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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골전투 승전' 벨기에 참전용사 별세…생전 "韓친구들 그리워"

'잣골전투 승전' 벨기에 참전용사 별세…생전 "韓친구들 그리워" 19세에 참전 레이몽 베르, 10여년 참전협회 이끌며 "잊힌 전쟁 안돼" 작년 연합뉴스와 마지막 인터뷰…6일 현지서 장례식 엄수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한국인 전우들'에 대한 애틋함이 남달랐던 벨기에 참전용사 레이몽 베르 씨가 지난 1일(현지시간) 별세했다고 유족들이 3일 밝혔다. 향년 90세. 1933년 10월생인 베르 씨는 16세 때 벨기에 군사학교에 입학한 뒤 병장으로 진급한 만 19세에 한국전쟁 참전을 자원했다. 1952년 11월 부산에 도착, 정전협정 이후인 1953년 12월까지 한국에서 복무했다. 그가 속했던 벨기에·룩셈부르크 대대(벨룩스 대대)는 1953년 2월 '철의 삼각지대'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인 김화 잣골의 주저항선에 배치된 이후 같은 해 4월 21일부터 무려 55일 연속 이어진 중공군의 공격을 막아내는 전공을 세웠다. 한국전쟁 통틀어 값진 승전 중 하나로 꼽힌다. 베르 씨는 작년 6월 연합뉴스와 만나 하마터면 잣골을 적군에 내줄 뻔했다는 일화를 처음 소개하기도 했다. 이는 고인의 생전 마지막 언론 인터뷰가 됐다. 잣골 전투에 대한 기억은 70년이 지났어도 생생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미군 대령이 우리 부대를 방문하고는 철수를 하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당시 우리 지휘관이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벨기에군은 한국인들을 도우러 온 것이지 휴식이나 하러 온 게 아니라고 했다"며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버틸 테니 탄약과 철조망만 더 보급해달라고 했다"고 기억했다. 벨기에 지휘관의 철수 거부 소식이 대대 전체로 순식간에 퍼졌고 "그런 분위기 덕분에 55일간이나 잣골을 지켜낼 수 있었다"고 했다. 벨기에로 복귀한 뒤에는 한국전쟁이 '잊힌 전쟁'이 돼선 안 된다며 다방면으로 활동했다. 2012년부터 최근까지 10년 이상 벨기에 참전협회장을 이끌었고 2019년에는 벨기에 필립 국왕이 방한했을 당시 동행해 한국을 찾기도 했다. 작년 인터뷰에서 '한국인들과 우정'을 한국전 참전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경험으로 꼽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 꼭 다시 가서 한국인 친구들에게 벨기에 초콜릿을 선물하고 싶은데 주치의가 제 건강 문제로 이번에 갔다간 살아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고 겁을 준다"면서 "한국에 가면 꼭 내 전우들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고인의 아들 프랭크 씨는 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작년 10월 만 90세 생신 파티할 때만 해도 건강하셨는데 독감에 걸리신 이후 최근 몇주간 갑자기 안 좋아지셨다"며 "계속 식욕이 없으시다가 팬케이크를 드시고 싶다고 하길래 지난 토요일(1일) 아침 찾아뵀는데 쓰러져 계셨다"고 전했다. 이어 "몇 년 전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뒤에는 평상시 다른 참전용사들이나 협회 관계자들과 계실 땐 괜찮으시다가도 부쩍 더 쓸쓸하셨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례식은 한국에선 현충일인 오는 6일 고인의 자택이 있던 벨기에 북동부 림뷔르흐에 있는 한 교회에서 엄수된다. 벨기에군 특수작전연대 산하의 제3공수대대 관계자들도 자리할 예정이라고 유족은 전했다. 1955년 창설된 제3공수대대는 '벨룩스 대대'가 한국전에서 모든 임무를 마치고 본국에 복귀해 해체되면서 참전 부대기를 넘겨받아 매년 참전기념식을 주관하는 등 참전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부대다. sh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정빛나

2024-06-03

伊서 급류에 갇힌 세친구 휩쓸리기 직전 '마지막 포옹'

伊서 급류에 갇힌 세친구 휩쓸리기 직전 '마지막 포옹'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북부에서 20대의 세 친구가 강물에 휩쓸려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가운데 이들의 사고 직전 영상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 등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31일 북부 우디네 인근 나티소네강을 따라 산책하던 중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고립됐다. 현장을 찍은 영상에는 이들 세 친구가 급류에 오도 가지도 못한 채 서로를 꼭 껴안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세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해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모두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말았다. 구조 헬기는 이들이 사라진 지 불과 1분 뒤에 도착했다. 사고 지점에서 7m 떨어진 강둑에는 구조대원들이 있었지만 물살이 워낙 거세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조르조 바실레 우디네 소방서장은 "세 명을 구하기 위해 밧줄을 던졌지만 닿지 않았다"며 "우리는 그들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파트리치아 코르모스(20), 비안카 도로스(23·이상 여), 크리스티안 몰나르(25·남)로 두 여성의 시신은 지난 1일 발견됐지만 몰나르는 여전히 실종 상태다. 코르모스와 도로스는 친구 사이이며 몰나르는 도로스의 연인으로 알려졌다. 구조당국은 이날도 잠수부, 드론, 헬리콥터를 동원해 수색 작업을 이어갔다. 이들은 차를 몰고 우디네 인근의 프레마리아코 해변을 찾은 뒤 나티소네강으로 걸어 내려갔다. 강변을 따라 산책하던 이들은 강 가운데에 있는 자갈밭까지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 프레마리아코 시장인 미켈레 데 사바타는 강물이 진흙탕으로 변하기 시작하면 주민들은 제방이 무너진 걸 알고 즉시 물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세 사람은 날씨가 화창할 때 도착했다"며 "그들은 이곳 주민들이 아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불과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세 사람이 강물이 불어났을 때 즉시 강둑으로 피했다면 목숨을 건졌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2주 동안 밀라노, 바레세, 크레모나 등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서는 계속된 폭우로 홍수 피해가 잇따랐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신창용

