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겨냥한 대대적인 군사 작전을 단행한 가운데 이스라엘 등 중동 지역 한인 사회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강근 이스라엘 한인회장은 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사일을 이렇게 1~2시간 단위로 퍼붓기는 처음”이라며 “지축을 흔드는 굉음 소리가 한인들에게 차원이 다른 공포를 심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인터뷰는 현지시간으로 공습 시작(28일) 다음 날인 1일 새벽 6시쯤 진행됐다. 이 회장은 이날 “이란에서 무엇인가가 날라오면 모든 이스라엘 전화에는 ‘띠띠띠띠’ 하면서 긴급 경보가 울리는데, 이것이 밤새 지속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외에도 공습 사이렌과 주변에서 ‘뻥뻥’ 터지는 듯한 소리도 새벽까지 계속 들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인터뷰 중에도 폭격의 굉음과 공습 사이렌 소리가 수차례 들렸다. 이어 이 회장은 “현재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사이렌이 울리면 집이나 동네마다 정해진 방공호로 피신해야 한다”며 “내 경우엔 인근 방공호까지 거리가 꽤 있어 이동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란은 미국·이스라엘의 공습 직후 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미군 기지가 있는 인접국들을 향해서도 미사일·드론을 동원한 보복 공격을 가했다. 장한주 요르단 한인회장은 통화에서 “요르단 또한 공습 경보 사이렌이 지속적으로 ‘왱왱’ 울리고 있다”며 “전날 오후에는 미사일이 요격 됐고, 연기가 솟아오르더니 쇳 덩어리 같은 파편이 민가를 덮쳤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요르단에는 미군 공군기지인 무와파크살티 기지가 있고, 약 60대의 전투기가 배치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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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실시간 상황 공유…현재까지 피해 없어"
두 회장은 조만간 한인들의 대대적인 대피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강근 회장은 “이스라엘의 단기 방문자들은 대사관 주관으로 내일 모레 이집트 카이로로 단체로 버스를 타고 피신할 예정”이라며 “장기 체류자들에 대한 피신 계획도 한인회 주관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집트 시나이 반도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장한주 회장은 “이 회장과 수시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현재는 이스라엘 영공과 인접국을 연결하는 육로도 모두 폐쇄된 상태이고, 간헐적으로만 열리고 있기 때문에 다같이 상황을 지켜보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요르단 외에도 시리아·이집트·레바논 중동 한인회는 지난해 6월 이란과 이스라엘의 ‘12일 전쟁’ 직후, 긴밀히 소통하며 교민 100여명을 요르단·이집트로 안전하게 피신시킨 바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 인명 피해가 접수된 것은 없다고 한다. 이 회장과 장 회장은 “한인회 소속 수백명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 피해사항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피해는 없고, 대사관에서 ‘외출을 삼가라’는 공지가 지속적으로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외교부도 1일 “현재까지 파악된 이란과 이스라엘 내의 우리 국민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매학기 3~5명씩 이란으로 유학생을 보내는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관계자 역시 “지난해 여름 충돌 이후, 이란 현지에 거주하는 유학생은 현재까지 없다”며 “이외에도 인접 국가 학생들의 안전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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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란인들 "현지 통신망 모두 끊겨"
한편 국내에 체류 중인 이란인들은 가족 안전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체한 이란인인 호다는 이날 통화에서 “어제부터 현지 통신망이 모두 끊겨 피해 소식을 전혀 전해 듣지 못했다”며 “가족을 이란에 두고 온 사람들이 잠도 못 자고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이란인도 “수십년 간 이어져 온 갈등이기 때문에 큰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외신 등을 살펴보며 다들 관련 소식에 귀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영 재한 외국인 및 유학생지원센터장은 “현지에 가족을 두고 온 이란인들이 본인들의 인터뷰나 공개 발언 등이 정치적으로 활용 되는 등 혹여 가족의 신변 문제로까지 이어질까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란 정부가 이날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사망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전쟁 종식에 대한 기대감도 감지됐다. 이란 출신의 인권운동가인 박씨마 목사는 “한국에 체류 중인 이란인들은 이제서야 이란으로 걱정 없이 돌아가게 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37년 간 이란을 철권 통치하며 반(反)미·반서방 노선을 걸어온 하메네이에 대해 국제 인권 단체들은 대규모 처형 집행과 인권 탄압 등을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