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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병·죄송봇·회사가기실어증···상사 때문에 걸린 '횟병'
직장인이 보이는 이상 증세
메신저에 기계적으로 “넵” 답변
스팸 전화 받아도 “죄송합니다”
퇴근 후 진동만 울려도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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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스]    기사입력 2017/11/1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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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들 신종 유행병
회사원들 신종 유행병
속병 유발하는 상사 유형
이유 없이 꼬투리 잡는 시월드형
후배 의견 무시하는 독선형에
자기 할 일 떠넘기는 얍삽이형

나쁜 상사 퇴치하는 처방은
“일 잘 못하면 당신에게도 큰 피해”
‘뛰는 상사 위에 나는 후배’ 대응을


Q. 다음 ‘카톡’ 대화에서 김 대리는 뭐라고 답했을까요.

이 과장: 김대리..

이 과장: 김ㅁㄷㅐ리
김 대리: 넵, 과장님!

이 과장: 답장 좀 빨리 할 수 없나?

김 대리: 죄송합니다 ㅠㅠ

이 과장: ㅠㅠ는 좀 빼라. 보기 안 좋다

김 대리: 앗, 네..

이 과장: 오늘 낸 보고서 말야, 제목 너무 별로야.

김 대리: 아, 그런가요? 수정하겠습니다.

이 과장: 제목 좀 바꿔봐.

김 대리: 넵, 어떤 방향으로 수정할까요?

이 과장: 몰라, 느낌이 별로야.

김 대리: 네. 고민해보겠습니다.

이 과장: 그리고 자기 책상에 그 빨간 펜꽂이통 있지? 그거 너무 튀어서 시선에 거슬리더라. 좀 치우든가 바꿔줘. 혼자만 일하는 것도 아니고.

김 대리: ( ? )


세 가지 보기가 있습니다.


①제가 빨간색을 좋아해서요.

②사사건건 꼬투리 잡으시는 거 보니, 과장님 혹시 저한테 관심 있으세요?

③넵..


어떤 답이 과장님의 ‘갈굼’성 카톡을 멈추게 할까요. 김 대리는 참을 인자를 머리에 수십 번 새깁니다. ‘어제 회식 때 내가 뭔가 실수한 건가?’ ‘오늘 와이프랑 싸웠나?’ ‘과장도 부장한테 깨졌나?’…. 원인을 찾아봅니다. 알 수가 없습니다. 그저 ‘넵’이라 답할 뿐이지요. 여러분이라면 이 과장님에게 어떤 대답을 했을 것 같나요? 참고로 이 모든 내용은 모 기업에서 근무하는 30대 여성 김모 대리의 실화입니다.

회사원들 사이에서 요즘 유행하는 병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넵’ 병입니다. 상사와 부하직원 간 자잘한 업무 대화가 주로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로 이뤄지면서 생긴 신흥 질병인데요. 상사의 ‘까톡’에 기계적으로 ‘넵’이라는 답변을 보내는 게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네’라고만 답하는 게 딱딱해 보여 ‘넵’이라고 답하는데 뒤에 느낌표·물음표·마침표 등을 붙여 소심하게 본심을 전하기도 합니다. 이미 잘 알려진 몇 개 유형은 ‘넹’(일단 대답함. 일은 이따 할 것임), ‘넵!!’(그래 이건 지금 해줄게), ‘앗 네!!’(내가 실수했음), ‘네..’(내키지 않지만 그래.. 알았어..) 등입니다.

회사에는 이미 다양한 질병을 앓고 있는 회사원들이 많습니다. 퇴근 후 울리지도 않은 진동 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환청, 상사의 지적이 무엇이든 ‘죄송하다’가 자동으로 나오는 ‘죄송응답증’, 그리고 이 모든 게 합쳐진 회사 가기 ‘실어(싫어)증’까지…. 죄송응답증 증세를 보이는 회사원 황모(30)씨는 “스팸 전화가 와서 끊으려다 나도 모르게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나왔다.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혹자는 이런 증세를 통틀어 홧병이 아닌 ‘횟병’(회사병)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여러 직장인들을 횟병 걸리게 만든 상사는 어떤 사람들일까요. KT가 청년 세대와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진행 중인 ‘청춘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30대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다양한 유형의 ‘횟병 유발’ 상사가 나왔습니다. ‘가장 피하고 싶은 유형의 상사’로 응답자들은 이유 없이 꼬투리 잡는 상사, 일명 ‘시월드’형 상사를 1위로 꼽았습니다. 2위는 후배 직원의 의견을 무시하는 ‘독선형’ 상사, 그 다음으로는 자신의 할 일을 후배 직원에게 다 미루는 ‘얍삽이형’ 상사가 차지했습니다.

