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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③ '경영권 침해' 우려 큰 재계

[연합뉴스] 기사입력 2018/07/25 14:02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김동규 배영경 기자 =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주요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국민연금이라는 통로를 통해 정부의 경영권 간섭이나 지배구조 개편 압박 등이 내려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민연금은 이런 우려를 의식해 주주 제안을 통한 사외이사 후보 추천이나 의결권 위임장 대결 등 '경영 참여'는 보류한다는 입장이지만 재계는 우려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재계는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이 결국 국민연금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805개사(3월 기준)에 대한 주주권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이 앞으로 안정적 기업 운영과 경영진 구성, 사업계획 등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국민의 보험료로 민간 기업의 경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대리인의 권한을 넘어선 일종의 월권 행위"라며 "기관투자자의 책임을 무기로 지배주주를 견제하고 기업 경영에 개입하려는 시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책적 판단으로 '적절한' 기업 지배구조 형태가 좌우된다면 국민연금에 대한 관치 논란과 기업경영에 대한 과도한 정부 개입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올해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003490] 전무의 '물벼락 갑질' 이후 총수 일가의 각종 갑질·비위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달 5일 경영진 일가의 일탈행위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와 해결 방안을 묻는 공개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공개서한 발송이라는 주주권을 행사한 것은 처음이다.

이후 대한항공이 이에 회신했고, 양측은 한 차례 비공개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항공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경영 투명성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의 빠른 의사결정에 제약이 올 수 있고, 운영상 부담도 커질 것이 우려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특히 국민연금이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이유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의사표시 자체가 기업에 대한 부정적 신호로 작용해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재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기업의 장기적 이익이나 주식시장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게 입증된 바 전혀 없는데도 시장 여건이 상이한 외국 제도를 답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재계는 또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이 기금의 운용을 제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이 코드를 도입할 경우 이는 경영 참여로 볼 수 있고 이 경우 공시의무와 단기차익 반환 등 자본시장법상 의무를 지게 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코드를 이행한다면 이는 경영 참여에 해당하고, 이 경우 5% 이상 대량보유 시 주식 변동 상황의 수시 공시, 단기 주식매매에 따른 수익의 절반 반환 등의 의무도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테고, 잘못하면 정부가 원하는 정책 방향대로 흘러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들도 불안감이 크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소액주주 권익 보호 등 바람직한 변화임에는 이견이 없으나,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거나 정부의 정책적 영향력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은 다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에선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 배경이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재벌 개혁 등으로 거론됐고, 경영권 침해나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기자본의 공격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가 시장경제나 기업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 행사보다는 기업의 주주·시장 소통 강화, 의사결정의 투명성 확대, 기업가치 제고 등을 통한 우리 경제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이 약 10%의 지분을 보유한 대기업 관계자도 "국민연금이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것을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도 확인하지 않았느냐"면서 "기업들의 경영 활동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추려고 유도하거나 옥죄는 수단으로 스튜어드십 코드가 악용될까 봐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역시 국민연금이 10%대 지분을 갖고 있는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국민연금의 자산 관리는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투자기업 수익률 제고'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민연금의 주주권이 활용된다면 안 맞는 일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sisyph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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