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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광주를 기억하는 두 가지 방법

민경원(storymin@joongang.co.kr)
민경원(storymin@joongang.co.kr)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5/17 14:59

극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다큐 ‘5·18 힌츠페터 스토리’
38주년 맞아 극장가 개봉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에서 변사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시위 장면. [사진 알앤오엔터테인먼트]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그린 영화 2편이 잇따라 개봉했다.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16일 개봉, 박기복 감독)과 다큐멘터리 ‘5·18 힌츠페터 스토리’(17일 개봉, 장영주 감독)가 나란히 스크린에 걸린 것. 두 편 모두 개봉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렸지만, 무사히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광주를 넘어 영호남으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에서 모녀지간으로 호흡을 맞춘 김부선(오른쪽)과 김꽃비. [사진 알앤오엔터테인먼트]

두 영화의 공통점은 1980년 5월 광주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당시 계엄군에게 맞은 총알이 머리에 박히면서 정신장애를 얻게 된 엄마(김부선 분)와 유복자로 태어나 현재 국민 개그우먼으로 성장한 딸(김꽃비 분)의 이야기를 다룬다. 당시 계엄군에게 목숨을 빼앗기는 남자 주인공은 부산 출신 법대생(전수현 분)으로 설정했다.

영화는 이처럼 80년대와 2018년이라는 시간뿐 아니라 영호남이라는 공간을 오가며 이야기의 반경을 넓혀나간다. 89년 조선대 교지 편집장 출신으로 광주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이철규 변사사건도 차용한다.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하던 윤상원씨와 79년 ‘들불야학’을 운영하다 사망한 박기순씨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역시 주요 모티브로 등장한다. 이러한 배경으로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 김꽃비와 김채희는 18일 오전 10시 국립 5·18 묘지에서 개최되는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의 사회를 맡게 됐다.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을 통해 데뷔한 박기복 감독. [사진 홍보사 한다]

박기복(56) 감독은 “그동안 ‘택시운전사’ ‘화려한 휴가’ 등 광주를 다룬 이야기는 많았지만 닫힌 공간으로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부마항쟁이나 광주 민주화운동이 개별적으로 독립된 사건이 아니라 권력을 향한 민중의 투쟁이라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만큼 전국을 아우르며 현재까지 이어지는 열린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는 전남 화순 출신으로 5·18 당시에도 버스를 타고 광주에 다녀온 청년으로서 박 감독이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숙제이기도 했다.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다 이번 작품으로 입봉한 박 감독은 “비록 ‘꽃잎’(1996)이 개봉하면서 영화 제작으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1995년 영화진흥위원회 공모전에서 당선된 ‘화순에 운주가 산다’가 모태였다. 79년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시작되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2013년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공모전에서 당선되고, 제작비 부족으로 중단될 뻔한 작품이 다음 스토리 펀딩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등 꼬박 23년에 걸쳐 완성된 셈이다.


한국을 넘어 세계로, 사실 너머 진실까지

'5ㆍ18 힌츠페터 스토리'에서 독일 기자 힌츠페터가 촬영한 당시 모습. [사진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다큐 ‘5·18 힌츠페터 스토리’는 2003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번 다큐의 감독인 장영주(56) KBS PD가 2003년 5월 18일에 맞춰 방영한 ‘KBS 일요스페셜-80년 5월, 푸른 눈의 목격자’가 그것이다. 당시 서독 공영방송 ADR 소속 카메라 기자였던 위르겐 힌츠페터(1837~2016)가 찍은 영상과 전두환 대통령 취임 이후 힌츠페터가 만든 다큐멘터리 ‘기로에 선 한국’ 제작 과정 등을 담은 내용이다. 힌츠페터는 지난해 개봉해 1218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택시운전사’에 등장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장영주 감독은 “2016년 1월 독일에서 힌츠페터 부고 전화를 받고 사실은 책으로 쓰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2003년 방송 이후 힌츠페터가 방한할 때마다 만나고 연말이면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받으며 꾸준히 왕래했지만, 새로운 내용이 없다면 영화 제작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와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사진이 담긴 신문 형식의 '5ㆍ18 힌츠테퍼 스토리' 홍보물.

하지만 ‘택시운전사’가 흥행하면서 방송 내용을 찾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책임감도 커졌다. 장 감독 자신이 80년 당시 부산에서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으로 아무것도 모르고 살다 86년 이후에야 진실을 접하고 지난 시간을 반성했던 것처럼, 한 사람이라도 더 제대로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는 생각도 실행에 옮기는데 한몫했다.

다행히 추가로 확보된 자료들이 쌓이면서 러닝타임은 50분에서 95분으로 2배가량 늘었다. 힌츠페터가 찍은 미공개 영상이 추가됐고, 영상에 담긴 현장음도 복원됐다. 힌츠페터가 86년 11월 서울 광화문에서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촬영하던 도중 사복 경찰에게 폭행당하는 모습도 찾아냈다. 장 감독은 “당시 뉴스를 다 뒤져도 없었는데 KBS 자료실에서 ‘서독 기자’로 검색해보니 방송되지 못한 화면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15일 서울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5.18 힌츠페터 스토리' 시사회에 참석한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왼쪽)와 장영주 감독. [뉴시스]

여기에 “수술에서 깰 때마다 한국 군인이 보인다고 했다”는 부인의 증언으로 처음 밝혀진 한츠페터의 트라우마나 “광주에 묻히고 싶다”는 그의 진심을 확인을 확인하는 과정 등이 더해지면서 최종 완성된 다큐가 한층 풍부해졌다. 택시기사 김사복과 함께 찍은 사진도 추가됐다. 배우 조성하는 내레이션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 개봉을 맞아 방한한 한츠페터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는 “남편도 함께 이 자리에 참석해 영화를 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소감을 밝혔다.

두 영화 모두 메시지가 분명한 대신 이야기는 다소 성기다. 너무 많은 인물이 등장해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여러 메시지가 섞여 교훈을 전하려고 하다 보니 당위가 앞서는 탓이다. 하지만 5·18이 80년 광주시민뿐 아니라 2018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국민 모두와 무관하지 않음을, 이것이 현재진행형의 역사임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 성긴 틈을 사유로 메우는 것 역시 이들 영화를 관람하는 방법 중 하나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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