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은 민가까지 내려오는 곰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곰의 공격으로 일본에서 13명이 숨지고 220명 이상이 다쳤다. 그러나 곰의 잇따른 출몰과 공격에 골머리를 앓는 곳은 일본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먹이를 찾아 민가와 도심까지 내려오는 곰이 급증하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AP통신은 지난 8일(현지시간) “굶주린 흑곰들로 인해 로키산맥에서 잇따라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북서쪽 골드힐에 사는 패트릭 설리번은 AP통신에 “올여름 어느 날 새벽 3시, 아들에게 우유를 먹이던 중 자동차 경적이 계속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이웃이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경적을 울린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흑곰 한 마리가 도요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문을 열고 차 안으로 들어갔다가 갇힌 것이었다.
해당 사건은 올여름 로키산맥 인근에서 발생한 곰 출몰 사례 수백 건 중 하나다. 콜로라도주 당국에 따르면 올해 곰 목격 및 인간과의 접촉 사례는 평년의 두 배에 달했다. 특히 평소 곰이 나타나지 않던 지역까지 곰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뉴멕시코주와 유타주의 야생동물 관리 당국도 “집과 자동차, 캠핑장 등을 찾아오는 곰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고 보고했다. 흑곰은 일반적으로 콜로라도주 산악 지역과 산기슭에 서식한다. 하지만 올해는 산악 지역에서 차로 한 시간 이상 떨어진 동쪽 평야에서도 곰이 잇따라 목격됐다.
지난 8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지는 해가 로키산맥 위 구름을 비춘 모습. AP=연합뉴스
곰의 출몰이 늘면서 사살되는 곰의 수도 급증하고 있다. 유타주에서는 올해 이미 30마리가 넘는 곰이 사살됐다. 유타 야생동물자원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사살된 곰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뉴멕시코주에서도 야생동물 당국과 사유지 소유주가 허가를 받아 사살한 곰이 187마리에 달했다. 이는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그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기온 상승과 강수량 감소로 곰의 주요 먹이인 견과류와 열매, 식물 등의 생장이 타격을 받으면서다. 겨울잠을 준비하거나 생존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 곰들이 먹이를 찾아 서식지를 벗어나면서 민가와 인간 거주지로 접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와이오밍·콜로라도·유타·뉴멕시코주에 걸쳐 있는 콜로라도강 상류 유역의 올해 적설량은 기록상 최악의 수준이었다. 여기에 기록적인 산불까지 겹치면서 광범위한 곰 서식지가 불탔다. 먹이가 줄고 서식지마저 훼손되면서 곰들이 인간이 사는 곳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AP통신은 이같은 상황을 두고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만들어진 셈”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