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4·LAFC)의 네 번째 월드컵이 허무하게 끝났다. 그는 2014년부터 월드컵이 끝날 때마다 눈물을 펑펑 쏟아 ‘울보’라 불렸다. 그러나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3차전이 끝난 뒤 그는 연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눈물은 없었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그는 그저 허탈해 보였다.
2018년 독일전 쐐기골, 2022년 포르투갈전 결승골 어시스트. 그는 월드컵마다 역사를 썼다. 10년 넘게 대한민국 축구의 ‘언터처블’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그런 그를 남아공전 선발 명단에서 뺐다. 아시아 축구 역사상 최고 선수가 월드컵 최대 승부처를 벤치에서 시작했다. 관중석의 부친 손웅정씨는 억장이 무너진 듯 굳은 표정으로 아들을 지켜봤다. 후반에 투입된 손흥민은 게임 체인저가 되지 못했다. 볼 터치는 29회에 불과했다. 토트넘 전성기였다면 분명 골로 연결됐을 장면들이 막히거나 무위에 그쳤다. 1차전 체코전에서는 슈팅 6개를 때렸고, 2차전 멕시코전에서는 후반 12분 만에 교체됐다. 조기 교체와 활용법을 두고 국내외에서 뜨거운 논쟁이 일었다. 올 시즌 MLS 13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쳤던 손흥민의 발끝은 월드컵에서도 차갑게 식었다. 월드컵만 따지면 일곱 경기 연속 무득점이다. 마지막 골은 2018년 독일전이다. 박지성·안정환과 함께 보유한 월드컵 최다 3골을 4골로 늘리지 못했다.
한국 축구는 전성기 손흥민을 앞세우고도 최근 네 번의 월드컵에서 세 번이나 조별리그에서 짐을 쌌다. 토너먼트에 오른 건 2022년 단 한 번뿐이다.
남아공전은 한국 축구 월드컵 역사상 최악의 졸전으로 꼽힌다. 그 경기가 손흥민의 마지막 월드컵 무대로 남는다면 너무 억울한 마무리다.
집중력을 갉아먹는 악재도 있었다. 대회 직전 훈련장에서 일부 취재진이 그의 병역 특례를 조롱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하지만 큰 대회일수록 빨리 털고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그것이 리더의 몫이었다. 손흥민을 제대로 품지 못한 홍명보 감독의 탓도 크다.
축구대표팀 손흥민. 뉴스1
1992년생 손흥민은 4년 뒤 38세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라스트 댄스’가 될 거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손흥민은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단정지은 적이 없다. 스스로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손흥민보다 다섯 살 많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일곱 살 많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도 이번 대회에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손흥민이 자기관리를 이어간다면 다섯 번째 월드컵도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스포츠 매체 ESPN FC는 한국의 북중미 월드컵 탈락 소식과 함께 손흥민의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So long Son’이라고 썼다. ‘so long’은 굿바이와 달리 재회를 암시하는 의미를 지녔다. 지금처럼 자기관리를 이어간다면 손흥민의 다섯 번째 월드컵을 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