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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었다"···청렴 강조한 노회찬은 '오세훈법'에 무너졌다

김영민
김영민 기자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7/23 19:02

특검 수사대로였다면 정자법 위반 처벌 불가피
'오세훈 법' 개인 정치자금 기부만 허용
청렴 강조한 노회찬에게 역설적 작용


서울 신촌 세브란스에 차려진 노회찬 의원 빈소 앞 전광판에 고인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노회찬(62) 정의당 원내대표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원인은 결국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였다.
줄곧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던 노 원내대표는 투신 직전 유서를 통해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로부터 4000만원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경공모는 구속수감 중인 ‘드루킹’ 김동원(49)씨가 이끄는 정치 사조직이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노 원내대표의 고교 동기동창이자 경공모 회원인 ‘아보카’ 도 모 변호사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수수했다고 봤다. 시기는 2016년 3월로 노 원내대표가 경남 창원 성산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선거운동자금이 필요했던 때였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법인ㆍ단체의 정치자금법 기부 행위는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오직 개인 한도로만 2000만원 이내에서 정치인 후원회를 거쳐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다. 2004년 제정돼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이른바 ‘오세훈 법’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나라당 국회의원 시절 발의한 법안으로 이를 통해 차떼기ㆍ떡값 등의 논란을 빚었던 ‘3김 시대’까지의 정치자금 수수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꾼 것으로 평가받는다.

오세훈 법은 역설적으로 청렴을 강조했던 노 원내대표를 코너에 몰리게 했다. 경공모 또는 느릅나무 출판사 같은 특정 단체를 통해 정치자금을 받았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노 원내대표는 범법자가 되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후원회를 거치지 않았을뿐더러 단체를 통해 정치자금을 받았기 때문에 두 가지 모두 처벌 대상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총선 직전이었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까지 적용됐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6대 국회의원 시절인 2004년 이른바 '오세훈 법'을 발의했다. [연합뉴스]

실제로 대법원은 2015년 이모 전 진보신당 사무총장 등이 SK브로드밴드 노조, LIG손해보험 노조 등에서 거둬들인 정치자금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해 이들에게 벌금 500만~10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당시 대법원은 노조 집행부가 노조원에게 정치 기부금을 모은 행위도 '단체 형태'로 건넨 불법 정치자금으로 봤다. 실제로는 노조가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진보 정치권 안팎에선 오세훈 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노동조합ㆍ시민단체를 통한 단체 후원금 제한 규정을 풀어달라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정치자금법 체계에선 정몽준ㆍ안철수 같은 부호 정치인만 마음껏 정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차떼기 사건’으로 대표되는 불법 정치자금 차단을 목적으로 했던 오세훈 법이 대의 민주주의의 본질을 위축시켰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오세훈 법을 완화할 경우 정치인들이 검은돈을 암묵적으로 받았던 관행이 부활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노 원내대표의 비극적 소식을 접한 직후 한 전직 지검장 출신 변호사는 “국회의원 특수활동비 폐지를 주장했던 노 원내대표가 스스로 정치자금 문제로 발목이 잡혔으니 얼마나 도덕적 부담이 컸겠느냐”면서도 “그분의 정신을 받들어서라도 정치자금법은 기준을 엄격하게 세우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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