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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김기덕은 '김기덕' 이다

[LA중앙일보] 발행 2012/09/24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2/09/23 16:49

안유회/편집국 코디네이터

감독은 자신의 지문처럼
그만의 영화를 제작한다
그런 감독 많아야 영화발전


지난 9일 일요일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에 들어가니 김기덕 감독 기사가 줄지어 올라와 있었다.

영화 '피에타'가 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마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한국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 적은 있지만 최고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환호하고 있었다.

오래 전 '빈집'이 미국에서 개봉됐을 때 김 감독을 인터뷰한 일이 떠올랐다. (정확한 해가 기억나지 않아 확인해 보니 2005년이었다.)

인터뷰의 첫 질문이 "요즘 감독님의 영화가 말수가 줄어들고 있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의 대답은 "나도 말수가 줄고 있다"였다.

그는 대답도 말수가 적은 편이었지만 짧은 답변엔 많은 응어리가 담겨있었다. 초등학교 졸업이 정식 학력의 전부인 그는 한국 영화계에서 대학 선후배로 얽힐 데 없이 외로웠을 것이다. 인터뷰 중 그는 "내가 대학을 안 나왔다고 무시하는 거"라고 말했다.

그에겐 또 다른 응어리가 있다. 여성의 몸에 낚시바늘을 넣는 초기작 '섬'부터 그에겐 진작에 잔혹이나 여성혐오라는 단어가 따라다녔다. 길 가다 만난 여자를 창녀로 만드는 '나쁜 남자' 등은 이런 시각을 더 굳게 했다. 그의 영화 앞에 붙던 여성혐오 이미지는 나중엔 감독에게까지 옮겨졌다.

아웃사이더와 여성혐오 이 두 개의 프레임은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뒤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빈집'이 나온 뒤에도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특히 '빈집'의 경우 여성혐오 이미지를 지울 만한 영상과 내용임에도 그에게 붙은 고정관념은 견고했다.

대신 그는 해외에서 대접을 받았다. '봄 여름…'의 미국 시사회는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찼다. 보통 소규모로 개봉되는 외국 영화의 기자 시사회는 10명 내외가 오는 것이 보통이었다.

영화 담당 기자를 하면서 '봄 여름…'만큼 많은 사람이 온 경우는 없었다. 몇몇 주류매체 기자들에게 물었다.

공통적인 대답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대사가 적고 영상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영상 만으로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감독이다. '빈집'의 영상은 안무라고 할 만큼 유려하고 상징적이었다.

'피에타'의 황금사자상으로 다시 주목을 받자 사람들은 김기덕 감독에게 새로운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좀 더 대중에 다가가라. 대중적인 영화를 만들라.

이에 답하듯 김 감독은 주장한다. "'도둑들' 일일 상영회수가 1000여회 이상이고 저희는 300여회 정도다. 좌석점유율이 '피에타'가 높은데 관을 늘리지 않고 있다. '도둑들'의 점유율은 15% 정도다. 그런데도 관이 빠지지 않고 있다. 1000만 영화로 기록을 세우려고 그런 게 아니냐. 그게 도둑들인 것 같다."

김 감독은 '피에타'의 좌석점유율이 60%라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상영관을 늘리지 않는데 무슨 대중성이냐는 항변처럼 들린다.

감독에게 어떤 영화를 만들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김기덕은 그냥 김기덕의 영화를 만들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김기덕일 리 없다. 이런 감독도 있고 저런 감독도 있다. 감독마다 자신의 지문처럼 그만의 영화를 만든다.

그런 감독이 숲처럼 많아지고 정글을 이루면 한국영화 한국문화의 힘이 세질 것이다. 그럼 상도 받고 흥행도 하는 것일 것이다. 싸이도 하고 싶은 음악을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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