2024-06-03

'S급 데이터 모아와라'…빅테크는 도둑질까지 했다

빅테크들은 왜 ‘데이터’에 목매나 경제+ 지난 3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레딧이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자사 웹사이트에 게시된 데이터를 인공지능(AI) 학습에 사용할 수 있도록 계약했다고 발표하자 주가가 62달러로 15% 급등했다. 데이터는 돈이 된다. AI도 똑똑해지려면 밥을 잘 먹어야 해서다. 고품질 다양한 데이터가 AI의 주식(主食)이다. 스타트업부터 빅테크까지 ‘우리 AI’ 밥 챙기지 못해 안달이다. ‘오일머니’ 대신 ‘데이터머니’가 새로운 헤게모니가 될 것이란 전망이 허황된 얘기가 아니다. 석유에 버금가는 자원을 만들어낼 데이터 산업을 들여다본다. 지난 3월 미국 증시 상장과 함께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레딧의 3대 주주였다는 점이 뒤늦게 밝혀졌다. 올트먼이 주목한 레딧의 힘은 12억 명(월간활성이용자 기준) 이용자가 인터넷에 게시하는 각종 정보다. 이를 AI 학습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 똑똑해져야 하는 임무를 띤 생성 AI는 요즘 공부할 데이터가 없어서 문제다. 텍스트는 물론 자율주행과 영상 제작 생성 A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구하는 데 기업들이 백방으로 나서고 있다. AI 학습용 데이터를 판매·중개하는 셀렉트스타의 황민영 부대표는 “모든 데이터가 부족하지만, 특히 영어 데이터에 비해 한국어 데이터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말했다. “AI 학습용 데이터 고갈된다”…빅테크 ‘S급 데이터’ 쟁탈전 배고프다고 아무거나 먹을 순 없다. 중요한 건 ‘다양성’과 ‘품질’이다. 여러 질문에 음성으로 답하고 그림도 그려주는 ‘팔방미인’, 즉 ‘멀티모달 AI’ 개발을 위해선 더 다양한 데이터를 학습해야 한다. 신뢰할 만한 AI 모델을 만들려면 인터넷에 떠도는 데이터를 마구잡이로 학습해선 안 된다. 박찬준 업스테이지 수석연구원은 “중복되지 않고 철자 오류와 문법 오류가 없으며 일관성 있는 정보가 ‘고품질 데이터’”라며 “고품질 데이터를 문서 단위로 대량 학습해야 생성 AI가 전체 문맥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기업이 데이터를 구하는 방법은 가지각색이다. 가공되지 않은 데이터(Raw Data)는 대체로 돈 주고 산다. 예컨대 비식별화한 보험 가입자 정보, 신용카드 소비 통계 등은 각 보험사나 카드사에서 구한다. 1분당 3달러에 영상 데이터를 사는 어도비처럼 이용자에게 직접 데이터를 사기도 한다. 저작권 문제를 해결한 데이터를 기업 대상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언어 데이터 특화 기업인 플리토의 이정수 대표는 “보통 AI 학습용 언어 데이터 한 문장에 고자원언어는 200원, 저자원언어는 2000원 수준”이라며 “의료·법률 같은 특수 분야는 최대 7배까지 가격이 뛴다”고 말했다.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은 영어·중국어는 ‘고자원 언어’, 한국어·태국어처럼 데이터가 적으면 ‘저자원 언어’라고 한다. 데이터 가공·관리 800조 시장…K데이터 유망주도 몸값 급등 사람이나 AI가 직접 AI 모델 학습용 데이터를 만들기도 한다. 주로 ‘데이터 증강(Data Augmentation)’ 방법을 사용한다. 예컨대 AI 모델이 ‘빨간색 지붕’ 이미지를 학습했다면, 사람이나 AI가 그 이미지를 ‘파란색 지붕’이나 ‘초록색 지붕’으로 바꿔서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를 만드는 식이다. 영상 데이터 라벨링 기업인 슈퍼브에이아이의 김현수 대표는 “최근 생성 AI 기술 발전 덕에 합성 데이터 수준이 유의미하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합성 데이터 스타트업인 젠젠에이아이의 조호진 대표는 “올해 1분기에 지난해 전체 매출을 달성한 덕에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을 가능성이 생길 정도로 사업이 호황”이라고 했다. AI 학습 모델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식으로 데이터 부족에 대처하기도 한다. 실제로 오픈AI 등 빅테크도 데이터 고갈에 대응해 AI 모델 학습 방법을 다르게 하는 걸 고심 중이다. 최근에는 적은 양의 데이터로 고성능 AI 모델을 만들 수 있는 ‘데이터 중심 AI(Data-centric AI)’가 주목받고 있다. 과거 인터넷상 데이터를 몰래 긁어(크롤링) 가져가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픈AI와 구글 등이 저작권법을 무시하고 유튜브에 게재된 영상을 녹취록으로 바꿔 자사의 AI 모델 학습에 사용했다고 복수의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AI ‘밥’이 모자란다는 얘기가 나오자 도둑질까지 했다는 거다. NYT에 따르면 오픈소스 대규모 언어모델(LLM) 라마(LLaMA)를 개발한 메타도 엔지니어와 사내변호사들이 AI 학습에 사용할 데이터를 인터넷에서 무단으로 가져오는 방법을 논의했다. “AI, 영어보다 한국어에 약해”…비인기 언어 데이터 돈 될듯 AI 모델에 이르기까지 데이터는 날 것을 구매해 가공하고 관리하는 여러 공정을 거쳐야 한다. 데이터 가공 특화 기업이 주목 받으며 시장도 쑥쑥 성장했다. 컨설팅기업 IDC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 시장 규모는 2020년 3885억 달러(약 524조28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6018억 달러(812조1300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데이터를 공급하고 판매하려면 날것의 정보를 모으고 AI가 쉽게 배우도록 가공해야 한다. 이는 ‘데이터 라벨링’ 영역이다. 자동차가 그려진 디지털 이미지를 구입해 ‘자동차’라고 AI가 읽을 수 있도록 사람이 분류한 후 AI 개발사에 판매하는 식이다. 외부에서 데이터를 위탁받아 라벨링 작업을 하기도 한다. 2016년 창업 이후 8년 만에 최근 기업가치가 13억 달러(약 1조7000억원)로 치솟을 것으로 보이는 스타트업 스케일AI, 음성인식 데이터를 가공하는 디파인드AI 등이 각종 데이터를 가공하는 스타트업 대표주자다. 데이터 보관도 구매·가공만큼 중요하다. 서버에 각종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데이터 관리 산업도 이 시장의 또 다른 영역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는 데이터 산업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AI 서비스를 떠받칠 대규모 전산 능력을 제공하고, 기업이 보유한 각종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한다. 클라우드 서비스 업계 1위인 AWS(아마존웹서비스)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 등 전통의 클라우드 서비스 강자 모두 AI 시대에 주요한 데이터 관리사업자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센터에 저장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서비스도 유망주다. 데이터 저장뿐 아니라 관리와 활용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2020년 뉴욕증시에 상장한 클라우드 데이터 플랫폼 회사 스노우플레이크는 여러 서버에 흩어진 정보를 손쉽게 한꺼번에 활용하는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브릭스는 따로따로 저장되는 정형데이터(숫자 등으로 표현되는 정보)와 비정형데이터(이미지·비디오·글자 등의 데이터)를 구분 없이 저장하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세워 아마존·구글·MS 등으로부터 투자받았다. 2021년 기준 누적 투자액은 36억 달러(약 4조6500억원)다. 한국도 2010년대 중반부터 크라우드소싱(기업 활동에 소비자가 참여하는 행위) 방식의 데이터 라벨링 기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LLM 시대가 열리면서 이들의 몸값은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다. 혁신의 최전선에서 비즈니스의 미래를 봅니다. 첨단 산업의 '미래검증 보고서' 더중플에서 더 빨리 확인하세요. 뭐하러 ‘PPT 노가다’ 합니까, “만들어줘” 한마디면 되는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2664 강형욱처럼 내 메신저 봤을까? 이 앱은 영장 있어도 못 본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3009 “라인 망할까 펑펑 울었다” 이랬던 네이버 치명적 실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8969 ‘애인’ 빼고 다 만들어준다, 챗GPT 100% 활용하는 법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36876 윤상언.김남영(youn.sangun@joongang.co.kr)

