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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상봉] '왜 이렇게 늙었냐'…두 동생보고 울음 터뜨린 맏언니(종합)

[연합뉴스] 기사입력 2018/08/20 04:00

다시 만난 형제·자매도 눈물바다…"통일돼 1분이라도 같이 살다 죽자"

(금강산·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정빛나 기자 = "왜 이렇게 늙었냐"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언니를 기다리던 북측의 두 여동생에게 웃으며 말을 건넨 맏언니 문현숙(91)씨는 끝내 울음이 터져 나왔다.

20일 금강산호텔에 마련된 남북이산가족 단체상봉장에서는 어린 시절 헤어진 형제, 자매들이 65년에 다시 만나 상봉의 감격을 누렸다.

문씨는 여동생 영숙(79)씨와 광숙(65)씨에게 "어렸을 때 모습이 많이 사라졌네, 눈이 많이 컸잖아 네가"라며 야속한 세월을 탓하는 듯했다.

또 "광숙이 넌 엄마 없이 어떻게 시집갔느냐, 엄마가 몇살 때 돌아가셨냐, 시집은 보내고 가셨니"라며 동생들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문씨와 동행한 아들 김성훈(67)씨는 어머니와 이모들의 감격스러운 첫 대면을 연신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날 단체상봉에 앞서 미리 연회장에 도착해 문씨를 기다리던 영숙·광숙씨는 현장에 있던 북측 관계자에게 입구가 보이는 맞은편 자리에 앉아도 되냐고 물은 뒤 자리를 이동하기도 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북측의 남동생 김은하(75)씨와 재회한 김혜자(75)씨는 처음엔 주름진 동생의 얼굴이 낯선 듯했다.

"우리 고향이 의성이다"라며 연신 확인하던 김씨는 이내 벌떡 일어나 은하(75)씨를 부둥켜안고 "진짜 맞네"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은하씨가 준비해온 모친 사진을 보고는 "엄마 맞다, 아이고 아버지"라며 또 한 번 목놓아 울었다.

남측의 누나 조혜도(86)씨와 동행한 조도재(75)씨는 휠체어를 타고 온 북측의 누나 순도(89)씨를 만나자마자 끌어안고 울었다.

도재씨는 무릎을 꿇은 채 누나의 손과 얼굴을 연신 쓰다듬으며 "고생하신 게 얼굴에 다 나오네. 살아계셔서 고마워"라고 감격했다.

조혜도씨는 취재진에게 "15살, 16살 소녀일 때 헤어졌다. 미인이었던 (북측의) 언니가 이렇게 많이 늙었다. 그런데 처음에 알아봤다"며 "나랑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북측에서 나온 박삼동(68)씨는 봉투에 담아온 사진 수십장을 꺼내 남측에서 온 형 박기동(82)씨에게 보여주며 "이게 형님 사진입니다"라고 말했다.

박기동씨는 생각에 잠긴 듯 가족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기만 했다. 삼동씨와 동행한 여동생 선분(73)씨는 좀처럼 말을 잇지 못하며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날 어렸을 때 생이별한 뒤 흰머리가 성성한 노인이 돼서야 재회한 형제·자매들은 오랜 세월이 무색하리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서로 부모님이 돌아가신 경위와, 남북한에서의 성장 과정을 묻기 바빴다.

북측에서 나온 김영화(76)씨는 남측에서 온 오빠 김한일(91)씨에게 보여주기 위해 가족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왔다.

김씨가 오빠 한일씨에게 어머니 사진을 가리키며 "어머니 생각이 납니까"라고 묻자 김씨는 "그럼, 엄마가 날 얼마나 귀여워했는데"라며 눈물을 쏟았다.

한일씨가 영화씨로부터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짜를 듣고는 받아적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여운(90)씨와 북측의 여동생 양숙(75)씨도 만나자마자 부모님 이야기부터 꺼냈다.

여씨는 양숙씨와 동행한 북측의 조카 려철용(46)씨의 인사를 받았으며, 마지막이 될지 모를 기념사진 촬영도 했다.

구순을 훌쩍 넘긴 함성찬(93)씨는 14살 터울인 북측의 남동생 동찬(79)씨를 한눈에 알아봤다.

함씨는 동찬씨의 손을 쏙 붙잡고 "딱 첫눈에 내 동생인 줄 알았어. 어머니를 쏙 빼다 닮았다"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동찬씨는 "나도 형인 줄 바로 알았습네다"라며 크게 웃었다.

부인과 함께 연회장에 입장한 김강래(84)씨도 북측의 두 동생 영래(75)씨와 흥래(61)씨와 서로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흥래씨 어깨를 만지며 "이야 반갑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또 다른 형제 상봉 사례인 서진호(87)씨와 북측의 두 남동생 찬호(74), 원호(63)씨 역시 보자마자 서로 손을 잡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다시 뭉친 세 형제는 내내 맞잡은 손을 놓지 않고 "우리 친형제가 이제야 만났다"며 감격했다.

서씨와 동행한 딸 순교(55)씨는 "작은 아버님들 절 받으세요"라며 처음 본 북녘의 친척 어른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이날 처음엔 데면데면했던 가족들도 단체상봉이 끝날 때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하나가 됐다.

김영수(81)씨가 만난 북측에 형 김영선(86)과 여동생 영애(79)씨는 김씨와 동행한 생면부지 조카 동호(40)씨가 낯선 탓인지 처음엔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동호씨는 처음 본 큰아버지와 고모에게 준비해 간 사진을 보여주며 내내 살갑게 대했고, 단체상봉이 끝나고 퇴장할 때쯤에는 비로소 네 사람이 어깨동무하며 환히 웃었다.

북한에 있을 가족들이 고생했을 거란 생각에 늘 가슴이 사무쳤던 김병오(88)씨는 여동생 순옥(81)씨가 북한에서 내과 의사가 돼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나서야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

순옥씨는 의과대학을 다니던 시절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오빠 나 평양의과대학 졸업한 여의사야. 평양에서 정말 존경받고 살고 있어"라고 오빠를 안심시켰다.

김씨는 "여동생이 이렇게 잘 되다니 정말 영광이다"며 "나는 고등학교 선생님 30년하고 교장으로 퇴직한 지 10년 됐어, 만나면 어떻게 할까 걱정이었는데, 정말 잘 됐다"고 기뻐했다.

단체상봉이 진행되는 내내 두 손을 꼭 잡고 있던 남매는 만면에 웃음을 띤 채로 서로 계속 눈을 바라봤다. 여든이 넘은 여동생은 앳된 소녀로 되돌아간 듯 오빠 팔짱을 꼈다.

순옥씨는 "혈육은 어디 못 가, 오빠랑 나랑 정말 똑같이 생겼다"라고 하자 김씨가 근처에서 취재하던 기자에게 "정말 정말, 기자 양반, 우리 정말 닮았죠?"라고 묻기도 했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오빠와의 만남, 순옥씨는 "통일돼서 단 1분이라도 같이 살다 죽자 오빠"라며 눈물을 훔쳤다.

shine@yna.co.kr

[이산가족상봉] "언니! 살아있어서 고마워"…68년만에 만났다 / 연합뉴스 (Yonhapnews)[https://youtu.be/Qpt1a8BY4gc]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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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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