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Clear
55°

2018.12.18(TUE)

셸터 건립시 부근에 '제 2의 노숙자촌' 형성

[LA중앙일보] 발행 2018/05/14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8/05/13 17:28

LA다운타운 스키드로 현장 밀착취재 - 김석하 논설위원

LA다운타운 스키드로 '미드나이트 셸터' 앞. 새벽녘에는 수백 명의 노숙인들이 줄을 서서 아침 식사를 기다리는 곳이다.

LA다운타운 스키드로 '미드나이트 셸터' 앞. 새벽녘에는 수백 명의 노숙인들이 줄을 서서 아침 식사를 기다리는 곳이다.

여명이 밝아오는 노숙자촌에 비둘기 떼가 새벽 하늘을 가르고 있다. 보통 때와 달리 이 모습은 공포스럽다.

여명이 밝아오는 노숙자촌에 비둘기 떼가 새벽 하늘을 가르고 있다. 보통 때와 달리 이 모습은 공포스럽다.

노숙인 남성이 브래지어를 두른 채 음식을 챙겨들고 서 있다.

노숙인 남성이 브래지어를 두른 채 음식을 챙겨들고 서 있다.

LA시가 한인타운 내에 홈리스 셸터를 짓겠다고 하자 한인사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인 홈리스 밀집 지역인 LA다운타운 '스키드로(Skid Row)'를 찾았다. 스키드로 근방에는 15곳 이상의 셸터가 집중돼 있다. 셸터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을 밀착 취재했다. 한인사회가 걱정하는 핵심은 셸터 자체라기보다는 '인근 지역'의 피해다. 따라서 셸터 부근 홈리스들의 행태를 관찰해 향후 한인타운에 셸터가 건립(내년 1월 예정)될 경우, 어떠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알아봤다. 취재는 지난주 3일 동안에 걸쳐 각기 다른 시간대별(새벽ㆍ낮ㆍ저녁ㆍ심야)로 구분해 진행했다.

◆셸터 주변의 24시

'제 3의 세상'에서 하루는, 해가 뜨기 전부터 시작됐다. 새벽 5시.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은 수의 홈리스들이 모여 있다. 아직 여명도 없는 상태라 대규모 집단의 불분명한 움직임만이 출렁됐다. 곳곳의 셸터와 봉사단체가 아침 식사를 제공하기 직전이다. 긴 줄이 여기저기 늘어졌다. 줄 옆에는 노숙인들이 침낭과 텐트에서 깨어 나와 멍하니 앉아있다.

노숙자촌에는 마약을 투약한 흔적인 주사기들이 버려져 있다.

노숙자촌에는 마약을 투약한 흔적인 주사기들이 버려져 있다.

쓰레기 통을 파헤쳐 각종 오물을 거리에 다시 쏟아 놓는 사람, 약에 취한 듯 기괴한 복장과 몸짓을 하는 사람, 길 한복판에 서서 큰 술병을 들고 악을 쓰는 사람, 후미진 곳에서 배설하는 사람, 거리를 무작정 뛰는 사람, 싸움하며 쫓고 쫓기는 사람, 무언가를 은밀히 거래하는 사람, 24시간 영업하는 리커스토어에 몰린 사람, 셔터가 내려진 업소 앞에서 약물에 절어 자는 사람, '난장판' 거리를 의자에 앉아 지켜보는 노년층 홈리스까지.

이곳에서 도로는 차가 다니는 길이 아니다. 슬쩍이라도 신호등을 보며 걷는 자는 거의 없다. 그들이 도로에 뿌린 각종 쓰레기는 비둘기에게 아침 식사다. 도로 복판 곳곳에는 비둘기떼가 모여있다. 새벽녁 비둘기떼의 '푸더덕' 날개짓은 묘하게 공포스럽다.

불과 1시간 사이 앰뷸런스 3대와 소방차 1대, 경찰차 1대가 출동하면서 날카로운 경적이 여명을 갈랐다.

자바와 인근 업소들이 문을 열기 시작하는 오전 8~9시. 업소 주인, 직장 출근자, 관광객 등 '외지인'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구걸이 시작된다. 거들떠 보지도 않는 사람이 많지만, 몇몇은 푼돈을 쥐어 주기도 한다. 노숙자들은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넘는다. 일부는 7가를 건너 자바 중심부로 나가기도 하고, 로스엔젤레스 길을 넘어 다운타운 중심부로 향한다.