2024-06-03

"49세도 청년" 베테랑 신참 시대…'황태·동태' 조기퇴직은 여전

채용 시장에서 40~50대 중장년층이 대접받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영향 등으로 청년층이 줄어드는 반면, 노동인구가 대거 은퇴하는 시기가 맞물리면서다. 중장년 맞춤형 일자리 서비스 포털사이트 올워크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가운데 76.5%는 중장년층을 채용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은 중장년층을 적소에 채용해 성과를 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SK에코플랜트는 전체 직원 중 50대 이상 고용비율이 약 27%다. KT도 전체 직원의 60%가 50대 이상이다. 매년 1000여명가량 한꺼번에 퇴직하면 업무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 KT는 2018년 시니어 컨설턴트 제도를 도입했다. 이들이 후배에게 전문지식을 전수하면서 KT는 업무 공백을 줄이고 중장년층 일자리도 창출했다. 이에 발맞춰 정부와 지자체는 중장년층을 노동 시장에 끌어들이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기업과 구직자에게 지원금을 주거나 취·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3일 정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중장년층 고용 정책은 크게 구인 기업 지원책과 구직자 지원책으로 나눌 수 있다. 정부의 대표적인 구인 기업 지원책은 2가지다. 하나는 근로자가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이다. 고령 근로자 1명당 매 분기 90만원씩 3년간 총 720만원을 준다. 둘째, 고령자 고용지원금이다. 만 60세 이상 근로자 수가 직전 3년 평균보다 증가하면 근로자 1명당 매 분기 30만원씩 2년간 총 240만원을 지원한다. 지자체도 4050 세대 취·창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주로 채용박람회·일자리박람회·인턴십 형태다. 서울시는 만 40~64세를 대상으로 ‘4050 직무훈련’을 진행 중이다. ▶방위산업체 중장년 전문인력 수요 맞춤 직무훈련 ▶어린이·청소년 경제금융교육 강사 양성 등 5개 과정이다. 각각 30시간 내외 과정이며, 훈련비 모두 무료다. 요즘엔 온라인 기술과 접목하는 추세다. 서울시는 인터넷 강의 교육 지원 플랫폼인 서울런과 연계해 ‘서울런4050’을 운영한다. 40·50대 서울 시민이 가입하면 창업·자격증 등 390여개 온라인 콘텐트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고 개인별 맞춤 구인·구직 상담도 가능하다. 인센티브를 내건 지자체도 있다. 부산시는 40~50대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6개월간 고용을 유지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한 기업이 40·50대 5명을 6개월간 고용하면 최대 228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대구시도 만 40~59세 중장년층 대상 ‘리스타트 4050 채용 연계 일자리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장 5개월 동안 월 최대 60만원씩 훈련수당을 지급하고, 실제로 취업하면 장려금 80만원을 준다. 강원도는 40~50대 미취업 여성 750명에게 6개월 동안 구직활동지원비로 1인당 300만원을 지원한다. 서울 일부 자치구는 중장년 취업 지원 기관도 만들었다. 서울 강남구는 지난 1월 하나금융그룹과 함께 ‘신중년 디지털 일자리 센터’를 설립했다. 40·50대 중년층에 마케터나 데이터 라벨러 등 디지털 일자리를 알선하고 직업 교육도 한다. 자치단체와 민간 금융회사가 협업해 중년을 위한 일자리 센터를 만든 것은 강남구가 처음이다. “60대 채용 늘어” vs “여전히 사막서 바늘 찾기” 정책 효과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2년 고령자 고용장려금 실적 분석’에 따르면, 고용장려금 제도 덕분에 정년 근로자 7994명이 정년 이후에도 기존 일자리에서 계속 일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고용장려금 수혜 사업장은 비수혜 사업장보다 60~64세 근로자 고용 효과가 5.8%포인트 높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장년층 재취업은 여전히 ‘사막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40대 근로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정년까지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응답한 40대는 전체 응답자의 33.8%에 불과했다. 참고로 2022년 기준 한국 55~64세 임금근로자 중 임시고용 근로자 비중은 33.2%(남자)~35.9%(여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이에 중장년층에 진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예고 없이 황당하게 퇴직을 권유받았다는 뜻의 ‘황태’, 한겨울에 예기치 못하게 퇴직했다는 의미의 ‘동태’ 등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때문에 과도한 연공서열식 임금구조와 강력한 정규직 고용 보호 제도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 노동시장연구팀장은 “대기업·공공부문 중심으로 정규직 임금의 연공성(근속연수가 증가하면 자동으로 임금이 상승하는 경향)을 줄이고, 정규직보다 지나치게 낮은 비정규직 계약종료 비용(퇴직금 등)을 올려야 중장년층이 조기 퇴직하는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고흥·봉화·의령선 49세도 청년…‘고육지책’ 이런 가운데 지자체는 중장년층을 청년으로 편입하고 있다. 중장년층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면, 채용시장 등에서 이들의 입지가 넓어질 수 있다는 기대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충북 보은, 경남 남해, 충남 태안에선 45세까지 공식적인 청년이다. 전남 고흥, 경북 봉화, 경남 의령군에선 이보다 나이가 많은 49세까지 청년으로 분류한다. 이들 지자체에선 40대도 각종 청년 정책의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도봉구는 조례를 개정해 서울 자치구 최초로 청년 연령을 19~45세로 상향 조정했다. 45세까진 모두 서울청년센터도봉·청년취업아카데미·도봉청년해외인턴십 등 도봉구 청년 정책 대상이다. 한요셉 팀장은 “양질의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뾰족한 정책은 없는 게 사실”이라며 “그나마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임금 체계를 개편하는 등 중장년층 고용 확대 정책을 시험 삼아 적용해보고, 정책 효과가 민간 기업으로 스필오버(spill over·효과가 특정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확산하는 현상)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희철.한은화(reporter@joongang.co.kr)

2024-06-03

"70세까지 일할 수 있다"…30년 보험맨도 교육받는 이 캠퍼스 [르포]

지난달 13일 오전 경남 진주시 하대동 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교육2관 전기시퀀스실. 전기기능사 등 자격증 취득을 위한 전기설비 실습 교육이 한창이었다. 교육생 24명은 니퍼와 드라이버를 손에 들고 빨강·파란색 전선을 콘센트와 차단기, 전구 소켓에 연결하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교육생 연령은 40대 이상으로 재취업을 희망하며 다시 한번 배움에 뛰어든 중년이었다. 이들 교육생은 2.7대1의 경쟁률을 뚫고 이 대학 ‘신중년특화과정’에 참여했다. ‘취업 의지’ 등을 묻는 면접 과정도 거쳤다. 교육 정원은 원래 20명이었지만, 신청자가 많아 24명(120%)으로 늘렸다. 교육생 황희용(56)씨는 “30년 동안 보험회사에서 지점장까지 하다 퇴직했다”며 “월급은 적어도 상관없다. 아직 젊어서 70세까지는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청년층이 줄어든 고용 시장에서 이른바 ‘중고 신참’이 주목받는 가운데 한국폴리텍대학 맞춤형 직업훈련에 중년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전국 40개 캠퍼스와 교육원에서 신중년특화·여성재취업 과정 등을 통해 산업 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 중이다. 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진주캠퍼스에서 시작한 ‘신중년특화’, ‘여성재취업’ 과정에 24명씩 총 48명이 참여, 교육을 받고 있다. 하반기에도 같은 규모의 교육생을 받을 예정이어서 올해 수료자만 96명으로 예상된다. 2014년 최초 ‘베이비부머훈련’으로 시작, 그해 수료자 21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4.5배 증가한 셈이다. 지원자는 주로 기존 사업을 확장하려는 영세사업자, 정년 퇴직자, 이직자, 결혼·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등이다. ‘디자인&전산회계’ 교육생 김은진(32·여)씨는 “사회관계서비스(SNS) 계정을 운영, 스티커 등을 주문받아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포토샵·일러스트 등 디자인 프로그램을 사용할 줄 몰라 외부업체에 맡겼다”라며 “점점 찾는 사람도 많아지니, 이번 교육을 통해 굿즈(goods)를 만들어 판매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대학은 “지원자가 선호하는 분야의 교육 과정을 개설했다”라며 "지역 기업체 수요가 많아 재취업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40대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 가능한 신중년특화 과정은 내선공사(전기)·항공기부품가공·특수용접 등 위주다. 여성재취업 과정 주요 교과는 디자인&전산회계, 가죽공예&인터넷창업 등이다. 진주·사천 지역은 항공·기계가공 업체가 많고, 전기·주택관리 업체는 전기 관련 자격증 취득이 필수다. 지난해 신중년특화 과정 교육생의 전기 관련 자격증 취득률은 85%, 취업률은 67.4%로 나타났다. 여성에게 인기인 가죽공예 등도 같은 기간 교육생 가운데 61.4%가 취·창업에 성공했다. 김덕권(54)씨도 2022년 신중년특화 과정을 거쳐 전기기능사 자격을 취득, 경남 고성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 취업했다. 그는 진주에서 15년 넘게 행사 전단 제작 등 인쇄·출판업체를 운영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고 매출이 반 토막 나자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김씨는 “전기 자격증이 있으니 아파트 시설에 문제가 생기면 쉽게 대처할 수 있는 것 같다”라며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여러 입주민을 대하는 곳이다 보니, 연륜 있는 중장년층을 선호한다”고 했다. 하정미 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학장은 “사회 경험이 풍부한 신중년이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신중년과 경력 단절 여성 등이 기술을 익혀 취업시장에 도전한다면 인력난 해소와 지역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안대훈(an.daehun@joongang.co.kr)

