수십년 동안 극심한 고통을 감내하다 결국 수술을 고려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통증은 통증대로, 또 약물로 인한 부작용까지 더해져 오랜 기간 고통받다 병원을 찾는 것이다. 따라서 약물 치료를 우선으로 하되, 효과가 없는 경우, 적극적으로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볼 것을 당부한다.     ▶문의:(323)913-4356 이정훈 / 신경외과 전문의·할리우드 차병원건강 칼럼 신경통 얼굴 3차신경통 환자 통증 초기 통증 전기

2024-10-08

브이롤러, 얼굴 붓기 빼고 숨어있던 V라인이 살아난다

붓기가 살이 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이중턱, 처진 볼살, 불독살이 고민인 이들은 혈액 및 림프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쉽게 붓기가 생기는 체질인 경우가 많다. 붓기를 덜어내고 조막만한 V라인 얼굴을 소유하고 싶다면 '더 뷰티랩 브이롤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영구적인 얼굴 나이를 거꾸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EMS와 고주파, 경락 마사지가 동시에 필요한데, 그런 면에서 더 뷰티랩 브이롤러는 EMS와 고주파로 올인원 경락 마사지를 동시에 가능케 해주는 홈케어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날렵하지 않은 턱선은 물론, 이중턱 그리고 고르지 않은 얼굴 라인을 탄력 있게 끌어올려 준다.     EMS 기능만 있는 제품은 피부 표면만 자극해 큰 효과를 볼 수 없지만, 더 뷰티랩 브이롤러는 저주파 EMS와 고주파 RF로 피부 속 근육 탄력 케어와 지방 파괴를 동시에 관리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얼굴 라인에 최적화된 56.5g의 8개 롤러볼이 얼굴 전체에 골고루 닿아 99% 전류를 고르게 전달해 한층 효과적으로 얼굴 라인을 가꾸어 준다.   얼굴 라인을 부드럽게 마사지하는 EMS모드, 근육을 마사지하는 RF모드, 그리고 얼굴 라인과 속 근육을 동시에 마사지하는 RF+EMS모드 등 3가지 모드를 제공하며, 1단계부터 3단계까지 원하는 강도로 사용할 수 있다. 사용 전 세안 후 기초 스킨케어로 피부를 정돈한 뒤 원하는 모드와 강도를 선택해 5-10분간 마사지해 주면 된다.     "브이롤러 사용 전 찍었던 사진과 사용 후 사진에 차이가 나는 게 느껴져 너무 신기하다" "브이롤러를 사용하면서부터 주름 깊이가 확실히 많이 얕아졌다" 등 생생한 후기가 효과를 입증하는 정가 120달러의 더 뷰티랩 브이롤러는 현재 중앙일보 '핫딜'에서 99달러에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문의:(213)368-2611   ▶상품 살펴보기:hotdeal.koreadaily.com핫딜 브이롤러 얼굴 브이롤러 얼굴

2024-10-02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홀로서기

홀로 피었다   바람에 흔들려 구겨진 얼굴을 내밀었다   누구도 예상 못 했지만 현실이었다   구겨진 얼굴 피기가 쉬웠겠는가   흔들리는 갈대가 하얗게 울음을 터뜨렸다   비바람 앞에, 천근의 무게를 지고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 설 때   정면으로 부딪칠 때 그때 비로소   홀로서기는 시작되었다   홀로 핀 당신만 보인다   쏟아 내지 않고 별빛 하나로 모이는   그곳에 서 있어 보면 알 수 있었다.   같은 생각, 같은 걸음을 옮길 때   외로움은 멀어졌다   결국 그 힘은 뿌리에 있는 것이다   당신 앞에 날마다 서는 그 힘은   홀로 견디는 그 뿌리로 시작되는 것이다       자세히 보아라. 홀로 핀 것들이 너만이더냐. 시름시름 꽃대를 세우더니 백일홍도 홀로 피었고, 씨 뿌리지 않은 과꽃도 여린 꽃망울 홀로 맺었고, 망초도 담장 구석에 기대 안개 같은 하얀 꽃으로 홀로 활짝 웃었다. 그뿐이더냐. 수백 광년을 지나 발밑 아래 홀로 부서지는 별빛은 그냥 서서 맞이하기엔 얼마나 눈물겨운가. 어깨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햇살은 또 얼마나 포근하고 따사로워 온몸을 녹이지 않던가.    여름내 울어대던 매미가 홀로 제 몸을 벗었고, 딱새도 홀로 밤낮으로 알을 품더니 올망졸망 제 식구를 데리고 춤추며 어디론가 가버렸다. 자세히 보면 모두가 홀로 견디는 것이다.   나도 어릴 때 어렴풋이 홀로 사는 법을 배웠다. 어머니가 홀로 되신 후 하루하루를 어떻게 견디어 내는가를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주위에 있었지만 결국 어머니는 홀로 견디고 홀로 사셨다. 그리고 홀로 하늘의 별이 되었다.   초에 불을 댕기면 심지가 타면서 불꽃이 보인다. 심지가 곧게 깊이 박혀 있으면 불꽃은 오랫동안 그 빛을 잃지 않는다.     나무도 그 뿌리가 깊게 뻗어있지 못하면 비바람, 눈보라에 쓰러지게 된다. 아무리 버티려 해도 제 몸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홀로 서려면 그 뿌리가 깊어야 한다. 홀로서는 힘은 보이지 않는 그 심지에서, 그 뿌리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무리 화려해도 아무리 무성해도 홀로 서는 힘은 보이지 않는 다른 곳에 있다.     나무가 눈을 뜨는 시간에 나도 눈을 떴다. 나무는 자신이 심어져 자란 곳을 불평하지 않는다. 오늘도 바람이 부는 곳으로 가지를 휘며 살아감의 유연함을 보이고 있다. 보이지 않는 뿌리는 깊은 땅을 향해 뻗어 가고 있겠지. 서 있다는 것은 그냥 서 있는 것이 아니다. 온 힘을 다해 버티는 것이다.     나의 어머니도 그랬다. 하루를 그냥 맞은 게 아니다.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두렵고 떨리는 하루를 그림자처럼 지내셨다. 노을마저 져버린 서쪽 창가에 어둠이 찾아오면 지친 어깨를 들썩이며 가슴을 저몄을 것이다. 잠든 네 자녀의 이마를 쓸어주며 기도 반, 눈물 반으로 지샜을 것이다. 나는 안다. 그 먹먹했을 하루하루의 시간을. 그 고통스런 날들을 견디며 고개 숙이지 않은 것들에겐 향기가 난다. 그래서 난 홀로인 것들이 좋다. 더 마음에 와닿는다. 홀로 견디어낸 시간이 자랑스럽다. 홀로여서 외롭다고 생각지 마라. 사람도 홀로 있을 때 가장 사랑스럽지 않더냐.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비바람 눈보라 얼굴 피기 시인 화가

