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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기사 보고 노숙자 문제 해결 결심"

정리=원용석 기자
정리=원용석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8/09/21 미주판 5면 기사입력 2018/09/20 19:52

허브 웨슨 LA시의장에게 듣는다
만난사람= 박장희 미주중앙일보 발행인

본지 박장희 대표(오른쪽)가 LA시의회 허브 웨슨 의장으로부터 노숙자 셸터 문제 등 한인 커뮤니티 관련 현안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김상진 기자

본지 박장희 대표(오른쪽)가 LA시의회 허브 웨슨 의장으로부터 노숙자 셸터 문제 등 한인 커뮤니티 관련 현안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김상진 기자

"30년 친구 한인사회, 해 되는 일 안 해
'님비' 주장하면 내가 먼저 반박할 것
셸터 해결 과정 탁월…능력 나누기를"


버몬트에 노숙자 셀터를 짓겠다는 발표 직후 터져 나왔던 "이건 아니다"라는 한인들의 외침은 LA시 허브 웨슨 시의회 의장으로 향했다. 허브 웨슨이 누구인가. 161년 LA시 의회 역사상 최초의 흑인 의장이면 시의회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인이다. 웨슨이 말하는 지난 5월2일부터 8월2일까지 92일은 어떤 시간일까. 미주중앙일보는 웨슨의 목소리를 빌어 올해 상반기를 달구었던 노숙자 셀터의 경과를 짚어 봤다. 단독 인터뷰는 지난 11일 웨스턴 소재 웨슨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역사적 사건입니다." 한인사회 현안에 적극 관여하고 있는 1.5세 리처드 김 LA시 검사는 노숙자 셀터 위치가 한인타운 한복판에서 외곽으로 바뀐 것에 대해 이 같은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 당하기만 했지 한인들의 목소리를 주류사회에 관철시킨 사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의외의 결정이었다. 당신을 잘 아는 사람들일수록 부지 변경은 쉽지 않다고 했다. 왜 바뀌었나.

"지난 5월2일 프로젝트 발표 이후 버몬트가 최적의 장소인지 분석하기 시작했다. 3일 뒤 에릭 가세티 LA시장실에서 한인타운 대표 단체들과 미팅을 가졌다. 그때 시 소유 부지 중에 더 좋은 장소가 있다면 위치 변경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궁극적인 목적은 길거리 노숙자들을 돕는 것이기에 장소 변경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에릭 가세티 시장과 나, 그리고 데이비드 류 시의원 등이 그날 미팅에 참가했다. 결과적으로 가장 적절한 장소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데이비드 류 의원이 버몬트 부지 선정에 결정에 관여했다는 얘기인가?

"그건 아니다. 버몬트는 나의 구역이다."

-장소 변경은 당초부터 있었던 옵션이라는 설명이지만, 실제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강행과 반대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던 6월 당시 회의 참석자 중 한 사람은 중앙일보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리아타운 프로젝트가 흔들리면 브리지홈 주택 프로젝트 전체가 흔들린다. 그래서 수정이 어렵다. 노숙자 셸터는 어차피 반대가 따르기 마련 아닌가? 웨슨에 대한 주류 사회 지지는 강해지고 있다. 한인이 반대한다고 해도 웨슨 선거구인 10지구에서 한인 유권자 비중은 5%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러나 한인들의 요구는 무위로 끝나지 않았다. 결과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면서 '사실 내 역할이 컸다'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자의는 아니었지만 한국 이낙연 국무총리의 역할이 컸다는 이야기도 소셜미디어(SNS) 상에 등장했다. 한 한인 변호사는 지난 8월16일 이런 트윗을 날렸다. "이낙연 총리가 LA에서 인기스타가 되어갑니다. 온갖 반대에도 노숙인 보호소를 결단코 한인타운 심장부에 설치하겠다던 LA시장이 총리 예방 때 한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타협할 것을 요청받고 돌아와 즉시 타운 외곽으로 장소를 변경했습니다. 한인들이 총리의 과묵한 새 정치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인가? "

"한국 국무총리가 '스타'라는 얘기는 들었다(웃음). 하지만 국무총리를 만나기 전에 이미 다른 위치를 알아보고 있었다.셸터 프로젝트는 시장의 아이디어다. 그러나 셀터 위치는 15개 지구 시의원이 정한다. 시장이 국무총리를 만났을 때는 이미 다른 위치로 장소를 옮기기로 결정한 뒤였다."

