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64.0°

2019.10.16(Wed)

[뉴스 속 뉴스] 신성일과 프레디 머큐리

[LA중앙일보] 발행 2018/11/06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11/05 18:31

두 남자가 있다.

한 사람은 매끈하게 잘 생겼다. 다른 남자는 심한 뻐드렁니, 못생겼다. 두 남자가 지난 주말, 한인사회를 달궜다.

영화배우 신성일이 4일 숨졌다. 81세. 그룹 퀸(Queen)의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는 3일 '부활'했다. 전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해서다. 공교롭게 LA시간으로 같은 날. 둘은 생김새만큼 차이가 나면서도, 묘하게 비슷한 삶을 살았다.

두 남자는 유명한 이름 이전에 다른 이름이 있었다. 강신영(37년생), 파로크 불사라(46년생). 당시로서는 드물게 영화판과 록음악의 세계에서 대학(국문과, 그래픽디자인)을 졸업했다. 덩치도 174cm, 177cm의 비슷한 키에 호리호리했다. 20대 중반에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신성일은 '맨발의 청춘(64년)'으로 27세에, 프레디 머큐리는 '킬러 퀸(74년)'으로 28세에 스타 탄생을 알리며 질주를 시작했다.

성깔도 비슷했다. 신성일은 "돈 없어도 폼 나게 살아라"며 "신성일이 '가오'가 있지"라는 말을 자주 했다곤 한다. 프레디는 거대 음반사(EMI)에서 복잡하고 처음 들어보는 이상한 노래(보헤미안 랩소디)를 틀며 "이 곡 아니면 계약 안 해!"라고 박차고 나왔다.

여기까지는 젊은 사내놈들의 비슷비슷한 이야기다.

프레디에게는 메리 오스틴이라는 연인이 있었다. 스타로 뜨기 직전, 그녀에게 반지를 선물하며 청혼한다. "예스!"를 외치며 기뻐하는 메리. 하지만 둘은 공식적으로 결혼하지 않았다. 프레디는 동성애자가 됐다. 결국 둘은 사실상 헤어졌지만, 프레디는 그녀를 영원히 잊지 못했다. 'Love of My life'.

신성일은 엄앵란과 64년 결혼했다. 당대 최고 톱스타 둘의 결혼이라 어마어마한 화제가 됐다. 하지만 75년부터 별거에 들어갔다. 신성일은 많은 여성과 불륜 관계를 맺었으며, 그 과거사를 여과 없이 상대 여성의 신상도 숨기지 않고 자서전에서 공개했다. 하지만 부부는 이혼하지 않았다. 딸은 엄마에 아빠의 마지막 말을 전했다. "수고했고, 고맙고, 미안하다."

엄앵란과 메리 오스틴에게 '두 남자'는 무슨 존재로 남았을까.

신성일은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는 두번 째 부인이었다. 경북고 2학년 때 어느 날 집에 들이닥친 빚쟁이들이 달아난 어머니를 찾아내라며 신성일을 집단 폭행했다. 그때 그는 '이 세상은 나 혼자이며 아무도 날 돌봐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후 그는 어머니가 늘 들려주던 일본 속담 "기회는 앞 머리털이다. 왔을 때 정면으로 움켜잡으라"를 신조로 삼고 살았다.

프레디는 파르시(parsi)계 민족이다. '파르시'는 8세기 페르시아에서 무슬림한테 쫓겨나 인도에 정착한 민족, 사실상 페르시아인. 난민이자 이민자로 영국에 넘어온 프레디는 아무런 희망이 없는 존재였다. 아버지는 아들 파로크에게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행동'을 강조했지만, 프레디의 삶은 로큰롤 음악의 정신(Rock Spirit)처럼 기존 질서의 파괴였다. 그는 가사로, 선율로, 퍼포먼스로 세상을 뒤집고 싶어했다.

신성일은 노래했다. "눈물도 한숨도 나 혼자 씹어 삼키며 밤거리의 뒷골목을 누비고 다녀도 사랑만은 단 하나의 목숨을 걸었다 거리의 자식이라 욕하지 말라 그대를 태양처럼 우러러 보는 사나이 이 가슴을 알아줄 날 있으리라."(맨발의 청춘)

프레디 머큐리는 노래했다. "Is this the real life? Is this just fantasy? Open your eyes Look up to the skies and see I'm just a poor boy I need no sympathy Because I'm easy come, easy go Little high, little low Any way the wind blows doesn't really matter to me, to me."(Bohemian Rhapsody)

당신과 나는 어떤 노래를 할 것인가. 삶은 세 구절로 끝난다.

신성일-그는 연기했다. 그는 사랑했다. 그는 살았다. 프레디-그는 노래했다. 그는 사랑했다. 그는 살았다.

관련기사 뉴스 속 뉴스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