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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수 vs 폐지,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전쟁 최전선 된 하버드

요즘 미국 언론엔 지식인들의 푸념이 자주 들린다. 트럼프 정부 탓에 표현의 자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칼럼을 보자. 그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폐기한 트럼프 정부 탓에 자신의 해외강연이 차질을 빚을 뻔했다고 썼다. 외국 대학에서 강연할 예정이었는데, 이 학교가 DEI 폐기를 서약하지 않아 국무부 후원금 1만 달러가 취소됐다는 것이다. 그 바쁜 국무부가 이런 것까지 깐깐하게 통제하다니, 트럼프 정부의 옹졸함이 부각됐다. 비슷한 글은 부지기수다.   트럼프가 표현 자유 억압? 반쪽만 보는 것   자유의 나라 미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탄식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반쪽만 보는 거다. 반대의 시각이 엄연히 존재한다. DEI 어젠다에 눌려 침묵해온 보수층 말이다. 그들에게 저 글은 ‘피해 호소인’의 엄살에 불과하다.   바이든 정부는 DEI 준수를 정부 후원의 조건으로 걸었다. 트럼프 정부에선 폐기가 조건이다. 방향만 반대일뿐 후원에 조건을 건 것은 같다. 한쪽만 비난할 일이 아니지만, 2007년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정권을 대놓고 칭찬했던 스티글리츠의 글이니 그러려니 넘어가자.   DEI를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립은 가치논쟁 수준을 넘는다. 2021년 조 바이든은 대통령 취임 첫날 DEI를 정책으로 채택하는 행정명령 13985호에 서명했다. 4년 뒤 도널드 트럼프 역시 보란 듯 취임 첫날 이를 폐지하는 행정명령 14151호에 서명했다.   정권교체에 따른 극단적 시계추 현상을 인권운동가 아이라 글래서(87)는 통렬하게 비판한다. “표현의 통제는 마치 독가스와 같다. 적에게 뿌리면 딱 좋을 것 같지만 바람이 바뀌면 자기에게 덮쳐온다.”   도대체 DEI가 뭐길래 이토록 파열음을 내나. 원래는 차별 해소와 통합을 지향하는 사회운동의 구호였다. 민주당 정부를 거치며 정부와 대학을 중심으로 제도화됐다. 그 과정에서 절차의 일방성과 내용의 편향성에 보수층이 반발했고, 트럼프 정부가 이번에 전면 백지화에 나섰다. 이제 DEI는 미국 내 헤게모니 싸움의 핵심 전선이 됐다.   DEI는 진영 구분의 리트머스 시험지인 측면이 있다. DEI 진영은 자기들이 옳다고 여기는 이슈에 동의하면 같은 편, 아니면 적폐로 간주했다. 적폐엔 집단 공격을 예사롭게 가하곤 했다. 대학에서 자유롭게 의사 표현하다 불이익당한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2023년 오하이오 노던 대학의 스콧 거버 교수는 DEI의 맹점을 지적하다 강의실에서 보안요원에게 끌려나갔다. 2021년 시카고 대학의 도리안 애벗 교수는 대입에서 인종보다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강연을 취소당했다. 매사추세츠 대학의 레슬리 닐-보일러 간호대학장은 2020년 “모든 이의 생명이 소중하다”고 썼다 해고됐다. 흑인 생명이 소중하다(BLM)고만 해야 했다는 것이다. DEI는 생각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정치권에선 숙청 도구로도 쓰인다. 최근 민주당 내부 분란이 잘 보여준다. 올 2월 전국위원회(DNC) 부의장으로 선출된 데이비드 호그(25)가 급진 개혁안으로 풍파를 일으키자, DNC는 백인 남성인 그의 당선을 DEI의 성별 할당 규정 위반으로 몰아 무효화할 태세다.   한쪽의 과잉반응은 반대쪽의 과잉교정으로 이어지는 법. 트럼프의 반DEI 드라이브가 그렇다. 그 최전선이 된 곳이 최고 명문 하버드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4월 하버드가 DEI 폐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22억 달러의 연방 지원금을 동결했고, 하버드는 이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급기야 21일엔 하버드의 유학생 등록 자격을 박탈하기에 이르렀다.   하버드가 DEI 격전지가 될 조짐은 2년 전부터 있었다. 대법원은 2023년 인종별 쿼터를 둔 하버드의 소수계 우대 입학 사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DEI 진영이 크게 반발했다. 그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계기로 벌어진 반이스라엘 시위도 영향을 줬다. 시위대는 이스라엘의 전쟁을 인종차별의 연장선이라고 비난했다. 과격한 인종차별 구호가 난무하는데도 당시 클로딘 게이 총장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보수층이 격앙했다.   