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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비건 첫 동북아 순방, 북·미 협상 위기에 소방수 투입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8/30 23:22

"핵 신고 약속하면, 종전선언" 타협안 가능성
트럼프 "김정은 비핵화 조치, 인내할 수 있어"
조윤제 "북한도 대화 지속할 의지 확실하다"


스티브 비건 신임 대북 특별대표가 지난 23일 임명 직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스티브 비건 신임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북핵 교착상태를 해결할 소방수로 투입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4차 방북 계획을 취소한 후 비건 단독으로 “빠른시일” 안에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를 순방하기로 결정하면서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 신고를 거부한 채 종전선언 선행 주장을 고집하면서 꼬인 협상의 매듭을 풀기 위해 미국이 먼저 나선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31일(현지시간) 비건 대표의 첫 특사 순방과 관련 “미국은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약속만 해도 종전선언 등 상호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데 개방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구체적 시한 내에 전체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신고를 한다고 합의하면 종전선언에 서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비건 대표가 이 같은 타협안을 들고 서울에서 외교부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한ㆍ미 간 조율을 마친 뒤 북측 실무협상 대표와 직ㆍ간접 물밑접촉을 통해 협상의 돌파구 마련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결국 워싱턴에선 “상당히 터프하고 직설적"이란 평가를 받는 비건이 북한에 통할지가 관건이다. 폼페이오 장관에게선 “거친 협상 환경에 폭넓은 경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협상의 전권도 받았다. 북핵과 관련 1997~2001년 상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으로서 북한의 제네바 합의 이행을 검증한 데 이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1기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체제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서열 3위인 사무국장을 지냈다. 포드차 부사장 시절엔 “최근까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과 관련 미국 자동차업계 이익을 대변해 무역장벽 제거와 추가 시장 개방을 요구하며 끈질기게 괴롭힌 장본인”이란 평가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 참고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나는 세계의 누구보다 더 큰 인내심을 갖고 있는 데 사람들이 그 점을 잘 모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트윗으로 중국의 대북 지원을 공개적으로 때리는 한편 “당장 한ㆍ미 워게임(War Games)에 큰돈을 쓸 이유가 없다”고 한 데 이어 대화 여지를 열어 놓은 것이다. 다만 이날은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며 “전체 상황은 바뀔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북한은 폼페이오 방북 취소에도 일주일째 침묵하고 있다. 조윤제 주미 한국대사는 이에 대해 “그 자체가 북측이 신중하게 대응하려 노력하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사는 이날 특파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북한도 대화 모멘텀을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하다”며 “북ㆍ미관계 개선, 비핵화 협상의 지속 없이는 대북제재 완화와 경제협력ㆍ발전이 어렵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대사는 남ㆍ북 개성 연락사무소 설치와 3차 정상회담 추진을 두고 한ㆍ미 관계에 균열이 있다는 우려에 대해 “국무부 대변인의 언급과 같이 과장된 보도”라며 “저를 비롯해 대사관 동료들이 각급 레벨에서 공동 상황실을 운영하는 것처럼 실시간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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