2024-06-03

"비키니女 사진 없겠지?"…사귀기 전 '알고리즘' 뒤지는 MZ들

직장인 정모(31·남)씨는 지난 4월 소개팅 자리에서 상대방과 인스타그램 앱 화면을 공유했다. 서로의 관심사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앱 하단의 돋보기 모양 아이콘을 누르자 정씨의 휴대전화 화면에는 축구와 유머 게시글이 나타났다. 상대방은 강아지 관련 게시물이 다수였다고 한다. 인스타 앱의 ‘돋보기’ 칸을 보면 사용자의 취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추천 알고리즘이 사용자가 평소 자주 본 게시물과 유사한 사진과 영상을 추천하기 때문이다. 정씨는 “SNS 알고리즘을 보는 게 유행이라고 들어서 재미 삼아 시도해봤다”며 “알고리즘을 맹신하지는 않지만 깨는 요소가 있는지 등 ‘꽝’ 걸러내기 용도로는 쓸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 MBTI(성격유형 검사)만으론 뭔가 허전해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첫 만남의 자리, 소개팅에서 서로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AI 추천 알고리즘을 확인하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소개팅에서는 당연히 상대방의 관심사가 궁금하다. 그런데 말은 꾸며낼 수 있다. 오래전 유행한 혈액형은 물론이고 MBTI 역시 부정확하다. 그에 비해 SNS 알고리즘은 왜곡 가능성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I 알고리즘 확인하는 게 연인 간 갈등 요소로 비화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직장인 홍모(32·여)씨는 전 남자친구와 인스타 돋보기 화면을 공유했다가 마음이 상한 적이 있다. 홍씨의 화면에는 드라마, 다이어트, 여성복 관련 게시글이 대부분인 반면에 전 남자친구의 화면에는 비키니를 입은 여성 사진이 다수 있었다고 한다. 홍씨는 “지금은 아무렇지 않지만 당시에는 질투심도 나고 상처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주기적으로 ‘알고리즘 세탁’을 하는 일도 자주 벌어진다. 문제가 될 만한 유튜브 채널 구독을 취소하거나 인스타그램 돋보기 화면을 번듯하게 만드는 것이다. 1년째 연애 중인 K리그 팬 박모(25·남)씨는 “치어리더 게시물을 한번 봤더니 관련 게시물이 자꾸 뜨더라”며 “콜 파머(Cole Palmer), 리스 제임스(Reece James) 등 좋아하는 축구선수를 계속 검색해 알고리즘을 깨끗이 했다”고 말했다. 개발자 오모(26)씨는“푸바오가 알고리즘에 유독 잘 걸리기 때문에 주변 친구들에게 푸바오를 자주 검색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했다. ━ ‘자만추’, ‘인만추’? 이제는 ‘알만추!’ 추천 알고리즘이 친숙한 MZ세대인 만큼 이를 앞세운 데이팅 앱도 인기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데이터에이아이(data.ai)에 따르면 한국의 데이팅 앱 다운로드 수는 올해 1월 기준 118만7000건을 기록했다.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와 ‘인만추(인위적인 만남 추구)’를 넘어 AI가 연애를 주선하는 ‘알만추(알고리즘에 의한 만남 추구)’가 대세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위피’, ‘글램’ 등 국내 데이팅 앱은 수년째 순항 중이다. 거주지, 나이, 키, 체중, 직업, 재산 등 여러 항목을 활용한 매력도를 수치화해 상대와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 앱들이다. 생활 습관, 정치 성향, 결혼관, 자녀관, 젠더관 등을 입력한 뒤 매칭 확률이 높은 상대를 연결해주는 가치관 기반의 데이팅 앱도 있다. 데이팅 앱을 통해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는 박모(32)씨는 “사귀게 된 뒤 알게 되면 정떨어질 법한 요소를 검증하고 나니 연애가 편하고 효율적이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다은(28)씨는 “지인 소개팅에선 가치관에 관한 정보를 얻기는 어려운데 가치관까지 맞는 사람을 추천해주면 좋을 것 같다”면서도 “모르는 사람을 알아가는 소개팅의 재미가 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27)씨는 “사람 한 명을 만나는 데 이렇게까지 문턱이 높아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최옥찬 심리상담사는 “최근 젠더 이슈로 갈등도 많고 교제 관련 사건·사고도 잦다 보니 이성 관계에서 불신과 불안이 커진 상황이다. 확실한 조건을 보고 불안을 통제하고 감소시키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꼭 맞는 상대를 찾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관계를 유지하고 지속하려는 노력”이라고 조언했다. 이영근.이찬규.박종서(lee.youngkeun@joongang.co.kr)

2024-06-03

[단독] 50억 들여 만든 서울의 가상세계…하루 500명도 안왔다

지난 5년간 서울시가 공공앱 개발 및 운영을 위해 총 167억원을 썼지만, 방문자 수가 너무 적거나 아예 다운로드 할 수 없는 앱이 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도와 평가가 낮은 공공앱은 정리하고, 서울시가 만든 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통합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서울시가 소영철 서울시의원(국민의힘)에게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시가 운영한 공공앱은 총 36개로, 이를 개발하거나 운영하기 위해 총 167억7712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36개 앱 중에서 14개 앱이 새 앱이 출시되거나 사용도가 떨어져 폐기됐고, 현재 22개 공공앱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1월 출시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서울’은 운영ㆍ개발비로 50억원 가까이 들었다. 시민들이 아바타 캐릭터를 꾸며 서울시 행정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게 제작됐다. 출시 당시 전 세계 최초 공공 메타버스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 50억 들인 '메타버스 서울', 평점은 3점대 하지만 일평균 방문자는 496명에 그친다. 앱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 사용자 평점은 3점대다. 한 사용자는 “그저 공간만 옮겨 놓은 1차원적인 메타버스인데 몇십억이 들어갔으면 비리 수준”이라며 “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례”라고 리뷰를 남겼다. 또 다른 사용자는 “깔고 나서 은행앱이 먹통 되거나 로그인 오류가 발생한다. 깔지 말라”고 했다. 서울시가 교통약자를 위한 맞춤형 길 찾기 서비스로 2021년 출시한 공공앱 ‘서울동행맵’도 다운로드 횟수가 총 5723회에 그친다. 개발과 운영비로 12억원 가량 썼다. 서울시는 “처음에 감염병 대중교통 안심이용 앱으로 출시됐다가 확진자 동선이 공개되지 않고 이용률이 떨어져 올해 교통약자를 위한 대중교통 맞춤형 정보제공앱으로 개선했다”며 “앞으로 관련 서비스를 지속 관리하고 확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 업데이트 못해 사용 못 하는 공공앱도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에서 아예 다운로드 할 수 없는 공공앱도 있다. 서울시가 2020년 12월에 출시한 ‘CPR서포터즈’다. 119 소방방재상황실과 연계해 심폐소생술 서포터즈에게 심정지 응급환자 발생장소를 알려주는 용도로 개발됐다. 개발 및 운영을 위해 2억6000여만원이 쓰였다. 하지만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서울시는 “2023년부터 앱 유지관리를 위한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앱을 업데이트하지 못해 현재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소영철 의원은 “무분별한 앱 개발을 지양하고, 공공앱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통합플랫폼’을 구축해 이용 효율을 높여야 한다”며 “서울시 공공앱 예산이 적절히 쓰였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은화(onhwa@joongang.co.kr)

