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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령의 퓨전에세이] 남자들이 립스틱을 바른다는데

미장원에서 손톱을 더운물에 담갔다가 정리를 하고 반짝거리는 매니큐어를 바르고 로션을 듬뿍 발라 손 마사지를 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는 고국 소식을 접한 지는 오래되었다.

요즈음 한국 TV를 보면 남녀 할 것 없이 성형하지 않은 사람 찾기가 힘이 든다. 눈꺼풀 수술은 그렇다 치고 코를 너무 높여 어색하기 이를 데 없다.

남자들이 눈 화장도 한다. 그것도 모자라 이젠 입술에 붉은 립스틱까지 바르고 있다. 또 어려 보이려고(?) 그러는지는 몰라도 이마를 덮는 머리 모양이 대세다. 너 나 없이 앞머리를 내리다 보니 누가 누군지 정말 알 수 없다.

남녀 탤런트나 가수 배우 모두 비슷비슷해서 분간이 어렵고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뭔가 뒤죽박죽, 한국인 고유의 얼굴들이 사라지고 가짜만 꽉 찬 나라 같아 정직하게 말하면 고국이 싫어질 때 가 있다. 손대지 않은 순수한 한국 얼굴을 볼 때는 가슴이 따뜻해진다. 반갑다.



생각해보면 이런 말을 하는 내가 옳지 않을 수도 있다. 남녀가 평등하고, 몸이 최고의 가치이며, 외모가 정체성의 핵심이 되는 세상이니 성형을 탓할 수만 없긴 하다. 0

크리스티나 호프 소머즈가 쓴 『The against boys』라는 책 속에서 “Let boys be boys”라고 외친 것도 20년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우려가 단순히 외모에 관한 것이 아닌듯하다. 세상이 변하려고 남자들이 이렇게 변해가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간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인간을 포함한 척추동물들의 수컷들이 점차 암컷화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그 이유를 환경호르몬 등에 오염된 탓이라고 했다. 영국의 비영리기관인 켐 트러스트가 세계 250여개의 논문을 조사한 결과 이런 현상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주의 로체스터 연구소는 환경호르몬인 프랄레이트의 수치가 높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남자아이에게 신체 구조적 이상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네델란드 에라스무스 대학의 연구에서는 플리염화페닐에 노출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남자아이들이 인형이나 찻잔세트를 가지고 놀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캐나다 러시아 이탈리아 등의 화학물질 오염지역에서는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두 배 정도 많이 태어났다고 한다. 수컷이 암컷화 되는 현상은 인간뿐만이 아니라 물고기 두꺼비 찌르레기 등에서도 진행되고 있으며, 알라스카에선 수사슴의 3분의 2가 뿔이 제대로 자라지 않고 있다고 한다.

비영리단체인 ‘환경보건과학’의 피티마이어 박사는 “정교하게 균형 잡힌 호르몬 체계에 우리는 10만 개의 화학물질을 뿌리고 있어 역사상 가장 빠른 진화단계를 밟게 될 것”이라고 한다.

지구위에 암컷들만 남는다면 종족을 이어갈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스티브 호킹 박사는 우주탈출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100년을 버티기 힘들다하고, 역사학자들은 우리가 문명 후기에 와 있다하고, 캘리포니아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조목조목 문명 붕괴설을 강조하고 있다. 정말 지구위에 종말이 오고 있는 것일까? 모든 문명은 최전성기를 누린 직후에 붕괴되어 왔음을 증명하고 있는데….

김령/시인·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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