싸움이 붙은 노숙자들.

싸움이 붙은 노숙자들.

그들만의 세계 '인사이드'는 아침 식사를 마친 노숙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여전히 텐트 안에, 길거리에는 쓰러져 자는 사람들 많다. 오전 6시 30분쯤 청소차가 지나가고, 건물 시큐리티 등이 치운 거리는 다시 오물들이 쌓인다. 옷을 거의 벗고 다니는 사람, 한군데 서서 계속 뭔가를 중얼대는 사람.

심야나 새벽에는 구분 못 했지만 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다수 젊은 층이다. 그들의 체격은 공포감을 줄 만큼 수년간 운동으로 다져진 모습이다. 반면 극소수의 중ㆍ노년층은 의자 하나 갖고 나와 그냥 앉아 있는 것 이외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12시 30분 점심 식사가 셸터와 단체 등에 제공된다. 이후 저녁이 제공되는 시간까지 모든 것은 그대로다. 별다른 돌출 행동은 없었다. 다만 쌓이고 버려진 쓰레기가 한낮의 더워진 공기로 '펑' 터지 듯 역한 냄새를 뿜어냈다.

오후 7시쯤 땅거미가 깔리면 다운타운은 다시 홈리스가 주인공이다. 그들에게 어둠은 '친구'다. 길거리에 모인 집단에선 큰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낮의 쓰레기 냄새가 마리화나와 뒤섞이며 묘한 냄새가 흐르는 가운데 활기차기까지 하다. 텐트 안에서 다저스 경기 라디오 중계방송 소리도 나온다. 나름 화장하고, 차려입은 여성이 '목적'을 갖고 배회하기도 한다. 차 안에서 2시간을 도는 사이, 한 백인 남성이 주머니 가방을 들고 계속 이 지역을 돌아다닌다. 약을 거래하는 듯하다.

심야는 술과 마약이 지배한다. 마약 거래하는 은밀한 모습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그 잔재인 주사기와 술병은 이른 아침 여기저기에 널려져 이곳의 '실제 주인'을 각인시킨다.

◆셸터가 있는데 '왜 거리로'

LA시와 지역 커뮤니티가 이해충돌하는 핵심 이유 중 하나다. LA시는 노숙자들이 넘쳐 각 지역구(15개)마다 한 곳씩에 셸터를 세운다는 입장이다. 다운타운에 몰려 있는 노숙자 집단 '군락'을 분산시키고, 거리마다 들어선 노숙자 텐트촌도 셸터로 끌어들이자는 말이다.

셸터 건립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다수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은 현재 셸터들이 수용 인원을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아니라면 왜 텐트촌들이 계속 늘어나느냐는 것이다. 셸터를 중심으로 또 다른 노숙자 집단 군락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믿는다.

실제 LA시에는 3만 5000명 이상의 노숙자가 있지만, 셸터 수용 가능 인원은 8000여 명에 불과하다. 또 시정부가 노숙자의 행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고 여긴다. 셸터에 들어갔던 상당수 노숙자들은 셸터 안의 '권력'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2년 전 노숙자가 된 케일은 "그 안은 힘센 놈이 있다. 또 그 패거리가 있다. 괜히 얻어맞고, 괴로힘이나 성추행 당하고, 순식간에 물건 뺐기고. 살 데가 아니다"고 말했다. 4년 전 셸터에 들었갔다 나와 한인 봉사단체에 머무는 김모씨는 "한인은 말도 안 통하고, 신분(불체자) 문제 때문에 불안해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노숙자 존슨은 "이 생활을 하다 보면 자유를 느낀다"며 "굳이 답답한 셸터에 들어갈 필요가 있느냐. 거기서 주는 밥만 먹으면 되지"라고 했다.

또 있다. 셸터는 쥐, 바퀴벌레, 벼룩 등이 들끓는다. 노숙자 제이슨은 "길거리라도 다르지는 않지만, 일정한 공간에 모여있는 그것들을 불빛 아래 보면 소름끼친다. 그래서 (셸터에서)나왔다. 차라리 거리 텐트가 훨씬 낫다"고 했다.이렇듯 셸터를 짓는다고 거리 노숙이 줄어든다는 논리는 현실에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셸터는 오히력 노숙 군락을 끌고 오고 '흡입력'이 강한 것이다.