2024-06-03

동료엔 응원수당, 市세무조사 유예…출산·육아 편한 중기 혜택

서울시가 출산 축하금 지급이나 자율 시차출퇴근제 같은 출산ㆍ양육 제를 시행하는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대체인력 파견, 육아휴직자 대직 동료를 위한 수당, 금융 지원 등을 통해서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 워라밸 포인트제’를 오는 7월부터 시범 실시한다고 3일 밝혔다. 포인트제는 저출생 극복을 위한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 일부다. 기업이 출산ㆍ양육 장려와 일ㆍ생활 균형을 위한 제도를 시행하면 포인트를 받고, 누적 포인트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다. 출산·양육 지원 중소기업에 14가지 인센티브 서울시는 이를 위해 포인트 획득 지표 14개를 만들었다. 예를 들면 여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1000포인트(남성 직원 사용시 2배)를 부여한다. 또 출산휴가 사용(500포인트·남성 2배), 임신 단축근무(600포인트), 육아휴직 대체인력 채용(1000포인트), 유연근무제 활용(50∼100포인트·만 39세 이하 청년 2배) 등에 포인트를 준다. 시는 이에 더해 임신이나 결혼한 직원 1인당 1000포인트를 지급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기업 의견수렴을 거쳐 실행이 어려운 지표일수록 포인트를 높게 책정하고 산업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업종별로 지표 가중치를 달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쌓은 워라밸 포인트는 2년간 유효하다. 시는 기업이 포인트 획득에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올해 안에 육아휴직자 대체인력 인턴십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경력보유 여성을 인턴으로 파견하고, 6개월간 생활임금 수준까지 비용을 지원한다. 사내 다른 직원이 육아휴직자 업무를 대신하면 업무대행 수당으로 월 30만 원씩 지원할 계획이다. 출산휴가 급여도 보전해준다. 이는 출산휴가 90일 중 급여지급 의무가 없는 마지막 30일에 대해 사업주가 자발적으로 급여를 지급하면 시에서 최대 110만 원을 보전해주는 방안이다. 업무대행 수당 지원과 출산휴가 급여 보전은 내년부터 시행한다. 포인트를 적립한 중소기업이 서울시 등 공공기관과 계약하거나 중소기업 유연근무 인프라 지원 사업시 가점을 준다. 3년간 시세(市稅)분야 세무조사도 유예해줄 방침이다. 중소기업 육성자금을 통해 이자 차액 지원 자격을 부여하거나 보증한도도 늘려줄 방침이다. 서울시는 “징벌적인 제도가 아닌 기업이 납득할 만한 보상을 통해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는 데 중점을 두고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의 포인트제 참여 신청은 오는 20일부터 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시 일ㆍ생활균형지원센터 홈페이지나 전화(02-810-5211)로 문의하면 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대다수 청년이 몸담은 중소기업의 일ㆍ생활 균형과 출산ㆍ육아 친화 환경 조성이 저출생 극복의 핵심적인 요소”라며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누구나 일ㆍ생활이 균형을 이루는 직장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기업에 필요한 인센티브를 발굴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수기(lee.sooki@joongang.co.kr)

2024-06-03

일왕도 박수치며 "대단하다"…日 홀린 25세 박하양의 연주

높지도, 낮지도 않은 음을 내는 비올라는 타 악기와의 아름다운 협주를 이끌어낸다. 하지만 정작 비올라만의 음색으로 주목받는 음악가는 드물다. 5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가진 비올라를 최근 ‘독주’의 무대로 끌어올리며 주목받고 있는 비올리스트 박하양(25)을 지난 2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달 14일부터 지난 1일까지 일본 도쿄와 오사카 등지에서 열린 비올라 스페이스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2주간의 대장정, 지쳤을 법했지만 얼굴에선 생기가 넘쳤다. 그는 한국인으로 처음 지난 2022년 도쿄 국제 비올라 콩쿠르에서 1위에 올랐다. 피아노나 바이올린에 비해 주목도가 낮은 분야지만, 세계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일은 드물었다. 도쿄 콩쿠르 1위를 계기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본 무대에 섰다. 특히 지난달 29일 도쿄 공연엔 나루히토(徳仁) 일왕 부부와 딸 아이코(愛子) 공주까지 동석하며 일본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나루히토 일왕이 학창 시절 비올라 연주를 해 애정이 깊은 건 널리 알려졌지만 온 가족이 연주회에 참석한 건 26년만의 일이었다. 연주회 피날레는 버르토크 콘체르토. “버르토크 벨러가 이 곡을 썼을 때 혈액암이었어요, 2악장에서 오케스트라는 화음만을 내고 비올라가 기도하는 듯, 신에게 저를 받아달라고 말하는 듯 연주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번 연주에선 소름이 돋는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마음이 전해졌던 것일까. 연주를 마치고 일왕 부부를 만났다. 만남은 지난해 공연에 이어 두 번째. 피날레 곡에 큰 박수를 보냈던 일왕 부부는 박하양에게 “대단한 연주였다. 다시 만나서 반갑다”며 악수를 청했다. 일본인조차도 평생 한 번 만나기 어려운 일왕 부부를 만난 것보다 그의 마음을 울린 이는 따로 있다. 스승인 이마이 노부코(81) 이야기다. 지난달 31일 오사카 공연을 앞둔 아침, 호텔 옆방에서 비올라 소리가 났다. 이마이였다. 60대 나이에 활을 잡기도 쉽지 않다고 알려졌지만, 80대 스승은 무대를 앞두고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연습을 하고 있었다. 비올리스트가 설 수 있는 ‘비올라 스페이스 페스티벌’을 일본에서 지난 92년에 만든 것도 그였지만 스승은 치열함을 잃지 않았다. 비올리스트의 길을 걷게 된 건 우연한 계기였다. 많은 비올리스트가 바이올린을 시작한 뒤 비올라를 선택하는 것과 달리 그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비올라를 배웠다. 합창 시간, 친구들은 눈에 띄는 소프라노를 하겠다고 했지만, 그만은 달랐다. 화음을 만들어 내주는 알토가 좋았다. “화음을 쌓고, 중저음을 내는 비올라와 성격이 비슷한 것 같다”며 웃었다. 영재 비올리스트로 유명세를 타면서 고등학교 2학년 나이에 대학을 진학했다. 대학 진학 후엔, 더 넓은 세상이 궁금했다. 구글 검색에 '국제 비올리스트'를 검색했다. 그렇게 만난 이름이 바로 이마이. 무작정 배우고 싶다며 연주 영상과 이력서를 보냈다. 어릴 때부터 동경하던 ‘전설’과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왕립음악원을 거쳐 독일 크론베크르 아카데미에서 이마이 교수에게 사사했다. 처음 만났을 당시 이마이 교수가 한 말은 지금껏 가슴에 남아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마라’ “선생님께서 나도 처음엔 혼자였다. 비올라 독주회를 하다 보니 무대가 커지고 콩쿠르가 생겨났다. 하양 씨도 한국서 이런 비올라 무대를 만들라”며 용기를 줬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한참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일본에서 비올라에 대한 관심을 높인 ‘스승처럼’ 어떻게 하겠다는 말은 섣불리 입 밖에 내기 어려워했다. 그러면서도“비올라를 한 번도 숙명처럼 느껴진 적은 없지만 매년 연주를 하면 할수록 천천히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는데 낮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연주는 멈추면 거기에서 끝이 나잖아요. 연주만 많이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음악으로 사람들이 더 많이 비올라를 사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김현예(hykim@joongang.co.kr)

