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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 속 여성과 빌 클린턴…힐러리 "난 엡스타인과 관련 없다"

중앙일보

2026.02.26 18:39 2026.02.2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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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수감 중 사망한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과 관련,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엡스타인과 접촉 자체가 없었다면서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하원 감독개혁위원회의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관련 조사에서 증언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클린턴 전 장관은 26일(현지시간) 미 하원 감독개혁위원회의 비공개 증언에 앞서 엑스(X)에 공개한 모두발언을 통해 "나는 엡스타인을 만난 기억이 없다"며 "그의 비행기를 탄 적도, 그의 섬이나 집, 사무실을 방문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자신에겐 조사에 도움이 될 정보가 없다는 게 클린턴 장관의 일관된 주장이다.


클린턴 전 장관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는 엡스타인과 교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의 경우 엡스타인과 직접 교류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측근 길레인 맥스웰과는 단순히 알고 지낸 건 맞다고 인정한 적이 있다. 맥스웰이 2010년 딸 첼시 클린턴 결혼식에 참석한 상황을 놓고서는 "누군가의 동반자로 참석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퇴임 후인 2000년대 초 엡스타인의 전용기를 여러 차례 이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도마에 올랐다. 공화당 소속으로 해당 위원회 위원장인 제임스 코머 하원의원은 "엡스타인이 클린턴 재임 기간 동안 백악관을 17번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미 법무부가 공개한 사진에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과 찍은 사진이 포함돼 파장이 일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엡스타인과 관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날 클린턴 전 장관의 출석은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이뤄졌다. 위원회 출석을 거부하다가 의회 모독 혐의 적용 가능성이 거론되자 입장을 바꾼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27일 같은 위원회 증언대에 설 예정이다.


애초 공화당과 민주당의 팽팽한 기싸움 가운데 이뤄진 출석인 만큼 이 자리에선 당파적 주장이 거세게 제기됐다. 클린턴 전 장관은 "공화당 주도의 위원회가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관계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 내게 증언을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회 증언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 위원회가 엡스타인의 범죄를 캐는 데 진지하다면 현직 대통령이 언론과 즉석 문답을 하는 대신 직접 선서하고 질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엡스타인 스캔들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엡스타인 문건'에 담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욕조에 한 여성과 함께 들어간 사진. AFP 연합뉴스

반면 공화당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런 요구를 일축했다. 코머 의원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과 관련해 수백, 수천 개 질문에 답해왔다"고 말했다.

7시간 동안 이어진 의회 증언 후 클린턴 전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하루 종일 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받았다"며 "UFO와 가장 악랄한 허위 음모론인 피자게이트 관련 질문까지 받으면서 상황이 이상해졌다"고 말했다. 피자게이트는 2016년 대선 기간에 나왔던 음모론으로 워싱턴DC의 한 피자 가게가 클린턴 전 장관이 연루된 아동 성매매 조직의 본거지라는 내용이다.

또 그는 "2008년 엡스타인이 유죄를 인정하기 전까지 주변 인사 상당수는 범죄를 인지하지 못했다"며 "남편도 그렇게 증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부부의 의회 출석으로 전·현직 대통령 진영 간 대치 구도가 뚜렷해진 엡스타인 스캔들을 놓고서 앞으로도 여야 공방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가디언에 따르면 2019년 미 연방수사국(FBI)이 작성한 25쪽 분량의 수사 보고서 3건에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미성년자 피해 진술이 담겼지만 최근 법무부 공개 자료에선 빠졌다.

법무부는 "중복 자료라 제외했다"는 입장이지만 하원 감독개혁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은 고의 누락 가능성을 제기하며 조사에 들어갔다.




이근평([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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