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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예일대 가짜 신분으로 입학…중국계 여학생의 치밀한 위조 수법

중앙일보

2025.11.03 14:40 2025.11.0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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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ixabay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한 여학생이 가짜 신분으로 입학한 사실이 드러나 퇴학당했다.

3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캐서리나 린'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학생은 입학을 위해 이름과 고향, 가족 등 자신의 모든 배경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지난 9월 퇴학 조치됐다. 린은 자신의 신원과 성적표, 개인 이력 등도 모두 위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린은 자신이 미국 노스다코타주 소도시 티오가 출신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의 중국계 미국인 가정에서 자랐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중국식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고등학교 시절 이름 때문에 괴롭힘을 당했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쯤 자신과 같은 성적의 아시아계 학생이 명문대에 입학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고, 이를 위해 '서구식 정체성'을 만들어 냈다.

애덤 응우옌 전 콜롬비아대 입학 자문가는 "그가 백인처럼 보이는 이름을 가진 노스다코타 시골 출신 학생으로 자신을 꾸며냈다"며 "입학 심사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외조된 서류나 추천서가 걸러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린은 수년간 아이비리그 입학 시스템을 연구했고, 관련 팟캐스트를 듣고, 학교 서류를 정교하게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현지 매체에 "어도비 프로그램을 배워 성적표와 재정 서류를 위조했다"며 "추천서도 직접 썼고, 대학의 보안 절차를 우회하는 방법도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린은 자신이 법적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원래 다니던 학교의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고 티오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주장했으나, 해당 학교에서 그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린은 예일대 입학 허가를 받아내며 지난 8월 캠퍼스에 들어왔으나 몇 주 만에 가짜 신분이 들통났다. 린과 대화에서 수상함을 느끼던 기숙사 룸메이트가 그의 가방에 캘리포니아 주소와 다른 이름이 적힌 태그를 보고 학교 측에 신고하면서다.

예일대는 즉시 조사에 착수했고, 결국 허위 신분으로 입학한 사실이 밝혀지자 그를 퇴학 조치했다.

예일대 대변인 폴 맥킨리는 "예일대는 매년 수천 건의 입학 지원서를 받고 있으며, 이 과정은 지원자의 정직성과 정확한 정보 기재에 달려 있다"며 "입학 정책에 따라 허위 사실이 확인된 학생의 입학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로 돌아온 린은 "이름을 바꾸고 새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조금 화가 난다. 그 이름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 대학 입시 과정의 허위 지원, 검증 절차 미비, 외국 세력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켰다. 이민연구센터는 "한 학생이 이런 사기를 저지를 수 있다면, 테러리스트나 중국 정부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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