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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성업중인 DNA분석사업의 빛과 그림자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2/10 13:57

모든 가족에게는 크고 작은 비밀이 존재한다. 심지어 자식에게도 말할 수 없는 A급 비밀이 있다. 출생의 비밀이라든가, 부부의 만남에 관련된 비밀이라든가, 비밀의 유형은 가지각색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자신의 DNA를 체크해보는 테스트가 인기를 끌면서 가족내 비밀이 더이상 숨을 곳을 잃고있다. 자식 입장에서 꼭 알아야할 비밀도 있지만 몰라도 될 비밀도 있기에 DNA 테스트에 따른 부작용이 예상보다 빠르게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100달러(약 11만원) 안쪽 가격에 뿌리를 찾아주는 DNA 테스트 업체 50여개가 성업중이다.

과학저널인 ‘지놈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2021년까지 자신의 DNA를 테스트했거나 해보겠다는 사람의 수가 1억명을 넘어섰다. DNA 테스트 결과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올리면 아버지가 숨겨놓은 자식과 만남도 가능하니 이를 숨기고 싶은 아버지로서는 민망할 따름이다. 유산을 둘러싸고 가족간 법정다툼도 가능할 수 있다.



줄리 로슨(왼쪽)과 프레다 허위츠 자매. [사진 WSJ]






지난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게재한 한 가족의 DNA 테스트 관련 기사가 화제다. 돌아가신 부모를 포함해 6명의 가족이 DNA 테스트 결과 9명으로 늘어났다. 피를 나눈 가족을 찾아 행복감을 느낀 구성원도 있지만, 대체로 극심한 혼돈 속에 과거를 지키려는 구성원이 대부분이었다.

보스턴에서 유태인 대상 식료품점을 운영하던 허위츠 부부와 2남2녀의 자식들에 관한 이야기다. 허위츠 부부 가운데 남편은 2006년, 아내는 2016년에 각각 세상을 떠났다.

2녀 가운데 언니인 줄리 로슨(65)이 2016년 DNA 테스트를 받은 뒤, 여동생 프레다 허위츠(52)에게 같은 테스트를 권하면서 혼돈은 시작된다. 결과지를 받아들고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 우선 자매는 일반적인 자매가 보이는 공유 유전자의 절반만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하나는 프레다의 유전자와 또 다른 절반을 공유하는 데이나 돌빈(62)이라는 남성을 SNS를 통해 확인했다.




DNA 테스트 결과 만나게된 이복 형제 데이나 돌빈(가운데)과 허위츠 자매. [사진 WSJ]





세상을 떠난 허위츠 부부는 결혼 직후 파경을 맞은 적이 있는데, 돌빈은 아버지 허위츠가 재즈바에서 만난 흑인 여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었다. 자매는 SNS를 통해 돌빈의 얼굴에서 아버지의 옛모습을 발견하고는 연락을 취하고 만날 수 있었다. 만나는 순간부터 돌빈은 약간 짙은 피부색을 제외하고 아버지의 외모와 움직임 등이 거의 흡사했다.

돌빈의 어머니는 다른 흑인 남성과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10년전 세상을 뜨기 전까지 돌빈의 생부가 누구인지에 대해 일절 얘기하지 않았다. 돌빈은 흑인 커뮤니티에서 지내기에는 피부색이 옅은 편이어서 정체성의 혼란을 심하게 겪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하얀 녀석’으로 불렸다. 돌빈은 DNA 테스트를 받아본 결과 47%가 유럽계 유태인으로 나오면서 생부는 따로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아버지 허위츠 또한 돌빈의 출생 자체를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자매는 입을 모았다.

이제 언니인 줄리 로슨에 대한 비밀이 남아있다. DNA 테스트 결과를 역추적한 결과 로슨은 어머니 허위츠의 DNA를 이어받았고, 생물학적 아버지는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하이 그린버그(89)라는 사람을 찾아내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 그는 어머니의 첫사랑이었다. 결혼할 의사가 없다는 그린버그의 통보에 어머니가 허위츠와 결혼했지만 그 이후 잠시 벌어진 어머니의 외도 결과 로슨이 출생할 수 있었다. 어머니 허위츠가 2016년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로슨에게 실제 아버지를 밝히지 않은 이유이다.

그린버그에 대한 추가 DNA 테스트 결과를 통해 그린버그와 로슨이 부녀지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린버그는 여전히 플로리다에서 혼자 살았고, 로슨을 반갑게 맞았다. 로슨은 “처음 만난 아버지이지만 생물학적 아버지와 강한 감정의 연결을 느꼈다”고 말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사실을 느낀 것이다.



허위츠 부부의 살아 생전 가족사진. [사진 WSJ]






이 때문에 자매는 크게 다퉜다. 언니가 생물학적 아버지를 만나 기쁘고 들떠하는 모습에 프레다 허위츠는 “언니가 과거를 송두리째 무시하려 한다”고 나무랐고, 언니 로슨은 “50년 이상을 거짓 속에 살다가 진실을 깨달은 것”이라며 “이제라도 알게돼 다행이라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필 허위츠(63)를 비롯한 남자 형제들은 이런 사실을 애써 외면했다. 배다른 남동생인 돌빈과 만남도 원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만나본들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돌빈은 “지금은 다른 형제와 만날 때가 아닌 거 같다”면서 “그들이 나를 환영하거나 인사하기를 원할 때 만나겠다”면서 살짝 흐느꼈다.

워터쉐드DNA의 설립자인 브라이앤 커크패트릭은 DNA 테스트 이전에 가족내 불화가 발생할 가능성부터 따져보라고 권고한다. 그는 “DNA 검사를 통해 비밀이 밝혀지거나 무언가가 발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통제할 수 있을 때 미리 공유하고 싶은 것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도라 상자 속에 숨겨둔 비밀은 상자가 열렸을 때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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