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상징인 독립기념탑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독립 250주년을 축하하는 초대형 조명탑으로 변신했다. 현지 언론은 2026년 1년 내내 진행될 ‘트럼프의 독립 250주년 기념 파티’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 형식의 별도 신년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대신 플로리다에 위치한 자신의 별장 마러라고에 초고액 후원금 기부자 등을 초대해 진행한 신년 전야 파티에 참석하기 전, 새해 결심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세계 평화”라는 한 마디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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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외쳤지만…베네수엘라 공격 등에 ‘침묵’
트럼프 대통령은 턱시도 차림으로 파티에 입장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은색 원피스를 입었다. 파티 입장 전 기자들의 신년 메시지 요청에 “평화”라고 했지만, 베네수엘라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상군 투입 가능성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후원자들과 공화당, 마가(MAGA) 진영의 주요 인사들 앞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각지에서 공장이 건설되고 있다”며 “우리는 수천억 달러의 관세를 징수했고, 국가적으로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빠르게 회복됐고 강해졌다”며 “우리가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하고, (새해 역시) 정말 기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여성 화가가 무대 위에서 직접 그린 예수의 그림을 소개하며 경매에 부쳤다. 그는 “이 방에 모인 사람들의 주머니에는 돈이 넘쳐난다”며 10만 달러로 경매를 시작했고, 해당 그림은 단 몇 분 만에 275만 달러(약 39억7925만원)에 낙찰됐다.
백악관은 이날 파티 참석자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백악관 풀기자단에 따르면 고액 기부자 외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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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높은 생일 촛불”
트럼프 대통령이 별장에서 호화 파티를 시작한 이날 오후 워싱턴 독립기념탑엔 미국 독립 250주년을 상징하는 숫자 ‘250’과 성조기의 빨강·파랑·흰색으로 꾸며진 조명이 점등됐다. 이어 미국의 독립, 서부 개척, 산업 혁명, 미래 등을 담은 영상이 매시간 반복해 상영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2026년을 ‘애국심 고취의 해’로 만들기 위해 출범한 ‘프리덤 250’ 측은 ”미국 독립 250주년을 상징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생일 촛불”이라며 “독립기념탐 점등은 미국 정신의 승리를 기념하는 1년간 국가 행사 시리즈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통적 신년맞이 장소인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자정에 시작된 ‘볼 드롭(ball drop)’ 행사도 이번엔 두 번 진행됐다.
0시를 기해 떨어진 공은 다시 끌어 올려졌다. 미국의 250년 역사를 설명하는 영상물이 상영됐고, 이후 성조기의 색깔로 초대형 수정구슬이 점등된 뒤 ‘아메리카 250’이란 글자와 성조기 등 떠올랐다. 타임스스퀘어엔 2000파운드(약 907kg)의 성조기 색깔 색종이가 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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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엔 백악관 UFC…“두 달 내 개선문 공사”
현지 언론은 이날 새해맞이 행사에 대해 “트럼프의 새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는 취지의 제목을 달아 기사를 송고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독립 250주년인 올해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인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할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워싱턴 개선문 건설 구상이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됐다”며 “두 달 안에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리의 개선문을 본뜬 ‘워싱턴 개선문’ 건설은 독립 250주년 기념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프로젝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을 비롯해 알버트 아인슈타인, 마틴 루터 킹 목사,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등 미국 역사의 주요 인물 250명의 조각상을 전시하는 ‘영웅의 국립 정원’도 조성할 계획이다. 최근 주요 상징물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시설에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6월 14일엔 백악관에선 종합격투기 UFC 대회가 열린다.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의 80번째 생일이다. 이어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엔 또다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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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선 反트럼프 시장의 ‘코란’ 취임식
새해 시작을 사실상 ‘미국 우선주의’의 홍보장으로 만든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미국의 최대 도시 뉴욕에선 사상 첫 무슬림 뉴욕 시장이 된 조란 맘다니가 뉴욕 시장으로는 처음으로 성경이 아닌 코란을 앞에 두고 취임 선서를 했다.
맘다니 시장은 새해 시작과 함께 1904년 문을 연 뉴욕 최초의 지하철역인 옛 시청역에서 가족들과 비공개 취임식을 먼저 했다. 맘다니 측은 “노동자들의 삶을 변화시킬 위대한 건축물을 건설하고자 했던 이 도시의 용기를 보여주는 기념비”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식 취임식은 1일 오후 시청 계단에서 진행한다. 두 번의 취임식에선 모두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이 사용된다. 취임 선서에 코란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선 “신앙과 인종, 민족적 배경이 뒤섞인 뉴욕시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무슬림 시장이 코란을 사용해 취임 선서를 하는 장면을 보고,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태어난 시장을 맞게 된다”며 “이는 매우 상징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