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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앵커 재정보험] "안전하고 행복한 은퇴, 지금 시작하세요"

어뉴이티 롱텀케어 전문 에이전시 '블루앵커 재정보험'에서 오는 31일(토) 오전 10시에 버뱅크에 위치한 버뱅크 호텔에서 은퇴 재정 세미나를 개최한다.     지난 3월과 4월에 있었던 두 번의 은퇴 세미나가 오렌지카운티 부에나파크에서 개최되었던 것과 달리 이번 세미나는 엘에이 북쪽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고려해 버뱅크 지역에서 진행된다.     '은퇴 후,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사는 법!'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은퇴 재정 세미나를 통해 블루앵커 재정보험은 현재의 어려운 투자환경을 극복하고 보다 편안하게 은퇴를 할 수 있는 유익한 정보들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특별히 은퇴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고, 평생 받을 수 있는 연금과 롱텀케어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안내하는 등 복잡한 재정 계획의 쉽고 확실한 방법을 공개한다. 나아가 투자 손실 걱정 없는 안전한 은퇴 자산 관리, 소셜 연금처럼 평생 나오는 편안한 연금 플랜, 401K 롤오버로 똑똑하게 자산 운용하는 법, 가족과 나를 위한 현명한 롱텀케어 준비에 대해서도 중점적으로 이야기할 예정이다.     블루앵커 재정보험 측은 "전문가와 함께 쉽고 확실한 은퇴 자산 관리 방법을 배워볼 수 있는 기회"라며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고 있기에 지금 바로 신청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문의 및 세미나 신청은 전화로 할 수 있다.     ▶문의 : (213)887-6200   ▶주소: 호텔 버뱅크(Hotel Burbank, 150 E. Angeleno Ave. Burbank)블루앵커 재정보험 안전 행복 은퇴 세미나 은퇴 자산 은퇴 재정

2025-05-23

[삶의 뜨락에서] 행복과 불행

이름은 마리아. 맨해튼에서 이곳으로 이사 왔다며 바지와 재킷 수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자그마한 체구에 큰 눈이 인상적이었다. 주문을 받고 자기소개를 하다가 갑자기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고 말을 끄집어냈다. 며칠 전 아니면 몇 달 전에 이런 일이 있었나 하고 측은한 표정을 짓는 나에게 25년 전 이야기라고 했다. 그녀의 표정은 어제일 같이 느껴질 정도로 심각했다. 다른 손님이 들어오니까 다음 주에 찾으러 오겠다고 나갔다.     그녀는 간호사로 남편은 투자은행에서 일했고 맨해튼 고급 빌라에서 살았는데 남편이 과로로 쓰러졌다. 치료를 받고 건강한 상태로 일했는데 일이 과중해 주말도 평일에도 늦게까지 일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고 남편도 일을 즐기며 힘든 줄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심장 수술을 받게 되었다. 그 뒤로 일을 줄이고 휴식 시간이 많아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산소통을 끼고 살았는데 마리아도 간호사를 그만두고 남편 간호에 모든 정성을 다했다. 밖에 볼일이 있어 잠깐 나간 사이에 남편이 침대에서 떨어져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고 했다. 그 뒤로 모든 책임이 자기에게 있다며 심한 우울증으로 의사의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마리아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스트레스 상황을 겪고 난 후 내가 조금 더 잘했더라면 그때 더 나은 선택을 했더라면 내가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하고 자신에게서 불행의 원인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내가 잘못하거나 문제가 있어서 생긴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없다. 답이 없는 질문을 반복하며 부정적인 생각에 갇혀 자책감과 죄책감에 빠졌다. 우울증이 우리 뇌에 부정적인 것만 유난히 잘 보이도록 만들어졌는가 생각해 본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해 평생 연구한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에 의하면 행복한 사람은 행복의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고 불행의 이유는 외부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시험 성적이 좋게 나왔을 때 행복한 사람은 내가 열심히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불행한 사람은 그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성적 향상을 위해서 일정 부분 자기반성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불행한 사람들은 반성을 넘어선 자책을 하므로 우울의 고리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인생에서 겪는 대부분의 일은 나로 인해 생기기보다 외부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마리아처럼 불행에 대해 자신 내부에서 문제를 찾으려는 일은 지진 피해를 보고 나를 탓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외부에서 문제를 찾는 것을 태생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행복과 불행의 원인을 어디에 두고 바라볼지는 내 결정에 달렸다. 물론 남 탓을 많이 하자는 말은 아니다. 지나친 남 탓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은 행복한 일만큼 불행한 일이 넘치며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그 원인을 나에게서 찾을지 밖에서 찾을지는 내 선택에 달렸다는 뜻이다. 행복한 일은 나에게서 불행한 일은 외부에서 찾는 습관이 행복한 삶에는 도움이 될 것 같다.   법륜 스님의 책 ‘지금 이대로 좋다’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행복해지는 데는 이렇게 긴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만족하면 바로 행복해질 수 있어요. 스님의 말처럼 이 순간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지금 바로 행복의 계단을 올라타고 올라갈 수도 불행의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갈 수도 있다. 마리아가 올 때마다 항상 똑같은 말을 하는, 우리 남편 죽었다고 했던 가로 큰 눈을 깜박이는 모습이 싫어 오렌지를 내밀면서 맛있다고 내가 그녀의 말을 막아 버렸다. 양주희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행복 불행 남편 간호 우리 남편 휴식 시간

