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요청했다”고 주장했던 미국과 이란의 카타르 2차 고위급 회담은 30일(현지시간) 열리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식 도중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의 협상단을 이끌고 있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양해각서(MOU)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패배를 증명하는 문서”라며 “MOU의 조건들이 충족될 때까지 (미국과의)추가 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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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코프 보냈지만…이란 ‘고위급’ 오지도 않았다
마지드 빈 모하메드 알안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재러드 쿠슈너가 도하를 방문해 카타르 측 중재자와 만날 예정”이라며 “이들의 방문 기간 중 미국과 이란 간의 고위급 회담을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로서 이란의 고위급 인사의 도하 방문은 예정돼 있지 않다”며 “고위급 회담은 실무 협의가 성과를 거둘 경우에만 성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1일(현지시간) JD 밴스 미국 부통령(왼쪽)이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윗코프(가운데) 및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함께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를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도하에서의 2차 회담을 요청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실상은 미국측만 고위급 인사를 보내고도 당사자인 이란이 아닌 중재국을 통한 간접 협상만 진행한 채 끝날 가능성이 생겼다. 특히 이란은 본협상을 위해선 양해각서에서 미국이 합의한 사안들을 먼저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엔 ‘퍼주기’ 논란을 빚었던 동결자산의 해제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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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증명서…충족 때까지 협상 없다”
이런 가운데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날 대국민 TV대담을 통해 미국이 합의한 양해각서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패배를 증명하는 문서”라며 “양해각서의 조건들이 충족될 때까지 추가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시간 30일 이란 테헤란 시내 한 광장에서 한 여성이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초상이 그려진 현수막 아래에서 이란 국기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갈리바프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호르무즈해협의 ‘완전한 무료 통항’에 대해서도 “양해각서에 따르면 해협의 무상 통항은 오직 (본협상 기간인) 60일 동안만 허용된다”며 “이는 전쟁 당시 해협 봉쇄로 인해 해당 지역에 갇혀 있던 선박들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호르무즈해협은 이란의 영해인만큼 이란은 어떤 상황에서도 해협에 대한 권리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이 끝난 뒤 실제로 통행료를 부과할 뜻을 분명히 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양해각서 체결 이후 이란은)원유를 4000만 배럴 가량 판매했다”며 “(미국의 제재는)실제로 해제되었고 이란산 원유는 20% 더 높은 가격에 판매돼 그 대금이 계좌로 입금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과 맺은 양해각서가 사실상 미국의 패전 선언이라는 주장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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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이어 협상 전 동결자금 ‘입금’ 요구
이란은 미국이 이미 시행한 원유에 대한 제재 해제에 이어 동결자금 해제 조치를 본협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선제 조건으로 제시하는 등 협상 개시를 위한 요구 수준을 계속 높이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과는 어떤 수준의 회담도 가질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취소할 회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내일(1일) 카타르 측과 만나 동결자산 해제와 관련한 조항을 포함해 양해각서의 이행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는 이어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양해각서 제1, 4, 5, 10, 11조의 이행이 시작되고 지속되어야 한다”며 “향후 며칠 동안 이 조항들의 진행 상황을 평가해 이를 바탕으로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을 언제, 어떻게 시작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급된 양해각서 항목엔 레바논에서의 군사적 충돌 중단을 비롯해, 호르무즈해협의 개방 및 향후 이란의 관할권 관련 사안, 원유 수출 제재 해제, 동결자산의 해제 등 미국이 양해각서 체결 과정에서 이란측에 제시한 보상 조치가 모두 포함돼 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특히 미국이 동의한 이란 동결자금과 관련해 ”현재까지 60억 달러 규모의 동결 해제된 이란 자금은 이란 측으로 송금되지 않았다”며 동결자금 해제가 양해각서 체결을 위한 선제적 보상 조치였다며 즉각적인 이행을 촉구했다. 동결자금 해제와 관련한 논란이 확대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해제 조치는 이란의 핵협상 이행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며 해제된 자금에 대해서도 “미국산 농산물만 구입할 수 있도록 제한을 걸기로 했다”고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