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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수사의 가장 큰 적은 '특검법'?…결과 보고서에도 토로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8/27 14:02

특검팀의 가장 큰 적은 '특검법'

허익범 특별검사(가운데)가 27일 특검 사무실에서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최승식 기자

“의혹을 규명하라고 만들어 놓은 특검법이 오히려 특검 수사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이대로라면 그 어떤 특검팀도 수사에만 전념하긴 어렵습니다.”

허익범 특별검사팀 소속으로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의혹사건’을 수사한 한 파견검사는 지난 2개월간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특검법’을 꼽았다. 특검팀 출범의 법적 근거가 된 특검법이 오히려 수사에 제동을 걸고 정치권 등 외부의 비난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하소연이었다. 그는 “수사기간에는 특검법 핑계를 댄다는 비판이 나올까봐 문제제기를 못했다”며 “특검이라는 법 제도를 계속 운영하려면 개선해야 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특검법의 문제를 지적한 건 허 특검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27일 기자들에게 배포한 수사결과 보고서에 ‘특검 운영 관련 제도개선 사항’을 담았다. 총 37페이지 분량의 보고서 중 3페이지를 할애했다. 허 특검이 지적한 핵심 문제는 ▲예산지급의 허술함 ▲수사대상의 모호함 ▲인력확보의 어려움 등 3가지다.

"보릿고개 넘는 기분으로 수사했다"

특검팀 사무실이 입주했던 서울 서초구의 진명빌딩. 강남역 근처로 임대료가 비싸 특검팀은 수사기간 내내 예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중앙포토]

정부는 허 특검팀의 수사와 공소유지를 위한 예산으로 31억4000만원을 책정했다. 특검·특검보를 포함 총 87명의 수사팀원이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빌딩을 사무실로 활용하며 2개월간 수사를 진행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특검팀 관계자는 “휴대전화 포렌식을 하는데만 수억원이 들고 파견 수사관으로 합류한 변호사들 인건비에 임대료까지 감안하면 턱없는 예산이었다”며 “보릿고개를 넘는 기분으로 수사했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수사가 시작되고도 한참이나 지난 뒤에야 예산이 지급돼 허 특검은 사무실을 계약하기 위해 사비를 들여야 했다. 허 특검은 “수사준비 기간중에도 임차보증금 등으로 상당한 비용이 지출되나 예산은 수사개시 후 1개월이 지난 시점에야 지급됐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인지된 관련 사건'의 범위 논란
수사대상의 모호함 역시 수사팀의 발목을 잡는 고질적인 문제다. 특히 ‘인지된 관련 사건(드루킹 특검법 제2조 4항)’의 경우 ‘관련 사건’의 범위에 대한 해석이 천차만별이다. 역대 특검에서 매번 “특검 수사대상이 아님에도 별건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외부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지난 12일 특검 사무실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 [연합뉴스]

허 특검팀 역시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시그너스컨트리클럽에서 월급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수사대상이 맞는지를 둘러싼 비판이 제기됐다. 특검팀은 이를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결론내리고 검찰이 사건을 넘기기로 결정했음에도 정치권에선 거센 비난이 이어졌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명백한 별건수사이자 특검 수사범위를 넘어서는 위법행위”라며 “특검법 위반 행위를 철저히 따져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특검팀을 공격했다.

인력문제로 수사·공소유지 이중고
특검은 ‘비(非)상설 수사팀’이라는 특성상 수사인력 구성에도 어려움도 뒤따른다. 수사준비기간인 20일 안에 수사대상에 맞는 전문 인력을 찾아 검찰청·경찰청 등 해당 기관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 파견수사관으로 합류하는 변호사의 경우 길게는 2~3년이 소요되는 재판 기간 동안 겸업이 불가능한 것 역시 ‘독소조항’으로 손꼽힌다. 능력있는 변호사 중 상당수가 금전상의 이유로 특검팀 합류를 거절하는 이유다.
인력상의 문제는 수사팀 구성 뿐 아니라 공소유지팀을 구성하는데도 난관으로 작용한다. 파견검사와 파견공무원 대부분이 수사기간이 끝난 뒤 원 소속으로 복귀하기 때문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수사가 한창 진행될 땐 주목을 받지만 재판 단계에서는 특검팀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져 대부분이 원대복귀를 희망한다”며 “특검법에도 공소유지를 위한 검사, 수사관과 관련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원 소속 복귀를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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