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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매일 총성, 아내의 임신 알았다…당신이라면 탈출 않겠나”

여성국
여성국 기자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7/19 10:02

반군 강제징집 피해 제주도로 와
병원 무료진료 덕 산모·아이 건강

“우리도 이슬람 극단주의자 혐오
예멘 안정 때까지 한국 있었으면 … ”

제주에 갇힌 예멘인(상) 아빠의 꿈

모하드 알라즈키(32)는 임신한 아내와 함께 내전상태인 예멘을 떠나 지난 5월 제주에 왔다. 그가 보여준 태아의 초음파 사진. 여성국 기자


“매일 총소리와 폭탄 소리가 들린다. 일터는 무너졌다.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았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텐가. 누구나 죽기살기로 이 상황을 벗어나려고 애쓰지 않겠나.”

지난 12일 제주시의 낡은 주택에서 만난 모하드 알라즈키(32)는 진지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의 옆에 더운 바람을 내는 선풍기가 덜컹거리고 있었다. 모하드의 아내 지냅(19)은 임신 4개월째다. 예비 아빠인 그는 지난 3월께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고 내전 중인 예멘 탈출을 결심했다. 반군 강제징집을 피하기 위해, 이제 막 이룬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예멘에서는 2015년부터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의 충돌로 시작된 내전이 계속되고 있다.

모하드의 고향은 예멘 남서쪽에 있는 도시 타이즈다. 타이즈는 수도 사나와 남쪽 항구도시 아덴에 이어 예멘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산악 지형인 타이즈는 과거 커피 재배로 유명했다고 한다. 내전으로 도시가 폐허가 되기 전까지 면직산업은 타이즈의 먹거리 중 하나였다고 한다. 그는 타이즈에서 전통의상 재단사로 일하다 부모의 소개로 이웃집 딸인 아내를 만나 올해 1월 18일 결혼식을 올렸다.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릴 생각에 들뜬 기쁨은 잠시. 수도 사나뿐 아니라 타이즈에도 매일 총성이 울렸고, 폭탄 소리가 났다고 한다. 지난 3월께 아내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된 뒤 삼촌 둘과 함께 예멘을 떠날 계획을 짰다고 한다. 모하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지인들로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제주로 가는 비행기를 타면 비자 없이 한 달을 머무를 수 있고, 난민 지위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나이가 많고 건강이 안 좋은 부모님은 함께 떠날 수가 없었다”며 “고향에 있는 부모님이 무사하길 기도할 뿐”이라고 말했다. 잠시 모하드는 말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제주특별자치도는 중국에 이어 2위인 말레이시아 관광객을 늘리고자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와 제주 간 정기 항공편 운항을 추진했다. 지난해 12월 12일 해당 노선이 신설됐고, 예민 난민 신청자들은 이 직항편을 통해 제주도로 들어왔다. 모하드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예멘을 떠나 제주까지 오는 항공 교통비는 1인당 2000달러. 지난 5월 9일 예멘 탈출을 결심한 삼촌 2명과 함께 예멘을 떠나 수단과 두바이, 말레이시아를 거쳐 5월 15일 제주 땅을 밟았다.

그는 “긴 여정에 아내가 입덧이 심해 힘들어했고 아이 걱정도 했다”면서도 “제주에 무사히 올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내 지냅은 제주시의 한 산부인과에서 무료로 진료를 받는다. 지난달에도 11일과 28일 두 번 검진을 받았다고 한다. 모하드는 아이의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며 “예멘에 있는 아버지 ‘잘랄’의 이름을 활용해 아이에게 한국식으로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냅을 진료하는 산부인과 의사는 “산모가 입덧이 심했고, 매우 피로한 상태였다”면서 “지금은 산모도 아이도 모두 건강한 상태다”고 설명했다.

모하드도 다른 예멘인들처럼 지난 6월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이 주관한 취업 설명회를 다녀왔다. 한국에서의 생계를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건 어선을 타거나 제주 외곽의 양식장일 뿐이었다고 한다. 모하드는 “아내를 돌볼 사람이 나뿐이라 어선을 타고 나가 오래 떠나 있거나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기는 어렵다”며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고 하루 10시간 이내면 충분히 일할 수 있다. 제주도를 벗어날 수 없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제주 체류 예멘인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여론을 걱정했다. 모하드는 “한국인들이 무슬림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건 알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우리도 싫어한다”면서 “살라말리쿰은 ‘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길’이란 뜻이다. 우리는 전쟁보다 평화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예멘 상황이 안정되면 돌아갈 것이다. 그때까지 한국에 머물고 싶다. 우리를 받아준, 도와준 모든 한국인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제주=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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