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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물려 두개골 '빠지직'…죽을뻔한 해양학자 "상어 잘못 아니다"

중앙일보

2025.10.02 05:51 2025.10.0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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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아리. EPA=연합뉴스

멕시코의 한 상어 전문가가 현장 연구 활동 중에 상어에 머리를 물리는 위험천만한 사고를 당했다. 그는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기면서도 "상어의 잘못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상어의 편을 들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해양학자 마우리시오 오요스 박사는 지난달 27일 '갈라파고스 상어'의 공격을 당했다. 오요스 박사는 기업형 어선으로부터 상어를 보호하기 위해 코스타리카 본토에서 약 640㎞ 떨어진 해양에서 상어의 이동 양태를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하던 중이었다.

스쿠버 다이빙 장비를 착용한 그가 수심 3∼4m쯤에서 몸길이 약 2.7m짜리 갈라파고스 상어를 마주쳤을 때 별다른 위험은 없었다. 이에 상어 개체 식별표를 배지느러미에 명중시켰는데 곧장 상황은 돌변했다.

식별표에 놀란 상어가 1m쯤 앞에서 갑자기 몸을 틀고 입을 벌린 채 오요스 박사를 향해 돌진하더니 그의 머리 부분을 인정사정없이 문 것이다. 오요스 박사는 NYT에 "1초도 안 돼 내 머리가 통째로 상어 입속으로 들어갔다"며 두개골에서 '빠지직'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상어는 즉각 입을 뗐지만 오요스 박사는 그때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상어가 건드린 잠수 마스크에 피와 물이 가득 찼고 공기통 호스는 찢어져 있었다. 오요스 박사는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토대로 상어가 멀어진 사실은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공기가 새는 와중에 출혈까지 견디며 가까스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다행히 동료의 도움을 받아 보트로 끌어올려진 그는 바로 인근 섬으로 옮겨졌다.

오요스 박스는 상어 이빨이 두피와 얼굴 살을 파고들어 찢은 상처 27곳을 봉합하는 시술을 받았다. 현재는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의 한 병원에서 턱 치료를 위한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오요스 박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숨을 쉴 수 없다는 것이 제일 큰 걱정이었다"며 "공기를 빨아들이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다 슬로모션 같았다"며 "하지만 정신은 차분했고, 계속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계속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30년간 이 일을 해온 그가 상어에 물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상어가 방어하려고 나를 문 것으로, 자신의 공간에 내가 들어오지 않기를 바란 것"이라며 "상어가 겁을 먹은 것이지, 상어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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