역사적으로 하버드는 DEI 이론의 산실이었다. 사회학 교수 찰스 윌리(1927~2022)의 발언을 계기로 DEI의 핵심인 다양성이 힘을 받았다. 그는 1987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기자에게 “모두에게 이로운 법을 바란다면, 입법 구조의 구성원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인이 권력을 독차지하지 말고 흑인에게도 개방하라는 뜻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대학 동창인 그는 인종적 정의를 특히 강조했다. 다양성이 전통적인 자유 개념에 앞선다고도 봤다. 이를 계기로 ‘diversity(다양성)’는 정치적 함의와 운동 에너지를 지닌 용어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더 과격하게 나간 이가 법대 첫 흑인 종신직 교수 데릭 벨(1930~2011)이다. 1989년 마르크스주의를 인종에 접목시킨 비판적 인종이론(CRT)을 주도했다. 미국을 백인의 인종적 위계사회로 규정하고, 이 차별 구조를 해체해야 한다고 했다. DEI를 급진 인종운동으로 확장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버드에서 배양된 이념이지만, 지금 제정신 갖고 들여다보면 구멍이 숭숭하다. 논리의 출발점이 인종이라는 점에서 외려 인종주의적이다. 인간을 백인·흑인·히스패닉·아시안으로 나눠 인종 구성비에 상응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흑인이 인구의 14.4%이니, 교수와 학생, 공무원, 기업 경영진 등의 구성도 대칭적으로 맞추자는 것이다. 나쁜 쪽의 비대칭은 차별이다. 흑인 죄수 비중이 인구보다 높은 36%이므로 인종차별적 사법체계를 뜯어고치라 한다. 흑인 선수 비중이 높은 프로 농구의 인종 구성에 대해선 말이 없다.   사람을 무 자르듯, 어느 한 인종으로 분류하는 것도 억지다. 1997년 타이거 우즈는 어느 인종이냐는 오프라 윈프리의 우문에 “캐블리내시언(Cablinasian)”이라고 현답했다. 코카시언·흑인·인도인·아시안의 피가 다 섞였다는 뜻이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0년대 후반 이후 미국 신생아 7명 중 한 명이 서로 다른 인종의 부모 밑에서 태어난다. 그 후손은 어느 인종이고, 어느 비율로 대우받나. DEI와 CRT엔 답이 없다.   척 보면 금발의 백인인데도, 체로키의 피가 섞였다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그런 애매한 사례다. 워런은 1998년 하버드에서 ‘원주민 출신의 유일한 종신직 소수인종 여교수’로 기록됐으나, 소수계 혜택을 노려 꾸며냈다는 의혹을 샀다. 유전자 검사를 하자 많게는 32분의 1, 적게는 1024분의 1의 원주민 피가 섞였다고 나왔다. 희미하지만 체로키 후손이라는 게 영 날조는 아니었다. 2018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온 워런을 트럼프가 ‘마이 리틀 포카혼타스’라고 조롱한 것도 그 맥락이다.   하버드, 권력과 여론의 인큐베이터 역할   DEI는 시간이 지나며 마치 진영 정치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태양광 집열판 같은 존재가 됐다. 그 결과 DEI는 미국 좌파 이념의 독과점 사업자쯤으로 등극했다. 미국재건센터(CRA)는 최근 “바이든 정부 시절 24개 연방기관에서 460개 DEI 프로그램에 약 1조1200억 달러가 사용됐다”고 발표했다. 모두 미국인의 혈세다.   DEI의 역설은 포용을 내세우면서도 배타적이라는 점이다. DEI 진영은 ‘억압적 관용(repressive tolerance)’을 내세운다. 1960~70년대 좌파의 정신적 지주 헤르베르트 마르쿠제의 말이다. “진정한 평등을 위해선 반동적 표현에 대한 억압이 필요하다. 모든 표현을 똑같이 관용하면 오히려 불평등을 고착시킨다.” 말 잘못했다 조리돌림 당하는 ‘취소(캔슬) 문화’가 대표적이다. 그 위선이 보수층의 혐오 대상이 됐다. 트럼프 정부도 이 지점을 공격 포인트로 삼고 있다.   그럼 왜 하버드 같은 대학 캠퍼스가 DEI 전쟁의 최전선이 됐을까. 이탈리아 공산주의 이론가 안토니오 그람시(1891~1937)의 말을 빌리자면 ‘진지전’에 딱 좋은 지형이다. 종신직 교수는 계속 남고, 학생은 매년 순환되며 유입된다. 교육·연구·저술·강연 등으로 이념을 퍼뜨리는 데도 효과적이다. 이념적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더없이 좋은 무대다.   그중에서도 하버드는 상징성이 크다. 학교를 넘어 권력과 여론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2023년 이곳에서 공부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부 장관은 “미국의 힘을 느꼈다”고 했다. 하버드는 이제 좌파에겐 놓칠 수 없는 거점으로, 우파에겐 꼭 점령해야 할 고지가 됐다.  남윤호 미주중앙일보 대표하버드 최전선 트럼프 정부 민주당 정부 도널드 트럼프

