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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나는 애국자인가

모니카 류 / 암 방사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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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8/08/20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8/08/19 14:12

육중해 보이는 동판 여러 개가 벽에 걸려있다. 한국 이름, 영어 이름들이 동판의 가슴에 새겨져 있다. 지난 7월 '한국어 진흥재단'이 미국 공립 고등학교 행정가들을 인솔하여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서울 용산구 옛 육군본부 자리에 있는 '전쟁기념박물관'에 들렸다. 교장 한 사람이 첫 줄에 'OO 사단'이라 쓰여 있는 동판 앞에 서서 이름들을 읽어 내려가고 있다. 바로 한국전에서 전사한 20여만 명의 한국군과 유엔군들의 이름이 새겨진 전사자명비였다.

'누구를 찾으세요?' 하고 물으니 '내 삼촌이요…'라고 대답한다. 삼촌에 대해 자세한 것을 알지 못한 그가 20여만 명의 이름 속에 파묻혀 있는 삼촌의 이름을 찾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었다.

한국민에게는 너무도 처절했던 6·25는 내 모국이 겪은 27번의 전쟁 중 하나로 실상 영어권 사람들에게는 2차대전이나 월남전에 비해 '잊혀진 전쟁'이라 불릴 만큼 관심을 받지 못했다. 약 18만 명이 죽고, 3만3000명이 행방불명, 57만 명이 부상을 당한 전쟁이 '잊혀진 전쟁'이라니…. 미국은 그 16개국 중에 가장 많이 자국의 젊은이들을 잃었다.

전쟁에 대한 강의를 경청하는 행정가들의 모습은 진지하고 엄숙했다. 전시품들은 신라 삼국통일 때의 것부터, 임진왜란, 6·25를 망라하고 있었다. 모형 거북선, 각종의 전투기, 탱크들, 문명이 발달하기 전에 쓰던 창과 칼들.

'전쟁과 평화에 대한 리서치'를 하는 연구소가 스웨덴 업살라 대학, 핀란드 오슬로의 평화연구원, 캐나다 밴쿠버의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에 있다. 이들의 자료를 보면 2011년 한 해 동안 37개의 전쟁이 있었고, 현재진행형의 전쟁, 갈등으로 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전쟁이 5개나 된다 했다. 1945년부터 2012년까지 만 명 미만의 사상자를 낸 전쟁은 13개다. 만 명 이상이 죽은 전쟁 수는 많지 않다고 해도 사상자의 숫자는 엄청나다.

열악한 역사 속에서도 한글이라는 위대한 글이 만들어진 것에 교장들은 놀라워하고 존경심을 표했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일제강점기 동안, 한글 말을 잃지 않고, 한글을 숨어서라도 배우고 써 왔기 때문에 한국인의 '얼'이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종대왕의 백성, 그 후손들이 지은 한글 박물관은 웅장하고 멋있었다. 방문객 미국 교장들은 한글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 짧은 시간 동안 받은 한국말 레슨에서 알게 된 수월함, 또 그 과학성에 놀라고 감탄했다.

한글이 세계언어로서 일차적으로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서 체계적인 정규교육 방법으로 자리를 굳히는 것에는 이들의 관심과 응원이 필수적이다. 혈통, 비혈통을 막론하고 미국 중고교생들에게 한국어반을 통한 한국어 클래스의 탄생 내지는 존재 여부를 그들이 최종 결정하기 때문이다.

한글날을 기해서 총영사 관저 오찬에서 다시 교장들을 만날 것이다. 세종대왕께서 조선이 전부였던 당신 때보다 한글의 얼을 세계로 펴는 우리를 보시며 당신을 닮았다 하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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