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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령의 퓨전에세이] 신의 한 수, 신의 두 수

로댕의 작품 중 ‘신의 손’이라는 조각이 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이 작품을 보고 신이 사람을 만들 때 자신과 똑같지 않게 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음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아무도 자신의 모습에 만족할 수 없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클레오파트라도 자신의 얼굴이 완전히 대칭되지 않는다고 노발대발 거울을 내던졌고, 양귀비도 짝짝이 눈을 감추려고 일부러 눈을 찡그리곤 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그런 것 같다. TV 탤런트들을 보아도 눈이 짝짝이인 경우가 허다하고, 그나마 옛날엔 흔하지 않던 사시(斜視)가 많아진 것은 이 시대 생물학자들의 필수 연구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혼자 생각하고 있다.

사람들은 완전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싶어 한다. 몇 년 전 인터넷에 ‘한국인의 평균 얼굴’이라는 합성사진이 떴다. 20세기 초 촬영한 한국인 얼굴을 수치 데이터로 바꾸어 평균치를 낸 것이었다. 남녀 사진 두 장이 공개되었는데 모두 사각 턱이라는 것이 특이했다. 이 사각 턱이 형성된 이유는 질긴 음식을 씹어야 하는 데서 생긴 거라는 분석이다. 그래서 그런지 말 그대로 뼈를 깎는 아픔을 참아내며 만드는 V라인 얼굴이 요즈음 한국 거리에서 많이 눈에 띤다고 한다. 어쨌든 인구당 성형수술 건수도 한국이 세계 1위라 한다.

성형수술의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길다. 기원전 800년경 인도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인도에서는 행실이 나쁜 여자나 딸을 둔 남편 혹은 아버지는 코를 베어버리는 형벌을 내렸다. 외모가 흉해지는 건 물론이고 어디를 가건 코로 인해 배척을 받으며 살아야 했다. ‘수스트라’라는 의사에 의해 코를 재건하는 수술이 생겼는데 이는 단순히 외모교정에 그치는 게 아니고 범죄자의 낙인을 없애주는 면죄부 같은 것이었다. 마취기술이 없던 때라 끔찍한 고통을 참아내야 하고 항생제도 없던 때이므로 목숨을 보장할 수 없었지만 새 삶을 위해 기꺼이 수술에 응했다고 한다. 인도의 성형수술은 로마로 전해졌다. 검투장에서 투사들이 입은 상처를 수술하는 일이다. 등에 난 상처는 도망가다 입은 것이므로 비겁자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게 싫었다는 이유다.

로마가 멸망하고 기독교 시대에 들어서면서 성형수술은 중단되어 발전할 수가 없었다. 신이 내린 육체에 손을 대는 것은 신성모독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이 성형수술이 부활하게 된 것은 1차 세계대전 때문이었다. 포탄 등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의 얼굴을 재건하기 위해서였다. 성형수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해럴드 길리스(Harold Gilles)는 1917년부터 1만1000 건의 수술 집도를 하고, 5000명의 부상자에게 새 얼굴을 주었다. 페니실린 발명으로 사망자 수도 줄었다.



요즈음 성형외과 의사는 성형수술이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부여해주었다고 말하고 있다.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진 자기 육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머잖아 유전자까지 조작해서 미남미녀만 꽉 찬 세상이 올지도 모르고, 인종 간의 구별이 어려운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어쩌다 보게 될 못생긴 얼굴이 각광을 받을 때가 올 수도 있겠다. 세계인의 얼굴에서 인종의 경계가 모호해지면 지구 위에 평화가 오게 될까? 오늘도 세계의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종 갈등, 성형이 이 문제를 해결해낸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또 있을까? 신의 한 수, 아니 신의 두 수는 없는가?

김령/시인·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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