-많은 비난을 받았다. 오해였는가?

"오해라기 보다는 사람들이 이슈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정보 전달이 제대로 안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보 전달을 잘했다면 상황이 그렇게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숙자 주거 문제를 해결한다' 명분에 누가 반대하겠는가. 문제는 단순한 주거 이슈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중 일부는 마약을 한다. 따라서 범죄 가능성이 뒤 따른다. 이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

"그 문제를 언급해줘서 고맙다. 맞다. 복잡한 문제다. 그래서 노숙자들을 관리하고 감독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이들을 거리에 방치하는 것보다 모아두는 것이 더 안전하다. 이 문제를 놓고 한인커뮤니티와 격렬하게 논쟁했다. 그 결과 셀터 안팎에 24시간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거기에 더해 LA경찰국(LAPD)도 보안을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한인커뮤니티와의 논쟁에서 얻어진 산물이다. 셀터 자문위원회도 만든다. 이들도 프로젝트에 직접 관여하게 된다."

English Version : "Korea Daily’s Article Made Me Do Something About the Homeless Issue”

-한인 타운의 반대 목소리가 '님비이즘(NIMBYism)'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누가 한인사회의 님비이즘을 거론한다면 내가 앞장 서서 반박하겠다. 님비이즘은 LA 모든 곳에 존재한다. 비율로 따지자면 대세가 될 수 없다. 장소를 옮기고 합의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님비이즘에 밀린 결과가 아니다. 노숙자 문제가 심각한 사안이라는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대다수가 해결책을 찾고 싶어했고, 그 결과 합의가 이뤄졌다."

-지난 92년 LA폭동 때 코리아타운은 의도적으로 방치됐다. 20년 뒤인 2012년 선거구 재조정 때 한인들을 한데 묶어 달라는 요청은 철저히 무시되고 한인 거주지는 이리 저리 쪼개졌다. 한인들이 피해의식이 있다면, 그것이 근거 없는 것인가?

"폭동은 참혹했다. 나도 여기에 살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겪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선거구 재조정과 관련해서는 26차례의 청문회가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한인타운에서도 3~4차례의 청문회가 있었다. LA시 선거구가 어떻게 구성돼야 하는지에 대해 모든 사람이 토론했다. 재조정 작업은 공정하게 이뤄졌다."

-많은 한인들은 '왜 한인타운에 첫 번째 셸터가 설치되느냐'라고 반문한다. 우리가 만만해서 그런 것인가?

"(목소리를 높이며)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몇 년 전(2016년12월) 중앙일보의 한인타운 노숙자 특집 기사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 기사가 계기가 됐다. 한인타운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것이지 한인사회를 무시해서가 아니다. 한국 친구들과의 인연은 지난 87년부터 시작됐다. 얼마 전 모친이 돌아가셨을 때 나는 실의에 빠져 거의 한 달 동안 아무 일도 못했다. 이런 나에게 삶의 의욕을 불어 넣어준 사람들은 한인타운 친구들이었다. 절대로 한인사회에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일부에서 그렇게 얘기한다는 것을 안다. 만들어낸 얘기다."