2025-05-12

[이아침에] 가장 행복한 날

몇 해째 이어지던 소송에 지쳐 있을 때였다. 삶은 고달프고 하루하루는 메말랐다. 오로지 견뎌내야 한다는 일념에 매달려 안간힘을 쏟을 뿐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온 가족이 모여 단골 레스토랑에서 나누던 브런치도 어느새 먼 기억이 되어 있었다. 언젠가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으면, 그때 가서 다시 시작하리라 막연히 미루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를 모시고 늘 가던 맥도널드 대신 새로 문을 연 커피숍에 들렀다. 커피를 한 모금 머금으신 어머니는 환하게 웃으시며 물으셨다. “언제 이런 멋진 곳을 알아두었니?”     어머니 얼굴에 번지는 잔잔한 미소가 내 마음결에 밀려들어와 속삭이듯 일깨웠다. 어떤 형편 속에서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 자리에서  결심했다. 가족 브런치를 다시 시작하기로.   어머니는 초록의 새순을 피워내는 봄 나무 같으셨다. 인고의 겨울을 잠잠히 견디며, 한결같은 따뜻함으로 나를 감싸주셨다. 사소한 일에도 ‘고맙다’시며  밝은 미소를 지으셨고, 말끝에 머무는 미소는 봄 햇살처럼 사람을 편안하게 했다. 그 미소를, 나는 너무 오랫동안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주말, 오랜만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어머니, 두 아들, 며느리, 손주들, 그리고 나. 온 식구가 둘러앉아 나누는 식사는 묵혀 두었던 단란함을  모처럼  맛보게 했다. 식탁 위로 흐르는  웃음소리가 마치 오래된 악보 위에 새롭게 얹히는 기쁨의 선율 같았다. 우리는 매달 셋째 주 토요일을 ‘가족이 함께하는 날’로 정했다.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어머니는 내 등을 토닥이며 말씀하셨다. “가족 브런치를 다시 시작하기로 한 건 참 잘한 일이야.”     그러곤 가는 길에 99센트 스토어에 들르자고 하셨다. 하얀 플라스틱 공을  집어들고  “이거 사도 될까”. 머뭇거리듯 한 어머니의 물음 속에, 그나마도 주저하는 애틋한 염려가 묻어 나왔다. 목이 메었다. “갖고 싶은 건 다 사세요”라 툭 던지듯 말했지만, 목울대 너머로 울컥함이 밀려와 시선을 돌렸다.   다음날, 어머니 집 장식장 한켠에 놓인 하얀 공을 보았다. ‘별것 아닌 걸…’하는 표정을 짓자,  어머니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이 공으로 놀면 운동도 되고, 저기 두고 바라보는 재미도 있어”. 그렇게 보니 조명 아래 은은한 형광 빛을 머금은 공이 둥근 달처럼 보였다.   그리고 한 달 후, 두 번째 가족 브런치를 앞두고 어머니는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나셨다. 유품을 정리하던 날, 장식장 한가운데 놓인 공이 눈에 들어왔다. 무심코 버리려다 문득 공 한쪽에 적힌 글귀를 발견했다.   ‘매달 셋째 주 토요일, 우리 가족 함께하는 날. 나의 가장 행복한 날.’ 그 곁에는 정성스럽게 그려진 한 다발의 꽃.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어머니에게 가장 큰 행복은 우리가 함께하는 날이었다. 어머니의 행복이 너무 소박해서, 그래서 더 가슴이 메어졌다.   지금, 그 공은 내 장식장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옆에는 환하게 웃고 계신 어머니의 사진이 자리한다. 미소 너머로 어머니가 남기신 말들 속에 심겨 있던 행복을 되새겨 본다. 어머니가 일상의 삶으로 보여주신 행복을 지켜가고 싶다. 작은 행복이지만, 가장 큰 행복이다. 이영신 / 수필가이아침에 행복 어머니 얼굴 가족 브런치 다음날 어머니

2025-05-06

[문예마당] 나는 행복한 호랑나비

그날, 오후가 내려앉던 풀숲에 눈길을 끄는 움직임이 있었다.   처음엔 누군가 색종이를 오려서 숲으로 날려 보냈나 했다. 오후의 아지랑이가 여러 가닥으로 옅어지자, 그들의 정체가 드러났다. 온몸을 노랑과 검은색으로 휘감은 호랑나비 두 마리였다.     화사한 의상으로 단장한 그들 한 쌍의 호랑나비는 그러나 차림에 어울리지 않게 몸놀림은 수줍었다. 날개를 조금씩 털며 작은 나뭇가지에 나붓이 앉아 있었다. 현란한 색의 의상을 휘날리며 하늘하늘 비상을 계속해야 십상인데 의외였다.   그들은 몇 시간 전에 부화해서 허물을 벗고 막 그물망을 벗어난 어린 호랑나비들이었다. 아직 몸이 덜 말라서 날갯짓을 할 기력이 부족하다. 힘을 비축해 창공 높이 날아오를 꿈을 꾸며 햇볕에 몸을 말리는 중이었다. 얼마 후 그들은 날개를 움직여 삽시간에 건너편 숲으로 사라졌다.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후배 P의 집 뒤뜰에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그건 태평양과 대서양의 거리만큼 아득한 느낌의 허탈함이었다.     후배 P의 집을 방문했던 그날, 그녀는 우리를 뒤뜰로 안내해서 천으로 덮어 놓은 그물망을 보여줬다. 거기엔 어른 손가락 두 마디만 한 초록색 나무 막대 같은 생물이 여럿 있었다. 호랑나비 애벌레라는데 곧 탈피해서 날아오를 날이 머지않았으니 그 장관을 보여주겠노라 했다.   코로나 델마에 있는 로저스 가든에서 밀크 위드(Milk Weed) 화분 두 개를 샀다. 하루 정도 베란다에 화분을 놓아두었다. 이틀 후에 보니 깨알 같은 흰점이 화분마다 두어 개씩 흙 위에 돋아나 있었다. 어느 틈에 호랑나비가 찾아와 성은을 내려준 것이다. 미리 짜둔 넓은 그물망 안에 화분째 넣어 주었다. 일주일쯤 지난 후에 그 알들은 가느스름한 까만 점으로 변했다. 알들이 제대로 자라고 있었다. 두 주일 후부터 알들이 고물고물 움직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밀크위드 여기저기에 구멍이 났다. 알들이 잎사귀를 파먹고 있었던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한쪽은 머리로, 다른 쪽은 꼬리로 짐작되었고 몸통에는 가느다랗게 노랑 줄과 검정 줄이 세로로 희미하게 그어져 있었다.   2주가 지나 3주에 접어들자 왕성한 식욕이 없어지고 하루 종일 기어다니기만 했다. 고치가 되려고 먹이는 안 먹고 헤매던 그들은 어느 순간 천정을 찾아 올라갔다. 몸에서 끈적끈적한 하얀 액체를 분비해서 거기에 몸통을 걸고 매달렸다.     그때까지도 노랑과 검정 몸통이던 그들은 하루 정도 지나자, 몸을 비틀어 허물을 털어내고 어른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길쭉한 초록색 물체로 변했다. 그렇게 열흘 내지 2주 정도 매달려 있다가 그들은 차례대로 몸을 비틀어 허물을 벗어 던졌다. 초록색이 거무스름하게 변하며 몸이 갈라지다가 어느 순간 호랑나비의 형체를 갖췄다.   몸이 덜 말라서 아직 날 수 없는 그들은 조용히 그물망 안에서 힘찬 날갯짓을 하게 될 때를 기다린다. 보통 서너 시간 후면 날개를 대충 말리고 성급한 순서대로 한 마리씩 그물망에서 탈출한다. 너무 시간이 지체되면 그새 날개 근육이 퇴화해서 날지 못할 수도 있다.     망을 활짝 열고 가느다란 젓가락을 몸에 갖다 대어주면 기꺼이 그것을 의지해서 날아간다. 그들이 그물망을 빠져나가는 최적의 시간은 오전 열한 시에서 오후 세 시 사이다. 새벽에 모이를 충분히 먹은 새들의 움직임이 뜸한 시간이다. 어릿어릿한 나비들이 노련한 새들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새들의 먹이 활동이 다시 활발해지는 오후 4시 이후의 시간도 피해야 한다.   그물망을 빠져나오면 몸을 충분히 말리기 위해 그들은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나뭇가지를 찾아가 앉는다. 마치 마지막으로 나를 즐기세요! 하는 듯한 몸짓이다. 두엇쯤 모여서 날개가 다 마르면 그들은 춤을 추기 시작한다. 둘이서 ‘파 드 두(pas de deux·남녀 둘이 추는 춤)’를 추면 머지 않아 뒤늦게 부화한 새내기들이 선임들과 합류해서 함께 ‘코르 드 발레(corps de ballet·군무)’를 펼친다. 인근 숲이 나비들의 춤사위로, 노랑과 검정의 축제로 무르익는다. 지난 두 달여간의 노고와 기다림이 보상받는 순간이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다음다음 해에 아들과 딸은 각기 가정을 이루고 곧 아이들이 태어났다. 첫 손자가 태어나고 2주 후에 외손자가 태어났다. 두 아이는 키도 체중도 늘 고만고만하게 자랐지만 성격은 판이했다.     친손자는 음표로 표현하면 스타카토로 통통 튀는 매력이 있고 외손자는 신중하고 어린아이답지 않게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녀석이다. 할아버지의 품을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관심과 사랑을 배나 더 주려고 노력했고 그만큼 그들의 일상은 때론 벅차기도 했다.   두 아이의 각급 학교 입학식과 졸업식 날은 자주 겹쳤다. 학교에서 상을 받거나 운동 경기에서 승리한 날은 물론이고 학우들과의 관계에서 적잖은 상처를 받은 날, 콩쿠르에서 기대했던 순위에 들지 못한 날 등, 열여덟 해에 걸친 그들 성장의 고비마다, 성공과 좌절의 순간마다 내게 부딪히는 임팩트는 늘 두 배였다.     할머니는 동시에 기쁨과 근심을 표현하고 두 개의 금일봉을 준비하고 두 곳의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야 했다. 친구 문제로 의논해 올 때 피드백을 주고 공감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두 아이의 친구들 이름과 그 부모들 원래의 고국도 기억하고 있어야 했다. 토트넘 손흥민 선수 동료들의 등번호와 출신 국가명을 숙지할 때처럼 그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어서 따로 수첩에 적어서 들고다녔다.   두 아이가 올해 나란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다. 저녁마다 식탁에서, 거실에서 여러 대학 이름과 순위, 그리고 입학허가서를 제출하는 시기와 에세이를 작성하는 방법 등, 여러 얘기들이 화두에 오른다.     저들의 부모가 대학에 진학하던 당시에도 그 과정을 거쳤고 내가 유학 올 때도 밟은 절차이지만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두 녀석의 진학 드라마는 다채롭다. 각 대학마다 다른 입학 사정 과정과 또 지원자들에게 합격과 불합격을 통보하는 방법과 시점 등을 매일매일 거의 시간 단위로 듣고 있다.     하입슴(HYPSM) 학교들 가운데 S와 M은 아이비가 아닌 스탠포드와 MIT의 머리글자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얼마 후면 그들은 덜 여문 깃털을 팔랑거리며 푸른 하늘로 날아오를 것이다. 꽃은 피어 있지만 위험한 새들은 없는 길이었으면 한다. 아늑한 그물망을 벗어나 낯선 도시의 상아탑에서 그들의 날개는 단단해지고 지식과 지혜가 쌓이리라.   여기 한적한 바닷가에서 먼 수평선에 시선을 고정하고 지식과 지혜의 만선(滿船)을 타고 오는 나비들을 기다릴 것이다. 기다리는 어린 나비들이 있어 나는 행복한 호랑나비다. 유니스 박 / 수필가문예마당 호랑나비 행복 순간 호랑나비 마리씩 그물망 후면 날개

