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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집무실~비서실 15걸음 … 450명이 한 지붕 근무
대통령 집무실 논란으로 본 유럽 지도자들 관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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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스]    기사입력 2013/01/0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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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독일 총리 관저 ‘분데스칸츨러암트’. 가운데 높은 건물이 총리 집무실과 주거공간·비서실·각료회의실 등이 있는 본관이다. [사진 위키미디어]<br>
베를린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독일 총리 관저 ‘분데스칸츨러암트’. 가운데 높은 건물이 총리 집무실과 주거공간·비서실·각료회의실 등이 있는 본관이다. [사진 위키미디어]
역대 한국 대통령들은 ‘제왕적’이라는 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민심과 동떨어져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이런 고질을 고치기 위해서는 구중궁궐(九重宮闕) 같은 청와대의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만날 때도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국민과의 소통은 이미 기대하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얘기다. 민주주의 역사가 오랜 북미나 유럽 국가들의 정상 집무실 형태가 모두 정상과 참모들이 한데 섞여 일하는 구조인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사상 첫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아 청와대에서 권위적 색채를 빼고 실용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유럽을 대표하는 독일·프랑스·영국의 총리실과 대통령궁 사례를 소개한다.

독일 ‘분데스칸츨러암트’

베를린시 빌리 브란트 슈트라세 1번지에 위치한 독일 총리 관저는 같은 성격의 건물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본관 남쪽과 북쪽에 붙어 있는 부속건물까지 합하면 백악관의 8배나 된다. 슈프레 강을 끼고 지어진 연방총리관저 ‘분데스칸츨러암트(Bundeskanzleramt)’는 이 때문에 ‘콜로세움’이라 불리기도 한다. 독일 통일 후 베를린으로 수도를 옮길 때 새로 지었다. 4년에 걸친 공사 끝에 2001년 5월 게르하르트 슈뢰더 당시 총리가 첫 주인이 됐다.

규모는 매머드급이지만 소통과 접근성 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본관에는 7층(한국식으로는 8층) 총리 집무실과 8층 ‘총리아파트’를 비롯해 450여 명의 비서와 보좌진의 근무공간이 한 지붕 아래에 모여 있다.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해 건물 내에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집무실에서 비서실까지의 거리는 15걸음밖에 되지 않는다. 총리가 사용하는 책상은 개방된 공간에 놓여 있다. 책상 앞에는 의자가 놓여 있어 비서진과 간편하게 대화할 수 있다. 총리 비서실장실도 같은 층에 있어 총리가 지시를 전달하거나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총리 집무공간의 넓이는 142.5㎡ 정도다.

의회와의 소통도 편리한 구조다. 관저에서 하원의사당(라이히스타크)까지는 500m 거리다. 총리집무실 창문으로 의사당 건물이 한눈에 보인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독일 특성상 설계 때부터 행정부와 입법부가 마주보며 협력해야 한다는 의미를 강조했다. 관저의 높이(36m)가 의사당(47m)보다 낮은 것은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의회를 존중하겠다는 정신이 반영된 결과다.

총리 전용 주거공간인 8층 아파트에는 침실 2개와 화장실·부엌이 있다. 28㎡ 크기의 침실은 침대 하나만 들여놓을 수 있을 정도로 좁은 편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곳을 이용하지 않고 인근 베를린 박물관섬(무제움인젤) 건너편 쿠퍼그라벤에 있는 사택에서 생활하며 출퇴근한다. 전임자인 슈뢰더 전 총리는 주중에만 본인이 사용했다. 가족들은 니더작센주 하노버에 거주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집무실에서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 뒤편으로 커피 메이커(오른쪽 원 안)와 액체 구두약(왼쪽 원 안)이 보인다. [영국총리실]<br>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집무실에서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 뒤편으로 커피 메이커(오른쪽 원 안)와 액체 구두약(왼쪽 원 안)이 보인다. [영국총리실]
총리 집무실의 한 층 아래인 6층엔 각료회의실이 2개 있다. 총리는 매주 수요일 오전 9시30분 열리는 각료회의를 주재한다. 6층과 5층엔 연방 16개 주(州) 간 협력담당, 이민·난민·통합 담당, 문화·언론 담당 장관실도 자리잡고 있다. 외국 국가원수 등과 오찬이나 만찬을 하는 대연회장은 5층에 있다.

‘비밀층’이라 불리는 4층에는 국가 위기 때 사용되는 비상대책회의실이 있다. 도청방지장치 등 보안설비가 갖춰져 있다. 국내외 각종 여론 동향을 총리에게 보고하는 상황실이 나란히 붙어 있다. 2~3층은 와인보관실, 꽃 보존실, 조리실 등 기술·기능적 지원을 하는 방들과 사무실이 배치돼 있다.

1층엔 32석 규모의 국제회의장이 있다. 통역실과 조정실이 딸려 있다. 200명의 기자가 앉을 수 있는 홍보실은 주요 정책 등을 소개하고 소통하는 공간이다. 현관 로비에는 양측으로 계단이 있다. 방문자들과의 기념촬영 등에 요긴하게 쓰인다.

