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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캐나다 아웃" 트럼프 위협…"캐나다 위해" 맞짱 뜬 철녀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04 20:01

[이슈추적] 미-캐나다 NAFTA 재협상 난항


지난달 31일 주미 캐나다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장관. [로이터=연합]


“공정한 합의를 못 이룬다면 캐나다를 (NAFTA에서) ‘아웃’시키겠다.(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나쁜 NAFTA를 맺느니 협상에 합의하지 않는 게 낫다.(5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지난달 27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멕시코에 승기를 잡은 미국이 캐나다와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애당초 순조로울 것으로 보였던 두 나라의 협상은 첩첩산중입니다.

특히 ▶NAFTA(분쟁 조정 패널 설치) 19조 개정 ▶낙농업 시장 추가 개방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양측의 한치 양보 없는 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NAFTA가 삼자(미국-캐나다-멕시코) 협정에서 쌍방(미국-멕시코) 협정으로 바뀔 수 있다(뉴욕타임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NAFTA 재협상의 최전선엔 캐나다 여성 장관인 크리스티아 프리랜드(50)가 있습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협상 카운터 파트인 그는 현재 미 무역대표부 사무실과 캐나다대사관을 오가며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요.

NYT·FT 등 주요 외신은 과거 사우디아라비아·유럽연합(EU) 협상에 전력투구한 프리랜드 장관의 전력에 주목합니다.

사우디 정부와 외교 전쟁 불사했던 女 장관

지난 6월 NAFTA 재협상이 급물살을 타던 때였습니다. G7 회의에 참석 중이던 프리랜드 장관의 발언이 화제였지요.

“독재주의가 고개를 든 반면, 자유 민주주의는 위기에 놓였습니다. 미국이 어떤 길을 택할지 불확실합니다.” 연일 NAFTA 협정 파기를 경고하던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것이었지요. 그의 ‘폭탄 발언’은 이어졌습니다.


지난달 31일 주미 캐나다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상대국과 일 대 일(mano a mano)로 맞붙을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나라(미국)가 강하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역사는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옛 명성은 영원할 수 없다’는 것 말이지요.”

이 발언을 계기로 프리랜드 장관은 유명세를 치르게 됐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푸틴 시대에 프리랜드 장관은 위력있고 지칠줄 모르는, 다자주의와 국제 질서의 수호자로 떠올랐다”고 평가했지요.


사우디아라비아 인권운동가 라이프 바다위의 사진을 들고 있는 아내 엔사프 하이다르. [AP=연합뉴스]


FT의 언급처럼, 실제로 프리랜드 장관은 ‘강성 외교가’입니다. 지난 8월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수감된 인권운동자 라이프 바다위의 석방을 공개 요구했지요.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캐나다 대사를 추방하고, 캐나다의 신규 투자를 중단시키는 극단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프리랜드 장관은 “인권은 언제나 (캐나다의) 우선순위”라며 물러서지 않았지요.

무역 관료 시절이던 2015년엔 자신이 이끌던 유럽연합(EU) 무역 협상이 난항을 겪자 과감하게 협상장을 빠져나온 일화도 있습니다. 협상국인 벨기에의 왈롱 지방 정부의 반대에 직면하자 협상을 중단시킨 것이지요.

캐나다 의회는 “무책임하다”고 비판했지만 그는 “협상에 임하는 나는 조국(캐나다)에 ‘올인’한다. (협상 결과가) 실망스럽고 슬프지만, 난 변함없이 거칠고 강하다”고 말했습니다. 자국에 이익이 안되는 협상은 포기하는 게 낫다는 것이지요. 2년 후 프리랜드는 캐나다 외교장관에 발탁됩니다.

프리랜드 장관의 ‘강성 외교’는 트럼프 대통령도 예외가 아닙니다. NAFTA 재협상 기한(8월 31일)을 넘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정부 측에 “멕시코와 합의한 조건에 맞춰보자. 30일 안에 (협상에) 참여하라”고 제안했지요. 프리랜드 장관은 “캐나다를 위해 좋은 딜이 나올 때만 합의할 것”이라며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프리랜드 장관은 미 하버드대·영국 옥스포드대(석사)를 졸업한 수재입니다. 오바마 정부 시절 미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아래서 수학했지요. 서머스 교수는 “프리랜드는 어린 나이에도 분명한 목적의식과 성숙함을 지녔다”고 회고합니다.

그는 신문사 기자 출신이기도 합니다. 캐나다 유력 언론인 글로브앤메일과 FT·워싱턴포스트(WP)·로이터통신 등 다양한 곳에 몸담았지요. 우크라이나·러시아·캐나다·미국 일대서 풍성한 취재 경험을 쌓았습니다. 한 무역 협상가는 “프리랜드는 사람을 파악하고, 심지(心志)를 읽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호평합니다. (※프리랜드 장관의 남편은 현직 NYT 기자입니다.)

NAFTA는 조만간 결판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어떤 상황에서도 프리랜드 장관은 일관되게 캐나다의 이익을 ‘수호’하고 나설 것이라는 점이지요. 세 자녀의 어머니이기도 한 그가 ‘캐나다의 철녀’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16만 개 일자리 날아가도…“캐나다 손해 NAFTA 필요 없다”
NAFTA 재협상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먼저 NAFTA 19조 개정이다. 이 조항은 양국 간 무역 분쟁이 발생할 경우 당사국 관계자들이 공동 분쟁 조절 패널을 구성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 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조항을 폐지하는 대신, ‘국내 법원’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러나 트뤼도 정부는 “캐나다의 어떤 협정에서도 분쟁 조정 시스템은 필수”라는 입장이다. 앞서 NAFTA 체결 전인 1988년에도 브라이언 멀로니 캐나다 보수정부는 미국과 분쟁 조정 패널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차라리 NAFTA를 안 맺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캐나다 퀘벡 몬트리얼시(市)의 한 농장 풍경. [로이터=연합뉴스]

낙농업 시장의 추가 개방 여부도 입장이 갈린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양국은 낙농업에 각자 수입 쿼터를 적용한다. 트럼프 정부는 줄기차게 추가 개방을 요구했지만, 캐나다 여당(자유당)·야당(보수당) 모두 ‘낙농업 보호주의’를 주창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우유·치즈 생산지인 위스콘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이다.

만약 NAFTA 재협상이 무산될 경우 캐나다가 적지않은 경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캐나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는 “NAFTA 탈퇴시 캐나다의 성장률이 5~10년에 걸쳐 1% 가량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론토-도미니온 은행 역시 “(NAFTA 무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산 자동차에 25%의 관세 부과를 단행한다면 온타리오주(州)에서만 16만 개의 일자리가 날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회 비준도 문제다. 미 민주당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에서도 “NAFTA에 캐나다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캐나다의 대표적 농업지인 퀘벡의 필립 콜리아드 주총리는 “퀘벡 주민에게 해가 될 NAFTA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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