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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걸렀다”…이란 암살 위협 버틸 ‘하늘의 백악관’ 조건

중앙일보

2026.08.20 23:42 2026.08.20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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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국제공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탑승을 기다리던 에어포스원. AP=연합뉴스

지난달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국제공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탑승을 기다리던 에어포스원. AP=연합뉴스

이란의 암살 시도를 우려해 ‘전용기 갈아타기’ 신공(神工)을 선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백악관이 새 에어포스원(Air Force 1·대통령 전용기)을 못 미더워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대체 에어포스원의 자격이 얼마나 까다롭길래.

영화보다 블랙 코미디에 가까웠던 당시 트럼프의 행적부터 좇아보자.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달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마친 뒤 공항에서 대기하던 ‘구형’ 에어포스원에 올랐다. 참모와 취재진도 뒤따랐다.

하지만 영국 밀든홀 공군기지로 향한 에어포스원에 실제 트럼프는 없었다. 미 비밀경호국(SS)이 이란의 암살 위협을 이유로 트럼프를 기내식 차량에 몰래 바꿔 태운 뒤 군용기로 옮겼기 때문이다. 이후 트럼프는 영국에서 새 에어포스원으로 갈아타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굳이 갈아탈 필요 없이 이동하는 내내 신형 에어포스원을 타면 되지 않았을까. 트럼프가 타기로 한 신형 에어포스원은 카타르가 선물한 보잉 747-8 기반 항공기를 약 4억 달러(약 5500억원)를 들여 개조한 기체다. 하지만 아직 에어포스원으로서는 자격 미달이었다. AP통신은 “신형 에어포스원이 경호국의 보안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특히 에어포스원으로 갖춰야 할 일부 첨단 미사일 방어·대응체계가 부족했다”고 짚었다.

에어포스원이란 이름은 미국 대통령이 공군 소속 항공기에 탑승했을 때 쓰는 호출 부호에서 유래했다. 내부에 대통령 집무실과 침실·욕실을 갖춘 전용 공간, 회의·식사 공간은 물론 참모와 취재진을 위한 공간, 의료 시설까지 갖췄다. 한 번에 100인분의 식사를 만들 수 있는 주방도 있다. 흔히 ‘하늘의 백악관’이라고 부른다.

VIP를 위해 만든, 화려한 전용기야 차고 넘친다. 에어포스원은 핵·전자기장(EMP)·생물학 공격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날아오는 미사일을 교란해 공격을 회피하는 기능도 갖췄다. 하지만 에어포스원의 진짜 가치는 대통령이 어디에 있든 미국이란 국가가 멈추지 않도록 만드는 능력에 있다. 전용기에 탄 대통령이 적의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도 지상에 있는 백악관과 군 지휘부, 참모진과 끊김 없이 통신하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에어포스원은 기준이 까다롭고, 비싸고, 도입도 늦다. 미국은 당초 신형 에어포스원을 2024년에 도입하기로 했지만 일정이 밀렸다. 결국 새 에어포스원은 (새 기종을 도입하기까지) 공백을 메우는 임시 전용기에 불과했다. 4억 달러를 들여 개조했더라도 경호 당국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한 순간, 트럼프가 내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김기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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