2024-08-19

[글마당] 재봉틀 밟는 남자

친구 남편은 손재주가 많다. 팬데믹 때는 재봉틀에 앉아 마스크도 근사하게 만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연말에는 스카프도 받았다. 집수리도 잘할 뿐만 아니라 정원에 허브를 심어 허브티를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이렇게 자상한 남편을 둔 내 친구는 얼마나 좋을까?”   남편에게 말했다.   “나도 만들 수 있어. 재봉틀만 있으면.”   “정말?”   “내가 총각 시절 옷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특히 백투스쿨 시즌에는 재봉틀이 불이 나도록 청바지 아랫단을 줄였다고. 옷가게 주인도 내 실력에 감탄했다니까. 대신 드로잉 테이블 만들어 줄까?”   “또 홈디포 가려고?”   “스튜디오에 나무판이 있어. 가지고 와서 만들게.”   며칠 후 남편이 쓴 카드 명세를 들여다보다가 홈디포에서 널빤지 산 기록을 봤다. 자그마치 나 102달러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그 돈이면 차라리 이케아에 가서 디자인 테이블을 사지.   “널빤지 스튜디오에 있다고 했잖아. 그냥 굴러다니는 것 있으면 만들랬지. 왜 새 나무를 샀어.”   “이왕 만드는데 질 좋은 재료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내가 이케아에서 사고 싶은 테이블 봐 둔 게 있다고. 아이고 말을 말아야지.”   남편 별명은 ‘그린포인트 이 목수’다. 가구를 사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 못한다. 그냥 만들겠다고 난리 쳐서. 한번 만들겠다고 마음먹으면 내 발끝에서 허리 높이, 키 재느라 자를 들고 쫓아다닌다. 설계도를 그려 보여주고 다시 고치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고집부려서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마음에 드는 것도 간혹 있지만, 이케아에 점 찍어 놓은 가구가 눈에 아른거려 실망한다. 하지만 만들고 싶어 하는 남편을 둔 내 팔자니 어쩌겠는가.   “그것마저 못 하게 하면 남편은 무슨 재미로 살까?”   얼마 후, 부셔서 다른 것으로 활용할망정 결국에는 내가 포기한다. 나무 판때기를 아예 그린포인트 스튜디오에서 재단하고 프라이머를 칠해 핸드카로 끌고 왔다. 오자마자 내 얼굴 볼 틈도 없이 만들기가 급했다. 다 만들어 놓고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떨어져서 보고 가까이서 만져본다.   “와! 잘 만들었는데. 수고했어요.”   저녁 식탁에 앉아서 다시 “너무 잘 만들었어요. 고마워요.”   남편 얼굴을 슬쩍 보니 좋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근데 내 친구 남편은 친구 머리도 염색해 준다는데. 그 집 남편처럼 내 머리 염색 좀 해줄래?   “아주 나를 머슴으로 부리시네. 내가 마당쇠냐? 그건 못해. 미장원에 가서 해. 돈줄 테니.”   남의 남편 장기 자랑 열거해서 드로잉 테이블 생기고 싸지 않은 미용실 비용도 챙겼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재봉틀 남자 친구 남편 남편 얼굴 남편 장기

202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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