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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령 퓨전에세이]오직 믿을 만한 것은 내 두 주먹뿐

중국에서 오래 살다 온 분의 얘길 들었다. 중국은 한반도를 대만처럼 자기네 새끼발가락 쯤으로 생각하고 있단다. 먹고 싶으면 언제든 먹을 수 있으니 그냥 놔두는 것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근래 한국 사람들의 머리가 좋은 것이 여러모로 확인되자 이제 슬슬 먹기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10년 전 세상을 떠난 소설가 이청준의 오래된 글에서 잊히지 않는 게 있다. "미국을 믿지 말고 소련에 속지 마라. 중국도 일어나고, 일본도 일어났다. 조선은 조심해라" 하는 게 그것이다. 작가는 이를 지난 반세기 중반쯤 해방을 맞고 정치 상황이 혼란할 때 떠돌던 구담류(口譚類)라 했다. 길거리 민초들의 이 예언을 증명이라도 하듯 미국은 한국을 태평양 방어선에서 제외해 주한미군을 철수해감으로써 6.25전란의 단초를 제공했고, 인민민주주의와 만민평등을 내세운 소련의 전후 한반도 적화전략은 우리를 민족상잔의 비극으로 이끌었다. 미국의 동아시아방어선 안에서 한국전쟁특수로 일본은 막강한 국부를 얻었고, 그때부터 독도를 넘보기 시작했다.

이제 중국 얘기를 좀 해보자. 50년 전 중국이 처음으로 신강성 로프놀에서 원자탄시험에 성공하던 날, 전 세계의 매스컴은 이를 일제히 보도했다. 그만큼 놀라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서 동구 공산권을 순방하던 중국의 진의(陣毅) 외상은 “경제적 비용을 운운하지 마라. 우리는 깡통을 차고 빌어먹어도 원자탄을 만들고야 말 것이다”고 공언하고 다녔다.

이는 소련이 원자기술을 공유하자는 중국의 제의를 거절한데 대한 분노의 표시였다. 중국도 한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백여 년 동안 열강의 침식으로 국토는 만신창이가 되었고 백성은 멸시당했다. 심지어는 자기 나라 땅인 상해에 외국인 전용구역 안에 있는 공원에 “개와 중국인은 들어오지 말라” 하는 팻말까지 세워 놓았으니 기막힌 모독이 아닐 수 없었으리라.



그도 그럴 것이 나라는 기울고 기강은 무너지고 아편이 퍼져 모두 생기 없이 흐느적거리는 모습, 청소와 위생은커녕 파리 떼와 오물이 뒹굴던 중국이 외국인들 눈에는 잠자는 돼지로 보였다는 것이다. 마침내 뜻있는 중국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신(魯迅)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본래 의학도였다. 어느 날 그는 정신에 병이 든 중국인들을 보았다. 수억 동포의 병을 고치려면 청진기로는 불가능하고 역시 문학밖에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문인으로 변신, 글을 썼다. 그의 대표작인 『아큐정전』에는 양지바른 땅바닥에 옷을 벗어놓고 이를 잡으면서 누구의 이가 더 통통하고 많은가를 놓고 싸움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가 본 중국인들의 실상이었다. 그는 역사상 당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 중국을 깨웠다.

이제 중국은 엄청 컸다. 2020년 미국을 따라잡고 초강대국이 되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중국은 지금 사드 문제로 우리를 괴롭히며 압박을 가해오고 있다. 중국 내 99개의 롯데매점에 영업정지명령을 내리고 한국 관광을 막고 있다. 중국이 보여주듯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의리도 없다. 적자생존의 차가운 세계일 뿐이다. 일본과 중국이 가장 먼 나라가 되고 있다. 역사는 천 년 단위로 변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빠른 속도로 변해간다. 더 강하고 현명해지는 길 밖에 다른 길은 없다. “이 세상에 믿을 만한 건 오직 내 두 주먹뿐이다”는 나폴레옹의 말이었던가? 우리 두 주먹 어떻게 키울까. 국민은 대선주자들에게 그걸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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