2024-06-03

세계 최대 '바이오USA' 막올랐다…K바이오, CDMO 영토 넓힐까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전시회인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 ’가 3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했다. 6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전 세계 1500여개 제약·바이오 기업과 관계자 2만여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행사에는 국내 47개 제약·바이오기업이 전시공간을 꾸리고 해외 사업 영토 확장에 나섰다. 미국 바이오협회가 주관하는 바이오USA는 매년 미국 내 바이오 클러스터(산업단지)가 있는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열린다. 이곳에서 다양한 기술 소개와 수출입 계약, 투자 유치 등이 이뤄진다. 올해 전시회가 열리는 샌디에이고는 1000개 이상의 바이오 기업과 연구소가 모인 도시로, 보스턴·샌프란시스코 등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로 꼽힌다. ━ K바이오기업 대거 출격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이오팜 등이 자체 부스를 운영한다. 특히 올해는 크고 작은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바이오USA를 찾았다. 지난달 17일 미국 하원에서 생물보안법이 통과하며 미·중 바이오 기업 간 거래가 제한되자 한국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까닭이다. 실제로 중국의 대표적인 CDMO 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바이오USA에 참가하지 않았다. 스위스 론자,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미국 캐털란트와 함께 글로벌 CDMO 톱4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로 12년 연속 단독 부스를 마련했다. 전시장 중심부에 139㎡(42평) 규모의 부스를 꾸렸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혁신과 성과를 홍보하는 ‘콘텐트 월’을 설치했다”며 “내년에 준공될 인천 송도 5공장과 세계 최대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78만4000리터)도 영상 콘텐트로 보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 CDMO 반사이익 볼까 3년째 단독 부스를 마련한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예비 고객사를 위한 회사 소개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에 증설 중인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 시설과 현재 착공 중인 송도 공장 등 CDMO 생산 거점 홍보에 나섰다. 이 회사의 김경은 사업개발부문장은 “이번 바이오USA를 기점으로 고객들에게 구체적인 사업 전략을 제시하고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며 “한국과 미국 생산시설의 기술과 위치 시너지는 롯데가 글로벌 톱10 CDMO 기업으로 성장하는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쏘시오그룹의 에스티팜은 핵산치료제 CDMO, 차바이오 계열 마티카바이오테크는 세포·유전자치료제(CGT) CDMO 사업 시설을 중점 소개하며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오상훈 차바이오텍 대표는 “해외 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가 확대되면서 바이오 산업 전반의 사업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며 “우리의 세포치료제 기술력과 CDMO 경쟁력을 소개하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 신약으로 기회 모색 신약 개발사들도 이번 전시회에 출전했다. GC녹십자의 계열사 GC셀은 항암면역세포치료제 기술을 알릴 예정이다. SK바이오팜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TPD 신약 개발 현황 소개한다. 셀트리온은 최근 미국에 출시한 바이오시밀러 ‘짐펜트라’와 새롭게 허가 받은 ‘옴리클로’를 들고 나왔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최대 행사인 바이오USA에서 셀트리온의 의약품 개발 역량과 기술 경쟁력에 시너지를 더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기업들과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바이오협회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공동으로 국고지원 한국관을 운영한다. 넷타겟, 누리바이오, 뉴로핏, 서울바이오허브 등 41개 바이오 기업·기관의 홍보를 돕는다. 협회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한국관을 확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운영한다”며 “신약개발 분야에만 국한하지 않고 플랫폼 기술과 위탁서비스, 의료기기 등 바이오산업의 다양한 기업을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한·미 바이오산업 협력 라운드테이블’과 ‘코리아 바이오테크 파트너십(KBTP) 2024’도 개최해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우수 K바이오기업을 소개할 예정이다. 김경미(gaem@joongang.co.kr)

2024-06-03

"거래 17배 폭증"…백꾸·신꾸·티꾸 SNS '꾸 열풍' 이끈 두가지

지난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앞 거리. 화려한 조명 아래 형형색색 장식물이 가득한 한 매장이 눈길을 끌었다. ‘와펜’을 판다는 이곳은 “여기 뭐야?”라며 호기심에 들른 사람, 제품 고르기에 열중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와펜은 중세 기사의 방패에 붙이는 문장(紋章)을 뜻하는 것으로, 상의나 모자 등에 다는 장식을 가리킨다. 이날 이곳에 몰린 젊은 커플, 학생, 어린 자녀와 부모, 외국인 등은 셀 수 없이 다양한 문양의 자수 패치부터 스트랩(끈 장식), 신발에 끼우는 플라스틱 장식인 ‘지비츠’까지 개당 1000~4000원 선인 와펜들을 골랐다. 무늬가 거의 없는 티셔츠·모자·파우치 등을 함께 사면 즉석에서 미싱과 프레스기로 원하는 디자인을 완성해줬다. 여행가방 이름표용 글자 패치를 고르던 직장인 김모(27)씨는 “개성을 나타낼 수 있어 좋다”며 “물가가 많이 올라 원래 있던 물건들을 꾸며서 새것처럼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족들과 이곳을 찾은 권지민(17)양은 “동생과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도 해보고 지비츠도 많이 사봤다”며 “고르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다이어리와 휴대전화 꾸미기 등에서 시작된 ‘꾸’ 열풍이 가방(백꾸)을 거쳐 신발(신꾸)·티셔츠(티꾸)·모자(모꾸)·키링(키꾸) 등 다양한 품목으로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 패션몰 에이블리에 따르면 지난달 이 회사의 신발꾸미기 카테고리 상품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0% 늘었다. 진주 장식과 운동화 끈 거래액은 각각 17배, 7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진주 장식과 꽃 클립 검색량 역시 각각 9배, 5배 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개인 취향을 중시하는 분위기에 고물가 장기화 기류가 더해져 붐이 인 것으로 본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경기 불황과 고물가 상황이 길어지면서 원래 있던 아이템에 작은 포인트를 추가해 완전히 다른 제품처럼 활용하는 소비가 늘고 있다”며 “비싼 명품 한정판 대신 가성비 있는 나만의 한정판을 가지려는 욕구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패션·뷰티계 등도 꾸미기 열풍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 헤지스는 지난달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H’ 1층에 티꾸와 키꾸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판매 중인 재고 의류에 브랜드 상징인 강아지, 영국 모티프 그래픽 등을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만들어볼 수 있다. 일평균 50여 명이 체험에 참여했다. 이 브랜드를 운영하는 LF 직원들은 최근 인당 2만원의 예산을 들고 직접 서울 동대문 액세서리 가게에서 부자재를 구입해 3시간에 걸쳐 ‘신꾸’ 하는 영상을 공식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해당 직원은 “기성품 장식을 사는 것보다 돈을 적게 들여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스타일링을 할 수 있었다”며 “‘따라 하고 싶다’, ‘신꾸에 참고가 됐다’ 등 호응이 이어져 뿌듯했다”고 말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취향따라 신발에 자수를 놓거나 패치를 붙일 수 있는 ‘메이드 포 유(Made For You)’ 서비스를 내놨다. 롯데백화점은 신발 브랜드 크록스와 함께 진행한 팝업에서 꾸미기 전용 공간인 ‘지비츠 참 바(Jibbitz Charms Bar)’를 선보였다. 향수 브랜드 탬버린즈 역시 자동차 디퓨저 팝업스토어 방문객들이 직접 나만의 키링을 제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꾸미기 문화는 납골당에서도 찾을 수 있다. 미니어처 제작회사 ‘미니로’가 두 달 전 오픈한 판매점은 수원 핫플레이스인 ‘행리단길’(행궁동과 경리단길을 합친 말)에서 ‘가볼 만 한 곳’으로 꼽힌다. 이 회사 장상원 이사는 “고인이 좋아했던 음식들로 상을 꾸며 납골당에 두는 제품이 많이 팔렸지만 최근 DIY(Do It Yourself) 열풍으로 추모 목적이 아니어도 다양한 꾸미기 소품을 찾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획일화한 제품의 홍수에서 나만의 것을 찾으려는 욕구와 고물가 시대에 직접 배워서 고치고 만드는 데 대한 니즈, 꾸미기 방법과 인증샷을 소셜미디어(SNS)에서 공유하는 문화 등이 어우러져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최은경(choi.eunkyung@joongang.co.kr)

2024-06-03

CEO가 미 퇴적지질학회장 출신…'영일만 분석' 美액트지오는

포항 영일만 석유 매장 관련 물리탐사 단계에서 심층 분석을 맡았다는 미국 액트지오(Act-Geo)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석유개발의 초기 단계 중 하나인 물리탐사는 탄성파 검사 등을 통해 지하 유전 구조를 조사한다. 인체에 엑스레이를 찍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액트지오는 포항 앞바다에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 결과를 지난해 말 정부에 통보했다. 3일 자원개발 업계에 따르면 액트지오는 2017년 설립된 미국 휴스턴 소재의 심해 탐사 평가 전문 컨설팅 기업이다. 세계 각국의 석유 및 가스 회사·정부 기관·대학에 지구과학 분야 컨설팅 및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카자흐스탄·미얀마·브라질 등의 탐사 프로젝트를 지원한 이력이 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물리탐사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 많지 않은데, 액트지오는 작은 기업이긴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명망이 있다"면서 "우리나라 석유공사의 경우 아직 탐사분석 기술력이 뛰어나지 않아 외부 전문 기관에 의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액트지오의 최고경영자(CEO)인 빅터 아브레우(Vitor Abreu) 박사는 미국 퇴적지질학회(SEPM) 회장과 전 엑손모빌 지질그룹장 등을 역임한 세계 심해지역 탐사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0년부터 미국 라이스 대학교의 겸임교수를 맡고 있기도 하다. SEPM의 한국 앰배서더인 최경식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SEPM은 유서 깊고 권위가 있는 학회”라면서 “빅터 아브레우 박사는 메이저 석유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고 대외활동도 활발히 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아브레우 대표는 과거 엑손모빌에 있을 때 현시대 가장 큰 광구인 가이아나 광구 개발에 직접 참여한 사람"이라면서 “액트지오의 인력은 적지만 대표가 정평이 난 분이고 심해 평가 이력이 많아 석유공사 입찰 과정을 거친 뒤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물리탐사는 석유공사가 직접 수행하고 그 자료 해석을 액트지오가 맡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액트지오와 아브레우 박사의 평판과는 별개로 전문가들은 물리탐사 단계에서의 수치가 어디까지나 추정치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천구 교수는 “석유 개발은 통상 물리탐사·시추·개발·생산의 4단계를 거치는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추”라면서 “물리탐사는 전파를 이용해서 예측한다면, 시추는 실제로 파보는 것이라 시추까지 이뤄져야 확정 매장량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경식 교수 역시 “우리나라 동해는 탐사하기 매우 까다로운 환경”이라면서 “물리탐사 결과는 어디까지나 간접적인 추정치이기 때문에 직접 시추를 해서 확정치가 나오기 전까지는 보수적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아미(lee.ahmi@joongang.co.kr)

