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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빌 게이츠의 '말 실수'

컴퓨터 산업 분야에서 미래에 대한 전망은 추후에 불과할 뿐…

20세기에 들어서기 1년전인 1899년. 당시 찰스 듀얼 미 특허청장이 "발명될 만한 모든 것은 이미 다 발명됐다"는 발언과 함께 대통령에게 특허청 폐지를 건의한 후 사임했다고 알려져 두고두고 비웃음거리가 됐었다. 이로부터 4년 뒤인 1903년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만들었고 9년 뒤인 1908년 헨리 포드가 모델 T 자동차를 제작했다. 컴퓨터 인터넷 TV 페니실린 DNA 등의 발명과 발견은 20세기에 이루어졌다. 다음날 다음달을 못보는 사람들을 빗대어 말할 때 많이 인용하는 사례다.

그런데 빌 게이츠가 1995년 저서 '미래로 가는 길'에서 이 일화를 인용해 더욱 유명해졌는데 1989년 GE의 한 사서가 듀얼 청장이 실제로는 그런 발언을 한적이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럼에도 워낙 재미 있어서 여전히 연설 등에 자주 인용되고 있다.

듀얼 청장은 오히려 '미국에서 미래의 진보와 번영은 과학 산업 상업의 확대를 통해 다른 나라를 따라잡는 데 달려 있고 그러기 위해 발명에 집중해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발명이 불필요하다는 발언을 한 사람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얘기다. 특히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한창 발명품을 내놓을 때 특허청장이 이런 말을 했을 리 없다.

자신의 저서에 이런 내용을 실은 빌 게이츠에게도 다음과 같은 가슴 아픈 얘기가 있다.



IBM에 도스(DOS)를 납품하는 빌 게이츠는 1981년 막 세상에 나온 IBM PC의 메모리가 640KB로 제한된 것을 옹호하는 의미에서 "640KB면 누구에게나 충분하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최초의 PC는 인텔 CPU인 8088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사용 가능한 메모리가 640KB로 제한돼 있었다. 지금으로 보면 상당히 적은 용량이지만 당시 애플II 같은 8비트 컴퓨터의 64KB에 비하면 상당히 큰 용량이었다.

어쨌든 게이츠의 이런 확언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현재 위상과 맞물려 독단적이고 한치 앞을 못보는 대표적인 말실수로 꼽히고 있다.

그런데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언자인 빌 게이츠가 이런 말을 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여러 사람이 증명하려 했지만 출처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빌 게이츠 자신은 이런 발언을 극구 부인했다. 90년대 중반에 쓴 한 칼럼에서 게이츠는 이 발언에 대해 묻는 학생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내가 가끔 멍청한 말도 하고 틀린 말도 하지만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아무리 옛날이라도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그 정도의 메모리가 충분하다고 생각할리는 없다."

그리고 그는 말미에 "내가 그런 어처구니없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하지만 누구도 어디에서 한 말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 말은 루머처럼 계속 떠돌아 다닐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한 작가는 "빌 게이츠의 확고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며 "왜냐하면 이 말이 컴퓨터 업계에서는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내달 3일 발매를 시작하게 될 애플사의 '아이패드'와 관련하여 말들이 많다. 생각보다 사전 주문이 적으니까 거품이다 연초에 경쟁사들이 태블릿PC를 많이 내놔서 큰 성과를 못 거둘거다 등 아직 시장에 나오지도 않은 제품을 두고 온갖 관측과 전망이 난무하고 있다.

비록 허구로 판명났고 본인도 부인하고 있지만 앞의 두가지 얘기가 자꾸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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