2025-04-17

[이 아침에] 내 남은 시간은 오롯이 내 편

나이 들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좋은 것도 많다. 존경받지 않고 무시당하다고 서글퍼하지 마라. 존경도 위로도 가을 오후에 스치는 바람이다. 날아가는 방귀 잡고 시비거는 꼴이다. 무너지지 않고 도태되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살아서 움직여라. 누구에게도 잘 보이려고 노력할 필요 없다. 내 인생 내가 산다.   죽은 뒤에 후회할 일 있으면 지금 바로잡으면 된다. 나쁜 짓 많이 하다 죽으면 바가지로 욕먹을 텐데 변명도 못하고 싸울 수도 없어 속상할 게 뻔하다.     나이 들수록 용감해져야 한다. 주눅 들 필요 없다. ‘운명’이란 단어에 매달려 살았으면 큰 맘먹고 나이테 숫자만큼 힘찬 발길질로 ‘뻥’차서 날려 버려라.   골대 앞에서 내 공을 막을 사람은 없다. 두려워하지 말라. 누구를 위해 목숨 걸고 살던 시절은 흘러갔다. 내가 없으면 세상의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생의 많은 것들이 뜬구름처럼 흘러갔다 해도 빛바랜 일기장을 펼치면 어제의 추억이 먼지처럼 켜켜이 남아있다. 이제 그 흔적을 찾아 길을 떠난다.   인생의 남은 시간은 내 편이다. 남편 자식 친구 이웃, 명예와 물욕, 성공과 좌절, 행복과 불행마저도 타인의 방에서 손을 흔든다. 아무도 내 인생을 닦달하거나 이래라 저래라 훈수 두지 못한다. 나이만큼 열심히 노력했고 살아남았다.   눈물샘이 마르도록 절망으로 허우적거리던 모습을 인생이란 화폭에 그려 낸다면 비록 훈장은 받지 못해도 몇 개의 동메달은 목에 걸 수 있지 않을까.   과거를 회상하며 미래를 발목 잡는 실수 범하지 말기를. 사랑이던 미움이던 함께한 순간은 축복이었다. 슬픔도 고통도 사랑의 꽃망울로 피어오른다.   치사하게 살지 않기로 한다. 먹다 남은 음식은 싫으면 버린다. 떠난 사랑을 잊어버리듯 해묵은 것들을 과감하게 버린다. 죽도록 사랑했던 시간도 아낌없이 떠나보낸다.   흉내 내지 않고, 고집 부리지 않고, 잘난 체하지말고,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이는 대로 생의 파노라마를 펼친다. 사소한 일에 목 매달며 작은 일에 흥분하고 남 일에 참견하는 신경 끄고 소수의 정예 인원만 곁에 두면 사는 게 수월해진다.   자식 자랑하는 친구들에게 기죽지 말고, 이기적인 유전자가 변형을 일으켜도 크게 유산 남길 처지도 아니면서 서운해 하지 말고 당당하게 살기로 한다.   인생은 싸워서 이기는 투쟁이 아니라 담담하게 묵묵히 내 길을 걸어가는 것.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길을 나 홀로 간다. 망설이지 말고 소풍 가듯 김밥 몇 줄 주머니에 넣고 길을 떠난다. 오늘이 이 땅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라도 별이 빛나는 길은 슬프지 않다. 간혹 멍 때리며 시간을 낭비해도 된다. 비어있는 시간이 어쩌면 가장 위로받는 시간인지 모른다.   하고 싶은 일은 망설이지 말고 내일로 미루지 않는다. 고마운 사람에겐 예쁜 카드를 보낸다. 인사 못하고 떠날 수도 있으니까. 비워야 채울 수 있다. 마음을 비우고 주변을 다듬고 정리하면 마음이 풍요롭고 살아갈 공간이 넓어진다. 부족한 것은 다시 채울 수 있지만 넘치는 것들은 주워 담기 힘들다.     보잘것없는 것들이 소중한 무엇이 되면 멍에를 벗고 하늘 높이 나를 수 있다.   이제 늙을 일만 남았다 생각하면 늙다가 죽는다. 살아있는 소중한 시간을 정말로 하고 싶은 일들로 채우면 자유가 인생을 충만케 하리라. 이기희 / Q7 Editions 대표이 아침에 시간 나이테 숫자 남편 자식 좌절 행복

