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가 인공지능(AI) 비서를 태우고 소프트웨어 중심차(SDV)로 돌아왔다. 현대차 최초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인 ‘플레오스 커넥트’를 탑재한 것이다.
1986년 처음 출시된 1세대 그랜저(일명 ‘각(角) 그랜저’)는 ‘원조 회장님 차’였다. 이후 등장한 에쿠스·제네시스 등에게 회장님 차 자리를 내준 그랜저는 2016년 6세대(IG)부터는 아예 ‘부장님차’ ‘아빠차’ ‘중년 남성차’ 이미지까지 벗어던졌다. 그 이후부터 국내 세단 판매 1위에 오르는 등 그랜저의 질주가 시작됐다.
2023년 11만대를 넘겼던 대형 세단 그랜저의 내수 판매량은 이듬해부터 7만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지난해엔 세단판매 1위 자리를 준중형 ‘아반떼(CN7, 7만9335대 판매)’에 내주기까지 했다. SDV로 돌아온 그랜저는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새로 출시된 7세대 부분 변경 모델 ‘더 뉴 그랜저’를 몰고 서울~강원 춘천 편도 약 55㎞ 구간을 직접 운전해봤다.
7세대 부분 변경 모델 ‘더 뉴 그랜저’의 실내 모습. 현대차 첫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인 ‘플레오스 커넥트’가 탑재돼 중간 17인치 대형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 주요세단 내수판매 추이
가장 큰 변화는 차량 중간 17인치 대형 디스플레이와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다. 미국 전기차 ‘테슬라’처럼 차량 중간에 대형 디스플레이가 자리잡았다. 또 ‘차량 내 비서’ 역할을 할 대형 언어 모델(LLM) 기반의 차세대 생성 AI 에이전트 ‘글레오AI’가 탑재됐다. 현대차 측은 “글레오AI가 자연스러운 연속 대화를 이해해 공조 기능이나 창문 여닫기 등 간단한 조작부터 지식 검색, 일정 추천, 감성적 대화까지 지원한다”고 밝혔다.
글레오에게 말을 걸어봤다.
Q : 글레오.
A : 네.
Q : 운전석 온도를 20도로 맞춰줘. 운전석과 조수석의 온도를 달리 설정해줘
A : 운전석 온도는 이미 20도로 설정되어 있어 변경되지 않았어요.
글레오는 간단한 조작요청이나, 여행코스 추천 등 요청사항을 비교적 정확하게 이해하고 처리해냈다. 조수석에 앉아 창문 개방도 요청해봤다.
신형 그랜저의 생성 AI 에이전트 ‘글레오AI’에게 창문 2㎝를 열어달라고 하자 잘 알아들었지만, 3㎝를 열어달라고하자 3분의 1가량을 열었다. 고석현 기자
Q : 글레오 창문 2㎝만 열어줘
A : 동승석 창문을 살짝 열게요
조수석의 창문이 2㎝가량 열렸다. 글레오는 ㎝같은 미세 단위까지 이해하고 있을까.
Q : 글레오 창문 3㎝만 열어줘
A : 동승석 창문을 살짝 열게요
이번엔 조수석 창문이 3분의 1가량(약 15㎝) 열렸다. 추가학습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또 조수석에서 내린 명령을 뒷좌석으로 인식하는 등 발화자 위치 인식에도 오류가 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오버헤드콘솔(OHCL)의 4개의 마이크에 인입된 음성으로 발화 좌석을 구분한다”고 밝혔다.
운전석 계기판이 있던 자리엔 직사각형 모양의 ‘슬림정보창’이 들어섰는데, 전방에 이미 헤드업디스플레이(HUD)가 있어 정보가 분산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석현 기자
물리버튼이 센터콘솔의 끝까지 들어차있어 운전자가 무릎으로 물리버튼을 오조작 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고석현 기자
가죽으로 감싼 실내는 그랜저다운 고급스러운 느낌이 여전했다. 도어에는 ‘버튼 터프팅’(가죽을 단추로 고정하는 디자인) 등을 적용해 1세대 그랜저의 헤리티지를 잘 살렸다.
운전석 계기판이 있던 자리엔 직사각형 모양의 ‘슬림 정보창’이 들어섰다. 하지만 운전자에겐 전방 헤드업디스플레이(HUD)와 슬림 정보창, 오른쪽 센터디스플레이 등으로 정보가 분산돼 혼란스러울 수 있다. 테슬라와 달리 비상등·공조·미디어 조작 등에 필요한 물리 버튼을 남겨둬 직관적 조작이 가능했지만, 물리 버튼이 너무 많고 운전자 무릎 근처까지 들어차 있어 주행 중 잘못 눌리는 경우도 발생했다.
가속 시 시속 40㎞·60㎞·100㎞를 돌파할 때 속도가 잘 붙지 않고 ‘우웅’ 하는 엔진 배기음이 들렸다. 현대차 측은 “변속기가 업시프트되면서 분당회전수(RPM)가 낮아져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정상 반응이란 설명이지만, 운전자 입장에선 가속이 굼떠 답답한 면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글레오에게 ‘신형 그랜저의 장단점이 뭐냐’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 플래그십 세단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첨단 기술을 갖췄지만, 가격대(가솔린 모델 4185만원부터, 하이브리드 모델은 최대 6000만원대)가 높거나 크기와 연비가 일부 사용자에게 아쉬울 수 있어요. 차대 강성이 약해 주행 중 불안함이 느껴질 수 있고, 내구성 관련 문제도 지적되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