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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 너 해고” 했다간…한국선 ‘트럼프 골프장’ 어려운 까닭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중앙일보

2026.08.17 13:05 2026.08.1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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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가운데)이 두 아들과 함께 스코틀랜드 애버딘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링크스 애버딘 골프장 개장식에서 리본 커팅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가운데)이 두 아들과 함께 스코틀랜드 애버딘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링크스 애버딘 골프장 개장식에서 리본 커팅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에릭 트럼프가 지난 2월 경기 하남을 두 차례 다녀갔다. 트럼프 재단이 국내 기업과 함께 하남에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을 짓겠다고 나섰고, 하남시장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한다.

트럼프는 골프로 사업을 시작해 전 세계에 십여 개 럭셔리 골프장을 운영하는 이 바닥 최고 전문가다. 타이거 우즈를 비롯한 골프계 인맥도 막강하다. 게다가 지금은 미국 대통령이다. 이 정도면 사막에 깃발 하나만 꽂아도 명문 골프장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그럴까.

쉽지 않다고 본다. 트럼프는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그린피로 1000파운드, 우리 돈 약 177만원을 받는다. 4명이 한 팀으로 라운드하면 그린피만 700만원이 넘는다. 캐디피와 식음료 등을 포함하면 1000만원에 육박할 것이다.

트럼프 소유 골프장 상당수가 이런 고가 정책을 쓴다. 한국에서는 몇 년 전 새로 문을 연 럭셔리 골프장이 그린피 50만원을 책정하자 “골프장이라고 이렇게까지 받아도 되느냐”는 여론이 들끓었다.

럭셔리 골프장의 그린피는 사실 대다수 사람과 아무 상관이 없다. 한국인들은 항공기 이코노미와 비즈니스석, 일등석의 서비스와 가격 차이는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골프만큼은 안 된다. 내 돈을 내는 것도, 내가 골프장에 가는 것도 아닌데 모두가 한마디씩 한다.

한국에서 골프는 전국민적 고관여 상품이자 사회적 평등의 척도 비슷하게 됐다. 한국에서 그린피 177만원짜리 골프장이 등장한다면 월드컵 참패 축구대표팀처럼 국회 청문회에 불려갈지도 모른다.
턴베리 골프장 아일사 코스. 이홍순 작가

턴베리 골프장 아일사 코스. 이홍순 작가


세 갈래 길, 셋 다 막다른 길

한국 법에서 골프장은 ‘체육시설업’이다. 비싼 골프장은 룸살롱 못지않은 세금으로 징벌한다. 그런데 트럼프 브랜드의 DNA가 딱 럭셔리 클럽이다. 체육시설법이 때려잡으려는 바로 그 타깃이다.

체육시설법상 선택지는 셋이다.

첫째는 회원제다. 취득세가 중과되고 토지와 건물에는 재산세 4%의 단일세율이 적용된다. 일반 대중제보다 수 배, 많게는 열 배 가까이 무겁다. 그렇다고 그린피를 마음대로 올릴 수도 없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골프장이 붐빌 때 국회까지 나서 골프장 폭리를 막는 법을 내놨다. 그래서 국내 고급 회원제 골프장은 대부분 적자다. 대기업들이 체면치레하듯 붙들고 있는 거다. 트럼프가 손해 볼 장사할 사람은 아니다.

둘째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대중제로 가는 방법이다. 여기선 그린피 상한과 표준약관이 기다린다. 정부가 고시한 가격 기준은 주중 19만9000원, 주말 25만9000원이다. 트럼프가 미국 골프장에서 받는 한 사람 몫의 캐디피 정도 되는 돈이다.

셋째는 그린피를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받을 수 있는 비회원제다. 여기에는 종합부동산세라는 복병이 기다린다. 서울에 인접한 하남이니 실효세율 3.35%를 각오해야 한다.

삼지선다 문제인데 정답이 없다. 안명훈 세계 100대 골프장 선정위원은 “트럼프라도 한국에서 골프장 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고, 종합 리조트 등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허가는 별개의 전쟁


지자체가 환영한다고 일이 술술 풀리는 건 아니다. 하남은 팔당 상수원 인접 지역이다. 하남에서 파크골프장 하나를 만들기 위해 국무조정실까지 동원해 국토교통부를 설득하는 데 7년이 걸렸다.

기존 미군 골프장 부지라고 해도, 정규 18홀급 프리미엄 골프장이라면 도시계획 심의, 환경영향평가, 주민 갈등 등 넘어야 할 산이 줄줄이 나온다. 게다가 하남시장은 야당 소속이다. 여당이 순순히 도와줄까.

한국은 중대재해처벌법도 있고 연말에 캐디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 “너는 해고야”를 마음대로 외치던 트럼프가 캐디에 주 52시간. 퇴직금, 휴일 수당 등을 주는 걸 받아들일수 있을지 의문이다.

트럼드 대통령이 백악관 인근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라운드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드 대통령이 백악관 인근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라운드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골프를 보는 눈이 다르다


미국 대통령의 막강한 파워로 이런 허들을 모두 넘는다 해도, 더 큰 벽이 남는다. 한국에서 골프는 오랫동안 부패와 특권의 상징이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단골 소재다.

골프채를 든 조폭이 워낙 자주 등장해, 넷플릭스로 한국 드라마를 본 전 세계 시청자들마저 한국에서 골프채의 용도를 그렇게 믿게 됐을 법하다. 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에서도 골프는 유독 민감한 접대 수단으로 취급된다. 골프 기자도 대회 코스 답사를 못한다. 이유는 “골프라서”다.

산불이 나도, 수해가 나도, 3·1절이나 광복절 같은 국경일에 골프장에 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고위 인사는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트럼프라는 이름은 정치적 상징성까지 얹는다. 트럼프 골프장 회원이 되면 골프 회원권에 앞서 정치 성향을 산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골프장 주변 고층 아파트에 망원렌즈를 장착한 유튜버들이 눈을 부릅뜨고 코스를 감시할 것이다. 회원이든 이용자든 신상이 털리는 건 시간문제다.

한국은 기업 접대로 골프장을 드나드는 국회의원들이 골프장 폭리를 비판하는 묘한 나라다. 골프가 대중스포츠가 된 만큼 이런 이중잣대도 이제는 조금씩 사라졌으면 한다. 트럼프 골프장이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골프를 바라보는 한국인의 경계심은 삼엄하다. 트럼프에게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여는 것보다 어려울지도 모른다.


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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