-이제 한인 커뮤니티로 공이 넘어왔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셸터는 성공해야 하고, 성공은 사람들이 만든다. 노숙자들과 직접 접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에게 정상적 삶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기억을 살려줘야 한다.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이들과 저녁을 함께 했으면 한다. 함께 빨래하는 시간(laundry night)도 갖고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가 느끼는 것이다. 나는 한인들이 선두에 설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언제나 앞장 서 왔다. 많은 한인교회가 노숙자들에게 음식과 담요를 제공해왔다. 셸터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한인들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치학자 야스차 뭉크(Yascha Mounk)는 저서 '위험한 민주주의(The People vs Democracy)'에서 "체험적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구성원의 정체성은 유사하며, 이주민이 들어오면 질서가 깨진다"라고 썼다. 뭉크가 옳다면 멜팅팟(Melting pot)은 미국 민주주의 기반이다. 미국이라는 정치 체제 안에서 하나가 되어야 함을 독려하는 힘이 됐기 때문이다. 한인커뮤니티는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는 변곡점에 서있다. 우리는 미국에서 더 대접받고 싶다.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말 그대로 멜팅해야 하는가? 정체성을 살리면서 나은 대접을 받는 것이 가능한가?

"흑인으로 살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지역구 시의원으로 당선되고, 주류사회의 일원이 된 뒤에도 어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른 한편으로 다른 인종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다. 한인커뮤니티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전통을 자랑스러워한다. 동시에 그들이 미국인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자랑스러워 한다. 두 가지는 양립 가능하다. 한인커뮤니티는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대표적 커뮤니티가 될 것이다. 1987년 내가 처음 의원이 됐을 때 한인커뮤니티는 작았다. 지금은 상당한 규모의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다음 단계의 성공은 다른 지역에 가서 다른 믿음을 갖고 사는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다. 어려운 일이냐고? 그렇다. 할 수 있는가? 할 수 있다. 라틴계, 흑인, 일본계, 중국계 등이 다 이뤄냈다. 모두 절충하면서 산다. 나 역시 나처럼 생긴 사람들만 있는 지역에서 살지 않는다."

-2020년에 10지구 시의원 선거가 실시된다. 차기 10지구 시의원으로 어떤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오. 내 임기는 아직 2년이나 남았다.(웃음) 나는 10지구의 발전을 위해 모든 힘을 다하고 있다. 현재 누구를 지지할지 정하지 않았지만 10지구 주민들을 믿는다. 이들은 적합한 인물을 뽑을 것이다."

-끝으로 중앙일보 독자들과 한인 커뮤니티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시 말하지만 셸터 건립은 2016년 12월 중앙일보 노숙자 특집 시리즈 기사가 계기가 됐다. 기사를 보는 순간 나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사를 통해 문제가 이토록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울러 지난 석 달 동안 셸터 부지 선정에 대해 보여준 관심에 대해 한인커뮤니티에 감사를 표한다. 이번을 계기로 한인커뮤니티의 힘을 키우고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에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그래서 LA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따로 학습할 필요가 있다. 셸터 관련해서도 정부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아지면서 한인커뮤니티는 더 효과적으로 움직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장은 구체적이었고 명료해졌다. 아이디어는 탁월했다. 그런 능력은 나누어야 한다. 한인커뮤니티의 참여가 미국의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87년부터 한인커뮤니티를 가까이서 지켜봤다.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성장해왔다. 자랑스럽다."

허브 웨슨의 대답은 거침이 없었다. 복선을 깔고 하는 발언이 아니었다.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는 아예 비보도를 요청하고 말을 이어갔다. 하기환 한인 상공회의소 회장, 로라 전 한인회 회장, 그리고 정찬용 윌셔커뮤니티연합(WCC)회장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도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5월 대통령 선거 유세 연설에서 "단 하나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단합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The only important thing is the unification of the people, because the other people don't mean anything)"고 말했다.

허브 웨슨과의 인터뷰를 마치면서 트럼프의 이 말이 떠올랐다. 트럼프 분류에 따르자면 2018년 5월2일부터 8월2일까지 한인커뮤니티는 어떤 취급을 받아도 되는 무의미한 '나머지 사람들(other peple)'이 아니라 '단합한 사람들(unification of the people)'로 기억될 것이다. 단합이 없었다면 ‘리콜’도 한낱 허망한 구호에 지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English Version : "Korea Daily’s Article Made Me Do Something About the Homeless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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