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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령의 퓨전에세이]명군(名君) 성군(聖君) 졸군(拙君)

저간 한국의 정치행태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든다. “명군, 성군, 졸군... 과연 누구누구일까?” 뛰어난 군주는 누구였으며, 어진 군주는 누구였고, 모자란 군주는 누구였던가. 역사를 돌아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왕을 참하라!”는 백지원이 쓴 책,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역사학자와 대중은 역사왜곡의 공범이다.

역사학자는 역사의 치부를 감추고 대중은 부끄러운 과거사를 보기 원치 않는다. 지금까지 굴절된 거울을 보고 살아온 것이다. 이제 우리는 신화나 소설이 아닌 진실의 역사를 당당하게 대할 만큼 성숙해 있다“는 게 작가의 말이다

민주주의의 단점을 지적하는 베르베르에게 공감하는 현대인이라면 이젠 이런 책이 세상에 나와야 하고 잘 소화해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런 현상이 일본사람들에게서도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 깊다. 두 번의 야만적 침략에 대해 아직도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는 그들에게도 역사왜곡정신의 사슬을 풀어야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묻고 싶기 때문이다.

김소운이 일본 중앙공론 목량통신에 “내 어머니가 문둥이라도 나는 우리 어머니를 클레오파트라 하고 바꾸지 않겠습니다” 라고 했던 발언에 대한 답을 그들은 아직까지도 하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작가 백지원은 조선왕 27명 중 명군은 세종과 정종뿐이요, 밥값을 한 왕은 5명, 죽 값 정도 한 왕은 성종 등 2명, 나머지 18명의 왕은 얼뜨기, 멍청이, 소인배, 덜 떨어지고 무능한 임금이었다고 평했다. 거의 다 졸군(졸열한 군주)이었다는 얘기다.



23대 순조는 허수아비, 조선의 숨통을 막은 요망한 암탉 정순왕후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를 신랄하게 파헤치고 있다. 이 부분은 김동인의 소설 속에도 잘 나타나 있다. 김동인은 1900년에 태어났다. 이미 1세기 전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쓴 역사소설을 현대작가의 소설보다 더 믿는다. 그의 소설 속에 떠도는 이조말기의 먹구름과 공기는 그간 우리가 보아온 수많은 사극들과 다르다.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호화찬란하게 만든 이런 사극들만 보아온 젊은이들이 진실한 역사의 모습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지 모른다.

그의 소설 속 “사멸의 거리, 아침저녁 불을 때느라 뭉겨오는 연기만 없으면 이 거무튀튀한 먹물바다 아래 사람의 생활이 있으리라고 누구도 뜻도 못할 것이다. 오십리 평방의 먹물바다.” 이게 이조 말 한양의 모습이었다. 역사 드라마 징비록을 보았다. 14대 선조가 얼마나 한심했는지 그런 인물이 왕 자리에 앉아 있었으니 임진왜란이 안 일어나고 넘어갈 수 있었겠나. 그러기에 36년 강점기가 온 것 아니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백성들에게 위엄을 보이려고 지은 궁궐이 얼마나 찬란했던지 우리 조상들의 기록보다 왜란 때 와서 보고 놀란 ‘나베지마 아오시게’의 기록을 보는 게 더욱 실감난다. 영의정 김하근의 첩, 쌀 스무 섬씩 밥을 지어 한강에 나가 배를 타고 물고기들에게 뿌려줄 때 굶은 백성들 목숨 걸고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 그 밥을 건져내오다 숨지고 잡혀가고 곤장 맞고... 그 벌 지금 우리가 받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여자의 몸으로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며 노심초사, 동분서주. 아버지 이후의 나라사정을 잘 알고 있으니 좀 잘할까 희망을 가져보았는데. 명군 출석부에 오르긴 빗나갔나 보다. 잘못된 역사를 만드는 대통령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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