2025-04-16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자유가 충만케 하리라

나이 들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좋은 것도 많다. 존경 받지 않고 무시 당한다고 서글퍼하지 마라. 존경도 위로도 가을 오후에 스치는 바람이다. 날아가는 방구 잡고 시비거는 꼴이다. 무너지지 않고 도태되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살아서 움직여라. 누구에게도 잘 보이려고 노력할 필요 없다. 내 인생 내가 산다.   죽은 뒤에 후회할 일 있으면 지금 바로 잡으면 된다. 나쁜 짓 많이 하다 죽으면 바가지로 욕 먹을텐데 변명도 못하고 싸울 수도 없어 속상할 게 뻔하다.   나이 들수록 용감해져야 한다. 주눅 들 필요 없다. ‘운명’이란 단어에 매달려 살았으면 큰 맘 먹고 나이태 숫자만큼 힘찬 발길질로 ‘뻥’ 차서 날려 버려라. 골대 앞에서 내 공을 막을 사람은 없다. 두려워 하지 말라. 누구를 위해 목숨 걸고 살던 시절은 흘러갔다. 내가 없으면 세상의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생의 많은 것들이 뜬구름처럼 흘러갔다 해도 빛바랜 일기장을 펼치면 어제의 추억이 먼지처럼 켜켜이 남아있다. 이제 그 흔적을 찿아 길을 떠난다.   인생의 남은 시간은 내 편이다. 남편 자식 친구 이웃, 명예와 물욕, 성공과 좌절, 행복과 불행마저도 타인의 방에서 손을 흔든다. 아무도 내 인생을 닥달하거나 이래라 저래라 훈수 두지 못한다. 나이만큼 열심히 노력했고 살아 남았다.   눈물샘이 마르도록 절망으로 허우적거리던 모습을 인생이란 화폭에 그려 낸다면 비록 훈장은 받지 못해도 몇 개의 동메달은 목에 걸 수 있지 않을까.   과거를 회상하며 미래를 발목 잡는 실수 범하지 말기를. 사랑이던 미움이던 함께한 순간은 축복이였다. 슬픔도 고통도 사랑의 꽃망울로 피어오른다.   치사하게 살지 않기로 한다. 먹다 남은 음식은 싫으면 버린다. 떠난 사랑을 잊어버리듯 해묵은 것들을 과감하게 버린다. 죽도록 사랑했던 시간들도 아낌없이 떠나보낸다.   흉내 내지 않고, 고집 부리지 않고, 잘난 체 하지 말고,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이는대로 생의 파노라마를 펼친다. 사소한 일에 목 매달며 작은 일에 흥분하고 남 일에 참견하는 신경 끄고 소수의 정예 인원만 곁에 두면 사는게 수월해진다,   자식 자랑하는 친구들에게 기죽지 말고, 이기적인 유전자가 변형을 일으켜도 크게 유산 남길 처지도 아니면서 서운해 하지 말고 당당하게 살기로 한다.   인생은 싸워서 이기는 투쟁이 아니라 담담하게 묵묵히 내 길을 걸어가는 것.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길을 나홀로 간다. 망설이지 말고 소풍 가듯 김밥 몇 줄 주머니에 넣고 길을 떠난다. 오늘이 이 땅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라도 별이 빛나는 길은 슬프지 않다. 간혹 멍 때리며 시간을 낭비해도 된다. 비어 있는 시간이 어쩌면 가장 위로 받는 시간인지 모른다.   하고 싶은 일은 망설이지 말고 내일로 미루지 않는다. 고마운 사람에겐 예쁜 카드를 보낸다. 인사 못하고 떠날 수도 있으니까. 비워야 채울 수 있다. 마음을 비우고 주변을 다듬고 정리하면 마음이 풍요롭고 살아갈 공간이 넓어진다. 부족한 것은 다시 채울 수 있지만 넘치는 것들은 주워 담기 힘들다.   보잘 것 없는 것들이 소중한 무엇이 되면 멍에를 벗고 하늘 높이 날 수 있다. 이제 늙을 일만 남았다 생각하면 늙다가 죽는다. 살아있는 소중한 시간들을 정말로 하고 싶은 일들로 채우면 자유가 인생을 충만케 하리라.  (Q7 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 하늘 남편 자식 editions 대표 좌절 행복

2025-04-01

[이 아침에] 리사에게, 다시 행복하기로 약속할게

돌아오기 위해 길을 떠난다. 돌아올 마음이 없다면 애초에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사는 것이 힘들 때, 고독의 그림자가 발목을 잡을 때. 주름진 생의 고비마다 떠나고 싶었다. 피하고 싶었다. 허무와 방랑의 끝자락에서 그래도 돌아가야 할, 지켜내야 할 무엇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행복인가.   리사가 마지막 내게 남긴 편지 접어 가방에 넣고 여행길에 오른다. 리사는 이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믿기 어렵지만 리사가 내 곁에 없다는 사실은 태양이 지고 뜨는 것처럼 확실하게 아프다.     리사는 장애아로 태어났지만 순수하고 착한 천사였다. 퍼즐과 레고 게임 천재고 유머가 가득한 멘트로 가족들과 이웃들의 사랑을 받았다. 리사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탈없이 건강하던 리사가 응급실에 실려가기 5일 전에 쓴 편지다.     ‘엄마는 행복할 자격이 있어요. 엄마는 매우 특별한 사람입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모두가 당신을 사랑합니다. 고마워요. 리사가(Mom you deserve to be happy. You are a very special person. Be happy all the time. Everybody loves you. You deserve happiness always. Thank you, Lisa.).’   또박또박 눌러쓴 편지가 너무 기특해서 냉장고 문에 붙여 놓았더니 리사는 햇살처럼 밝은 미소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것이 리사가 내게 남긴 마지막 편지가 됐다. 나를 두고 홀로 떠나는 자신의 죽음을 리사는 감지하고 있었을까.     인생의 길은 수만 갈래다.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어 가야할 길이 어딘지 알지 못한다. 꿈꾸고 염원하는 길은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꿈꾸던 길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었는지 모른다.   어릴 적 연날리기 할 때 연실을 한없이 풀어내야 하는데 기술 부족으로 내 연은 잘 끊어 먹히거나 땅바닥에 내 동대기 치기 예사였다. 그래도 찔레꽃 넝쿨 앞에 앉아 어질어질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에 취해 졸음을 참던 순간은 따스하고 행복했다. 사는 것이 힘들어도 살면 살아진다. 청춘은 늙지 않는다. 길 위에서 길을 찾는 바보짓이라도 하늘 끝까지 치솟는 연 따라 창공을 나르고 아지랑이 품에 안고 사랑하는 날들은 감미로웠다.   진시황제는 불로장생을 위해 불로초에 집착했지만 다섯 번째 천하 순행 때 길 위에서 49세로 죽는다. 절인 생선을 마차에 실어 그의 죽음을 은폐했는데 시황제의 최후는 냄새 나는 생선과 함께 썩어갔다.   무엇을 위하여, 무엇을 얻으려고 살아왔던가.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 인간에 대한 연민, 삶에 대한 열정과 노력, 나는 그냥 살아왔을 뿐이다, 쓰러지지 않으려고 뚜벅뚜벅 걸어왔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중에서.  리사의 마지막날들을 사랑으로 지켜준 딸과 아들에게 감사 이메일을 보낸다. 리사를 보내고 힘들었던 시간을 내려놓고 리사가 남긴 편지의 약속처럼 살기로 한다.     ‘저는 이번 생애에서 고통과 괴로움을 뒤로하고 새롭게 시작할 거에요(I am going to leave the pain and suffering behind on this trip and start anew).’   길 위에서 다시 행복하기로 했다.  이기희 / Q7 Editions 대표이 아침에 행복 약속 마지막 편지 everybody loves special person

