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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령의 퓨전에세이] 면류관(冕旒冠)은 아무나 쓰나

사대사상은 청일전쟁이후 그 사슬이 풀렸다. 중국사신을 맞던 영은문을 헐고 독립문을, 모화관을 헐고 독립관을 지었다. 미국에서 돌아온 서재필, 이승만, 윤치호, 이상재 등 독립개화파들이 일요일마다 독립관에 모여 토론회를 가졌다. 어느 날 토론의 주제는 <가로등을 세워 도적을 없애자> 는 것이었다.

윤효정이 발언권을 얻어 말했다. “조선팔도 360고을마다 수령이라는 작은 도둑들이 백성에게 죄명을 씌워 재물을 짜내고 조정에서는 조복에 사모 쓴 큰 도둑들이 작은 도둑들을 갈취하는데 천촉 만촉 가로등을 켠다고 이 도둑들이 사라지겠는가?” 서재필이 강평하기를 “가로등은 남의 집 담을 넘는 좀도둑을 막을지는 모르지만 나라를 갉아먹는 사모 쓴 큰 도둑들을 막는 데는 아무 소용이 없을 것 같소” 라고 말했다. 독립관 안팎을 메우던 천명의 독립회 회원들의 박수갈채가 터졌다.

입후보자를 캔디디트(candidate)라 한다. 이 말의 어원은 ‘흰 옷 입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고대 로마 선거에서 입후보자들은 흰 장상(toga)을 입었다. 티끌 한 점 없는 결백과 사심, 꼼수, 비굴함 그리고 변절이 없으리라는 유권자와의 약속을 상징했다. 후보들이 당선되면 장상 끝에 푸른 끝동을 달았다. 이는 선량(選良)의 표시다. 푸른 하늘을 가리는 구름이 없어야하듯 공평하고 사욕을 버려야 한다는 뜻, 또 푸른색은 어느 색과도 잘 어울리듯 조화와 협조를, 그리고 노비들이 입는 옷이라 충실한 유권자의 심부름꾼이라는 뜻도 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에도 이런 의미를 지닌 작위들이 있었다. 통정대부니 인록대부니 하는 것들이다. 백성들이 뽑아 정치에 참여, 나라를 크게 부축한다는 뜻의 대부(大夫)라는 말이다. 지금의 국회의원이라 할 수 있는 장대부(長大夫), 도의원에 해당하는 중대부, 기초의원에 해당하는 소대부, 이들은 모두 백성들이 뽑는다하여 선량이라 했다. 선량이 갖추어야 할 조건은 육덕과 육행을 합해 십이조라 일렀다.



육덕은 <지(智)인(仁)성(誠)의(義)화(和)충(忠)이며, 육행은 <효(孝)우(友)목(睦)양(讓)임(任)휼(恤)이다. 임금이 정사를 볼 때 쓰던 관은 면류관(冕旒冠)이다. 네모 관 앞에 열두 줄 오색구슬이 매달려 임금의 시야를 가린다. 양 옆으로 귀를 가리는 노란막대기가 늘어져있어 소리도 잘 들을 수 없게 만들어져 있다. 왜 이런 관을 만들었을까? 임금으로 하여금 측근이 하는 아첨이나 말만 듣지 말고,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먼 곳을 더 살펴 정치를 하라는 의미가 담긴 것이다.

이집트인들도 영생을 꿈꾸었다. 부활을 소망했다. 그러려면 오시리스의 심판을 통과해야 한다. 저승사자 아누비스가 흰옷차림으로 망자를 데려온다. 그 옆에 양팔저울 천칭이 놓여 있다. 저울 왼쪽엔 죽은 자의 심장이 오른쪽에는 깃털이 있다. 심장과 깃털이 균형을 이루면 영생을 얻게 되고 저울추가 심장 쪽으로 기울면 괴물 아무르에게 잡아먹혀 영생은 불가능하게 된다. 동서양, 이미 수천 년 전에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정치인은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하는지를. 그래서 이런 모범답안을 만들어 놓았건만 지금까지 잘 되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더 더러워졌다. 탄핵받은 한국의 초대 전 여자대통령의 입지가 참 딱하다. 을파소 같은 훌륭한 재상이 나와 허물을 다 털어줄 때까지 우린 고개도 못 들게 생겼다. 대통령은 아무나하나. 잠룡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

김령/시인,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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