2025-05-28

'밑져야 본전' 코로나 지원 신청 쇄도

조지아 주정부에 가용 예산 한도의 16배에 상당하는 146억달러 규모의 코로나19 지원 신청이 쇄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지아 주지사실 발표에 따르면 주정부가 연방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배분할 수 있는 예산 총액은 48억달러 규모로 이중 절반 정도 금액을 주정부가 이미 받아놓고 있다. 48억달러 중 주정부가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민간에 배분하는 예산은 8억7500만달러다.     지난 여름부터 주정부에 쏟아져 들어온 지원 요청은 무려 1500여건에 달한다. 상수도 개선, 고속 인터넷망 확대, 개인이나 업계의 코로나19 피해 보전 등 다양한 명목의 지원신청이 쏟아졌다. 지원 신청 시한은 이달 말까지이다.     예를 들어 작년 6월에 설립된 애틀랜타의 모바일 바텐딩 서비스는 16만5000달러를 신청했다. 조지아 남부의 관광열차는 94만7000달러. 소도시 병원들을 지원하는 단체는 2억6000만달러, 호텔업계는 2억6700만달러. 요양원 업계는 3억4700만달러를 신청했다.     주정부 당국은 지원 신청서를 심사해 켐프 주지사에게 지원 여부를 권고하게 된다. 켈리 파 주지사실 예산국장은 이와 관련, 상당수 신청서들이 심사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밝혔다.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선결 조건인 연방정부 지출 요건이나 주정부의 사용 용도를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신청했다는 것이다. 파 국장은 "사람들이 정부 돈을 공짜로 뿌리는 웹사이트 정도로 잘못 생각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켐프 주지사는 앞서 8억7500만달러의 용도에 대해 초고속 인터넷망 확대, 상하수도 개선, 팬데믹 피해 지원 등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켐프 주지사는 코로나19 사태로 누적된 법원의 업무 적체 해소에 일부 예산을 사용하고, 또 앞서 9월에는 경찰, 셰리프, 구급요원, 소방대원 등 코로나 최전선 인력의 사기 진작을 위해 1000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파 국장에 따르면 예산의 상당 부분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해소하는데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병원이나 요양원, 호텔 등의 업계가 유력한 지원 대상이지만 개별 사업체를 직접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는 선을 그었다.   김지민 기자  코로나 신청 지원 신청서 예산 지원 코로나 최전선

202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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