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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억 칼럼 ] 데씨에르또 (Desierto)




미국과 멕시코 국경사이에 놓여진 쏘노라(Sonora) 데씨에르또 (Desierto, 사막)는 한반도 면적보다 훨씬 더 광활하다. 사막의 북쪽은 미국의 캘리포니아, 아리조나 주이고 가장 가까운 국경 도시가 투산과 피닉스다. 그 남쪽이 멕시코 바하 깔리포르니아 (Baja California) 주와 쏘노라 주다. 황량한 사막에서의 생존 환경은 너무 열악하다. 여름 내내 화씨 110도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더위가 엄습하는 그곳엔 꼬요떼, 쎄르삐엔떼(독사), 에스꼴삐온(전갈) 등 맹수와 독충들이 호시탐탐 생명을 위협하는 극한지역이다. 첨단 장비와 무기를 갖춘 국경 수비대 조차 엄두가 안 나서 몸을 사리는 곳이다. 감시와 순찰이 느슨한 그곳을 넘어 미국으로 밀입국 하려는 라티노들이 공동묘지 같은 그곳에서 부지기수로 생명을 잃는다.
조나스 쿠아론(Jona’s Cuaron) 감독이 제작한 영화 ‘데씨에르또’는 국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망자와 추적자 간에 치열하게 벌어지는 생존에 대한 갈망을 심도있게 그린 문제작이다. 필사적으로 밀입국하려는 라티노들과 그들의 불법 행위를 도저히 묵과 할 수 없어서 자발적인 자경단이 되어 총을 든 무서운 추적 살인을 주제에 담았다.
오클랜드에 살고 있는 아내와 어린 아들을 만나러 밀입국 대열에 가담한 모세의 모찔라(mochila, 배낭)엔 아들에게 선물할 곰인형이 담겨있다. 밀입국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건내고 함께 국경을 넘는 일행은 여성을 포함하여 14명이다. 숨이 턱에 닿도록 산을 넘고 척박한 사막을 건더던 중 어디서부턴가 날아온 총탄에 일행이 하나 둘씩 거꾸러진다.
분노와 피해의식이 가득한 샘은 독신이고 사냥으로 호구지책을 삼고 있다. 사막에서의 생존 전략과 지형지물에 익숙한 그는 잘 훈련된 정찰견을 태우고 밀입국자들을 사냥하듯이 색출한 후 즉결 심판을 내리는 냉혹한 씨까리오(Sicario, 암살자)다. 멍청한 국경 수비대의 근무태만 때문에 수천의 밀입국자들이 버젓이 자유의 땅 미국을 더럽히고 망쳐놓고 있다며 분연히 총을 들었다. 저격용 소총의 스코프가 황급히 사막을 건너는 먹잇감을 겨냥한다. 완샷 완킬! 순식간에 십여명이 조준 사격에 쓰러진다. 그의 능숙한 오감조차 부족하면 충견의 동물적 감각을 빌려서라도 기필코 추적 살해한 후 희열을 만끽하며 만족해 한다
온두라스 꼴론이 고향인 도날드 삐네다(36세)와 그의 아들 에릭 멜기세덱이 애난데일에 도착한 때가 지난해 여름이다. 시골집을 저당 잡혀 마련한 6500 달러를 브로커에게 건낸 후 사막을 거쳐 버지니아에 안착하기까지 여러 번 죽을 고비를 겪었다. 혈혈단신으로도 녹녹치 않은 길인데 아홉살 어린 아들과 함께 걸어야 했던 2개월간의 사투는 정말 고통스러웠다. 아직 온두라스에 남아 있는 아내와 어린 두 아들과 속히 재회할 날을 위해 엄동설한에도 거리를 배회하며 일자리를 찾는 도날드에게서 듬직한 아버지의 모습을 본다.


도시선교: 703-622-2559 / jeuk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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