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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령의 퓨전에세이]인본주의 최후의 보루(堡壘)

시인·화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임기간동안 총기규제를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 총기사건은 매일 미국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다 큰 사건이 터지면 그때마다 규제 얘기가 나오다가 용두사미가 된다.

몇 년 전 TV연속극 “in to the west” 와 ”Hell on the wheel”을 보고 이 나라가 총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그러나 총으로 죽고 다친 대통령만도 몇인가. 그런데 큰 총기사건이 날 때마다 총이 더 많이 팔리고 있다니 참 어이없는 일 아닌가.

얼마 전 한 이웃과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한 동네 오래 사는 동안 그녀는 어엿한 40대 교사가 되었다. “제니퍼, 아무래도 내 직업을 버려야 될 것 같아.” “왜 그런 말을 하는데?” “글쎄 우리 반 아이 하나가 임신을 했어요. 8학년, 13세야.” “그래서?” “학부형 면담을 했어요. 그런데 그 애 엄마가 하는 말이 그건 내 딸아이의 선택권이니 선생은 참견 말라는 거야. 내 속이 얼마나 쓰렸는지 몰라요. 차라리 이 직업을 버리고 책을 쓰면 부자라도 될 텐데 말예요.” 그러면서 하는 그 선생님의 결론엔 뼈가 들어 있었다.

요즈음 미국 젊은이나 아이들 도대체 예의라는 게 없고 존경이라는 걸 모르는 게 제일 큰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총기사고도 잦다는 것이다. 이점 나도 동감이다. 얼마 전 이웃 판사 한분도 내게 요즈음 법정에 서면서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오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참 기분 나쁘다고 했다. 단정한 복장은 판사인 나를 위한 것이 아니고 법을 존중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동서 문화가 합쳐지는 날이 올 것이로되 그때는 동도서기(東道西器)하라던 선각자의 가르침은 서양의 과학문명을 받아들이되 정신은 우리의 것을 지키라한 것이다. 오늘 다시 명언으로 다가온다.

예의를 아는 사람이 되려면 먼저 효(孝)를 알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할 것 같다. 결국 학교교육 이전에 가정교육이 먼저라는 얘기 아닐까. 임신해서 아이를 낳는 것도 13살짜리 딸의 선택권이라는 엄마가 무슨 가정교육을 했을까 싶다. 어설픈 민주주의가 낳은 어이없는 항변이다.

서양에는 효라는 말조차도 없다고 한다. 동서 문화의 차이가 바로 효를 알고 모르는데서 기인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수년 전 서양학자들이 한국의 효를 연구하고 국제화시키겠다고 했던 일이 있다. 그 후 어찌되었는지 모르겠다. 효라는 말을 굳이 영어로 만들어보면 filial duty 또는 filial piety쯤 된다고 하나 효의 개념 중에 극히 일부를 의미할 수 있을 뿐이라 한다.

무슨 수로 미국 아이들에게 효를 설명할 수 있을까. 부모가 조부모에게 하는 효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나 효를 알 테니 말이다. 효를 아는 자녀들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늘 부모가 무얼 원하는지를 먼저 생각하며 살 테니. 총기규제와 더불어 종교를 갖게 하고 집에선 효도정신을 가르치는 게 먼저일 것 같다. 종교계는 왜 총기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나. 수정헌법 2조, 그 존재와 고수(固守), 그것은 누구를 위한 법인가. 인간을 초월하는 법도 있을까? 총기소유, 그게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요 최고의 척도인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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