2025-03-25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그날 이후

글 속에 숨고 그림 속에 번질게요 / 익어가는 시간들이 쓸쓸해져요 / 마주하는 모든 시간 내내 웃지만 / 다가오는 모든 풍경들은 아픔인 걸요 / 놓칠 수 없는 시간의 간극 속에 머무를 뿐 / 닫을 수 없는 밤은 늘 추위처럼 스며오는 것이죠 / 달이 지고 나면 아침은 늘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와요 / 거기 계세요 / 손짓하는 나를 보시면요 // 늘 정면에서 바라보지 못했어요 / 잎이 흔들리고, 자동차 경음이 울리고 / 신호등 파란불을 따라 그리로 가고 있어요 / 커피 향을 닮은 하늘을 올려다보아요 / 잡은 손을 놓친 것보다 더 기대고 싶어져요 / 돌아선 뒷모습이 생선 가시처럼 목에 걸려 와 /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 잘 가세요 / 환한 대낮을 등지고 걷고 있어요 / 바람에 밤나무 꽃이 아래로 떨고 있었고요 / 강물을 바라다보는 일이 서로 편해진 오후 / 흐르는 물속에 그대 웃음 소리가 들려요 / 내가 힘들어도 그대가 기쁘다면 / 나는 강물이 되어 멀어져도 슬퍼할 리 없어요 // 낯선 방에 누워있어요 / 집을 받들고 높게 옷 벗은 나무들 / 천근의 눈꺼풀을 껌뻑이며 / 지탱하려고 수십 번을 뒤척였어요 / 한번은 어린아이 마냥 천진한 마음으로 / 또 한번은 천천히 누르는 아픈 통증으로요 / 반나절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 강물은 까마득히 멀어져 / 낯선 이의 뒷모습으로 흐르고 있어요 / 귀를 막고 싶은 옆자리가 추워요 / 바다로 흐르는 물고기 지느러미처럼 / 무너뜨려야 할 짐을 건네주는 밤은 너무 검어요 / 두리번거려도 아무것도 잡을 수 없는 새벽 / 기대할 수 없는 시간의 느린 걸음에 지쳐가고 있어요 / 지나간 어제도 맞이할 오늘도 꿈같은 내일도 /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 흐트러진 걸음을 여미게 해요   오랜 세월이 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도구들이 많아졌다. 이제는 세밀한 기계까지 만져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모양을 입력하면 그 모양 그대로 두꺼운 철판을 자른다. 나무를 깎아 목판화처럼 작업을 하기도 한다. 글자를 접어 만들어 내기도 하고 큰 사이즈의 이미지를 컬라로 출력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그 시간 그 장소에 그 도구와 기계들이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 아울러 시안을 입력하고 기계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함께여야 모든 상황을 가능하게 한다.   사람도 그렇고, 풍경도 그렇다. 작은 들꽃도, 언덕을 오르는 오솔길도 그렇다. 눈이 오는 것도,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도, 미시간 호수가 출렁이는 것도, 하늘이 푸르른 것도 모두가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어야 추억이 되고 그리움이 된다. 아픔이 몰려오기도 하고 사랑이 꽃피기도 한다. 잠을 설치기도 하고 밤하늘 별빛을 보러 창을 열기도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라고 한다.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어야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우리의 삶을 되돌아본다. 우리의 걸음도 수많은 길들을 만나지 않았던가. 용감하게 직진할 때도 있었지만 우회할 때도 있었다. 어찌할 수 없어 멈춰서서 움직일 수 없었던 날들도 있었다. 마음을 다독이며 뒤돌았던 시간들도 있었다. 세상을 다 얻은 듯 기쁨 속에 뛰었던 날들도 있었다. 뒤돌아보며 그 길들을 걸으며 만났던 사람들, 다가왔던 풍경들, 예기치 않았던 상황들, 갈등과 화합, 슬픔과 행복, 좌절과 용기가 그날 그 시간에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이 그 자리에 없다면. 우리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고 있는 뒷들을 바라보고 있다. 어느 시간 제 자리를 지키고 싹을 내고 잎을 내밀 나무의 대견한 모습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좌절했던 많은 사람들의 슬픈 마음을 연둣빛 희망으로 바꿔 줄, 그 시간 그 자리에 서 있을 풍경들과. 불행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에게 행복의 손짓을 전하는 아름다운 사람과, 메마른 땅에 희망을 전하는 예쁘고 앙증맞은 꽃들에게 올해도 그 자리를 지켜 주어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미시간 호수 밤하늘 별빛 행복 좌절

2025-03-10

[독자 마당] 나의 행복은 남의 불행

독일말에는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면서 행복을 느끼는 심리를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고 한다. 손해를 뜻하는 샤덴(Schaden)과 기쁨이라는 뜻을 담은 ‘프로이데(freude)’를 합성한 단어다.  동료보다 뛰어나고 더 나은 결과를 내고 싶어하는 바람에서부터 유발된다고 한다. 그래서 자부심이 낮은 개인들이 샤덴프로이데를 더 자주 그리고 더 강하게 경험하는 경향이 있다.   이 말은 특별한 말 같지만 실은 아주 보편적인 말이다.   세계 여러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국가에 따라 4~5년마다 한 번씩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왕정 체제에서는 왕이 바뀔 때마다 피를 흘리지만 민주 정치는 피를 보지 않고도 정권 이양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제도에서도 피해는 막심한 것이어서 국민이 둘로 쪼개지고 대통령 선거에서 떨어진 사람은 승자의 승리를 축하해주는 대신에 온갖 비열한 수단을 써 승패를 뒤집는 것을 우리는 종종 보았다. 패자의 아픔이 승자의 기쁨보다 큰 것이다.     모든 운동경기는 승패로 끝난다. 즉,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말을 거꾸로 생각해보면 나의 행복은 남의 불행이 되는 것이다.   86세인 나는 한해 한해 지날 때마다 지금 나의 행복은 남의 불행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뒤를 돌아보게 된다. 생각해보니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어떤 사람을 불행하게 한 경우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로 인해 불행해진 사람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혹시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나 때문에 불행해진 사람의 아픔이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또는 내가 행복한 것처럼 생각하지 않거나 행동하지 않으면 그 사람의 불행이 덜어지지는 않을까.   우리는 누구나 지금 자기가 누리고 있는 행복이 남의 불행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또는 내가 혹시라도 남을 불행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보아야 한다. 서효원·LA 거주독자 마당 행복 불행 불행 때문 대통령 선거 대통령 제도