2024-06-03

김정은 오물풍선 아이러니…'9·19 군사합의' 족쇄 풀 명분 줬다

북한의 도발이 우리 군의 손발을 묶는 족쇄처럼 작용해온 9·19 남북 군사합의를 사실상 무효화하는 명분으로 작용했다. 향후 우리 군이 취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가 다시 늘어나게 됐는데, 이처럼 다양해지는 경우의 수에 대해 북한이 더 큰 압박감을 받게 된 ‘오물 풍선’의 아이러니인 셈이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3일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4일 국무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 대북 확성기 재개 방침을 정한 지 다섯 시간 만에 북한이 오물 풍선 살포를 조건부로 중단하겠다고 태도를 바꾸자, 이런 상황 변화를 반영해 대응 조치를 논의한 결과다. 군 안팎에선 이를 두고 ‘플랜B’(차선책)를 먼저 가동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군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가 ‘플랜A’(최선책)였다면, 북한이 오물 풍선 투척을 중단한 현 시점에서 플랜B를 우선 가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정부는 플랜A, 즉 확성기 방송 재개를 여전히 가장 강력한 선택지로 놓고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국민 피해 등이 발생한 가운데 북한이 태도를 바꿨다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태를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발표까지 했다. 실제 남북이 상호 간에 적대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한 9·19 남북 군사합의의 효력을 정지하는 건 확성기 재개를 위해 필수적인 사전 절차이기도 하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특정해 금지한 건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이지만, 정부는 판문점 선언이 국회의 비준동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의 효력 정지 절차도 필요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확성기 방송을 금지한 남북관계발전법(2021년 시행)은 ‘이 법 시행 전에 국회의 동의를 받아 체결ㆍ비준한 남북합의서’(부칙)만 준수하도록 규정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결국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통해 정부는 플랜A를 여전히 준비하면서, 이를 통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군사적 조치의 선택지를 다양화하는 실리도 챙긴 셈이다. 표현은 효력 정지이지만, 이는 사실상 폐기 수순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현 정부는 그간 군사합의를 대북 군사적 조치의 ‘걸림돌’로 여겨왔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대표적 폐지론자다. 신 장관은 장관 후보자 시절인 지난 9월 "군사합의로 군사적 취약성이 매우 많아져 반드시 파기해야 한다"며 “북한이 의도적이고 반복적으로 군사합의를 위반하고 있는 상황으로, 폐기를 통해 북한의 위협 대응을 위한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북한 도발 국면에서 군사합의를 비례적 대응책으로 꺼내들었다. 지난해 11월 북한이 정찰위성을 발사했을 때 비행금지 구역 설정 관련 조항(제1조 3항)을 효력 정지했다. 군의 전방 정찰 능력 복원이 북한 정찰위성에 상응하는 조치라는 논리였다. 이어 군 당국은 지난 1월 북한이 합의 상 적대행위 금지구역에서 잇따라 포병 사격 도발에 나서자 “적대행위 중지구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합의 이전에 실시했던 것처럼 서북도서와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 등에서 각종 사격 훈련을 재개한다고도 밝혔다. 비록 군 당국의 당시 발표는 국무회의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이후 훈련 역시 이뤄지지 않아 선언적 의미로 남았지만, 사실상 합의의 종언으로 풀이됐다. 반면 한편에선 군사합의를 대북 대응 카드로 쓰는 게 타당하느냐는 비판 여론도 상당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위성 발사의 경우 9·19 군사합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남북 충돌 가능성만 키울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고 봤을 수 있다. 오물 풍선 살포와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등 초유의 ‘복합 도발’ 행태에 남남갈등보다 정부의 적극 대응을 원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뜻이다. 동시에 정부는 국무회의 의결을 근거로 한 효력 정지를 통해 선언적 효과를 넘어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군 내부에선 넓어진 선택지에 따라 전략적 모호성이 커지면서 대북 억제력 효과도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군 당국자는 “군사합의 효력 정지 후 당분간 구체적 군사 행동을 ‘빈칸’으로 남겨놓는다면 북한 당국이 느낄 공포감은 더 커지지 않겠느냐”며 “합의 이전 수준으로 전방 사격 훈련을 실시하는 것만으로도 북한군이 느낄 피로감은 꽤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카드를 아껴두고 단계적으로 서북도서 포사격 훈련 등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lee.keunpyung@joongang.co.kr)

2024-06-03

멕시코 남부서 시장 선거 1위 野 후보 피살

멕시코 남부서 시장 선거 1위 野 후보 피살 투표일 전후 유혈사태 잇따라…후보 등 20여명 사망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대선과 함께 총선·지방선거를 치른 멕시코에서 선거 당일 밤 남부 지역 시장 선거 당선 유력 후보가 피살됐다. 멕시코 우파 주요 야당인 제도혁명당(PRI)은 오악사카(와하까) 산토도밍고아르멘타 시장 선거에 나선 요니스 아테노게스 바뇨스 부스토스 후보가 괴한의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사건은 투표 종료 이후 개표가 한창이던 전날 밤에 발생했다고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보도했다. 제도혁명당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유한 성명에서 "우리는 이 비겁하고 잔혹한 범행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두려움이 평화와 정의보다 우선하는 것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적었다. 엘우니베르살은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신속 개표 집계 결과 바뇨스 부스토스 후보가 득표율 1위로, 그의 당선이 유력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멕시코에서는 전날 투표일을 전후해 후보와 선거 운동원 등을 상대로 한 폭력으로 22명(정부 공식 집계 수치)이 숨진 가운데 투표 당일에도 일부 개표소에서 총격으로 2명이 사망하는 등 유혈 사태로 얼룩졌다. 레포르마와 엘피난시에로 등 매체들은 카르텔 간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지역을 중심으로 갱단원들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주요 정당 후보를 공격 표적으로 삼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림

2024-06-03

튀르키예, '韓기술 바탕' 알타이 전차 수출하나…"파트너 협상"

튀르키예, '韓기술 바탕' 알타이 전차 수출하나…"파트너 협상"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튀르키예가 한국의 '흑표 전차'(K2 Black Panther)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알타이 탱크를 유럽 각국으로 수출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3일(현지시간) 튀르키예 국영 TRT하베르 방송에 따르면 할룩 괴르귄 튀르키예 방위산업청(SSB) 청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는 국산 알타이 탱크 양산을 시작했다"며 "우리와 협력을 원하는 파트너 국가들과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괴르귄 청장은 튀르키예 방산업체 베메제(BMC)가 만들고 있는 알타이 전차의 성능이 현대전 환경에 맞춰 개선되고 있다며 "우리는 육상 차량에 매우 강한 나라"라고 강조했다. 또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선호하는 상품도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튀르키예 방산업체 오토카르는 2008년 한국 현대로템으로부터 흑표 기술이전을 받기로 계약하면서 본격 알타이 개발에 착수했으며 2016년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2년 뒤인 2018년 11월 SSB는 BMC와 알타이 전차 250대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동호

