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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 '미투 캠페인' 현실] 눈치보는 피해자…당당한 가해자

[LA중앙일보] 발행 2018/02/08 미주판 4면 기사입력 2018/02/07 19:59

가해자가 '가해 사실' 몰라
회사는 경징계로 덮어버려
셰릴 페이스북 COO
"직장내 여성회피 우려"

한인 사회내 '성희롱' 또는 '성폭력'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요즘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는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한인사회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본지는 노동법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일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들어봤다.

김정미(가명)씨는 "한인 직장에서는 무엇보다 가해자가 본인의 언행이 '가해'라는 걸 모르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나는 고민 끝에 어렵게 문제를 제기했는데 정작 회사는 심각성도 모르고 구두 경고 임시 부서 이동 등의 경징계로 덮었고 이후 가해자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근무하는 모습을 보면서 피해자인 내가 오히려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보복을 대놓고 하는 경우는 없다. 문제는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없는 회사 내 분위기다.

이연수(가명)씨는 "가해자는 감봉 조치 등의 징계를 받았지만 이후 남자 직원들을 중심으로 '여자가 먼저 꼬리를 쳤다더라' '괜한 말에 오버했다' 등 각종 뒷담화에 시달렸고 나를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업무도 줄이기 시작했다"며 "그때부터 묘한 분위기에 시달리며 회사에 출근하는 게 너무 괴로웠고 나중에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냥 참을걸…' 하는 자책감에 자진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는 개인보다는 집단 또는 조직을 우선시하는 한인 직장 문화와 성추행에 대한 인식 미비가 빚어낸 현실이라는 게 법조계의 전언이다.

연방평등고용위원회(EEOC) 가주공정고용주택국(DFEH) 등이 규정하는 성추행의 정의는 광범위하다. 육체적 또는 물리적 접촉이 아니여도 구두 발언 성적 농담 눈빛 신체 부위 언급 등도 포함된다.

소송시 성추행은 전적으로 피해자가 느낀 성적 수치심 여부를 기준으로 삼는다.

김해원 변호사는 "한국 음주 문화에 익숙한 상관이 2세 여직원에게 '술을 따라보라'고 말했다가 소송을 당한 경우도 있다"며 "아무 생각 없이 쉽게 던진 말 한마디나 가벼운 신체 접촉도 소송의 빌미가 될 수 있고 소송서 패소할 경우 기업은 손해 또는 징벌성으로 수십 수백만 달러를 배상할 수도 있어 금전적 손실이 크다"고 경고했다.

미투 캠페인 때문에 피해자의 소멸시효 시점도 중요해지고 있다. 피해자는 성추행 피해 또는 그로 인한 차별 등을 당했을 경우 EEOC나 DFEH 등에 1년내 클레임을 제기해야 한다. 또 물리적 성추행 피해에 대한 민사 소송은 소멸시효가 8년이다.

그럼에도 신고를 꺼리는 건 두려움 때문이다. 최근 바나그룹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5명 중 3명(59%)은 성희롱을 당해도 신고하지 않는다. 그 이유로는 '사람들이 믿지 않을 것 같아서(30%)'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서(25%)' '신고를 해도 절차적으로 제대로 처리될 것 같지 않아서(13%)'라는 응답이 많았다.

한편 미투 캠페인 확산이 오히려 여성에게 또 다른 장벽이 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6일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는 성희롱 사건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 남성이 '펜스 룰'을 선택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남성이 여성 동료와 둘이 있는 시간을 아예 피하는 게 성희롱에 대한 최선의 해결 방법이라 생각한다면 여성에게 더 불리해진다"며 "이는 직장에서의 회의 휴식 시간 출장 업무에 필요한 기본 교류까지 지장을 받아 여성이 가져야 하는 기회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펜스 룰'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나는 아내 외의 어떤 여성과도 단둘이서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발언한데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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