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참석을 위한 미국을 방문한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시위대 선동혐의로 비자가 취소될 사정에 처했다.
미 국무부는 26일(현지시간) X에서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이 뉴욕 시내 거리에 서서 미국 군인들에게 명령에 불복종하라고 촉구하면서 폭력을 선동했다”며 “무모하고 선동적인 행위 때문에 우리는 그의 비자를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 밖에 모인 군중 앞에 나서서 “나는 사람들에게 총을 겨누지 말라고 미국 군대의 모든 군인들에게 촉구한다”며 “트럼프의 명령에 불복종하고 인류의 명령에 복종하라”고 외쳤다.
그는 이날 팔레스타인 사태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을 규탄하는 시위에 참석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콜롬비아 대통령실과 외무부에 논평을 요청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2022년 8월부터 콜롬비아 최초의 좌파 정부를 이끄는 반군 출신의 페트로는 최근 트럼프 정부의 불법 이민 단속과 이웃 베네수엘라와의 마약과의 전쟁에도 불참을 선언해서 미국과 충돌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콜롬비아를 ‘마약 퇴치 협력 파트너’ 지위에서 해제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콜롬비아에게 해 오던 연간 5억 달러(7000억 원) 규모의 마약 밀매 퇴치 예산 지원도 끊길 전망이다.
이에 대해 페트로는 지난 16일 미국의 이러한 조치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콜롬비아에 미국이 “괴뢰 정권 대통령(puppet president)을 심으려 한다며 반발했다.
또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지난 24일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미국이 마약 운반선으로 추정되는 선박을 공격한 것에 대해 “왜 미사일을 쏘나, 단순히 마약 밀수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보트를 세우고 승무원을 체포하면 사망자가 제로(0)”라며 살인행위라고 강력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미군이 베네수엘라 범죄 조직 ‘트렌 데 아라과’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보트를 공격해 11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어 15일에도 선박을 폭격해 마약 테러리스트 3명을 제거했고, 16일엔 “3척을 격침시켰다”고 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정책과 관련해 라틴아메리카 전체를 무시하고 자국민을 모욕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콜롬비아를 비롯한 남미 국가들은 왕에게 무릎 꿇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