2024-12-10

[살며 생각하며] 장막을 걷어라, 행복의 나라로

곱슬머리 간호사가 생년월일을 묻는다. 어느 쪽 눈인지 물으면서 왼쪽 눈 위에 테이프를 붙인다. 눈을 헷갈릴 염려는 없다. 의사의 실수로 환자의 성한 쪽 신장을 떼어냈다는 기사를 언젠가 본 적이 있다. 혈압을 재니 평소보다 많이 올라가 있다.   “이 수술을 왜 하세요?” 간호사가 물었다. 나는 전에 한 백내장 수술이 잘못되었고, 그로 인해 망막에 이상이 왔다고 답했다.     “처음 수술을 누가 했어요? 닥터 A가요?” “아뇨, 다른 닥터였어요.” “닥터 A는 수술 잘해요. 의사 집안이에요. 아버지도 여동생도 안과 의사예요.”     수술 5분 전, 세상에서 제일 듣고 싶은 말이 간호사의 입에서 나왔다.     나는 따뜻하게 데워진 담요를 어깨에 감싼 채 수술실로 들어갔다. 키가 훤칠한 닥터 A가 다가왔다. 빨리 수술을 받게 돼서 운이 좋다고 말한다. 얼굴에 커버가 쓰이고 눈 하나만 노출된 듯했다. 드디어 정신이 몽롱해 온다. 의사들과 간호사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나는 용어를 해독하려고 정신을 바짝 차렸다. P5, HPT 24 and 25 등등.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다. 자는 것도 아니고 안 자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나는 어디론가 빨려 들어갔다. 갑자기 ‘흠’하는 닥터의 소리가 들렸다. 의식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왜지? 뭐가 어려움에 부닥쳤나? 다시 의사의 톤이 빨라졌다. 어쩌고저쩌고… 나는 다시 의식 밑으로 떨어졌다.     “OK. It‘s all done!” 닥터의 목소리가 확신에 차 있다. 한 20분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수술이 꼬박 한 시간 걸렸다고 말해준다.     발단은 몇 년 전 백내장 수술로 거슬러 간다. 수술하던 중에 갈아 끼운 렌즈 뒤 표면에 점액질이 달라붙었다. 거기다가 렌즈가 눈동자 살짝 옆으로 비켜서 박혔다. 시간이 지나자 말라붙은 점액질이 눈에 장막을 드리웠다. 빗나가서 박힌 렌즈는 세상을 이중으로 보이게 했다. 마치 물속에서 사물을 보는 듯이 눈이 어른거렸다. 나는 내 눈이 답답함을 감지 못하도록 더 어둡게 만들었다. 항상 선글라스를 꼈다. 어둠에 익숙한 두더지 같은 눈을 가지고 다른 쪽 눈으로 세상을 보았다. 무엇을 응시하는 것이 피곤했다. 흐린 시야에 갇힌 나는 기분이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외롭고 믿지 못할 세상이었다. 닥터 A는 이런 눈으로 어떻게 견뎠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다음날 체크 업을 받았다. 의사는 수술이 잘 되었다고 말했다. 눈이 환해지니 마음도 환해졌다. 곱슬머리 간호사의 친절한 말 한마디는 수술받는 동안 나를 편안하게 해 주었다. ‘실력 있는’ 닥터라는 말에 혈압이 원상태로 돌아갔다. 이 세상은 분명 엉터리 같은 일이 일어나는 곳이지만, 동시에 책임감을 가지고 소신껏 일하는 닥터 A 같은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 의해서 세상은 돌아간다고 믿고 싶다. 그들의 진실하고 선한 마음이 내게도 전해져 온다. 나도 따라서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진다.     길쭉한 버터 넛 스쿼시를 수술 전에 사 두었다. 노란 주홍빛이 감도는 호박 수프가 눈에 좋을 것 같아서다. 당근, 셀러리 등 채소를 듬뿍 넣고 넉넉하게 끓였다. 내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이다. 한 냄비 가득 찬 수프를 보고 있자니, 앞집 젊은 엄마가 생각났다. 최근에 아이가 아파서 마음고생이 심하다. 그 집 문 앞에 놓고 나오는데, 소파에서 창밖을 내다보던 강아지가 신나게 꼬리를 흔든다.     나의 흐릿했던 세상에 장막이 걷혔다. 이중으로 보이던 나무도 소파도 깨끗한 단선이 되었다. 나는 소경이 눈을 뜬 듯 행복하게 주위를 둘러봤다. 12월의 끝자락이 선명하게 들어온다. 김미연 / 수필가살며 생각하며 장막 행복 백내장 수술 곱슬머리 간호사 닥터 a가요

2024-12-09

[이 아침에] 건강과 행복

목요일, 학교를 오가는 시간에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팟캐스트를 자주 듣는다. 미사여구도 없고 에둘러 애매한 표현도 없는 명쾌한 답을 듣고 있노라면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낀다.     지난주에는 건강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였다. 중년쯤 되면 누구나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된다. 몸에 좋다는 음식이나 약을 찾아 먹고, 건강에 좋다는 운동도 한다. 과연 ‘건강’이란 어떤 상태를 나타내는 말인가.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건강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아무 탈이 없고 튼튼한 상태를 말한다’라고 되어 있다.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나 같은 장애인은 결코 건강할 수 없다. 나이가 들어 눈과 귀가 어두워지고 거동이 불편해지면 누구도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     법륜스님은 아프지 않은 상태가 건강이라고 했다. 몸은 이상이 생기면 크고 작은 통증으로 신호를 보내기 마련이다. 그러니 아프지 않다면 건강한 것이 맞다. 장애나 노쇠는 낡고 찌그러진 상태일 뿐, 작동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차와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되려나. 아무리 아끼고 곱게 써도 새 차는 조금씩 긁히고 찌그러지기 시작하며 오래된 차일수록 그 정도는 심해진다. 하지만 고장 난 것은 아니니 타고 다니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행복은 어떤가? 물론 사람들마다 행복의 기준은 다르다. 높은 지위나 명성 같은 세상적인 성공을 행복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큰 집이나 좋은 차 같은 부의 축적을 행복의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가정의 평화나 자식의 성취를 행복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스님은 행복이란 걱정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물론 무엇이 걱정인가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 여기서 말하는 걱정은 밥도 잘 안 넘어가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만한 그런 걱정을 말한다. 스님의 기준으로는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면 크게 걱정할 일은 없다.     60년쯤 산 독자라면 걱정에 대한 스님의 말에 다소 공감할 것이다. 하늘이 무너질 것 같던 걱정도 지나고 나니 별 것 아니지 않던가. 첫사랑과의 이별, 대학시험 낙방, 애지중지하던 반려동물의 죽음, 노스리지 지진이나 4·29 폭동이 그러하지 않던가.     행복에는 무언가 근사하고 좋은 일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를 행복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살다 보면 분명 멋지고 근사한 일은 생긴다. 한 번이 아니라 수십 번, 수백 번 생길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런 일이 주는 즐거운 시간은 너무 짧다는 점이다.   ‘인생사 새옹지마’,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매사에 너무 크게 기뻐하거나 낙심할 필요는 없다. 밤이 되면 어둠이 찾아오고, 아침이 되면 날이 밝듯이, 좋은 일 뒤에는 힘든 일, 낙담 뒤에는 희망이 줄지어서 우리 곁을 지나가는 것이다. 오늘 걱정이 없으면, 그것이 행복이다.     집에 와 아내에게 낮에 들은 이야기를 해주니, 빙그레 웃으며 자기는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근데 왜 행복하다고는 말하지 않았지?     독자들 중에도 아내와 같은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좋은 이야기라고 나누는 것이니 양해해 주세요. 걱정할 일은 아니니 행복하시죠?   고동운 / 전 가주 공무원이 아침에 건강 행복 오늘 걱정 인생사 새옹지마 죽음 노스리지