2024-06-03

애플 주가, 내주 'AI 발표' 앞두고 올해 최고가 육박

애플 주가, 내주 'AI 발표' 앞두고 올해 최고가 육박 시총도 3조 달러 탈환 시도…10일 개막 WWDC 기대감 iOS 등에 생성형 AI 탑재…오픈AI와 파트너십 발표 전망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 주가가 내주 인공지능(AI) 관련 발표를 앞두고 올해 최고가에 육박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미 동부 시간 기준 오후 2시 23분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0.56% 오른 193.32달러(26만5천800원)에 거래됐다. 지난 1월 29일 이후 4개월 만인 지난달 20일 190달러선을 회복한 이후 올해 최고가 194.67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셈이다. 4월 19일 164.78달러까지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주가는 한 달 보름 만에 17%가 상승했다. 시가총액도 2조9천640억 달러를 기록하며 3조 달러 탈환을 시도하고 있다. 애플 주가의 상승세는 내주 10일부터 열리는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행사는 애플이 매년 아이폰 등 자사의 기기에 탑재하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다. 지난해에는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선보였지만, 하드웨어보다 새로운 소프트웨어 발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올해에는 애플이 AI 전략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애플은 그동안 AI 경쟁에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는 것이다. 애플이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AI를 구현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아이폰 운영체제 iOS 18 등에 생성형 AI를 탑재하고, 음성 비서 '시리'를 이용자와 대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위해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제미나이도 적용하기 위해 구글과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량이 최근 늘어나고 있는 점도 주가를 띄우고 있다. 지난 4월 애플의 중국 내 아이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지난 3월 12% 늘어난 데 이어 2개월 연속 증가세다. 올해 1∼2월 2개월간 출하량은 37% 줄어들었었다. 다만, 아이폰 판매 증가는 할인 행사를 한 데 따른 것이다. 아이폰은 지난 2월 중국에서 일부 기종에 대해 최대 21만원을 깎아준 데 이어 지난달에는 최대 43만원까지 두 배의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taejong7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태종

2024-06-03

'불법 이민 수세' 바이든, 대선 앞두고 남부 국경 사실상 '빗장'

'불법 이민 수세' 바이든, 대선 앞두고 남부 국경 사실상 '빗장' 4일 행정명령 서명 예정…"불법입국 日평균 2천500명 넘으면 폐쇄"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임 트럼프 정부 때 사용됐던 대통령 권한을 사용해 남부 국경에 사실상 '빗장'을 건다. 기록적인 불법 이주민 입국으로 국경 문제가 대선 핵심 이슈로 부상한 상황에서 불법 이주민 문제에 대한 비판으로 수세가 계속되자 강경 정책을 꺼내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불법 이주민 대응과 관련한 행정명령 서명을 하루 앞둔 3일(현지시간) 의회에 세부 내용을 통보했다고 AP통신, CNN 등이 소식통들을 인용해서 보도했다. 행정 명령은 불법 이주민 숫자가 일주일 단위로 하루 평균 2천500명이 넘을 경우 불법 입국자의 망명 신청을 차단하고 입국을 자동으로 거부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국경에 도달하는 불법 이주민 숫자가 하루 평균 1천500명으로 줄어들면 국경은 다시 개방된다. 현재 남부 국경의 불법 이주민 숫자가 하루 평균 2천500명이 넘기 때문에 이번 행정명령이 발동되면 망명을 희망하는 이주민들에게 국경이 즉각적으로 폐쇄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AP통신은 이 행정명령에 대해 "국경에서의 (불법 입국) 숫자를 통제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취한 가장 공격적이고 일방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은 이민법 202(f) 조항에 근거한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이 조항은 미국 대통령에게 국익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경우 외국인 이민자 또는 비이민자 등의 입국을 중단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조항을 사용해 이민을 통제했으며 민주당은 당시 이를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강경한 국경 정책을 발표한 것은 이번 대선의 주요 정책 이슈인 불법 이민 문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자가 미국의 피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말하면서 초강경 이민 정책을 공약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민 문제 대응 정책에 있어서 바이든 대통령보다 나은 평가를 받고 있다. AP통신의 지난 4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재임시 이민 및 국경 안전이 악화됐다는 응답이 56%를 기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37%만 그렇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이유로 국경 강화를 추진하고 정책 발표 시기를 고심해 왔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초 국정연설 전에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월 말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날 텍사스주의 남부 국경 지역을 방문하기도 했다. solec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강병철

2024-06-03

IAEA "北 강선 단지, 우라늄 농축시설 속성…별관 외견상 완공"

IAEA "北 강선 단지, 우라늄 농축시설 속성…별관 외견상 완공"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북한이 영변 이외에 추가로 만든 핵시설로 지목된 강선 단지가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기반시설 속성이 유사하며 최근 증축된 단지 내 건물이 완공 단계로 보인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진단이 나왔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3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기이사회 모두 발언을 통해 "올해 2월 말 강선 단지의 별관 공사가 시작돼 시설 가용 면적이 크게 확장됐다"며 "이제 별관은 외관상 완공된 모습"이라고 밝혔다. 북한 평양의 남동쪽 외곽에 있는 강선 단지는 미 정보당국이 오래전부터 비밀 핵시설로 지목하고 추적해온 곳이다.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외에도 우라늄을 농축해 핵탄두 제조용 핵물질을 생산할 또 다른 시설로 의심받았다. 최근 강선 단지의 본관 옆에 새 건물, 즉 별관이 만들어지는 정황이 포착됐다. IAEA는 외관상, 이 별관이 다 지어진 모습이라고 이날 설명한 것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강선 단지는 영변의 우라늄 농축 시설과 기반시설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심분리기를 통한 우라늄 농축 과정을 거쳐 핵탄두 제조에 쓸 핵물질을 생산하는 시설로 의심받는 영변 핵시설처럼 강선 단지의 시설 구조도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그로시 사무총장은 영변 핵시설 내 실험용 경수로(LWR)가 가동 중인 정황도 여전히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변 핵시설에서는 LWR 가동 정황을 보여주는 간헐적인 냉각수 배출이 관측되고 있고, 5㎿급 원자로 및 원심분리기 농축 시설의 가동 징후도 지속해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경우, 특별한 변화는 없으며 추가 핵실험을 준비하는 상태로 여겨진다고 그로시 사무총장은 언급했다. 그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추가적인 개발 행위를 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유감스럽다"며 "핵확산금지조약(NPT) 안전조치 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북한은 신속히 IAEA에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prayer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안희

2024-06-03

"우릴 풀어달라" 호소했던 이스라엘 노인 인질 모두 숨졌다

"우릴 풀어달라" 호소했던 이스라엘 노인 인질 모두 숨졌다 이스라엘군, 하마스 억류 인질 4명 추가 사망 확인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이스라엘인 인질 4명이 추가로 사망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AP 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날 아미람 쿠퍼, 요람 메츠거, 하임 페리, 나다브 포플웰 등 자국 인질 4명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하가리 대변인은 자세한 설명 없이 "모든 경우의 수를 확인 중"이라며 "의문점이 많다"라고만 언급했다. 이들의 정확한 사인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지난달 하마스는 포플웰이 이스라엘군 공습에 다쳐 숨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고 AP는 전했다. 포플웰을 제외한 쿠퍼, 메츠거, 페리 등 3명은 지난해 12월 하마스의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이 공개한 영상에 등장했던 80대 노인들이다. 영상에서 페리는 히브리어로 지병을 앓는 노인들과 함께 붙잡혀 열악한 환경을 견디고 있다며 "왜 우리가 이곳에 이렇게 버려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페리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를 여기서 풀어줘야 한다"며 "우리는 이스라엘군 공습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어 세 남성은 입을 모아 "여기서 우리가 늙어가도록 놔두지 말라"는 말을 반복했다. 당시 하가리 대변인은 이 영상을 두고 "이는 치료를 요하는 노인과 무고한 시민을 대하는 하마스의 잔혹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하마스를 맹비난했었다. 하마스는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하면서 이스라엘인 250명을 붙잡아 끌고 갔으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같은 해 11월 일주일간의 휴전 기간에 풀려났다. 아직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 130명 중 85명 정도가 살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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