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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포항은 아직 지진 트라우마 … 정부는 다 잊은 것 같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06 08:13

함석 구부려 한옥 지붕인 양 복구
분황사 일대 등 2년째 수리 안 끝나

포항 지진은 원인 규명도 지지부진
금 간 집 무너질까 겁나 체육관 생활


한옥보존지구인 경주시 황남동 한 건물의 지붕이 함석 기와로 복구돼 있다. [중앙포토]

2년전 이 무렵이던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에 진도 5.8 규모의 지진이 덮쳤다. 1978년 국내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의 강진에 111명이 살 곳을 잃었다. 재산 피해액만 110억원이 넘었다. 이로부터 1년 여가 지난 지난해 11월 15일에는 경주에서 25.7㎞ 떨어진 경북 포항이 흔들렸다. 규모 5.4의 지진으로 이재민 1500명이 발생했고 550억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지진 이후 2년을 보낸 경주, 1년 가까이를 보낸 포항은 지진의 상처를 얼마나 씻어냈을까.

지난 3일 찾은 경북 경주시 황남동 한옥마을. 흙빛이 나는 오래된 기와집들 사이로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검은색 기와집들이 보였다. 가까이 가 보니 흙으로 구워낸 기와가 아니라 함석을 구부려 만든 ‘가짜 기와’였다. 지붕 끝 기와 아래 벽면도 흙 대신 함석에 노란색을 칠해 만들었다. 처마 아래 서까래도 함석을 둥글게 말아 나무 모양으로 만든 뒤 밤색을 칠했다. 함석으로 만든 가짜 한옥은 경주시 황남동·사정동·인왕동 등 한옥이 모여 있는 역사문화미관지구에만 60여채가 넘었다. 도시계획 조례에 따르면 역사문화미관지구 내에 함석으로 지붕을 인 건축물은 불법이다. 지인과 경주를 찾은 한정우(38·대구시 수성구)씨는 “한정식 전문점에나 볼 수 있는 가짜 지붕이 경주 한옥마을에 있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전통미가 없는 것 같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함석 기와지붕은 2년 전 발생한 경주 지진이 남긴 ‘흠집’이다. 지진으로 한옥마을 전통 기와들이 깨졌고, 이를 대신해 함석 기와가 그 자리에 올라앉은 게 지금까지 그대로 방치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83㎡ 지붕의 기와 시공비가 전통 기와는 2800여만원, ‘함석 기와’는 700여만원이다. 함석 지붕을 덮은 한 주민은 “당시 한 집에 100여만원 나오는 지진 피해 복구비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했다. 경주시 측은 “(위법이고 보기 싫다고) 이제 와서 다시 함석 기와지붕을 다 갈아엎기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지진 복구가 덜 된 문화재도 있다. 경주시 구황동 분황사에 있는 국보 제30호 모전석탑 일대다. 2년 전 지진으로 경주에선 국보 등 문화재 58개가 지진 피해를 봤다. 석탑과 사찰 사이엔 가림막이 세워져 있었다. 분황사 한 관리인은 “2년 전 지진 때 석탑 일대에 피해가 생겼고 사찰 등을 지금껏 복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진으로 아직 복구 중인 경주지역 문화재는 모두 2곳. 보물 제1429호 원원사지 동서삼층석탑과 분황사 모전석탑 일대다.

진앙인 경주시 내남면 마을에도 금이 간 주택이 여럿 보였다. 황남동 주민자치센터 인근 한 건물은 지진 당시 부서진 지붕이 파손된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내남면 부지2리 박종헌 전 이장은 “주민들이 사비를 들여 복구해 나가면서 지진의 상처를 덜어내고 있다”며 “문화재 등은 정부에서 좀 더 신경 써서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관광산업 분야는 지금까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경주는 한 해 900개교 4만여 명의 학생이 찾는 ‘수학여행 1번지’다. 하지만 지진이 발생한 2016년을 전후해 더는 그 명성을 잇지 못하고 있다. 경주시는 이를 극복하고자 지난해 3월부터 안심 수학여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도 최근까지 57개교 6023명이 이 서비스를 신청하고 경주를 찾은 게 전부다.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 [중앙포토]

지진 발생 1년여를 앞둔 포항의 지진 상처도 아물지 않았다. 지진 원인 규명은 물론 지진 이재민들의 주거지 지원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재민들은 현재 임시 주거시설이나 흥해실내체육관에 흩어져 살고 있다. 집단 이주단지인 ‘희망보금자리 이주단지’에 31세대, 각 마을 인근에 설치한 개별임시거주시설에 84세대, 이주 대상에 선정되지 못한 100여 명이 흥해실내체육관에 머물고 있다.

1년 가까이 ‘체육관 살이’ 중인 이모(42·한미장관맨션)씨는 “집에 가서 예전처럼 살 수만 있다면 진작에 들어갔다”며 “다가올 추위도 문제지만 가장 무서운 건 이미 금 간 집이 여진으로 무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민들은 아직도 지진 피해에 시달리는데 정부는 다 잊은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임종백 포항범시민대책본부 공동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에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며 “아직도 지진 트라우마로 집안에서 잠들지 못하는 주민들이 있는 상황에서 지진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경주·포항=김윤호·김정석·백경서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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