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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박재욱 법사 / 나란다 불교아카데미
박재욱 법사 / 나란다 불교아카데미 

[LA중앙일보] 발행 2018/11/06 종교 26면 기사입력 2018/11/05 18:13

'마르크스를 만나면 마르크스를 죽이고, 레닌을 만나면 레닌을 죽여라.'

권위나 권력에 대한 비판의식에서 시작하여, 그것의 전복을 꾀하던 혁명주의자의 기치라고 한다.

'Kill your father!'

이 뜬금없는 패륜적 강다짐은, 대가에게 주눅 들지 않는 반 권위 정신을 가지라는 가르침이라고 한다.

보다 천인공노할 언명은, 선불교의 살불살조(殺佛殺祖)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스승)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라는 사자후다. 자기종교의 종조를 '죽여라'고 말할 수 있는 종교는 불교밖에 없다.

사실, 이 대성일갈은 임제 선사(중국 ?-867)의 어록을 모은 '임제록'에 수록된 극적인 경책이다.

특히 선불교의 깨달음을 향한 도정은 파격적이고 혁명적이다. 이론적인 탐색이나 교학체계를 중시하지 않는다. 개인이 지닌 기존의 인식 논리와 식견, 관념은 물론 교조적 교설마저 송두리째 파괴함으로써, 역설적이고 직관적으로 깨달음을 얻게 한다.

불교는 구원을 위한 외부의 절대적 존재를 상정하지 않는다. 자신이 부처가 되는 주체적 자각의 종교이며, 자기구원의 종교인 까닭이다.

선불교는 불조(佛祖)라는 우상과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종교적 권위와 성스러움마저 부정하며, 그 권위의 원천인 부처의 말씀에도 집착 말 것을 창도한다.

또한 몇 겁의 생을 걸고 자신이 부여한 최고의 가치이며, 불교의 궁극인 '깨달음'이란 개념적 인식까지 깨부수고, 종국엔 불조를 죽인 자신(자아)마저 죽이게 함으로써 '해방'에 이르게 한다.

그 해방으로부터도 해방되라! 나는 경탄한다. 이 무애, 무한한 자유를, 아름다운 '대 자유'인 것을.

요컨대, 살불살조는 '불조의 위상과 권위에 얽매여 노예가 되지 마라. 깨달음에 걸림이 된다면, 불조에도 머물지 말고 딛고 넘거나 과감하게 버려라.'

그러한즉 '자신과 법(진리)에 의지하라. 자신과 법을 등불로 삼으라'는 단언적 지상명령이다.

깨달음의 세계는 생사를 넘어선 곳, 일체의 번뇌 망상이 끊어진 곳으로 모든 것을 초월한 세계다.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아무리 위대한 성인의 성스러운 언행도 한낱 속박이며 번뇌일 뿐, 형식과 모양에 집착하지 말고 스스로 진리를 추구해야 한다.

불조를 마음 밖에 이름이나 모습으로 구하면 목적의식이 생기고 대상경계에 집착하게 마련이다. 불조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일을 본분사(부처됨)로 착각하는 순간 깨달음은 아득하다.

부처님은 자신을 신앙이나 예배의 대상이 결코 아니라고 하셨다.

임종이 가까워진 수행자 박칼리가 병문안 오신 부처님께 예배를 올리려 하자, 이렇게 말씀하신다.

'박칼리야, 썩어 없어질 이 몸을 보고 절은 해서 무엇 하겠느냐. 법을 보는 자는 나를 보고 나를 보는 자는 법을 볼 것이다.'(박칼리 경)

musagu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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