◆왜 하필 상가 밀집 지역에

한인사회가 가장 큰 불만으로 여기고, 반대하는 이유다. 이번에 LA시가 발표한 지역(버몬트+7가)은 비즈니스 밀집 지역이다. 셸터 추진 부지 반경 한 블럭 내에만 줄잡아 80여 개 업소들이 밀집해 있다. 셸터가 노숙자들을 자체 내부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인근에 산발적 노숙자촌을 형성한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느닷없이' 고급 아파트(더 버몬트)와 비즈니스 상가 사이에 셸터를 짓는 것을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

굳이 한인타운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가진 곳에 노숙자 셸터를 건립하는 것은 미 전국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이다.

버몬트와 7가 식당가, 버몬트 길 따라 윌셔까지 업소, 그리고 윌셔 길 업소들은 당장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노숙자와 뒤섞인 곳에서 쇼핑이나 식사를 할 리 만무하다. 오히려 점점 기피할 지역으로 변할 수 있다.

원베드룸이 2500달러부터 5000달러까지 하는 '더 버몬트' 아파트는 노숙자들에게 둘러싸이게 되는 형국이다. 해당 아파트 주민들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만일 이곳이 콘도였다면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거주자들의 반발이 이미 터져나왔을 것이다.

한인타운은 사통팔달의 지리적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이 장점이 오히려 노숙자 운집을 더 쉽게 할 수 있다. 다운타운 스키도로 인근서 출발하는 버스 노선 중 720번과 66번은 각각 버몬트와 윌셔, 버몬트와 8가를 관통한다. 지하철 역까지 있다. 한인타운 셸터로 오기 너무 간편한 것이다. 물론 셸터 주변 노숙지역으로 오는 것도 그렇다.

◆셸터 건립시 예상되는 피해

의외로 교통 사고 위험이 가장 우려된다. 인도와 차도를 종횡으로 마구 오가며 뛰어드는 예측불허의 노숙자 거리 행동은 교통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이른 아침 시간대와 저녁ㆍ심야 시간대가 위험하다. 가뜩이나 차량 통행량이 많은 버몬트와 윌셔 지역은 보행자 인명피해 사고 1위인 곳이다. 오히려 다운타운 노숙자촌은 진입하는 순간부터 운전자가 긴장할 수밖에 없어 교통사고가 적을 수 있다.

예상대로 쓰레기 문제와 배설물 문제도 있다. 또 이로 인한 악취 문제다. 여기에 건물주나 상가주의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손해, 인근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문제, 겨울철 추위를 피하려 불을 땔 때 화재 위험, 구걸이나 화장실 문제로 업주와 잦은 다툼, 강ㆍ절도 위험 등이 상존한다.

◆사태 어떻게 풀어야 하나

셸터 건립을 지지하는 측은 단순히 '셸터 내' 하나만을 생각했다. 거리에 노숙하는 홈리스를 한데 모아 관리하면 그들의 건강과 복지를 일정수준으로 지켜 줄 수 있고 거리 미관상에도 좋지 않냐는 이야기다.

반면 셸터 건립 반대 측은 '한인사회 이해'만을 주장한다. 셸터는 그 안에만 노숙자가 있는 게 아니라 주변 거리로 노숙자를 끌어 들여 각종 문제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인사회는 종국에 슬럼화된다는 이야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숙자 봉사 한인은 "한인사회만 노숙자 셸터를 아예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좀 무리일 거 같다. 공청회를 안 했다는 절차상 문제도 사실 법적 수속력은 없다"며 "분명 한인사회가 무시당했다. 분한 일이다. 하지만 냉정해야 한다. 셸터 주변의 지역성 특성을 잘 부각하고, 당신들의 좋은 뜻이 왜곡되고 결국 최악의 사태가 나올 수도 있다고 차분히 설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건립 예정 부지 근처에서 장사를 하는 중국계 업주는 "지난 토요일 버몬트 역 시위를 보면, 나이 든 몇몇 분들이 다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되겠느냐. 전혀 조직적이지도 않았다"며 LA시가 계획한 대로 진행될 것 같다"고 한숨쉬었다.


관련기사 LA한인타운 노숙자셸터 무작정 설치-2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