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 일라이릴리(이하 릴리)가 정신질환 신약 투자에 나섰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신경과학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릴리는 지난해 이 두 제품만으로 전체 매출 651억7900만 달러(약 97조원)의 56%인 365억 달러(약 54조원)를 벌어들였다.
16일(현지시간) 릴리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바이오업체 아타이베클리를 38억 달러(약 5조6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수 대금 가운데 28억 달러는 선지급하고 나머지 10억 달러는 임상과 허가 결과에 따라 지급한다는 조건이다.
이번 인수로 릴리가 확보한 아타이베클리의 핵심 연구 신약은 환각성 물질(사이키델릭) 기반 정신질환 치료제인 ‘BPL-003’이다. 환각제 기반 치료는 환각성 물질에서 유래한 성분을 활용해 뇌의 신경 연결을 회복시키는 새로운 치료법이다.
BPL-003은 기존 항우울제로 효과를 보지 못한 치료저항성 우울증(TRD) 환자가 대상이다.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 형태로, 임상 2b상 결과에 따르면 약 90분 치료 후 우울 증상이 빠르게 개선됐고 효과가 몇 주간 유지됐다. 현재 3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전 세계 10억명 이상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발표했다. 치료 수요가 많은 만큼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환각제 기반 치료 분야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에 따라 빅파마(초거대 다국적 제약회사)의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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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앤드존슨과 맞대결 전망
현재 치료저항성 우울증 치료제 시장은 존슨앤드존슨(J&J)의 비강 스프레이 치료제 ‘스프라바토’가 선도하고 있다. 이 제품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16억9600만 달러(약 2조5000억원)에 이른다.
아타이베클리의 BPL-003이 상용화하면 릴리가 이 시장에서 존슨앤드존슨과 본격적 경쟁 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지난해 매출 기준 존슨앤드존슨(941억9300만 달러)은 글로벌 제약사 1위, 릴리는 3위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BPL-003이 후기 임상시험에 성공하면 연 매출 10억~20억 달러(약 1조5000억~3조원) 규모의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릴리가 정신질환 치료제에 뛰어든 것이 처음도 아니다. 이 회사가 1988년 출시한 항우울제 ‘프로작’은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시장 판도를 바꿨다. 블룸버그는 “릴리가 최근엔 비만치료제로 주목받고 있지만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과학 분야에도 꾸준히 투자해왔다”며 “이번 계약을 계기로 신경과학 분야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