2024-10-02

“행복한 교회에서 31년, 행복했어요”

LA한인교계를 대표하는 대형교회중 하나인 충현선교교회(담임목사 국윤권)에서 사무직으로 31년간 근속해온 한인숙(사진) 집사가 은퇴했다.   충현선교교회는 지난 9월 교회 월간소식지인 충현뉴스를 통해 “1993년 11월15일 근무를 시작한 한인숙 집사가 지난 2024년 8월31일로 정든 교회 사무실을 떠났다”고 전했다.   한 집사는 1대 정상우 목사, 2대 민종기 목사, 3대 국윤권 목사에 이르는 동안 충현선교교회를 섬겨 교회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렸다.   한인숙 집사는 “정든 직장을 그만둔다고 생각하니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앞을 가렸다”면서 “인품 좋은 목사님들 덕분에 너무 행복했고 하나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교회임에 틀림없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다”고 은퇴 소회를 전했다.   충현선교교회에 따르면 그는 늘 명랑하고 유쾌한 성품과 빠른 손으로 교회의 많은 업무들을 소리없이 척척 처리했던 일꾼이다. 한 집사는 30년 넘는 세월동안 교회의 변천사에 따라 그동안 여러 차례 교회 장소를 옮길 때마다 한마음으로 함께했다.   그는 “처음에는 글렌데일 경찰서 앞 사무실에서, 이사벨 건물 사무실에서, 이글락 건물 사무실에서 현재 이곳에 교회건물을 구입해서 이사 올 때, 전 성도들이 감격하여 울면서 입당식을 하며 기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32세에 첫 근무를 시작할 때 1살과 6살이었던 어린 두 아들은 장성해 지금은 두 손녀를 둔 할머니가 됐다.     그는 “이제는 남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며 “부족한 사람을 사랑으로 지금까지 인도해 주시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행복하고 기쁜 마음으로 일하게 해 주신 교회와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린다”는 인사의 말을 전했다. 충현선교교회 이혜경 편집인행복 교회 교회 사무실 차례 교회 세월동안 교회

2024-09-16

[발언대] 행복한 말년을 원한다면

나는 은퇴촌에 살고 있다. 이웃들 모두 나름 성공적인 삶을 살다가 인생의 말년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가까이 들여다보면 문제없는 가정이 없다 할 정도로 여러 문제로 고심하는 것을 보게 된다.       우리의 삶은 과거보다 끝이 어떤가에 따라 성공 여부가 판단된다. 그러기에 인생 말년에 아픔이 있다면 과거의 모든 성취는 소용이 없게 된다.     가족 간 불화의 가장 흔한 이유는 아마 재산 문제일 것이다. 만약 가족 간의 화목과 재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경우 어떤 것이 남는 선택인지  스스로 계산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형제는 7남매다. 그중에 특별히 출세한 사람도,부자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수십 년째 격월로 합동 생일잔치를 갖는 등 주변에서 우애좋은 집안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나는 비결을 물으면 물려받은 유산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리고 그 지혜를 일찍 터득하신 부모님께 늘 감사한다. 아버지는 시골 의사였다. 과거 주변 사람들로부터 땅을 사 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하셨다. 하지만 부모님은 재산이 형제간 우애를 깨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철학을 가진 분들이었다. 늘 우리에게 유산은 대학교육까지라며 물질적 유산은 기대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유산을 한 푼이라도 물려받은 자식이 없다.     심지어 어머님은 본인의 장례식 조의금이 남으면 전액 멕시코 선교에 헌금하라는 유언까지 하셨다. 돈으로 인한 형제간 불화를 염두에 두셨던 듯하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사모하는 자들이 많은 근심으로 자기를 찔렀도다.”(딤전6:10) 돈 자체는 좋고 필요한 것이다. 그 존재 목적이 필요한 곳에 ‘사용’하라는 것인데, 그것을 ‘사랑’할 경우 문제가 된다는 성경 말씀을 실천에 옮기셨던 것 같다.       유산으로 인한 형제간 불화의 원인은 액수보다 형평성이 원인일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형제간 차등 상속으로 인한 불만에, 평소 부모에게 관심도 없던 자식이 고생하며 무모를 모셨던 자식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는 생각 등으로 인한 것이다. 또 며느리, 사위 등의 개입으로 문제가 복잡해지는 사례도 본다.       유산 문제로 인한 자녀 간 갈등을 예방할 방법은 있다. 먼저 가진 재산을 자신을 위해 쓰라는 것이다. 그리고 남는 것은 공평하게 나눠주는 것이다. 부모를 모셨거나 가족들에 도움을 많이 준 자식에게는 좀 더 물려주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유산이 자식들 간 불화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보이면 사회에 기부하는 것도 좋다. 무엇이든 ‘포기’에는 손실이 따르게 된다. ‘물질’ 과 ‘가족 우애’ 둘 중 어느 것을 지키고 어느 것을 포기할 것인지 지혜로운 결정이 ‘행복한 말년’의 비결일 것이다.   김홍식 / 은퇴의사발언대 행복 말년 인생 말년 유산 문제 물질적 유산

2024-09-15

텍사스 주민들 행복 수준 하위권

 텍사스 주민들의 행복 수준이 미전국 50개주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렀다.   ‘세계 인구 검토’(World Population Review)가 감정적 & 신체적 웰빙(Emotional & Physical Well-Being), 직장 환경(Work Environment), 커뮤니티 & 환경(Community & Environment) 등 3개 범주에 걸친 순위와 아울러 근무시간, 직업 안정성, 성인 우울증 비율 등 31개 지표 데이터(출처: 월렛허브)를 토대로 50개주의 가중된 전체 행복 점수를 산정해 공개한 ‘가장 행복한 주’(Happiest States in the U.S.) 순위에 따르면, 텍사스는 총점 47.74점을 얻어 전국 36위에 그쳤다.   텍사스는 감정적 & 신체적 웰빙 부문에서는 전국 17위에 올랐으나 직장 환경은 꼴찌인 전국 50위, 커뮤니티 & 환경도 최하위권인 전국 39위를 각각 기록해 종합 순위가 하위권에 머물렀다. 미국에서 가장 행복한 주 전국 1위는 66.31점을 획득한 하와이였다. 하와이는 정서적 & 신체적 웰빙에서도 전국 1위를 차지했고 평균 수명도 80.7세로 가장 높았으며 성인 우울증 비율도 가장 낮았다. 메릴랜드가 62.6점으로 2위를 차지했고 3~10위는 미네소타(62.43점), 유타(62.41점), 뉴저지(61.7점), 아이다호(61.6점), 캘리포니아(59.97점), 일리노이(58.59점), 네브래스카(58.19점), 코네티컷(58.15점)의 순이었다. 반면, 행복 수준 꼴찌(50위) 주는 웨스트 버지니아(33.83점)였다. 웨스트 버지니아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풍부한 애팔래치아 문화로 유명하지만, 정서적 & 신체적 웰빙 부문에서도 전국 50위로 꼴찌였으며 직장 환경은 48위, 커뮤니티 & 환경은  32위를 기록했다. 또한 이 주는 성인 우울증의 유병률이 27.5%에 달해 가장 높았다. 이어 루이지애나(49위/34.81점), 아칸소(48위/38.23점), 켄터키(47위/38.36점), 앨라배마(46위/39.32점), 미시시피(45위/39.58점), 오클라호마(44위/40.69점), 테네시(43위/43.35점), 뉴멕시코(42위/43.64점), 미조리(41위/45.38점) 등이 최하위권 10개주에 속했다. 한편, 전세계 국가별 행복 순위에서 미국은 다른 분야에서의 위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순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 옥스퍼드 웰빙 연구센터, 유엔의 협력으로 작성된 ‘2024 세계 행복 보고서’(2024 World Happiness Report)에 따르면, 미국은 2023년의 15위에서 올해는 23위로 8계단이나 하락했다. 미국이 2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이 보고서가 발표된 지 12년만에 처음이다. 전세계 행복 국가 톱 10은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랜드, 스웨덴, 이스라엘, 네덜란드,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스위스, 호주의 순으로 여전히 유럽 국가가 다수를 차지했다. 이밖에 캐나다는 15위, 체코 16위, 리투아니아 19위, 영국 20위, 슬로베니아 21위, 아랍에미레이트 22위, 독일 24위, 멕시코 25위, 우루과이 26위, 프랑스 27위, 사우디아라비아 28위, 싱카폴 30위, 대만 31위, 엘살바도르 33위, 폴란드 35위, 세르비아 37위, 칠레 38위, 파나마 39위, 이태리 41위, 과테말라 42위, 니카라과 43위, 브라질 44위, 우즈베키스탄 49위, 카자흐스탄 49위, 일본 51위, 한국 52위, 필리핀 53위, 베트남 54위, 포르투갈은 55위였다.   손혜성 기자 미국 텍사스 행복 수준 텍사스 주민들 전체 행복