이처럼 실용적이고 편리한 구조이지만 한편으로 지나치게 주요 기능이 한곳에 모여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안보 등의 측면에서 위험부담이 크고 영향력과 권력 또한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캐머런 옆집 재무장관·원내총무

영국 다우닝가 10번지


지난해 11월 초 영국 언론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집무실에서 전화 수화기를 들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 일제히 실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재선 축하 인사를 하는 장면이라며 총리실에서 공개한 사진이었다. 책상 옆과 뒤에 각종 집기들이 산만하게 놓여 있을 정도로 업무 공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아 보였다. 영국 언론들은 총리의 뒤편에 놓여 있던 커피 메이커와 구두 닦는 물약에 주목했다. 총리가 직접 자신의 커피를 만들어 마시며, 구두도 손수 닦는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놀랐다.

영국 총리실은 ‘텐 다우닝 스트리트’라 불린다. 다우닝가 10번지인 주소가 고유명사가 됐다. 총리실은 집무실과 관저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 3층 건물의 맨 위층이 총리 가족의 주거 공간이다. 침실로 쓸 수 있는 방은 4개뿐이다.

바로 옆집인 다우닝가 11번지는 집권당(보수당)의 2인자인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의 집무실 겸 관저다. 정부를 이끄는 핵심 2인이 하루 종일 붙어 있는 셈이다. 10번지와 11번지는 집 안쪽으로 서로 연결돼 있다.

전체 면적은 총리실인 10번지가 넓지만 회의실 등을 뺀 주거 공간은 11번지가 좀 더 넓다. 그래서 캐머런 총리와 오스본 재무장관은 관저를 바꾸어 쓰고 있다. 총리가 업무는 10번지에서 보고, 잠은 11번지에서 자는 식이다. 총리실은 278년 전에 만들어졌다. 그렇다 보니 모든 공간이 협소하다. 10번지 2층에 있는 각료회의장도 좁아서 30명이 넘는 각료회의 참석자들이 서로 어깨를 비비며 앉아야 할 정도다.

영국 총리실은 비록 규모는 작아도 기능적으로는 우수한 측면이 많다. 우선 핵심 인력과 기능이 집중돼 있다. 바로 옆에 경제 정책을 의논할 재무장관이 늘 있을 뿐만 아니라 9번지에는 법안 통과의 책임을 맡는 보수당 원내총무의 집무실이 있다. 12번지 건물에는 공보실과 정보조사실 등이 있다. 비서실장을 포함한 핵심 보좌진의 사무실은 10번지에 있다. 참모들은 1분이면 총리 집무실 앞에 당도한다.

공간 비효율 … 드골, 입주 거부도

프랑스 엘리제궁


프랑스 대통령의 집무 공간이자 거주지인 엘리제궁은 국가 지도자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다. 18세기 초 한 왕족의 집으로 건설된 뒤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루이 15세의 정부였던 퐁파두르 후작부인의 거처이기도 했다. 통치자를 위한 공간이 된 것은 1809년 나폴레옹 1세가 헌납받은 때가 처음이었다. 그 뒤 국빈 숙소 등으로 용도가 바뀌다 대통령을 위한 공간으로 정착된 것은 140년 전이다.

엘리제궁은 파리의 도심 한복판에 있다. 샹젤리제 거리에 맞닿아 있고 콩코드 광장이 바로 옆이다. 건물 안팎이 모두 화려하다. 그 덕에 절대군주 못지 않은 권위를 갖고 있는 프랑스 대통령의 상징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정작 그곳에서 일하는 대통령들은 불만이 많았다. 최근 50년 사이에 이전 논의가 나온 것도 세 차례나 된다. 샤를 드골 대통령은 처음부터 입주를 거부했다. 공간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하며 인근에 있는 앵발리드(퇴역 군인 요양소)나 파리 동쪽에 있는 뱅센 성으로 집무실을 옮길 것을 검토했다. 애당초 사무용으로 만들어진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보좌진과 참모들의 사무실을 질서 있게 배치하기가 어려운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헬기로 이동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는 점도 골칫거리였다. 그러나 결단을 내리지는 못했다.

그 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도 비슷한 이유로 대통령궁 이전을 추진했다. 에펠탑 근처에 있는 옛 사관학교(에콜 밀리테르)를 후보지로 골랐다. 그 역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도 앵발리드로의 이전을 고려했다가 포기했다. 엘리제궁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여론과 이전 비용 등이 매번 걸림돌이 됐다. 그 뒤로는 잠잠한 상태다.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프랑스인답게 집무실과 관저가 붙어 있다는 점 때문에 불편해 한 대통령도 많았다. 드골 대통령은 사저에 머무르는 때가 많았고, 미테랑 대통령은 밤마다 숨겨놓은 애인의 아파트로 갔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부인 카를라 부르니는 파리 16구의 집과 관저를 오가며 생활했다.

런던=이상언 특파원
프랑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있는 엘리제궁 전경. 2007년 5월 대통령 이·취임식에 앞서 내부 정원에 붉은 카펫을 깔고 있다. [중앙포토]<br>
프랑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있는 엘리제궁 전경. 2007년 5월 대통령 이·취임식에 앞서 내부 정원에 붉은 카펫을 깔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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