“저희 회사 선배는 사업계획서나 예산안 작성 업무를 맡게 되면 꼭 저한테 ‘이거 같이 하자’고 해요. 처음 부탁할 때는 엄청 사근사근 말씀하세요. 근데 나중에 보면 일을 다 제가 하고 있는 거 있죠? 선배는 ‘같이’가 무슨 뜻인지 모르나 봐요.” -6년차 회사원 이모(30)씨

“아니, 어차피 자기 뜻대로 할 거면서 후배들한테 왜 자꾸 물어보는 걸까요? 저번에는 다짜고짜 화를 내면서 보고서 항목 기호를 ‘□’ 말고 ‘■’로 통일하라고 하더라고요. ‘왜 이렇게 센스가 없냐’고, ‘내가 이런 것까지 하나하나 다 간섭해야 하냐’면서요. 회식 메뉴 하나도 우리끼리 마음대로 골라본 적이 없네요.” -4년 차 회사원 윤모(28)씨

KT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주일 중 기분 좋게 일하는 날이 며칠인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 과반수가 2일 이내(53.4%)라고 답했습니다. ‘기분 좋게 일하거나 공부하는 날 없음’ 항목에 체크한 응답자도 17.2%나 됐습니다. 이들의 열정을 떨어뜨리는 요인은 주로 불확실성(24.3%), 반복적인 일상(20.6%), 불공정한 보상평가체계(17.3%) 등이었는데요. 응답자 11.5%는 열정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직장상사 및 선배의 태도’를 꼽았습니다.

상사의 부적절한 행동을 어디까지 눈감아 줄 수 있는지도 물었습니다. 일단 ‘근무 중 이탈’이 43.4%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개인적 지시’가 30.9%, ‘사내 불륜’이 12.5%였습니다. 회사원 윤지은(30)씨는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초등학생인 부장 딸의 숙제를 대신 해준 적이 있다. 그 뒤로 ‘이번주에 시간 한번 내서 내 딸이랑 학습지 문제 좀 같이 풀어 달라’는 부탁까지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정신과 의사 가타다 다마미(片田珠美·56)는 그의 책 『나쁜 상사 처방전』에서 ‘상사에게는 아예 기대를 하지 마라’는 처방을 내립니다. 다마미는 상사가 변하기엔 한계가 있으니 그의 행동 패턴을 파악해 적당히 대응하라고 조언합니다. 예를 들어 고집만 피우는 상사에게는 ‘당신처럼 뛰어나지 않아서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고, 일을 떠넘기는 상사에겐 ‘내가 일을 잘 못하면 당신에게도 피해가 갈 것이다’는 메시지를 흘리는 방법입니다. 한마디로 뛰는 상사 위에 나는 후배가 되라는 건데요. 쉬워 보이지만은 않네요. 지금도 어디선가 상사와 고군분투 중일 당신. 수고했어요, 오늘도.


20~30대 여성 49%, 남성 37% “다음 생엔 성별 바꾸고 싶다”

‘횟병’의 공간을 벗어난 직장인들은 어떻게 쉴까. KT ‘청춘해 프로젝트’가 지난달 20~30대 남녀 2000명에게 ‘주말 및 공휴일에 주로 활동하는 여가 장소가 어디냐’는 질문에 응답자 53.3%는 ‘집’이라고 답했다.

자주 하는 여가 활동도 ‘숙면 및 휴식’(17.8%)이 제일 높은 답변율을 보였다. 월급·아르바이트비 등으로 들어오는 월수입 중 ‘자신을 위한 투자 비용’은 응답자 중 과반 이상이 20% 미만(55.8%)이라고 답했다. 기분 전환을 위해 주로 소비하는 건 ‘외식 및 간식’(30.9%)이었다.

“다시 태어나면 성별을 바꾸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는 성별 반응에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여성 응답자는 49.5%가, 남성 응답자는 37.3%가 “다시 태어나면 성별을 바꾸겠다”는 답을 택했다.

‘왜 성별을 바꾸고 싶은지’ 묻는 세부 답변에서 여성 응답자들은 ‘성범죄의 공포’ ‘여행을 마음껏 다니고 싶어서’ 등 안전 문제를 들었다.

반면 남성 응답자들은 ‘군대를 가지 않아도 돼서’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무거워서’ 등이었다. ‘여자는 예쁘면 다 되니까’ ‘예쁜 옷을 입어 보고 싶어서’라고 답한 응답자도 있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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