2024-09-11

[글마당]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일까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너의 가족 모두 건강하니? 노파심에서…”   친구에게 온 이메일이다. 갑자기 조심스러운 이야기라니? 전에 없던 안부 인사지만, 워낙에 길고 감칠맛 나게 글 쓰는 친구가 아니라 별생각 없이 요즈음 나의 근황을 답장했다.   “실은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걱정 많이 했다. 별일 없다니 다행이다.”   되돌아온 이메일에 뜨악했지만, 자세한 내용과 누가 이상한 소리를 했느냐고는 묻지 않았다.   살면서 사실과는 전혀 다른 우리 집안 소문에 나 자신도 놀란 적이 서너 번 있다. 한밤중에 문 두드리는 소리에 깨어 나가보니 친구 부부가 문 앞에 서서 놀란 표정으로 나를 살폈다.     “남편에게 두들겨 맞아 엉망이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하게 달려왔어. 괜찮은 거야?”   남편에게 맞아 사경을 헤매는 것이 아니라 잠에 빠져 꿈속에서 헤매고 있는데 말이다. 자다가 일어나 술상을 차리고 밤새도록 애매한 술만 들이켰다.   남편이 잠시 서울에서 강의하느라 1년 나가 있었다.   “네 남편이 이혼하고 서울로 떠났다며? 괜찮은 거야?”   “이혼?”   “잉꼬부부였던 너희 부부가 이혼했다는 소리 듣고 설마 해서 전화한 거야. 정말 이혼했어?”   사람들은 내가 남편에게 두들겨 맞고 사경을 헤매다 이혼당하기를 원하나?     나 자신도 너무 놀라 의심이 들었던 소문 중의 하나는 서울에서 전화한 지인의 질문이었다.   “혹시 친정엄마 죽음이 자살이었나요?”   너무도 황당해 말문이 막혔다.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이다.   내 소문이 사실과 다르기에 남의 소문도 믿지 않다가 혼쭐났다. 점잖은 모임에서 만난 지인에게 물었다.   “사모님은? 함께 오시지 않았나요?”     지인이 화가 몹시 난다는 표정으로 소리 질렀다.   “그 사람 이야기를 왜 내게 해요?”   오랜 세월 참았던 고름이 터지듯 갑자기 폭발하는 그의 목소리에 주위 사람들이 놀라 돌아볼 정도였다.     다음날 그가 나에게 전화해서 사과했다.     “미안해요. 사실은 오래전 이혼했는데 말하지 않았어요.”     그동안 듣지 못한 그의 긴 사연을 들어야 했다. 그 이후론 모임에 혼자 나타나는 사람들에게 남편이나 부인의 안부를 절대 묻지 않는다. 안 보는 사이에 이혼이라도 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지인이 부인과 헤어지고 내가 몇 번 본적이 있는 사람과 사귄다는 소문이 돌았다. 말 못 할 사연이 있어 이혼하고 좋은 사람 만나 즐겁게 지낸다니 다행이다. 본인 입으로 말을 꺼내면 모를까 먼저 물어보지 않았다. 지루하고 힘든 삶 속에 가뜩이나 심심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그들에게 나의 헛소문이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줬다고 생각하니 “누가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하느냐?”며 소문의 근원을 찾으려고 열 올리는 일은 생략하며 산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불행 행복 친구 부부 사람 이야기 친정엄마 죽음

2024-09-05

[행복의 나라] 10·26 이후 열린 야만의 재판…故이선균 유작 '행복의 나라'

이선균 배우의 유작이자 영화 '파일럿'으로 여름 영화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조정석 배우의 '행복의 나라'가 오늘인 8월 23일(금) CGV LA, CGV 부에나파크, 그리고 오렌지카운티의 리갈 라 하브라(Regal La Habra)에서 개봉한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천만 감독 추창민의 신작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대통령 암살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 개봉 첫날 동시기 개봉작 중 1위를 차지했고, 개봉 첫 주말에도 1위를 유지하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행복의 나라는 지난해 11월에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돌파한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과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두 영화는 결이 다르다고 추 감독은 설명했다. "서울의 봄은 12.12 군사 반란을 다큐멘터리처럼 다뤘지만, 행복의 나라는 10.26에서 12.12로 이어지는 시기를 다루며 그 시대가 얼마나 야만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데 중점을 뒀다"라고 전했다.   영화에서 전상두는 그 시대의 야만성을 대변하고, 박태주는 그 야만성에 희생되어 몰락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추 감독은 정인후에 대해 "세상의 흐름에 맞춰 살다가 사건을 겪으며 자각하고, 때로는 항거하면서 한 걸음씩 전진하는 시민 정신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행복의 나라는 법정 안팎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중심에 있는 것은 박태주의 재판이다. 영화 속 박태주는 10.26 사건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처형된 박흥주 육군 대령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     행복의 나라는 CGV 골든에그지수 94%, 롯데시네마 9.1점, 메가박스 8.6점 등의 높은 평점을 기록하며, 아직 영화를 관람하지 않은 예비 관람객들의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고 이선균 배우를 마지막으로 영화관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관객들의 발걸음을 영화관으로 이끄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실제 관객들은 "역사를 똑바로 마주하게 하며 마음속에 울분, 분노, 안타까움 등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였다" "한국인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 등 다양한 감정을 끌어내는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했다. 또한 "시대의 아픔과 좌절, 분노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영화가 주는 묵직한 메시지와 울림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북미 배급사 'JBG Pictures USA'는 한국 영화가 미국 극장에서 오래 상영하려면 개봉 주말을 포함, 주말 극장가 성적이 좋아야 한다면서 교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했다.행복의 나라 고이선균 재판 신작 행복 정치 재판 여름 영화시장

202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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