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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남이야 좋은 차 타든 말든

박원선 / 라하브라
박원선 / 라하브라 

[LA중앙일보] 발행 2018/07/26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07/25 17:14

오늘날 세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특정지역을 제외하곤 차 없는 집이 거의 없을 정도다. 한국만 해도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는 물론 농촌, 벽지까지도 가구당 차 한두 대쯤은 있다.

그런데 가끔 언론에선 '임대 아파트 앞에 벤츠가 있다'는 식의 보도를 한다. 하지만 이건 세상물정을 너무 모르는 사람들의 편의주의거나 질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아니면 임대 아파트 주민들을 깔보고 무시하는 소리로까지 들린다.

20여 년 전 일이다. 직장 동료였던 유명 인사의 며느리가 "셋방살이를 하면서도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뭐요? 셋방에 살수록 부지런히 차를 타고 돈을 벌어야 셋방을 면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항의했던 게 생각난다. 부자들이야 걸어다녀도 버스를 타도 되지만, 없는 사람들은 언제 걸어다니고 버스 기다리고 택시 잡으러 다니면서 '시간이 돈'이라는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아무리 셋방에 살아도 차를 가질 권리가 있다. 그가 벤츠를 타든 꽃가마를 타든 선택의 자유가 있는데 그런 식의 비아냥은 인격모독인 것이다.

옛날 이런 이야기가 있다. 부자가 짚신을 신었더니 "저렇게 검소하니까 부자가 됐지"라고 한다. 반대로 가난한 자가 짚신을 신으면 "저렇게 궁상을 떠니 가난하지"라고 한다. 또 부자가 구두를 신으면 "과연 부자라서 다르군" 하고, 없는 사람이 구두를 신으면 "저렇게 낭비 사치를 하니 가난할 수밖에"라고 한다는 것이다. 부자는 이래도 저래도 칭찬을 받지만, 빈자는 이래도 저래도 깎아내리는 것이 세상인심인 것이다.

셋방살이를 할수록 심리적인 체면의식에서라도 좋은 차를 타고 싶을 것이다. 아니 좀 더 현실적으로 빈자일수록 성능 좋은 차를 몰고 타이어가 닳도록 뛰어다녀도 모자란다며 격려해야 할 터인데 거꾸로 이러쿵저러쿵 남의 권리와 인격을 함부로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없는 사람을 격려하고 힘을 북돋아 조속히 가난에서 헤어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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